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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11화 (1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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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장 - 이지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은 미처 상태창을 열어볼 틈도 없이 정신없이 매직미사일을 쏘아댔다.

쌔액 쌕쌕쌕 쌔액 쌕쌕쌕쌕쌕!

쌕쌕쌕쌕쌕 쌔액 쌕쌕쌕 쌔액!

서진의 매직미사일은 마치 고속으로 돌아가는 벌컨포처럼 하늘을 향해 빠르게 그리고 무섭게 폭사됐다. 레이더의 탐지거리인 반경 3000m 안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 상태에서 유도기능이 달린 3배 강화된 매직미사일이 대상을 탐지 및 추적해서 요격해나갔다. 이 일련의 작업이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자연스럽고 물이 흐르듯 부드럽기까지 했다.

“끝내준다.”

“환상적이다.”

“아름답다.”

“지금 우리가 전투를 하고 있는 거야? 쇼를 보고 있는 거야?”

“졸라 멋있다.”

타워위의 병사들이 이제는 아예 넋을 잃고 서진과 타워위의 하늘을 번갈아 쳐다봤다.

서진은 고유능력 이지스로 인해 두뇌와 감각이 극대화된 상태로 그리폰과 와이번들을 정신없이 공격하느라 지금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는 지 전혀 알지 못했다.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그는 그저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울려대는 레벨업 알림음 소리를 들으며 자신보다 몇 단계나 등급이 위인 상급마수이자 대형 비행마수인 그리폰과 와이번을 잡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시발, 네들 다 죽었어.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내가 언제 그리폰과 와이번을 이렇게 학살해보냐. 네들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 도망갈 생각은 아예 하지마라. 내가 다 잡아 죽일 거야!’

서진은 자신의 인생에 이런 행운의 날이 또 다시 언제 올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 날엔 그저 코피 터질 각오를 하고 최대한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먹어야한다. 깃털하나 남기지 않고 완전히 털어버려야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자신의 생각대로 신나게 한탕 해먹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라인하르트 캐슬의 참모본부에서는 난리가 났다.

“그리폰 한 마리 격추! 어? 와이번 한 마리 또 격추!”

“도대체 남문 타워에서 대공공격을 하고 있는 게 누구야?”

라인하르트 캐슬의 심층부에서 전투상황을 확인하고 있던 참모본부 소속 장교들은 지루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는 지상전과는 달리 눈에 팍팍 띄는 혁혁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남문 타워 대공방어부대의 대활약에 크게 놀라고 있었다.

“저희 대공방어부대는 아닙니다.”

“지구에서 왔다는 전사들 중 한명이 그곳에 임시로 배속되어 있습니다.”

“연락병을 보내서 정확히 누군지 확인해라!”

“네.”

장교들을 보좌하는 부관들이 차례로 대답을 하자 그들은 당장 연락병을 보내 확인을 해보기로 했다. 부관 하나가 밖으로 뛰어나가자 엘프 출신 장교와 수인족 출신 장교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오늘 아주 날을 제대로 잡았는데…….”

“이대로 가다간 그리폰과 와이번 전멸시키는 거 아냐?”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대공방어부대는 앞으로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지.”

“우리 잘하면 지구인 덕분에 1계급 특진이나 훈장을 받을 지도 모르겠어.”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우리가 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

수인족 장교가 두 손을 양쪽으로 펴면서 어깨를 으쓱거리자 엘프 장교가 손가락 하나를 들고는 좌우로 흔들었다.

“왜 없어? 지금부터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면 되잖아.”

“그렇군. 그런 수가 있었어.”

“저렇게 계속 공격을 해대려면 마나가 아주 많이 필요할 거야.”

“인스턴트 마나포션을 지원하자는 말이지?”

“맞아. 거기에다 정수도 좀 팍팍 밀어주자고.”

“기왕 지원을 할 거면 우리 직권으로 지원할 수 있는 최대의 양을 지원해주자. 그럼 나중에 그의 전공에 슬쩍 묻어갈 수 있을 거야.”

“좋은 생각이야. 바로 시작하자.”

수인족 장교와 엘프 장교는 서로 손을 마주잡고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즉시 자신들의 부관을 시켜서 인스턴트 마나포션과 가공된 정수를 박스 채로 전달하라고 명령했다. 부관들은 상관들의 의도를 눈치 채고 번개처럼 명령을 이행했다.

서진은 인스턴트 마나포션과 가공된 정수를 박스 채로 받고 그저 고맙다고 머리를 숙일 뿐이었다.

사회건 군대건 어딜 가나 기회를 잘 잡는 사람이 출세를 한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참모본부에서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라인하르드 캐슬 내성에서 하늘 위로 거대한 화염덩어리를 부지런히 날리고 있는 마법사들도 얼굴에 한가득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귀가 뾰족한 엘프 출신 마법사들과 몸집이 작고 왜소한 호미트 출신 마법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들도 하나같이 좋아 죽겠다는 얼굴들이었다.

“이거 오랜만에 경험치 풍년이네.”

“그러게 말이야. 남문 타워의 그 지구인 덕분에 오늘 완전히 대박을 쳤어.”

“매직미사일 같기는 한데…….”

“그냥 순수한 매직미사일은 절대 아니야.”

“매직미사일을 업그레이드 시킨 새로운 마법인가 봐!”

“놀랍군. 매직미사일을 다루는 솜씨가 정말 기가 막혀.”

그들은 서진의 활약에 크게 고무되어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다른 때와는 달리 자신들이 쏘아올린 거대한 화염덩어리에 그린폰과 와이번이 연거푸 적중되어 치명상을 입자 두 손을 하늘로 번쩍 들며 좋아했다. 그들은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경험치 폭탄으로 인해 절로 구름 위를 둥둥 떠가는 기분이 됐다.

“이거 오늘 저 친구 때문에 완전히 거저먹는 기분이야.”

“그러게 말이야. 난 그저 익스플로전 마법을 대공공격에 맞게 쏘아 올리는 것밖에 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경험치가 팍팍 들어오니까 좀 미안해지려고 그래.”

“나도 그런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저쪽도 아마 경험치를 적지 않게 받을 거야. 서로 상부상조하는 거니까 결국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지.”

“전투 끝나고 누군지 만나보자!”

“그래. 아무래도 선물이라도 하나 들고 가서 인사를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겠어.”

“그럼 나도 같이 가지.”

“저런 친구와 친해져서 손해볼일은 아마 없을 거야.”

“맞아.”

“아무래도 오늘 우리의 상급정령사들은 좀 쉬어야겠는데?”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

익스플로전 마법을 날리고 있는 마법사들은 서진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양쪽 모두, 한쪽만 있어서는 이런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마법사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그리폰과 와이번을 격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견제하기 위해 익스플로전 마법을 하늘 위로 쏘아올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일이 인정받고 성과가 있기를 원한다. 그러나 그동안 마법사들은 전투가 시작되면 대공방어를 위해 아까운 자신의 마나를 그냥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기분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고 창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급마수인 그리폰이나 최상급 마수에 가까운 와이번을 잡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도 그들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 서진으로 인해 자신들이 쏘아올린 익스플로전 마법의 효용가치가 입증되고 뚜렷한 성과도 올리게 됐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고 신도 나는 것이다.

서진은 이렇게 자신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라인하르트 캐슬에 우호세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라인하르트 캐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참모본부의 장교들과 마법사들의 존재는 앞으로 그의 행보에 큰 도움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맞았다. 그리폰이 상가지역으로 떨어진다. 빨리 가서 잡아 죽이자.”

“와아아아아!”

라인하르트 캐슬 곳곳에 떨어지는 그리폰과 와이번들을 향해 수십 명의 병사들과 전사들이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즉사만 하지 않으면 전사들이 숨을 끊어놓는 사이 몇 번 공격하는 시늉만 해도 대량의 경험치를 나눠가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쿵!

쿠에에에엑!

날개에 구멍이 뚫리고 온몸이 익스플로전 마법에 당해 새까맣게 탄 그리폰 한 마리가 구슬픈 비명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 병사들과 전사들의 눈에 들어왔다.

“아직 안 죽었다.”

“날개가 꺾이고 목이 돌아가 있다.”

“저놈은 이제 죽은 것이나 다름없어. 무조건 찔러!”

“오오오! 내 경험치!”

라인하르트 캐슬의 병사들과 전사들의 눈에 순수한 탐욕과 열망이 솟아올랐다.

휘익 서걱 서걱 촤악!

푹 푸푸푸푹 푹 푸푸푹!

전사들은 오러의 빛을 머금은 도검으로 그리폰의 목을 공격했고 병사들은 창칼로 그리폰의 온몸을 마구 쑤셔댔다.

썩어도 준치라고 A급 대형 비행마수이자 상급마수인 그리폰이 땅에 떨어진 충격에서 벗어나 정신이라도 차리게 되면 수십 명의 병사들과 전사들은 그리폰의 한 번의 움직임에 쓸려나갈 수도 있었다.

그들은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리폰의 숨통을 끊어놓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보다 먼저 그리폰의 최후를 장식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 있었다.

피슝! 퍼억!

쿵!

갑자기 그리폰의 머리 한쪽이 산산이 터져나갔다. 뇌가 두부처럼 으깨지고 뇌수와 피가 분수처럼 확 퍼져 나왔다. 위에서 뭔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아와 그리폰의 옆머리를 뚫고 반대쪽으로 튀어나온 것이다. 머리통이 박살이 난 그리폰은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뭐지?”

“뭐야?”

“뭔 일이 일어난 거야?”

“누가 마법으로 저격을 했나봐.”

“그래?”

라인하르트 캐슬의 병사들과 전사들은 영문을 모른 채 주변을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야아! 스나이핑 스킬이 이런 거로구나. 7개의 매직미사일을 하나로 압축해서 쏘다니……. 결론적으로 스나이핑 스킬은 레벨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군.’

그리폰을 저격한 것은 바로 서진이었다. 그는 남문 제1타워에서 아래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쳐다보면서 고개를 가볍게 위아래로 끄덕였다.

매직미사일에 맞아 날개에 구멍이 뚫린 그리폰 한 마리가 이리저리 몸을 피하다가 익스플로전 마법에 당해 땅으로 추락했지만 완전히 죽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그는 새로 얻은 스킬인 스나이핑을 실험해볼 겸 그리폰을 바로 저격했다.

그리폰이 순간적으로 사력을 다해 생체실드를 펼쳤지만 3배로 강화된 매직미사일 7개가 압축된 상태에서 초음속으로 날아든 서진의 스나이핑을 감당해낼 수는 없었다.

일부 병사와 전사들은 마법사가 치사하게 다 죽어가는 그리폰의 경험치까지 탐을 낸다고 속으로 욕을 했지만 서진의 입장에서는 아직 완전히 힘을 잃지 않은 그리폰으로부터 병사들과 전사들을 구해준 셈이었다.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

[띠링!]

[레벨업!]

[띠링!]

[레벨업!]

또한 막타의 경험치는 절대 적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여전히 알림음이 울리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 서진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미소를 짓는 것처럼 라인하르트 캐슬 남문 옹성에 있는 두 명의 아름다운 이국의 여인들 또한 좋아죽을 것 같은 기분을 미소만으로 간신히 억제하며 서진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있었다.

오늘 그리폰과 와이번의 희생으로 인해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여러 명이 아주 즐거운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 * *

전투가 끝났다.

이번에도 라인하르트 캐슬은 무너지지 않았다.

아니 다른 때와는 달리 아주 대승을 거둬버렸다.

그것도 매번 라인하르트 캐슬 참모본부의 골치를 썩이던 그리폰과 와이번들에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주는 결정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두두!

라인하르트 캐슬 남문 타워를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달려왔다.

라인하르트 캐슬의 성주인 메탈리온을 비롯해서 부 성주 아리아나, 지휘부 상임위원인 하옹, 티라무스, 유니스, 거기에다 참모본부의 장교들과 마법사들 그리고 정령사들…….

그들 모두 이번 대공방어전을 대승으로 이끈 최고의 영웅을 보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처 그 사실을 모르고 있던 서진은 메탈리온과 아리아나를 비롯한 수십 명의 유사인류와 수인족이 자신을 덮칠 듯이 달려드는 것을 보고는 놀라서 두 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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