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24화 (124/225)

0124 / 0225 ----------------------------------------------

제31장 - 인큐베이터

“너 혹시 뭐에 씌웠냐?”

“뭐? 아니 이제 보자보자 하니까 아예 나를 귀신들린 년으로 만들고 있네?”

“네가 하는 짓이 꼭 귀신들린 여자 같아서 그래.”

“너 그런 여자 본적 있어?”

“아니.”

“그런데 왜 그딴 개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다 됐다. 그만 쉬어라.”

“야! 어디가? 내 얘기 아직 안 끝났어. 돌아와! 돌아오라고!”

서진이 벌떡 일어나 방문을 향해 걸어가자 민연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덜컹!

“아이고!”

“어머나!”

방문을 열자 제니와 마리가 앞으로 와당탕 쓰러졌다.

제니는 얼른 일어나 사과부터 했다.

“죄송해요. 마스터.”

“마스터!”

마리도 벌떡 일어나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

“네.”

“마리도?”

“네.”

“그럼 됐어. 들어가서 민연서 확실히 재워!”

“네, 마스터.”

서진은 제니와 마리가 문에 귀를 대고 엿들은 것에 대해 굳이 탓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제니와 마리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득달같이 민연서가 누워있는 캡슐로 다가갔다.

제니와 마리는 민연서를 싸늘하게 노려봤다.

“너 우리 하늘같은 마스터에게 아주 찰 지게 욕 잘하더라.”

“어디 우리한테도 한번 욕해봐. 좀 들어보자.”

제니와 마리가 캡슐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자 민연서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더니 바로 꼬리를 확 내렸다.

“언니들, 왜 이러세요. 진정하세요.”

“너 피부 참 좋다. 얼굴 관리 아주 잘했네.”

“머리카락 좀 봐! 이거 잘라서 팔면 돈 많이 받겠는데?”

제니와 마리의 손이 그녀의 머리와 얼굴에 닿자 민연서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신도 그녀들과 같은 여자다.

그래서 여자가 독해지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더 잘 알고 있었다.

민연서는 공포에 질린 눈에 불쌍한 얼굴표정을 지었다.

“언니들,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러는 너는 왜 우리 마스터에게 그따위 욕을 했어?”

“마스터가 네 반려동물이야? 아까 들어보니까 너 개소리 엄청 하더라. 나한테 복날에 개잡듯이 한번 맞으면 다시는 그런 개소리 안하겠지?”

“아닙니다. 앞으로 절대 마스터에게 욕 안할게요.”

“그걸 어떻게 믿어?”

“지구로 데려가기 전에 한 따까리 해야겠네.”

민연서는 이제 필사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다.

“살려주세요. 언니!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네?”

민연서의 말에 제니와 마리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제니의 얼굴이 미미하게 옆으로 흔들렸다.

그러자 마리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어디 네 말을 한번 믿어볼까?”

“잘 생각하셨어요. 앞으로 제가 언니들에게 정말 잘할게요.”

민연서는 숨을 헐떡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마리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그녀의 고유능력인 환상이 펼쳐진 것이다.

순간 민연서의 얼굴이 편해지더니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제 됐어.”

“정말 이걸로 된 거야?”

“응, 한 십년만 돌려볼게.”

“그걸로 민연서의 진심을 알아낼 수 있을까?”

“아마 가능할거야.”

마리의 확신에 찬 말에 제니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선을 내리자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은 민연서가 보였다.

제니의 머릿속에 갑자기 어렸을 때 읽은 동화 하나가 생각났다.

그 동화의 이름은 ‘Snow White(백설공주)’였다.

* * *

헤븐 가디언즈 길드본부 대연회장.

파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내외신기자 천여 명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방에서 동시에 플래시가 터지자…….

기자회견장은 한여름 대낮보다 훨씬 밝은, 환한 빛으로 도배됐다.

정면의 단상 위로 정장과 로브를 입은 십여 명의 남녀가 올라왔다.

그들이 모두 자리에 착석하자 눈에 확 띄는 미녀 한명이 마이크를 들었다.

“헤븐 가디언즈의 대변인 서태희입니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천여 명의 내외신기자들의 시선이 천사 같은 미소를 짓는 서태희 대변인에게 집중됐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 모신 귀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정중앙에 앉으신 분이 저희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이십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외신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또다시 단상은 동시에 터져대는 플래시의 불빛으로 환하게 밝아졌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가 처음으로 실체를 내보인 순간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서진의 얼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가슴에 삼족오의 문양이 선명한 란돌프의 전신갑주를 장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 왼편에 계신분이 헤븐 시큐리티 장건우 사장이십니다. 그리고 그 옆에 계신분이 헤븐 디펜스 아놀드 사장이십니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플래시의 불빛 세례도 마구 터져 나왔다.

헤븐 시큐리티와 헤븐 디펜스는 현재 세계 최대의 민간군사기업이다.

이 둘은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과 함께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 마수들을 물리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희생을 무릅쓰고 마수들과 싸우는 이들의 영웅적인 모습에 세계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하고 말았다.

전 지구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민간군사기업의 양대 수장!

이들이 동시에 기자회견장에 나타났으니 기자들이 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지 않고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태희의 다음 말에 다들 기절할 듯 놀라고 말았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 오른편에 모신 분은 지구를 침략한 마수들, 즉 호드와 각 차원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여섯 행성의 연합체인 유니언의 레이나 특명전권대사이십니다.”

서태희의 소개와 동시에 레이나 대사를 비롯한 일행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입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와아아아아아!”

그 모습에 내외신기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함성을 지르고야 말았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그리고 이어지는 카메라 셔터소리와 플래시!

도무지 잠잠해질 줄을 몰랐다.

“귀 좀 봐! 엘프 아냐?”

“맞아.”

“엘프가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미모를 가질 수 있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미모네.”

“호드가 뭐지? 유니언은 또 뭐야?”

“각 차원의 전쟁이라니……. 그럼 우주전쟁, 아니 차원전쟁을 하고 있다는 말이야?”

“대사라고 했어. 그것도 특명전권대사!”

“오늘 기사 나가는 것은 모두 무조건 특종이네.”

기자들은 아우성을 치며 진한 호기심에 목말라했다.

“많이 궁금하시죠?”

“네!”

서태희가 웃으면서 말하자 기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유치원생들처럼 일제히 대답을 했다.

“지금 바로 저희가 준비한 보도자료를 나눠드리겠습니다. 읽으시면서 나머지 귀빈들의 소개를 들어주세요. 질문시간은 맨 마지막에 충분히 드릴 테니까 진행을 방해하지는 말아주세요.”

서태희가 뒤쪽을 보며 신호를 하자 헤븐 가디언즈의 직원 수십 명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나눠줬다.

그녀는 그 틈에 레이나 대사의 옆에 있는 유니언의 귀빈들을 소개했다.

“레이나 대사 오른쪽에 계신 분은 유니언 의회에서 파견 나오신 루나 의원이십니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사하르 공사, 파이란 영사, 트리거 무관, 오토밀 무역관이십니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기자들은 실세인 루나 의원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엘프인 레이나 대사와 드워프인 파이란 영사, 호인족인 트리거 무관과 호미트인 오토밀 무역관을 향해 집중적으로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그럼 다 같이 홀로그램을 보고나서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서태희의 홀로그램이라는 말에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홀로그램은 아직 개발도 되지 않은 미래의 기술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홀로그램?”

“그런 게 어디 있어?”

“벌써 상용화된 거야?”

“설마, 그런 게 나왔으면 우리가 제일 먼저 알았겠지.”

“헉, 정말 홀로그램이다.”

“뭐야 저거? 진짜 같잖아.”

“화질이 끝내준다.”

“화질이 아니라 영상이라고 해야지?”

“3D영상이 맞는 말 아닐까?”

“뭐든지 간에 이건 특종이다.”

지잉!

기자회견장이 된 헤븐 가디언즈 대연회장 허공!

압도적인 영상미와 입체감을 앞세운 거대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천여 명의 내외신기자들은 모두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홀로그램이 주는 감동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헤븐 가디언즈 홍보부에서 편집한 홀로그램 영상!

그것은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3D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아니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실제와 구분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런 미친 영상미라니…….”

“입체감이 끝내준다.”

“지금 내가 저 안에 있는 느낌이야.”

“이 홀로그램 기술이 상용화되면 정말 대박을 치겠네.”

기자회견장 중앙을 가득채운 방송국 카메라맨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렸다.

그들은 방송국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답게 홀로그램이 상용화되면 어떤 여파가 일어날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설치해놓은 방송용 카메라를 통해 기자회견장의 모습이 생방송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곳은 유니언의 본부가 있는 모리티아 행성입니다. 중앙에 보이는 가장 크고 높은 빌딩이 유니언 본부가 들어선 구조물입니다.”

서태희는 중간 중간에 기자들이 궁금해할만한 내용들에 대해 친절히 설명을 보탰다.

홀로그램은 유니언과 호드의 정체, 유니언과 호드의 전쟁사, 유니언이 지구에 보내는 메시지 순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기자들은 그냥 홀로그램을 한번 보는 것만으로도 오늘 헤븐 가디언즈에서 왜 이런 기자회견을 열었는지 알 수 있었다.

홀로그램이 끝나자 기자들은 그제야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마수들과 싸우고 있는 것은 우리 지구만이 아닙니다. 홀로그램을 통해 보신 것처럼 전 우주는 지금 호드와 유니언의 진형으로 나뉘어져 거대한 차원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수, 마족, 마인, 투신, 사신. 피로 대변되는 호드와 맞서 싸우는 에이션트, 신수, 마법, 유사인류, 신성, 정령으로 대변되는 유니언은 지구와 연합하기를 원합니다. 백 년 동안이나 호드의 야욕을 물리친 유니언은 호드를 물리칠 충분한 정보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태희가 입을 열자 곧바로 홀로그램이 다시 떠올랐다.

홀로그램은 호드와 유니언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와 자료를 보여줬다.

호드(Horde): 시드라(마족행성), 아보림(마수행성), 크세르(마인행성), 디보트(투신의 행성), 리프(사신의 행성), 히마트(피의 행성)

유니언(Union): 모리티아(에이션트 행성), 뮤즈(신수행성), 클리프(마법의 행성), 호미니드(유사인류의 행성), 노바(신성의 행성), 나이아드(정령행성)

“이제 호드와 당당히 맞서 싸우는 여섯 개의 행성연합인 유니언에서 파견한 레이나 특명전권대사의 말씀을 청해 듣겠습니다.”

서태희가 발언권을 넘기자 레이나가 곧바로 바통을 터치했다.

“유니언의 특명전권대사 레이나에요. 지구인 여러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서 정말 반가워요. 저희 유니언과 힘을 합쳐 우주정복의 야욕을 드러낸 호드를 물리치도록 해요. 지구의 능력자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 유니언이 최선을 다해서 돕겠습니다.”

파파파팟 파파파팟 파파파파팟!

찰칵찰칵찰칵! 찰칵찰칵찰칵!

또다시 카메라 셔터음이 미친 듯이 울려댔다.

카메라 플래시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미친 미모를 자랑하는 엘프 레이나 대사의 말에 장내에 있는 기자들이나 방송을 통해 보는 지구촌 사람들이나 다들 자신도 모르게 마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현재 저희 유니언 대사관은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의 전폭적인 도움과 대한민국 정부의 협조로 유니언과 지구연합, 즉 유엔과 맺을 연합조약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흘 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과 대사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유니언과 유엔 사이에 조약을 언급하자 기자들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레이나는 이미 배포된 보도자료에 나온 내용뿐만 아니라 기자들이 좋아할만한 기사거리를 하나씩 풀어서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작품 후기 ============================

추천 한방씩 꽝꽝 찍어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