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21화 (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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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 - 인큐베이터

“다음은 이번에 유니언 의원총회에 옵저버로 참석한 지구의 특사들을 만나보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주시기 바랍니다.”

짝짝짝짝짝짝!

짝짝짝짝짝짝!

넓은 유니언 의회장이 의원들이 치는 박수소리로 물들어갔다.

서진파티와 연어팀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유니언의회 허공에 거대한 마법영상이 떠오르더니 이들이 얼굴과 표정을 생생하게 보여줬다.

‘마법영상도 홀로그램 못지않게 멋지군.’

서진은 처음 보는 거대한 마법영상에 속으로 적이 감탄해마지 않았다.

홀로그램과는 또 다른 차원의 영상전달 방식과 영상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수소리가 좀 잦아지자 서진파티와 연어팀 모두 자리에 조용히 착석했다.

‘지금부터다.’

서진이 주먹을 꼭 쥐는 순간, 클라우드 의원과 이클립스 의원이 거의 동시에 손을 치켜들었다.

왜소한 체구를 가진 호미트 족 대장로 출신, 폴라 하원의장은 돋보기처럼 생긴 안경을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

그는 클라우드 의원을 힐끗 한번 쳐다보더니 이클립스 의원을 향해 발언권을 넘겼다.

“의제를 발의한 클라우드 의원에게는 이미 발언할 시간이 배정됐으니 이클립스 의원의 말을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장님!”

이클립스가 발언권을 얻자 클라우드의 인상이 살짝 구겨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클립스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사흘 동안, 대부분의 의원들께서 지구에서 오신 특사, 이 서진님을 만나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호드와 목숨을 걸고 전투를 벌이고 있는 행성 지구를 유니언의 일곱 번째 연합행성으로 초대할 것을 의제로 발의하는 바입니다.”

웅성웅성!

잠시 유니언 의회가 소란스러워졌다.

이클립스가 기습적으로 의제를 발의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라 하원의장이 보충설명을 하자 다들 다시 조용해졌다.

“의제를 기습 발의한 것은 아닙니다. 의원총회가 시작되기 전에 내게 직접 발의할 의제를 가져왔습니다. 여러 의원들께서는 이점 참고해주세요.”

하원의장이 직접 해명을 해주자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찬반투표에 들어가기 전에 반대의견이 있으신 분은 발언권을 신청해주세요.”

“…….”

폴라 하원의장은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자 바로 표결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시선 끝에 클라우드 의원이 손을 흔드는 것이 보였다.

“클라우드 의원! 이미 발언권이 배정되어 있어서 더 이상은 발언권을 줄 수 없습니다. 투표 끝나고 발언할 수 있는 시간에 하도록 하세요.”

“하지만…….”

“규정을 무시하면 이미 배정한 발언권을 박탈하겠어요. 의사진행방해에 대한 처벌규정도 적용할 겁니다.”

“끄응.”

결국 클라우드는 자기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제길, 당했다. 설마 지구를 유니언에 가입시키는 찬반투표를 먼저 발의해버릴 줄이야.’

클라우드는 자신의 동료의원들에게 눈짓을 했다.

반대의견을 내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다.

하지만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자신들이 나선다면 분명히 반대파에서도 찬성의견을 내는 발언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지금상황에서 그런 이전투구를 할 필요는 없었다.

거기에다 지금은 호드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히 호드와 싸우고 있는 지구를 유니언에 가입시키는 것이 정석이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무조건 이것을 막으려고 한다면 당연히 온건파의 의원들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이클립스를 쳐다봤다.

이클립스는 자신의 주변에 포진한 동료의원들을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내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구나. 이렇게 되면 지구에 콜로니 프로젝트를 맥시멈으로 실행하기는 불가능하겠어. 어쩌지? 할 수 없군. 미니멈으로 잡고 해야겠다.’

클라우드는 곧바로 자신의 전략을 수정했다.

어떻게 하든 한번이라도 콜로니 프로젝트를 사용해 큰 효과를 본다면 분명히 다른 의원들도 자신의 생각에 동조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반대의견이 없으시면 바로 투표에 들어가겠습니다.”

폴라 하원의장의 선언으로 지구를 유니언에 가입시키는 의제에 대한 찬반투표가 시작됐다.

서진을 비롯한 제니, 마리, 강백호, 우동면 모두 초긴장상태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모두 자신의 바로 앞 테이블에 놓인 버튼을 눌러 찬반의사를 표명했다.

투표결과는 곧바로 허공에 떠 있는 마법영상에 집계됐다.

하원 찬성 256 반대 49 기권 60

상원 찬성 36 반대 0 기권 0

압도적인 표차!

지구를 유니언에 가입시키자는 의제는 가결됐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서진과 그의 파티원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고 환호했다.

그 모습에 찬성표를 던진 유니언 의회 상·하원의원들이 모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제니와 마리는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렸다.

외국에 나가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다른 차원의 세계에 오자 그세 다들 지구에 대한 사명감이 생겨버렸다.

비록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서진을 따라왔다.

민연서를 추적하다 보니 어떻게 레무리아 행성을 가게 됐고, 나중에는 이렇게 유니언 본부가 있는 모리티아 행성까지 오게 됐다.

그런데 유니언 본부에 와서 실상을 알게 되자 마음의 자세가 달라졌다.

호드와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승리의 확률을 올리는 길은 바로 유니언에 가입하는 것이라는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소원하던 지구의 유니언 가입을 허락받았다.

이제는 지구로 돌아가서 유엔에 정식으로 비준을 받는 일만 남았다.

이러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하원이야 그럴 수도 있다지만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지다니……. 이거 잘못하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겠는걸.’

클라우드는 고개를 돌려 민연서를 쳐다봤다.

그녀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앞을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그 모습에 불안하던 클라우드의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래. 본인들이 원한다는데 지들이 어떻게 하겠어.’

클라우드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연설문을 들고 다시 한 번 검토했다.

“지구의 유니언 가입에 대한 의제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다음 의제 발의는 클라우드 의원이 해주시겠습니다.”

폴라 하원의장의 선언에 이어 곧장 다음 의제 발의자인 클라우드 의원에게 발언권이 넘어갔다.

클라우드는 자신의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그동안 저희 유니언은 호드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모릅니다. 또한 유니언의 발전을 위해 여섯 행성에서 온갖 노력을 아끼기 않았습니다. 그동안 잃은 생명이 얼마이며 그동안 들인 자원이 얼마나 되는지 누구보다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클라우드의 굵은 목소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사람의 가슴을 끄는 호소력도 있었다.

의원들의 마음에 조금씩 잔잔한 파도가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전황은 어떻습니까? 호드와 백중지세입니다. 백 년간 호드와 전쟁을 했는데도 여전히 전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에 본 의원은 지구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바탕으로 지구에 대대적인 지원과 원조를 해서 새롭게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웅성웅성!

또다시 의회장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클라우드 의원의 말에 다들 심적으로는 동조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가 제안하는 파격적인 전술은 지구의 피해를 전제로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었다.

그걸 다들 알고 있으니 소란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질문 있습니다.”

“클라우드 의원, 질문 받으시겠습니까?”

“네, 받겠습니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이곳에서도 지구의 어떤 나라의 의회와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다.

평소 클라우드 의원의 오른팔로 통하는 야혼 의원이 사전에 입을 맞추고 질문을 하기로 했던 것이다.

“클라우드 의원께서 발의하신 지구지원프로젝트는 지구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지원과 원조를 하자고 하셨는데 정말 지구인들이 먼저 요청한 겁니까?”

“그렇습니다. 제 뒤에 앉아 있는 분들은 지구에서 온 능력자들입니다. 지구에 수천 개의 차원의 균열이 생겨나 매일 수많은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쳐 현재는 회생불가능 한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이에 지구지원프로젝트를 시행해 지구를 좀먹고 있는 마수들을 몰살시키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의장님과 여러 동료 의원여러분! 몸에 있는 암 덩어리는 반드시 수술을 해서 도려내야하는 것처럼 지구를 침략한 마수들은 조금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전멸시켜야 합니다. 그게 아직 남아있는 지구인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웅성웅성!

폴라 하원의장은 잠시 의원들이 서로 얘기를 하도록 내버려뒀다.

경험으로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내버려두며 저절로 진정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몇 분 뒤, 다시 조용해지자 폴라 하원의장은 클라우드 의원을 쳐다봤다.

클라우드는 할 말을 다 했다는 신호와 함께 민연서를 가리켰다.

폴라 하원의장은 클라우드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정말 클라우드 의원의 말대로인지 지구에서 온 민연서 님의 말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폴라 하원의장의 말에 민연서가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났다.

그녀는 처연한 표정으로 장내의 의원들을 한번 둘러봤다.

그러더니 슬픈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지구는 지금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장 긴급처방을 하지 않으면 지구는 마수들의 소굴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분께 간절히 요청합니다. 지구를 구해주세요. 죽어가고 있는 지구를 제발 구해주세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제 목숨이라도 내어드리겠습니다.”

민연서는 눈물을 흘려가며 간절히 애원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애절하고 슬펐던지 일부 의원들의 눈이 촉촉이 젖어갈 정도였다.

그때, 루나 의원이 손을 들었다.

폴라 하원의장이 루나 의원을 지명했다.

“네, 루나 의원!”

“지금 민연서님의 의견은 개인의 사적의견입니까? 아니면 이 서진 특사를 포함한 지구인 전체의 공통된 의견입니까?”

“좋은 질문이군요. 클라우드 의원 질문에 답변해주시겠습니까?”

“네, 답변하겠습니다. 지구인 전체의 의견입니다.”

클라우드가 답변하자 서진이 바로 손을 들었다.

“이 서진 특사께서 손을 들어주셨네요. 직접 답변해주시겠습니까?”

“네, 의장님!”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민연서를 쳐다봤다.

민연서도 눈물을 흘리며 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참! 지랄 맞은 경우구나. 내가 사랑했던 여자의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정면으로 부정해야하다니…….’

그는 가슴이 에이는 고통을 참으며 최대한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저를 포함한 지구인 전체의 의견이 아닙니다. 이건 민연서 혼자의 개인적인 사견에 불과합니다.”

“민연서님 혼자의 생각이라니요? 엄연히 여기 네 분이 더 계시는데요. 그렇게 본다면 지구인 전체의 반 이상의 의견이 되지 않습니까?”

클라우드가 서진의 말을 예상한 듯 곧바로 반박했다.

그러자 폴라 하원의장이 클라우드를 쳐다보며 물었다.

“클라우드 의원, 민연서님 뒤에 앉아계신 네 분의 생각도 민연서님과 마찬가지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확실한 거죠?”

“네, 100% 확실합니다.”

클라우드가 장담을 하자 이클립스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걸렸다. 이 새끼야!’

이클립스가 고개를 돌려 루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루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번쩍 손을 들었다.

“네, 루나 의원!”

“클라우드 의원의 말이 맞는지 직접 그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으음, 좋습니다. 클라우드 의원이 그렇다고는 했지만 워낙 사안이 중대하니 한번은 묻고 넘어가야할 것 같군요.”

폴라 하원의장이 안경을 살짝 위로 치켜들고는 클라우드를 쳐다봤다.

“클라우드 의원!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클라우드가 자신만만하게 대답을 하자 앉아있는 의원들은 굳이 쓸데없이 이렇게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지 살짝 불만어린 표정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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