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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 전공포상

오마하의 뒤로 딘, 볼렌, 해리먼, 캐넌, 로벳, 맥클로이가 차례로 다가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서진은 웃는 낯으로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유니언 안에 비빌 언덕이 하나 생겼군.’

이제 그는 유니언 안에서 최소한 자신의 편을 들어줄 세력과 동맹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물론 나중에 유엔에서 따로 비준을 받아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지구가 유니언에 정식으로 가입하고 난 뒤의 일이 될 것이다. 그는 오늘 이들과 동맹에 대한 운을 뗀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했다.

소회의실을 나오자마자 서진은 메탈리온에게 양해를 구하고 급히 자신의 방이 있는 탑으로 돌아왔다. 오마하가 전해준 유니언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서류철을 빨리 읽어보려는 것이다.

텅!

탑 안에 있는 자신의 방에 들어와 문을 잠근 서진은 마이키를 호출했다.

“마이키, 유니언에 대한 정보를 같이 읽도록 하자.”

-네, 마스터.

그는 오마하에게 받은 서류를 꺼내 침대 위에 차례로 쫙 펼쳤다. 그리고는 마이키와 같이 빠른 속도로 훑어보기 시작했다.

-유니언과 호드가 백 년 동안이나 전쟁을 벌였군요.

“유니언과 호드, 양쪽 모두 각각 세 개의 파벌로 나뉘어져있어. 강경파와 온건파 그리고 중도파로 나뉘어져 치열한 주도권쟁탈전을 벌이고 있네.”

-호드에서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서 유니언을 침략했네요. 지구를 침략한 방식과 아주 흡사합니다. 이 자료는 연구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서진과 마이키는 서로 교대로 한마디씩 하면서 정보를 교차 확인했다.

한참동안 유니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서진은 자신이 오마하에게 얻은 서류철에 들어있는 정보가 절대 고급정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아마 유니언에 가입만 해도 당장 얻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일 것이다.

“아직은 참모본부에서 우리를 100% 믿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유니언과 만나 얘기도 하기 전에 유니언에 대한 고급정보를 푼다면 그것은 명백한 범죄행위가 될 테니까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

아마 참모본부는 유니언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서진에게 줬을 것이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자신의 생각이 좀 짧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나마 이런 기본적인 정보라도 미리 얻어 볼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유니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가는 것과 이렇게 기본적인 정보라도 알고 가는 것과는 나중에 결과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 있었다.

그는 유니언에 대한 정보 획득은 일단 이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제 상태창을 확인해보자.’

지난 대공전을 통해 얼마나 레벨업을 했는지 상태창을 열어 확인해 보기로 했다.

그는 긴장된 눈빛으로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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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

등급: C-

칭호: 회귀자(올스탯+5), 한계를 넘어서(C-, 올스탯+35), 영혼의 친구(올스탯+5)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이지스(C-)

레벨: 90 / 90%

생명력 1650/1650 마나 2800/2800

스탯(5+90): 근력 10(+45), 민첩 10(+45), 체력 10(+45), 지력 25(+45), 마력 25(+45), 영력 30(+45)

스킬: 레이더(C-), 탐지(C-, 1500m), 매직미사일(C-, 10개), 감정(C-), 감별(C-), 감지(C- 20m), 탄두강화(C-, 9배), 투시(C-), 마나부스터(C-, 100%), 쇼크웨이브(C-), 색적(索敵, C-), 관찰(C-), 추적(C-), 출력강화(C-, 6배, 정수소모), 스나이핑(C-), 방어막(C-), 동화(C-)

장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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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와! 등급이 C- 로 올랐어. 레벨이…… 무려 90이나 됐네.”

서진은 놀람과 흥분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등급을 확인했을 때 분명히 D-였는데 어느새 D급과 D+급을 넘어 C-급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다 레벨은 무려 30개가 올라 90이 되어 있었다.

그는 놀람 가슴을 지그시 누르며 칭호를 확인했다.

칭호 ‘한계를 넘어서’의 등급이 C-로 올라 ‘올스탯+15’가 ‘올스탯+35’로 변해있었다. 이것만으로도 그의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있었다.

‘세상에 올스탯+35 라니……. 모든 스탯이 20씩 더 올랐다는 말이잖아. 도대체 얼마나 레벨업을 해야 얻을 수 있는 스탯이야?’

암산을 해보니 적어도 레벨을 120개는 올려야 얻을 수 있는 스탯의 양이었다. 그는 이런 엄청난 스탯을 단 한 번의 전투를 통해 얻은 것이다.

서진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상태창을 마저 확인했다.

고유능력 이지스가 C-급으로 오르면서 스킬이 모두 C-급으로 일제히 올랐다.

생명력이 1650으로 늘어나고, 마나가 마나부스터 스킬에 힘입어 2800으로 대폭 늘어났다.

탐지스킬의 등급이 오르면서 탐지거리도 반경 1500m로 늘어났다.

매직미사일도 이제 한꺼번에 10개를 소환할 수 있게 됐다.

감지스킬의 등급이 올라 감지거리가 20m로 대폭 늘어났다.

탄두강화 스킬은 무려 9배로 늘어났고, 마나부스터 스킬은 효율이 100%가 됐다.

출력강화 스킬도 최대출력이 6배로 늘어났는데 그만큼 정수의 소모가 극심해질 것으로 보였다.

못 보던 스킬도 세 개나 새로 생겨났다.

관찰(C-)과 추적(C-)은 레이더를 비롯한 다른 스킬들을 응용해 비슷하게 쓰고 있어서 생긴 스킬로 보였다.

그러나 동화(C-)는 처음 보는, 완전 신세계의 스킬이었다.

그는 동화스킬을 클릭해 상세설명을 확인했다.

[동화: 감지 범위 내에 마나를 풀고 의지를 부여하면 주변과 동화되어 은신효과가 생긴다.]

이건 아무리 봐도 ‘암살자’들이 쓰는 스킬 ‘은신’과 비슷했다.

사용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긴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은신스킬을 능가하지 않을까 예상됐다.

‘어찌됐든 이제 나도 완연한 중급능력자가 됐군.’

서진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제야 진짜 능력자가 된 기분이었다.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이해가 갔다.

그는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뭐로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침대는 과학이다.’라고 외치던 그 회사 제품에 못지않게 푹신하고 편했다.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마음이 뿌듯했다.

입가에 머금은 미소가 싱그러웠다.

기분 좋은 나른함이 솔솔 밀려들었다.

서진은 그렇게 레무리아에 온 이후 가장 편한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 *

날이 밝았다.

찬란한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얼굴을 따사롭게 어루만졌다.

눈을 뜨자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맞는 나흘째 아침이 시작됐다.

“우아아아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서진은 크게 기지개를 켰다.

온몸의 뼈가 아우성을 치듯 우두둑 소리를 냈다.

마이키가 밝은 목소로 그에게 아침인사를 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응, 마이키도 잘 잤어?”

-네, 전 안전한 밤을 보냈습니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마이키의 대답이 절묘했다.

서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는 가볍게 머리를 한 대 툭 쳤다.

“말실수를 했군. 마이키는 잠을 자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했다.”

-아닙니다. 그만큼 저를 인간에 가깝게 느끼신다는 증거라서 오히려 반갑기만 합니다.

“마이키가 그렇게 생각해주니 참 다행이야. 오늘의 스케줄을 얘기해줘!”

-네, 마스터.

마이키는 시원한 목소리로 서진의 하루일과를 홀로그램과 함께 브리핑했다.

-제일 먼저 메탈리온 성주를 만나 어제 치룬 전투에 대한 전공포상을 받아야합니다. 또한 영웅칭호에 딸려오는 부상으로 라인하르트 캐슬 보물창고에서 아이템 하나를 고르시게 될 겁니다. 아침식사는 메탈리온 성주와 아리아나 부 성주와 같이 드시면 됩니다.

“헉, 아리아니와?”

서진은 메탈리온과 같이 아침식사를 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왠지 아침부터 아리아나를 만나는 일은 조금 꺼려졌다. 하지만 마이키는 그의 말을 아예 듣지 못했다는 듯 계속 그의 하루일과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아침식사가 끝나시면 바로 그란데 마법사와 미팅이 잡혀있습니다. 이때 그란데로부터 마법강의를 듣게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또한 엘프의 마탑인 아이보리타워에 보관 중인 고대의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배우시게 될 겁니다. 그와 헤어지실 때 잊지 말고 꼭 사본을 챙기도록 하세요.

“알았어.”

-점심식사는 란돌프와 같이 하게 됩니다. 식사 후에는 드워프 공방으로 가서 란돌프에게 맡긴 마스터의 무기와 장비 그리고 전신슈트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특히 베히모스의 가죽을 판매한 대금을 잊지 말고 받아오시기 바랍니다.

마이키가 베히모스의 가죽을 판매한 대금을 언급하자 서진은 왠지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았다.

“참, 전공포상으로 내가 선택한 그리핀과 와이번 사체는 어디 가서 받아오지?”

-어제 저녁 늦게 전공에 대한 포상공지가 떴습니다. 최고전공자인 마스터에게 할당된 마수의 사체는 와이번 사체 12마리, 그리핀 사체 24마리입니다. 가장 상태가 좋은 것으로 받게 되실 겁니다. 드워프 공방의 일이 끝나고 엘프 공방으로 가시면 아리아나 부 성주에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엥? 왜 하필이면 아리아나야?

-아리아나 부 성주가 블루볼의 아공간을 가로, 세로, 높이, 100m X 100m X 100m 인 아공간으로 교체해주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왜?”

-마스터가 챙긴 와이번 사체 12마리와 그리핀 사체 24마리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으음, 그럴 수도 있겠군. 그런데 마수의 사체를 왜 엘프 공방에 가서 찾지?”

-와이번 사체 12마리와 그리핀 사체 24마리를 받아서 들고 다니실 생각이십니까?

“아! 그러니까 그걸 업그레이드한 블루볼에 담아주기로 했구나.”

-맞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와이번 사체 12마리, 그리핀 사체 24마리라면 무게도 무게지만 부피도 장난이 아닐 것이다. 아공간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가지고 다니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대금을 와이번 가죽으로 달라는 건가?”

-그건 아닙니다. 블루볼의 업그레이드는 드워프 공방과 엘프 공방에서 무료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무료로?”

-네 무료로 해주기로 했습니다.

“흐음, 이것 참…… 가만, 드워프 공방에서 뭘 무료로 해준다는 거지? 혹시 블루볼의 아공간만 업그레이드 하는 것 아니었어?”

서진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이키에게 다시 확인했다.

-아닙니다. 블루볼을 시작으로 저와 레드볼, 그린볼 심지어는 클론볼들까지 모두 업그레이드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업그레이드의 내용이 뭐야?”

-강화, 프로텍트, 대 마법방어, 은신, 차원통신, 순간이동, 전격마법 등을 인챈트 합니다.

“오오오! 이거 듣기만 해도 벌써부터 엄청날 것 같은 기분이 드네.

-확실히 엄청나게 강해질 것입니다.

마이키의 목소리에 벌써부터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마이키가 강해진다면 나야 대환영이지.”

-고맙습니다. 마스터!

“천만에, 그보다 메딕도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면 참 좋을 텐데…….”

-이미 메딕을 위한 업그레이드 키트 한 세트를 주문해놓았습니다. 나중에 만나면 제가 직접 업그레이드를 해줄 생각입니다.

“하하하, 잘했어. 역시 마이키야!”

-감사합니다. 마스터!

서진은 도저히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이키가 메딕을 잊지 않고 잘 챙겨주는 것이 참 보기가 좋았던 것이다.

-마스터,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 어서 준비를 하고 나오십시오.

“그래. 알았어. 오늘은 무척 바쁘겠구나.”

서진은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부터 했다.

깨끗이 씻고 나와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밖으로 나오자 어느새 메탈리온 성주가 보낸 예쁘장한 엘프 비서가 그의 방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비서를 따라 성주집무실로 갔다.

메탈리온에게 전공에 대한 포상으로 미스릴로 만든 주화가 가득담긴 가죽주머니 하나를 받았다.

미스릴화 하나가 금화 백 개에 해당된다는 비서의 말에 서진의 얼굴은 즉시 싱글벙글 모드가 되고 말았다.

“서진은 라인하르트 캐슬이 영원히 잊지 못할 영웅이야. 언제든지 이곳에 온다면 환영하겠네.”

“감사합니다. 메탈리온 성주!”

메탈리온은 입에 발린 영웅소리에 이어 그와 가볍게 포옹을 한번 하더니 얼른 보물창고로 가보라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살짝 나는 것으로 봐서 몰래 숨겨둔 맥주라도 혼자 홀짝거리려는 모양이었다.

서진은 두 말없이 엘프 비서와 함께 같은 건물 지하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물샐틈없이 삼엄한 경비를 통과하고 나자 그의 눈앞에 거대한 황금의 문이 하나 보였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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