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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장 - 유니언
“그만 돌아가자.”
-네, 마스터.
“네, 마스터.”
서진이 발길을 돌리자 로이가 즉각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마이키는 블루볼을 불러내 테이블 위를 가리켰다.
블루볼은 테이블 위로 가서 마법총기들을 몽땅 자신의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마이키, 그리핀과 와이번 사체는 어떻게 처분했어?”
-말씀하신대로 3분의 1은 엘프 공방에 팔았고 3분의 1은 경매에 넘겼습니다. 나머지는 도축한 뒤 블루볼 안에 보관해놓았습니다.
“대금은?”
-엘프 공방에서는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포션, 인스턴트 마나포션으로 대금을 지불했습니다. 경매로 넘긴 것은 모두 미스릴화로 받았습니다.
“잘됐군.”
안 그래도 지구에서 나지 않는 미스릴,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같은 희귀금속을 구하려고 했다.
포션과 인스턴트 마나포션도 가능하면 넉넉히 사놓을 생각이었.
그런데 엘프 공방에서 이렇게 미리 알아서 필요한 현물로 채워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이제 남은 일은 유니언에서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유니언에서 뭐 좋은 소식 없어?”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도대체 문제가 뭐래?”
-정확한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라인하르트 캐슬 지휘부에서는 유니언이 지구를 연합의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그냥 원조를 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연합의 일원과 원조의 차이가 뭔데?”
-그건 저도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6.26 전쟁(한국전쟁) 때 미군이 우리나라에게 했던 것이 원조다.
연합의 일원이라는 말과 원조의 문자적 의미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말이라는 것이 ‘아’다르고 ‘어’다른 것이다.
유니언에서 생각하는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면 문자적 의미는 아무런 쓸데도 없다.
도대체 유니언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탑으로 돌아오자 입구에 못 보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눈치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안녕하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상대편에서 대뜸 인사부터 해왔다.
서진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나같이 구름처럼 새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그들을 보자 왠지 유니언에서 나온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됐다.
“지구에서 오신 이 서진님 맞죠?”
“네, 제가 이 서진입니다.”
“그렇군요. 저는 유니언에서 나온 리몬입니다. 이 서진님과 일행을 모시러왔습니다.”
“아!”
닷새 만에 드디어 유니언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그것도 몸이 반투명한 리몬이란 자를 대표로 말이다.
서진은 반갑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모습에 리몬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어떠세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바로 준비해서 나오겠습니다.”
“네, 그럼 저희는 여기서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리몬은 웃음을 지으며 서진을 기다려주기로 했다.
서진은 리몬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탑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키, 모두 떠날 준비를 하고 로비로 모이라고 전해.”
-네, 마스터.
서진은 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연합파티를 소집했다.
하나둘씩 빠르게 짐을 챙겨 로비로 모여들었다.
그들도 이미 소식을 들은 것이다.
서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빠르게 짐을 챙겨 로비로 나왔다.
민연서를 마지막으로 연합파티원이 모두 모였다.
그러자 서진이 그들과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유니언으로 간다. 모두 지구의 대표라는 생각으로 행동을 조심해주기 바란다.”
“마스터, 우리가 유니언에 가는 진정한 목적이 뭡니까?”
“원조나 지원을 바라는 겁니까?”
서진의 말에 최강철과 원공유가 차례로 질문을 했다.
민연서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서진은 한마디로 정의했다.
“지구를 침략한 호드를 물리치기 위해 유니언과 전략적으로 연합을 하는 것이 목적이다. 원조나 지원만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기 바란다.”
“네, 마스터.”
“예, 마스터.”
모두 한 목소리로 서진의 말에 대답을 했다.
“가자! 유니언으로!”
서진의 목소리라 그 어느 때보다 의지에 불타올랐다.
* * *
거대한 크레이터!
그 한가운데에 세워진 상아빛 구조물들…….
두 개의 크고 작은 태양이 차례로 떠오르자 모리티아는 새벽을 뛰어 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빛의 향연!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상아빛 구조물에 반사된 두 개의 햇빛은 현란한 춤을 추듯 몽환적으로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유니언 본부.
상아빛 구조물 정 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원추형으로 아래는 넓고 안정적이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얇아지고…….
맨 위쪽에 거대한 공을 푹 꽂아놓은 것 같은 모양이다.
위이이이잉!
지상에서 출발한 승강기가 무섭게 위로 솟구쳤다.
한눈에도 마법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속도!
거대한 동전처럼 생긴 넓은 원형의 판 위에는 긴장한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승강기인가 봐!”
“그런가보네.”
“그런데 왜 이렇게 빨라? 심장 쫄깃해지게…….”
“설마 어떻게 되기야 하겠어?”
아래를 살짝 내려다본 강무호는 오공유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마법승강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드가 쳐져 있습니다. 떨어질 위험은 전혀 없습니다.”
“아! 네.”
반투명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리몬이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강무호와 오공유는 서로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며 무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슬쩍 서진의 눈치를 한번 살폈다.
하지만 서진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둘의 대화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유니언의 최고지도자들과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되지?’
서진은 지금 그들과는 전혀 다른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샤라랑!
맑고 고운 벨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승강기가 그에 맞춰 급격히 속도를 늦추더니 서서히 멈췄다.
“여러분!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모두 저를 따라오세요.”
“네.”
리몬이 제일 먼저 마법승강기에서 내렸다.
그러자 서진과 연합파티가 어미를 따르는 새끼오리들처럼 우르르 그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여기는 유니언의 영빈관입니다. 귀한 손님들을 모시는 곳이죠.”
듣기만 해도 가슴이 차분해지는 리몬의 맑은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다들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리몬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라 귀한 손님을 모신다는 유니언 영빈관이라는 말 때문이다.
“모두 열 분이시니 동쪽 타워의 스위트룸을 쓰시면 되겠네요.”
“이쪽 편에 있는 방 중 아무거나 골라서 쓰라는 말인가요?”
“네, 맞아요.”
제니의 물음에 리몬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그러자 다들 순간적으로 어떤 방을 고를지 몰라 눈만 껌뻑거렸다.
이럴 때는 누군가 나서서 방을 배정해주는 것이 좋다.
서진은 방문 앞에 써져있는 번호를 빠르게 훑어보더니 방을 배정했다.
“1011호부터 1020호까지 방이 열 개 있으니까 내가 1011호, 여자들이 1012호부터 1014호까지 쓰고 나머지는 남자들이 아무거나 골라서 써!”
“네, 마스터.”
서진의 말에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은 각자 번호를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스위트룸을 하나씩 골라 들어갔다.
잠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서진이 리몬을 쳐다봤다.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끝인가요?”
“아닙니다. 이 서진님만 준비가 되시면 언제든지 유니언의 의원들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의원들이요?”
“그렇습니다. 유니언 지도부는 상원과 하원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상원이 전략을 정하면 하원이 전술을 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
리몬의 말에 서진은 오마하가 전해줬던 유니언에 대한 정보가 생각났다.
“그럼 지금 당장 한번 만나보죠.”
“알겠습니다. 유니언 의원총회를 가시기 전에 세 번에 걸쳐 의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서진은 리몬의 말을 통해 세 번의 만남이 유니언의 세 개의 파벌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눈치 챘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죠.”
“네.”
서진이 리몬의 뒤를 따르자 로이가 얼른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리몬이 바로 로이를 제지했다.
“안드로이드는 이곳을 돌아다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웬만하면 방에 두시거나 아공간에 넣어두실 것을 권장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네, 물론이죠.”
생각해보니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로이가 유니언 본부를 돌아다니는 것이 이들에게는 좋지 않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진은 즉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블루볼에서 캡슐을 꺼내 로이를 집어넣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자 리몬이 이번에는 마이키와 클론볼에 태클을 걸었다.
“저것들도 회수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잘못하면 보안결계가 적으로 인식하고 공격을 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네, 그렇게 하죠.”
리몬은 손가락으로 정확히 마이키와 클론볼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진은 리몬이 어떻게 마이키와 클론볼을 찾아냈는지 신기했다.
이번에 엘프 공방에서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한 터라 절대 쉽게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리몬의 말대로 마이키와 클론볼을 전부 회수했다.
“그럼 가실까요?”
“제 무기와 전신갑옷은 괜찮은 겁니까?”
서진의 질문에 리몬의 눈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아공간에 넣어놓고 꺼내지만 않으면 괜찮습니다. 유니언 본부의 경비는 상급능력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원들도 상급능력자나 최상급능력자가 대부분이라서 중급능력자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 네.”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리몬의 말에 속에서 절로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말 자체는 유니언에 대한 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만히 그의 말을 곱씹어보면 결국 서진을 무시하는 말이 됐다.
‘내 등급이 중급이라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무시하는 건가?’
문제는 이게 단순히 서진에게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었다.
외교협상을 할 때 서로 격이 맞지 않으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서진은 자신 때문에 혹시라도 지구에 불이익이 갈까봐 그것이 걱정됐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리몬은 편안한 얼굴로 서진을 위층 회의실로 데려갔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리몬은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더니 회의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가슴에 세계수가 그려진, 순백의 제복을 입은 자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회의실로 들어오는 서진을 쳐다보며 호기심과 흥미의 눈빛을 번뜩였다.
‘이제부터 총칼 없는 전쟁의 시작이다.’
서진은 주먹을 꼭 쥐고 당당한 자세로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 * *
누가 그랬던가?
목욕하는 미녀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그녀에게는 빙기옥골이라는 말이 무색했다.
맑은 살결은 속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민연서는 욕조에서 나와 전신거울 앞에 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의 몸!
이슬 같은 물방울이 똑똑 떨어져 내린다.
들어갈 때는 들어가고 나올 때는 확실히 나온……
팔등신의 늘씬한 아름다운 여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물기를 닦을 생각이 없나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저 싱긋 미소를 짓는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레퍼토리다.
하지만 민연서가 그 말을 입 밖에 내뱉은 순간!
그녀의 흑진주 같던 두 눈동자가 돌연 진한 회색으로 변해버렸다.
동시에 그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아니 표정 자체가 완벽한 무표정으로 변해버렸다.
“אברה קדברה, תיקון תיקון יכול לתקן מאך ארבע באחה…….”
생기가 사라진 욕실!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주문!
도저히 그녀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조금도 깜빡이지 않는 그녀의 눈!
거울 속의 자신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얼마나 주문을 외웠을까?
갑자기 거울 속의 그녀의 입술이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때가 됐다. 클라우드를 만나라. 그를 만나면…….’
민연서의 입에서 주문이 뚝 끊어졌다.
“클라우드를 만나겠습니다.”
그녀는 거울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 모습은 마치 거울 안에 누군가 있기라도 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짙은 회색의 눈동자가 다시 검은 눈동자로 돌아왔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마치 틱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옆으로, 위로 툭툭 치듯 꺾였다.
그러더니 부르르 몸을 한번 떨었다.
다시 눈을 한번 깜빡거린 순간, 그녀의 눈에서 맑은 정광(正光)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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