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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 2차 마수웨이브
9월9일 정오, 홍대입구역 사거리.
양화로와 홍익로가 교차하고,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이 있는 교통의 요지다.
평소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
오늘따라 한산하기만 하다.
아니 단지 그뿐이 아니다.
삼중으로 된 콘크리트 장벽들!
전신슈트를 입고 있는 능력자들!
중무장을 하고 있는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
모두 홍대입구역 사거리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틀어막고 있다.
그곳의 하늘은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맑고 청명했다.
뭉게구름이 둥실 떠다니고,
그 아래 수십 대의 드론들이 매처럼 하늘을 맴돌고 있다.
“시작됐다.”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사람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들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
홍대입구역 사거리 정중앙이다.
“카메라! 뭐해? 이거 생방송인 거 몰라?”
“죄송합니다.”
카메라맨은 설치해놓은 카메라를 급히 옆으로 이동시켰다.
차원의 균열이 생기는 모습부터 생생하게 찍으려고 단단히 준비했다.
방송국에서 급파한 리포터와 카메라맨들도 그들만이 아니었다.
홍대입구역 주변 건물 옥상 위,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잔뜩 포진해있다.
“정말 유니언에서 말한 대로 여기에 차원의 균열이 생길까요?”
“설마 유니언에서 헛소리를 하겠어.”
“그렇죠?”
홍대입구역 사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남쪽 건물 옥상!
같은 학교 신방과 선후배 사이인 기자 둘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때 선배기자가 돌연 새파랗게 젊은 신참기자를 향해 소리쳤다.
“야! 누가 여기서 담배 피라고 했어? 마수들이 담배냄새에 민감한 것 몰라?”
“죄송합니다.”
신참기자는 놀라서 담배를 떨어뜨렸다.
급히 발로 담배를 비벼 껐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그는 잽싸게 옥상을 내려갔다.
“저건 또 어디에서 온 놈이야.”
“여긴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한 곳이니……. 또 어느 기레기새끼가 만만한 신참을 대신 보냈겠죠.”
“기자라는 새끼들이 하나같이 현장을 무시하네.”
“그러니까 채널을 어디로 돌려도 뉴스들이 하나 같이 똑같지요. 기사들도 다 비슷비슷하고…….”
후배기자가 답답한지 상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하긴 아프카니스탄 카불에서 일이 터지면 꼭 리포터라는 새끼들이 두바이에서 떠들어대더라.”
“외국의 유명언론사에는 종군기자들도 많던데……. 우리나라는 왜 종군기자들이 없을까요?”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도 제대로 취재를 안 하고 책상에서 기사를 끄적거려 내는 놈들인데 전쟁터로 취재를 다니겠냐?”
웅!
그때 묘한 파동이 느껴졌다.
“어?”
“선배, 느꼈어요?”
“응,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진짜 차원의 균열이 생기려나 봐요.”
“저기 봐! 이미 만들어지고 있어.”
선배기자가 손을 들어 홍대입구역 사거리 중앙을 가리켰다.
후배기자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다.
사거리 중앙!
새까만 공 같은 것이 보였다.
그 검은 공 같은 것은 조금씩 커지며 자신의 몸집을 불려가고 있었다.
“저게 차원의 균열인가?”
“맞아. 저게 차원의 균열이야. 유니언에서 파견했다는 마법사들…… 정말 정확하네.”
“세상에! 차원의 균열이 어디서 생성될지 어떻게 알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렇게 정확히 예측했죠?”
후배기자는 놀라서 혀를 내둘렀다.
“낸들 아냐? 이렇게 되면 차원의 균열이 만들어지는 것을 아예 차단할 수도 있겠는데…….”
“국회의사당 앞에 생기려는 차원의 균열을 유니언 마법사들이 차단했다는 말, 아직 못 들으셨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
선배기자는 금시초문이란 표정으로 후배기자를 쳐다봤다.
“소식 참 늦으시네요. 그래서 어디 기자생활 하겠어요?”
“제기랄, 왜 난 이런 소식을 못 들었지?”
선배기자가 후배기자를 띠껍다는 듯 쳐다봤다.
그러자 후배기자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물었따.
“유니언에서 자문단을 파견한다는 소식은요?”
“그건 벌써 들었지. 그러는 넌, 유니언에서 헤븐 가디언즈를 통해 인스턴트 마나포션을 비롯한 각종 포션을 판매하고 지원한다는 소식은 들었냐?”
“아니요. 그거 소스 어디에요?”
“크흐흐, 안갈켜줌!”
선배기자는 승리의 V자를 그리며 후배기자를 약 올렸다.
그때, 귀청이 터질 것 같은 마수의 포효가 들려왔다.
쿠화아아아아!
직경 3m까지 자란 차원의 균열!
어느새 오르그나이트 한마리가 나타나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었다.
“으허!”
“어헉!”
오르그나이트의 살기 찬 고함소리에 선배기자와 후배기자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타구니 사이를 보니…….
둘 다 조금은 지린 모양이다.
그들은 부들부들 떨면서도 억지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돌려보니 주변 옥상에 있는 기자들과 카메라맨들도 적지 않게 놀란 듯, 바닥에 주저 앉아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오, 오르그나이트 맞죠?”
“맞아. 시작부터 E급 하급마수가 튀어나왔어.”
“이쯤해서 우리 그냥 철수하는 것이 어떨까요?”
“너나 해라. 나 회사에서 잘리기 싫다.”
선배기자는 억지로 다리에 힘을 주고 서서 사거리를 노려봤다.
벌써 오르그나이트가 수십 마리나 모여서 대열을 이루고 있었다.
“괜히 취재하라고 우리를 보낸 것이 아냐.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과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을 한번 믿어보자고.”
“난 왠지 저 장벽이 더 의지가 되네요.”
“지랄, 장벽이야 부서지면 그만이지.”
“설마 콘크리트로 만든 저 장벽들이 쉽게 부서지겠어요.”
“그거야 두고 보면 알겠지”
펑 퍼퍼퍼펑 퍼퍼펑!
타타타탕 타타타탕!
트르르륵 트르르르륵!
그때,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의 일제사격이 시작됐다.
유탄이 터지고 소총과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오르그나이트들의 몸에 숭숭 구멍이 뚫리고 픽픽 쓰러졌다.
“어? 능력자들이 스킬을 쓰는 게 아니라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총을 쏘네요.”
“그러게! 대마수용탄약은 최하급 소형마수에게나 통한다더니……. 하급마수도 잡을 수 있는 거였어?”
“아니에요. 분명히 하급마수에게는 효과가 확연히 줄어든다고 했어요.”
후배기자의 말에 선배기자는 눈을 빛냈다.
“야! 우리 저거 취재하자.”
“네?”
“저거 분명히 뭔가 있어? 모르긴 해도 아마 유니언에서 지원해준 탄약일 거야.”
“유니언에서는 화약무기를 거의 쓰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아냐. 저건 유니언에서 온 게 들림 없어.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효과가 좋을 리 없잖아.”
“정말 그럴까요?”
“내가 촉이 좀 좋냐? 분명히 뭔가 있어.”
“그게 사실이라면……. 유니언을 통해 탄약만 수입해도 마수들은 전멸시킬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단가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잖아.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한발에 몇 만원씩 해버리면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야.”
두 기자는 아직도 몸이 떨렸다.
하지만 특종을 위해!
몸에 힘을 꽉 주고 두 눈을 부릅떴다.
쏴아아아아!
그때 하늘에서 뭔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비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것들…….
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쿵!
쿠히이익! 쿠히이익! 쿠히이익!
오르그나이트들이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쓸려나갔다.
“뭐야?”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이 스킬을 썼나 봐요.”
“무슨 스킬이 이렇게 비 오듯 떨어지냐?”
“오르그나이트가 전멸했어요.”
“전멸은 개뿔! 마수웨이브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선배기자의 말처럼 오르그나이트들이 이제 뭉텅이로 차원의 균열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헤븐 가디언즈! 공격!”
헤븐 가디언즈 원거리 딜러들의 일제공격이 시작됐다.
휘익 콰콰콰쾅!
파지직 파지지직!
쐐애애앵 서걱서걱 쐐액!
피슝 펑 피슝 펑 피슝 펑!
피피핑 피피핑 피피핑!
커다란 화염구가 날아가 폭발했다.
오르그나이트의 몸이 산산조각 나며 허공으로 비산했다.
번쩍번쩍 스파크가 튀는 체인라이트닝이 떨어졌다.
오르그나이트들이 단체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몸을 떨어댔다.
윈드커터와 윈드블레이드가 날아갔다.
놈들의 몸이 난도질되어 버렸다.
얼음화살과 얼음 창이 쉴 새 없이 쏘아져갔다.
마수들의 몸이 얼고 또 터져버렸다.
화살이 빗발쳤다.
오르그나이트들이 고슴도치로 변해갔다.
2차 마수웨이브가 시작되자마자 하급마수부터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기자와 카메라맨들도 그 때문에 일제히 긴장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이유 때문에 놀라야했다.
헤븐 가디언즈 능력자들과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
이들의 너무나도 압도적인 전력 때문이었다.
“대격변과 1차 마수웨이브 때보다 마수들이 더 강해졌어.”
“그런데 어째 더 쉽게 잡는 것 같네요.”
“유니언에서 뭔가 도움을 줬나?”
“아마도 그랬겠죠.”
“저 모습이 생중계로 나가면 한동안 난리가 나겠는데…….”
“왜요?”
“너 저거 보고 뭐 느껴지는 것 없냐?”
“없는데요?”
“아이고 두(頭)야! 저들의 무력을 생각해봐! 앞으로 군대가 얼마나 쓸모가 있을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능력자들의 힘이 곧 한 나라의 국력이 된다는 말이죠?”
“어라? 그건 바로 알아먹었네.”
“왜 이러세요. 저 기자에요.”
“그래 알았다. 아무튼 견제가 좀 들어오겠어.”
“다른 나라는 몰라도 아마 우리나라는 힘들 거예요”
“왜?”
선배기자는 사거리에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후배기자는 목이 마른지 생수를 하나 꺼내 마시고 얘기했다.
“헤븐 가디언즈 본부가 어디 있죠? 거기에다 유니언 대사관이 임시로 어디에 입주해있어요?”
“그거야 여의도의 헤븐 가디언즈 본부 빌딩에 있지. 아!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
“딩동댕!”
“그 뜻이었어?”
“당연하죠.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동안 부정부패척결로 쓸려나갈만한 놈들은 이제 거의 다 쓸려나갔잖아요.”
“그렇지.”
“그러니 견제를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을 거란 말이죠.”
선배기자는 후배기자가 하려는 말의 진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청와대와 헤븐 가디언즈가 이상하게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
“정부와 국회에도 친헤븐파가 득세에요.”
“그러고 보니 네 말이 다 맞는 것 같다. 너 차라리 정치부로 가라.”
“싫어요. 난 앞으로 계속 능력자와 마수를 취재할 거예요. 내 미래가 여기 달렸어요.”
“어쩐지…….”
선배기자는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왜요?”
“요새 자꾸 나보고 정치부로 옮기면 어떻겠냐고 물어오는 놈들이 있어. 이제 보니까 앞으로 이쪽이 전망이 좋을 것 같으니까 바꾸려고 한 거였구나.”
“선배는 다른 때는 머리가 팍팍 잘 돌아가는데,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은 참 무딘 것 같아요.”
“어휴! 내가 그런 점이 좀 있긴 하지.”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한 느낌이 들었던지 선배기자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나저나 유니언 대사관은 어디에 짓는데요? 서울? 아니면 경기도?”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다 알아서 짓겠지.”
“대한민국 안에 유니언 대사관을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다 짓는 것도 우리에게 좋은 일은 아니야.”
두 사람은 이제 유니언에서 대사관을 어디에 지을지 유추를 해보고 있었다.
그때 홍대입구 사거리에 모여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쿠히이익 쿠이이익 쿠이잉…….
기자와 카메라맨들은 물론이고,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조차 눈앞에 보이는 엄청난 광경에 경악을 했다.
차원의 균열에서 나온 오르그나이트 수십 마리가 돌연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그들은 점점 더 높게 떠올라 수십 미터 허공에서 아등바등 대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수십 미터 아래로 거꾸로 떨어져 내렸다.
퍽 퍼퍼퍼퍼퍽…….
단단한 아스팔트에 수박이 깨지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려 퍼졌다.
오르그나이트들의 머리통이 박살나고 목이 부러져 즉사한 것이다.
차원의 균열 주변은 순식간에 보라색 피로 흥건해졌다.
“반중력 스킬!”
“반중력 스킬이 뭐예요?”
“말 그대로 중력을 없애거나 반대로 역전시키는 스킬이야.”
“그런 스킬도 있었어요?”
“나도 얼핏 듣기만 했어. 헤븐 가디언즈의 제1공격대도 온 모양이군.”
“제1공격대라면 헤븐 가디언즈의 정예 중에 정예라는 능력자들 아니에요?”
“맞아. 오늘 헤븐 가디언즈에서 아주 제대로 준비를 했나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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