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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장 - 전공포상
“저긴가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혼자 들어가셔야 합니다. 저는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잊지 마세요. 뭐든지 아이템은 단 한 개만 가지고 나올 수 있습니다.”
“네.”
“그럼 대박나세요.”
귀엽게 생긴 엘프 비서가 주먹을 꼭 쥐고 파이팅 포즈를 취하자 서진은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황금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엘프 비서의 말대로 대박을 기대하며 문을 열기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
그는 이미 황금의 문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어?”
갑자기 바뀐 환경에 놀란 서진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의 뒤쪽으로 황금의 문이 보이고 앞쪽으론 긴 회랑이 보였다.
‘뭔가 마법적인 장치가 되어 있는 문이었구나.’
그제야 안심을 한 서진은 어깨를 쭉 폈다.
일단 출구를 확인한 그는 회랑을 따라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아이템은 회랑이 시작하는 입구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었다.
양쪽 벽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 아이템들은 하나 같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며 그의 시선을 유혹했다.
회랑의 끝은 마치 거대한 박물관 같았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상 속에서나 나올법한 온갖 아이템들이, 아니 보물들이 가득했다.
화염이 일렁이는 마법검!
주먹만 한 보석이 박혀있는 황금방패!
미스릴로 만들어진 전신갑주!
무엇이든 베어버릴 것 같은 서늘한 푸른 예기로 빛나는 소드!
유리처럼 속이 다 비치는 투명한 창!
수천 개의 보석이 촘촘히 박혀있는 기묘한 가면!
보기만 해도 힘이 넘치는 건틀렛!
양 옆에 작은 날개가 달려있는 매끈한 가죽신발!
오색의 빛이 영롱한 하얀 가죽요대!
엘프 명장이 세계수의 가지로 정성껏 만든 활!
사람의 몸보다 더 큰 거대한 쇠망치!
연신 스파크를 튀기고 있는 번개문양이 멋지게 새겨진 은팔찌!
서진은 끝도 없이 펼쳐진 보물의 바다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을 했다.
‘다 가지고 싶다.’
그가 반쯤 구경을 하다 내린 결론이었다.
물론 그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서진이 만족을 할지는 그 자신도 장담할 수 없는 미지수였다.
하늘에서 황금의 비가 쏟아져 내려도 인간의 욕망을 다 채울 수 없는 법!
서진도 그 사실을 깨닫고 결국 단 한 개의 아이템을 고르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울였다.
‘뭘 가져가야 잘 골랐다는 소리를 듣지. 화염이 일렁이는 저 마법의 검을 가져갈까? 아니면 주먹만 한 루비가 박혀있는 황금방패를 가져갈까? 그것도 아니면 100% 순수한 미스릴로 만든 전신갑옷을 가져갈까? 진짜 고르기 힘들구나.’
지금 바로 서진의 경우가 아마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표현을 쓰기에 적합한 때일 것이다.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하나를 고르면 다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하나를 고르면 또 다른 놈이 눈에 자꾸 밟혔다.
이러다간 정말 몇날며칠이 걸려도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 같았다.
“아이고 머리야. 잠깐 좀 쉬자.”
서진은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사람처럼 그냥 바닥에 대자로 발라당 누워버렸다.
사실 뭐를 가져가도 자신에게 손해날 것은 없었다.
자신이 쓸 수 있으면 좋고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팔아치우면 그만이었다.
“어? 저게 뭐지?”
그때, 서진의 눈에 천정에 걸려있는 새까만 날개 한 쌍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장식품인줄 알았다.
하지만 눈에 힘을 주고 자세히 살펴보자 장식품이 아니라 이것도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감정!’
그는 검은 날개 한 쌍을 향해 감정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스르륵 떠올랐다.
[마왕의 날개: 용사에게 죽은 마왕이 남긴 날개 한 쌍이다. 착용하면 영혼에 귀속되며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다. 변신능력도 있다.]
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한 번 읽어봤다.
‘마왕의 날개? 진짜 용사가 마왕을 죽이고 얻은 걸까? 하늘을 자유롭게 날수 있다는 말이 아주 매력적이긴 한데…… 영혼에 귀속되는 아이템이라니! 정말 믿기 힘든 말이네. 거기에다 변신능력까지 있다고?’
그는 순간 고민했다.
고유능력 이지스를 가지고 있는 서진에게 사실 마법검, 투명창, 힘의 건틀렛, 세계수의 활, 미스릴 전신갑옷 등 각종 마법무구는 큰 효용가치가 없었다.
이미 강력한 원거리 타격수단을 가지고 있는 서진에게 굳이 약점이 있다면 근접해 오는 적을 피할 수단이 없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마법무구를 구하려면 라인하르트의 드워프 명장 란돌프나 엘프 아리아나를 통해 구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이 마왕의 날개를 꼭 가지고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지르고 보자.”
서진은 몇 번이나 생각해보다 결국 마왕의 날개를 가져가기로 했다.
그가 마왕의 날개를 얻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리자 신가하게도 천정에 걸려있던 마왕의 날개가 스스로 날갯짓을 하며 떠오르더니 훨훨 날아서 서진의 바로 코앞에 멈춰 섰다.
펄럭펄럭!
검은 날개는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서 날갯짓만 계속했다.
“너 지금 나하고 밀당하냐? 어서 이리오지 못해?”
서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퍼덕거리고 있는 검은 날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팔을 쭉 뻗어 날개를 잡았다.
화악!
순간 눈이 부실정도로 강한 빛이 검은 날개에서 폭사되어 나오더니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설마!’
서진은 허탈한 표정으로 입을 딱 벌리고 자신의 두 손을 쳐다봤다.
양쪽 손목 안쪽에 검은 날개 문양의 작은 문신이 각각 새겨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휴! 다행이다. 여기 숨어있었구나. 난 또 사라져버린 줄 알았네. 그런데 어떻게 마왕의 날개를 쓰는 거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서진의 머릿속에 이제는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그가 사용법을 생각을 하자 뇌리 속에 바로 마왕의 날개를 쓰는 방법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신기하네. 그런데…… 에잇! 이거 별로 어려울 것도 없잖아!’
서진은 마왕의 날개를 쓰는 방법이 뇌리에 떠오르자마자 바로 자신의 손과 발처럼 이 마왕의 날개를 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손을 어떻게 써야하나 굳이 고민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잘 사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서진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그리고 날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자 그의 등 뒤에서 우윳빛 반투명한 두 개의 날개가 번개처럼 솟구쳐 나오더니 좌우로 활짝 펴졌다.
펄럭펄럭!
서진은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의지에 따라 펄럭거리는 날개를 쳐다봤다.
그런데 자신의 등 뒤에서 펄럭거리는 날개는 아까 봤던 그 검은 날개가 아니었다.
‘마왕의 검은 날개는 어디로 가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반투명한 날개가 달려있지? 혹시 탈색이라도 된 건가?’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태창을 열고 장비 칸을 확인해봤다.
분명히 마왕의 날개가 장비되어있었다.
그것으로 미루어 볼 때, 검은 날개가 우윳빛 반투명한 날개로 변한 것이 틀림없었다.
서진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그냥 넘겨버렸다.
굳이 마왕의 날개가 꼭 검은 색을 띄워야 한다는 법은 없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말처럼, 검은 날개든 반투명한 날개든 잘 날기만 하면 그만이다.
펄럭펄럭! 펄럭펄럭!
서진은 제자리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해봤다.
그의 몸이 자연스럽게 위로 붕 떠올랐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는 허공을 천천히 유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곤두박질칠 뻔 했지만 곧 나는 행위에 익숙해져갔다.
후욱 파라락! 휘익 휘이익!
넓은 보물창고 위를 그는 신나게 날아다녔다.
이렇게 넓은 보물창고도 날아다니기에는 상당히 좁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당장 밖으로 나가 넓은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좋은 것을 얻었군.’
그렇게 한참을 날아다니던 서진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지상으로 하강했다.
더 이상 날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자 날개는 귀신같이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곧바로 그의 등 뒤로 스며들었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옷이 조금 찢어져 있는 것을 빼고는 날개가 있었다는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서진은 마왕의 날개를 얻은 것에 만족하고 황금의 문을 통해 보물의 방을 빠져나왔다.
빈손으로 나온 서진을 보며 엘프 비서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하지만 서진은 굳이 그녀에게 자신이 뭘 얻었는지 얘기해주지 않았다.
“영빈관에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살짝 삐진 표정을 한 엘프 비서가 서진을 영빈관으로 안내했다.
서진은 그녀를 따라 영빈관으로 가서 메탈리온과 아리아나를 만났다.
반가워하는 메탈리온과 악수를 하고 엄청 친한 척 팔짱을 끼며 달라붙는 아리아나의 뭉클한 몸을 상대하느라 그는 살짝 대략난감해졌다.
다행히 메탈리온이 그의 손목을 잡고 영빈관으로 끌고 들어가 상황은 자연스럽게 종료됐다.
셋은 가벼운 주제로 담소를 나누며 즐겁게 아침식사를 했다.
오늘따라 아리아나가 무척 귀여운 애교를 떨어대는 바람에 무척 예뻐 보여서 좀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그래도 제니를 생각해서 깔끔하게 무시해버렸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그들과 헤어지자 어느새 영빈관 앞에 그란데 마법사가 서있었다.
“아침식사 잘 하셨습니까?”
“네, 그런데 그란데 마법사님은 아침식사 안하십니까?”
“전 벌써 먹었습니다.”
그란데는 자신의 전매특허인 예의 그 환한 웃음을 날리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빨리 자신의 연구실로 가자는 신호였다.
서진은 그의 소극적인(?) 행동에 더 이상 뜸을 들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서 그의 연구실로 들어갔다.
연구실에는 엘프 마법사인 미키와 루크, 호미트 마법사인 릴리와 모하브가 벌써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곧바로 마법강의에 들어갔다.
강사는 예상대로 그란데였다.
“마법은 의지를 기본으로 하고 상상력을 이용해 마나를 가공하는 학문입니다.”
처음부터 의미심장한 마법의 정의를 내린 그란데는 서진에게 마법에 대한 기초강의를 차분히 시작했다.
서진은 자신이 이해하던 이해하지 못하던 상관하지 않고 그란데의 강의에 집중했다.
그렇게 10분이 지나자 그의 뇌리 속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스킬!]
서진은 손을 들어 그란데의 강의를 잠시 멈추게 하고 상태창을 확인했다.
스킬 칸을 살펴보니 ‘마법(F)’스킬이 떡하니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법이 스킬로 등록이 됐습니다. 등급은 F입니다.”
“오오오! 예상대로군요.”
“우리의 실험이 성공한 것인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진의 말에 그란데를 비롯해 미키, 루크, 릴리, 모하브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마법강의는 잠시 뒤로 미루고 이번에는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배웠으면 합니다.”
“혹시 그것도 스킬로 등록이 되는 겁니까?”
“아직 모릅니다. 한번 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좋습니다.”
그란데는 서진의 말에 바로 동의했다. 그는 품속에서 미리 복사를 해온 고대의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꺼내 서진에게 보여줬다.
“제가 아무리 화합의 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대어를 쉽게 읽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제가 대신 읽어드리죠.”
그란데는 서진과 같이 책상에 앉아 아이보리타워에서 복사해온 고대의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읽어주었다.
[띠링! 띠링! 띠링!]
[스탯! 스킬! 스킬!]
고대의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완전히 한번 정독하자 서진의 머릿속에 알림음이 연속적으로 울렸다. 상태창을 확인하자 서진은 눈을 크게 뜨며 반가워했다.
“새로운 스탯, 오러가 생겼어요. 거기에다 스킬에 마나 마스터리 스킬과 오러 마스터리 스킬이 생겼습니다.”
“오오오!”
“축하드립니다.”
“희한하군요. 이런 식으로 마나연공법과 오러연공법을 익힐 수 있다니……. 능력자들은 정말 신의 축복을 받은 존재인가 봅니다.”
그란데를 비롯한 마법사들은 서진의 일을 모두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줬다.
곧이어 고위마법사인 그란데의 친절한 가이드를 따라 마나연공법을 직접 익혀봤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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