소설리스트

둠레이더-110화 (1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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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 이지스

7개의 날렵한 공대공미사일 모양의 매직미사일이 그의 머리 위로 둥실 떠올랐다. 그는 자신의 머리 위 500m 지점까지 매직미사일을 끌어 올렸다. 레이더의 탐지거리 가장 끝에 살짝 걸친 모습이었다. 그리고는 가만히 그 상태로 대기했다. 비행마수들이 자신의 사정거리에 들어오기까지 말이다.

“온다!”

누군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서진은 그 소리를 듣기도 전에 허드를 통해 가고일, 하피, 콘돌 등 중소형 비행마수가 새까맣게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이미 각 성벽을 향해 지상의 마수들이 거칠게 부딪쳐오고 있는 것을 인지했다.

“로이! 시작한다.”

“네, 마스터! 마스터의 안전은 반드시 제가 지키겠습니다.”

서진은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를 홀활 불태우고 있는 로이를 잠시 쳐다봤다. 로이는 드워프 공방에서 빌려준 풀 플레이트 아머와 그레이트소드로 중무장을 한 채 그의 앞을 지키고 서있었다. 그의 넓은 등을 보자 절로 마음이 든든해졌다.

쿠아아아 쿠아아아!

캬아아 캬아오 캬아아!

까우우 까우우 까우우!

하늘을 새까맣게 가린 가고일 무리가 귀에 거슬리는 비명 같은 소리를 마구 질러대 병사들을 괴롭혔다. 그러자 하피들이 하얀 가슴을 출렁거리며 타워의 주변으로 날아들었다. 그들 사이로 크고 검은 색의 콘돌의 떼가 마치 폭격을 하듯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가랏!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은 공중에 띄워놓은 매직미사일 7발을 발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매직미사일을 소환해 공중으로 난사했다.

쌔액 쌕 쌔액 쌕 쌔액 쌕쌕쌕…….

우윳빛 반투명한 매직미사일이 서진의 머리에서 대공미사일처럼 솟구쳐 오르더니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며 빠르게 날아가 타워를 향해 다가오는 가고일, 하피, 콘돌 등을 격추시켰다.

쿠엑 쿠에엑 쿠아악!

캬아악 캬아옥 캬아악!

까욱 까우욱 까우욱!

매직미사일에 직격을 당한 가고일이 순간적으로 허공에서 멈칫하더니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가슴을 덜렁거리던 하피들이 매직미사일에 몸에 구멍이 뻥 뚫린 채 뜨거운 보라색 피를 허공에 뿌려대며 땅으로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커다란 검은 날개를 휘날리며 내려오던 콘돌들이 매직미사일에 꼬치구이처럼 일렬로 관통당해 한 줄로 추락하고 있었다.

고유능력 이지스의 이름이 왜 이지스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환상적인 대공공격이었다.

[띠링!]

[레벨업!]

머릿속에 언제나 들어도 반가운 알림음이 들려왔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하지만 서진은 상태창을 열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열심히 매직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쌔액 쌕쌕쌕 쌔액 쌕쌕쌕쌕쌕!

쌕쌕쌕쌕쌕 쌔액 쌕쌕쌕 쌔액!

멀리서 보면 라인하르트 캐슬 남문 안쪽 타워위에 반투명한 연꽃이라도 핀 것처럼 매직미사일이 마구 분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온천수에 맞은 비행마수들은 비 맞은 하루살이처럼 모두 땅으로 곤두박질쳐 두 번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지 못했다.

“오오오! 지구인의 능력이 대단한데?”

“저거 매직미사일 아냐?”

“설마 저런 무서운 공격이…… 마법사라면 개나 소나 다 익힌다는 그 최하급마법인 매직미사일이겠어?”

“엄청난 화력이네. 대공 쪽으로는 가히 발군이야.”

“설마 모든 지구인들이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럼 더 좋지. 마수들을 더 많이 때려잡을 수 있고…….”

서진과 같이 라인하르트 캐슬을 공격해오는 비행마수들을 향해 마법으로 작동하는 발리스타(ballista)를 쏘고 있는 병사들은 하나같이 혀를 내두르며 그의 엄청난 화력을 칭찬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즉각적으로 라인하르트 캐슬의 성주와 부 성주 그리고 고위지휘부에 전달됐다.

서진은 마나가 1700 이나 돼서, 산술적으로 매직미사일을 170발이나 발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170발의 매직미사일을 다 쏴보기도 전에 레벨업을 해서 다시 풀로 찬 마나로 인해 더 강하고 더 많은 매직미사일을 대공포처럼 쏟아낼 수 있었다.

이런 식으로 몇 번이나 레벨업을 하자 이제는 다들 서진이 끝도 없이 매직미사일을 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됐다.

“마나가 모자라면 이걸 쓰세요.”

“혹시 정수 필요하시면 말하세요.”

아까까지는 소가 닭 보듯 서진을 쳐다보던 병사들도 이제는 굳이 묻지도 않았는데 그에게 인스턴트 마나포션과 마수의 정수를 건네줬다. 서진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주는 것을 하나도 남김없이 잘 챙겼다.

인스턴트 마나포션은 유니언이 개발한 세기의 발명품으로 마수의 정수를 이용해서 일시적으로 마나를 풀로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마나포션이다. 이름에서도 잘 나타나듯 풀로 채워진 마나는 일정시간이 지날 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금세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하지만 이런 대규모전투에서는 마나가 부족한 마법사나 능력자들에게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마이키, 이 인스턴트 마나포션만 만들 수 있어도 지구를 침공한 마수들을 다 때려잡을 수 있을 거야.”

-맞습니다. 하지만 이 제조법을 과연 쉽게 넘겨줄지 의문이 드네요.

마이키의 말이 맞다. 아마 인스턴트 마나포션 제조법은 유니언 내부에서도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며 모처에서 양산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 마수의 정수를 이용해서 출력강화 스킬을 써볼까?’

서진은 타워의 병사들로부터 건네받은 가공한 마수의 정수를 이용해 그동안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출력강화 스킬을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그는 먼저 상태창을 열어 출력강화 스킬을 클릭했다. 스킬창이 열리며 정수를 넣을 수 있는 소켓 세 개가 보였다.

서진은 망설임 없이 소켓 세 개에 병사들이 준 가공한 정수 세 개를 바로 꽂았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머릿속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출력강화 스킬 온(on)! 출력강화 3배!]

[출력강화 스킬을 지속적으로 사용하시려면 아래쪽에 있는 전용 창구에 정수를 넣고 예약을 걸어주세요.]

출력강화 스킬이 3배로 적용됐다. 서진은 출력강화 스킬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아래쪽에 있는 전용 창구에 병사들로부터 받은 정수들을 몽땅 털어 넣었다. 그러자 상태창에 출력강화 상태가 표시되고 자동으로 예약이 됐다. 이제 정수를 몽땅 써버리기 까지 매직미사일은 3배로 강해진 막강한 놈이 소환되게 될 것이다.

-마스터, 그리폰과 와이번이 다가옵니다.

“잘됐군. 안 그래도 테스트해볼 상대가 필요했는데…….”

-조심하십시오. 그리폰은 A급, 와이번은 S-급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알겠어. 설마 다들 나 혼자 그리폰과 와이번을 상대하라고 내버려두겠어? 라인하르트 캐슬에도 뛰어난 고위마법사와 상급정령사들이 있으니 괜찮을 거야.”

그건 서진의 생각이 옳았다. 아무리 서진이 잘 싸운다고 해도 그리폰과 와이번 같은 대형 비행마수를 상대하라고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을 정도로 라인하르트 캐슬의 지휘부는 몰염치하지 않았다.

쿠화아아아아아!

캬아아아아아아!

그리폰과 와이번들이 근처에 오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이들이 쏘아낸 피어가 라인하르트 캐슬의 성벽과 타워를 뒤흔들었다.

“으윽, 그리폰과 와이번의 피어공격이다.”

“모두 포션을 복용해라.”

“아아악! 죽을 것 같아.”

“귀를 틀어막아도 소용없어. 이럴 때는 그냥 포션이나 퍼마셔!”

“들을 때마다 짜증나는 소리네.”

타워위의 병사들은 다들 고통을 느끼는지 인상을 팍팍 쓰며 지급받은 포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로이는 안드로이드 전투로봇이라 피어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서진도 뇌정으로 인해 그리폰과 와이번의 피어가 그저 시끄럽게 울부짖는 새소리로 들릴 뿐이었다.

그는 그리폰과 와이번이 사정거리로 들어오자 매직미사일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매직미사일을 소환하기 바로 직전, 라인하르트 캐슬 곳곳에서 화려한 마법진이 떠오르더니 무서운 속도로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저렇게 무식하게 생긴 화염덩어리에 맞으면 그리폰과 와이번이라도 한방에 바로 골로 가겠네. 저걸 잘 이용해봐야겠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차례로 소환해 허공으로 날리며 레이더의 옵션을 조정했다.

자신이 서 있는 타워의 아래쪽, 즉 지상을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다.

그러자 레이더의 출력이 두 배로 증가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반경 500m의 탐지거리를 가지고 있는 레이더가 출력이 두 배로 증가했으면 반경 1000m 가 되어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지금 반경 3000m 안 상공의 모든 마수들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뭐지? 제니의 버프 때문인가? 아니야. 레이더는 제니의 버프의 영향을 받지 않아. 그렇다면 혹시…… 출력강화 스킬이 매직미사일의 출력만 강화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레이더까지 출력을 강화시켜주는 거였나?’

그는 자신의 가설이 맞는다면 정말 대박이라고 생각했다. 마수의 정수를 사용하여 일시적으로 출력을 높인다고 해서 매직미사일의 출력을 높이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출력강화 스킬이 나타난 진정한 목적은 레이더의 출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정수의 소모가 심해질 텐데…….’

서진은 슬쩍 상태창을 열어봤다. 역시 생각한데로 정수가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그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에라 모르겠다. 못 먹어도 고다!’하고 신경을 끊어버렸다. 어차피 가공한 정수는 서진이 병사들에게 공짜로 얻은 것이다. 그것 좀 쓴다고 누가 뭐라고 할 것 같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지금 허공으로 떠오르고 있는 거대한 화염을 이용해 그리핀과 와이번을 때려잡는 일이다.

쌔액 쌕쌕쌕 쌔액 쌕쌕쌕쌕쌕!

쌕쌕쌕쌕쌕 쌔액 쌕쌕쌕 쌔액!

서진이 소환한 매직미사일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올라 라인하르트 캐슬을 공격하는 그리핀과 와이번의 날개 한가운데를 뻥 뚫고 지나갔다.

쿠화아아악! 쿠화아아악!

캬아아아악! 캬아아아악!

그리핀과 와이번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날개를 허우적 거렸다.

평원에서 비행마수를 만나면 정말 무시무시하다.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에 이리저리 몰리다가 결국 비행마수들에게 잡혀 먹히고 만다.

하지만 비행마수는 의외로 결정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바로 그들의 날개다.

날개라는 것이 원래 그 구조상 다른 신체에 비해 무척 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마수등급이 A급인 그리폰이나 S-급인 와이번도 달리 예외가 될 순 없었다.

물론 다른 비행마수들에 비하면 강철처럼 강하다고 알려진 이들의 날개였지만 출력강화로 그 위력이 3배로 늘어난 매직미사일로 몸통도 아닌 날개 한가운데를 뚫어버리는 정도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그리핀과 와이번은 라인하르트 캐슬에 대한 공격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서진은 이에 고무되어 매직미사일을 이용해 날개와 눈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교묘히 연속적으로 공격해나갔다.

그러자 위협을 느낀 그리핀과 와이번은 미쳐 주변을 살필 틈도 없이 피하기에 급급하다가 라인하르트 캐슬의 고위마법사들이 날린 거대한 화염덩어리에 맞아 통구이가 되어 버렸다.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띠링!]

……

[레벨업!]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서진의 머릿속에 레벨업을 알리는 소리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

‘우왓! 이거 대박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엉덩이를 들썩이며 좋아했다.

자신이 노린 작전이 기가 막히게 적중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출력 3배로 강화된 매직미사일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그리폰과 와이번 같은 대형 비행마수를 공격해서 치명상을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리폰과 와이번의 날개와 눈을 공격하는 것 정도는 레이더가 있는 그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적당히 위기감을 조성해서 그가 원하는 지역으로 몰아넣기만 하면 나머지는 라인하르트 캐슬의 고위마법사가 날린 거대한 화염덩어리가 알아서 해결을 해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레벨업의 달콤한 열매는 라인하르트 캐슬의 고위마법사와 서진이 나눠가졌다.

서진은 순간, 오늘 폭렙의 향기를 진하게 맡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물들어왔을 때 배를 띄우라고 했다.

이렇게 알아서 폭렙을 하게 다들 도와주니 예의상이라도 원 없이 폭렙을 해줘야한다.

============================ 작품 후기 ============================

즐겁고 시원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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