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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 2차 마수웨이브
선배기자는 급히 자신의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꼈다.
그리고 반중력 스킬을 시전하고 있는 능력자를 향해 초점을 맞췄다.
그 모습에 후배기자도 질세라 카메라를 들었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디지털카메라라 필름걱정안하고 둘은 마구 셔터를 눌러댔다.
“어? 그 옆에 서있는 사람 혹시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 아니에요?”
“어디?”
“지금 반중력 스킬인가 뭔가 쓰고 있는 능력자 오른쪽 옆에 서 있는 전신갑주를 걸친 사람 말이에요.”
“맞아. 기자회견장에서 본 그대로네.”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찰칵!
둘은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라는 것을 확인하자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다.
잘하면 좋은 사진을 건질 수도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사진을 찍고 있는 사이,
이미 몇몇 방송국의 카메라가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와 반중력 능력자를 찍어 생방송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당장 대형 포털사이트에 그들에 대한 정보가 올라갔다.
유티비에도 동영상이 올라갔다.
SNS를 통해 이 소식 빠르게 퍼져나갔다.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와 ‘반중력 능력자’가 실시간 검색순위 1, 2위에 등극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었다.
-마스터, 반중력 스킬이 참 효율적이네요.
“단점도 확연히 보이는군.”
-세상에 장점만 있는 스킬이 어디 있습니까?
“그건 그렇지. 이 친구는 반드시 파티로 움직여야겠어.”
메딕의 말에 서진은 반중력 스킬을 펼치고 있는 청년의 얼굴을 쳐다봤다.
20살은 됐을까?
많이 힘든지 연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는 서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미래에 S급 능력자로 발돋움하게 되는…….
헤븐 가디언즈 제1공격대 대원!
인도네시아 출신 능력자 수카르노였다.
서진은 엄지를 척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수카르노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그려졌다.
헤븐 가디언즈 마스터에게 인정을 받아 기뻤던 것이다.
“반중력 스킬을 몇 번 썼지?”
-세 번입니다.
“확실히 전략적으로 좀 키워줘야겠어. 겨우 그 정도로 저렇게 헉헉거리다니…….”
-모든 사람이 다 마스터 같진 않습니다.
“무슨 소리야? 나 아직 상급능력자도 아니야. 이제 겨우 중급능력자라고.”
-마스터, 미래에 S급과 A급 능력자가 되는 제1공격대 대원중에 중급능력자에 입문한 자가 아직 반도 되지 않습니다. 평균 레벨이 70대에 불과해요. 그것도 미래와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라고요. 그에 비하면 마스터는 이번에 던전에서 레벨 120 찍고 등급도 C+급으로 올리셨잖아요.
“난 아직 많이 부족해.”
-마스터, 요새 너무 서두르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추세로 가도 20레벨은 금방 찍습니다. 레벨140이면 B-급이 되니 상급능력자에요.
메딕의 말에 서진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진은 이상하게도 자꾸 레벨을 올리고 싶었다.
왠지 꼭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알 수 없는 절박감이 자신의 내면을 계속 울리고 있는 것이다.
“메딕, 수카르노 지쳤어.”
-네, 마스터. 수카르노 빼고 차오스를 투입하겠습니다.
“차오스면 중력 스킬인가?”
-네, 그렇습니다. 참고로 그는 산동출신입니다.
메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카르노가 물러나고 차오스가 나섰다.
차오스는 서진에게 정중히 고개를 한번 숙인 뒤 스킬을 발휘했다.
자신의 고유능력인 중력이었다.
짧은 단발에 단단한 몸을 지닌 차오스!
그가 두 손을 위로 들자마자,
오르그나이트들의 참혹한 비명소리가 사거리를 진동시켰다.
꾸이이익 쿠에에엑 끄아아아악…….
“우웨엑!”
“우욱!”
“어헉, 도저히 못 보겠다.”
“이건 뭐 그냥 압축기로 눌러버리는 스킬이네.”
그렇다.
중력 스킬이란 그냥 찍어 눌러버리는 스킬이다.
차원의 균열을 빠져나온 오르그나이트 수십 마리를,
말 그대로 거대한 대형 프레스로 압착시키는 모습!
머리통과 뼈가 짜개지고,
온몸의 찌그러지다 터지고,
내장이 쏟아지고 피와 뇌수가 국물이 되어 흐르는,
경이로운 광경!
정말 그로테스크했다.
그 모습을 본 기자와 카메라맨들은 하나같이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와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능력이군.”
-이번은 좀 만족하셨습니까?
“응, 차오스의 능력이라면 어떤 레이드에서도 빛을 발할 거야.”
-헤븐 가디언즈에 들어온 첫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을 하고 능력을 개발했습니다.
“그랬군. 보너스 좀 두둑이 챙겨줘!”
-네, 마스터.
신상필벌이 확실한 곳!
바로 헤븐 가디언즈다.
잘한 사람은 그만큼 대접을 받는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
이것이야말로 헤븐 가디언즈를 지탱해주는 핵심 축이다.
-마스터,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이 급히 뵙자고 하십니다.
“지금?”
-네, 지금 뵙고 싶어 하십니다.
“혹시 여기 왔어?”
-네, 뒤쪽 커피전문점 2층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럼 가봐야지.”
서진은 차오스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두 번 두들겼다.
차오스는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세계 최강의 사나이라고 불리는,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가 자신의 어깨를 잡아줬다.
차오스는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서진은 그것을 보지 못하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뒤쪽에 있는 커피전문점을 향해 걸어갔다.
미리 손을 썼는지 그곳은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로 가득 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이 보였다.
하지만 자리에 그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하르 공사, 파이란 영사, 트리거 무관, 오토밀 무역관!
지구 주재 유니언 대사관 팀이 모두 모여 있었다.
서진은 투구의 안면가리개를 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 다들 여기서 뭐 하십니까?”
“서진을 보러 왔어요.”
“저를요?”
“네.”
서진은 빈 자리에 앉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서진이 도와줘야할 일이 있어요.”
“말해보세요. 도와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뭐든 도와드리죠.”
서진의 호언장담에 레이나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 말을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어느 국가와도 이해관계가 없는, 유니언 대사관을 설치할 수 있는 땅을 구해주세요.”
“네?”
레이나의 말에 서진은 순간 멍해졌다.
세상에 그런 땅이 어디 있겠는가?
“혹시 남태평양의 섬 같은 데로 구해달라는 겁니까?”
“아니요. 가급적이면 서진이 살고 있는 대한민국과 가까운 곳이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에 유니언 대사관을 세울 생각은 없고요?”
“우리끼리 의논을 해본 결과, 그건 너무 대한민국과 밀착하는 느낌을 줄 것 같아요.”
“그냥 솔직히 어디에다 유니언 대사관을 짓고 싶은지 말해주세요.”
머리가 아파진 서진의 말에 루나가 냉큼 대답을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네? 북한이요?”
서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이라면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前),
마치 온 세상을 핵무기로 다 쓸어버릴 것 같이 기세를 올리던 곳이다.
지구촌의 문제아!
아니 이단아!
말이 통하지 않는 독불장군의 일방통행인 나라!
개망나니 새끼가 자국의 국민을 수도 없이 굶겨 죽이는 나라!
서진의 머릿속이 조금씩 복잡해졌다.
“거기라면 어느 국가와도 이해관계가 없잖아요.”
“정말 꼭 거기에다 유니언 대사관을 세우고 싶어요?”
서진은 어지간하면 북한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질문했다.
“네.”
“거긴 사회간접시설이 전혀 발달한 곳이 아닌데…….”
“그건 걱정하지 말아요. 유니언에서 조립식 블록으로 만들어서 가져오면 되니까요.”
말을 들어보니 알 것 같았다.
이들은 이미 북한 땅에 대사관을 세우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네, 개성이요.”
물어보니 바로 구체적인 장소까지 말한다.
“개성이라……. 일단 알겠습니다. 한번 알아보죠.”
“고마워요. 대신 대가는 확실하게 지불할게요.”
“알겠어요. 그런데 언제까지 구해줘야해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대가도 그에 맞게 커질 겁니다.”
“그럼 당장 알아봐야겠네요.”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야 좋지요.”
레이나가 환하게 웃었다.
그녀를 보니 마치 세상이 다 같이 환하게 웃는 느낌이 든다.
제니와 마리, 엘프 아리아나를 보면서 내성을 키우지 않았다면 단박에 반했을 만한 매력적인 모습이다.
‘역시 엘프의 미모는 반칙에 가깝군.’
서진은 그들과 잠시 얘기를 더 나눴다.
레이나 대사가 서진에게 대외비 서류를 넘겼다.
거기에는 유니언 대사관 설치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져 있었다.
서진이 서류를 빠르게 넘기며 훑어봤다.
메딕과 마이키도 같이 서류를 읽었다.
메딕과 마이키는 곧바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즉시 몇 개의 시나리오를 뽑아냈다.
또한 그에 맞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잘 부탁해요.”
“물론이죠.”
서진은 곧바로 커피전문점을 빠져나왔다.
다시 홍대입구 사거리로 걸어갔다.
헤븐 가디언즈 제1공격대 능력자들이 하나씩 나와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제1공격대 대장과 부대장 그리고 간부들!
그들은 냉철하게 대원들을 하나씩 평가하고 있었다.
“메딕, 들었지?”
-네, 마스터.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이 대사관 부지로 개성을 택했어.”
-그들이 참 의외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틀린 선택은 아니야. 다만 그렇게 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따라야겠지.”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권을 무너뜨려야합니다.
“가능하겠지?”
-북한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입니다.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겠지.”
-살쾡이 정도는 됩니다.
“그래봤자. 핵무기도 없는 놈들이야.
-그래도 북진을 하는 것은 피해가 큽니다.
“벌써 시나리오 몇 개는 짜본 모양이네.”
서진의 말에 메딕이 자신있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마이키와 같이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내부에서 무너뜨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개입할 여지를 주게 되잖아.”
-중국은 지금 자국에서 일어나는 2차 마수웨이브를 막기에도 정신이 없습니다.
“하긴 땅이 넓고 인구가 많은 만큼 차원의 균열도 많아지고 마수들도 많이 나올 테니까. 그래서 최선의 시나리오가 뭔데?”
-미래에 북한의 S급, A급 능력자가 될 자들을 우리가 비밀리에 후원하고 있었던 것 기억하십니까?
“응, 기억난다. 그들을 이용하려고?”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도 능력자협회가 있습니다. 이름이 좀 촌스러워서 그렇지.
“지도자동지를 위한 영웅들의 모임이었지 아마?”
-맞습니다. 어쨌든 미래에 북한의 S급, A급이 될 능력자들을 동원하여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의 최고지도부를 일시에 제거하고 정권을 장악하겠습니다.
“성공확률은 충분하지?”
-아주 높습니다. 다만 얼마나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서진은 잠시 생각을 해보다 보다 나은 방법을 선택했다.
“만약 극비리에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그럼 더 이상 문제될 것이 없지요.
“제일 중요한 것이 김정은과 그의 추종세력의 소재확보야.”
-그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김정은과 그의 추종세력들은 모두 나노로봇과 메디봇에 의해 소재가 파악됐으니까요.
“그래? 언제?”
-대격변 이전입니다. 당시 하도 핵무기를 쏘겠다고 위협을 해대서 제가 보험을 들어놓는 마음으로 대비를 했습니다.
“하하하, 잘했어. 하긴 그 돼지새끼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고 엄청 설쳐대긴 했지.”
서진은 크게 만족했다.
메딕의 준비성에 이날처럼 기뻤던 적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오늘 자정이라도 바로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작전명 ‘돼지 얼굴보고 잡자’를 즉시 시작하겠습니다.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와 헤븐 시큐리티의 정예를 차출해서 최대한 빨리 일을 해결하도록 해.”
-네, 마스터.
“참 평양에는 나도 간다.”
-그건 좀…….
“이의는 받지 않는다. 그렇게 알고 준비해.”
-네, 마스터.
메딕은 서진의 고집에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대신 즉시 북한의 능력자협회인 ‘지도자동지를 위한 영웅들의 모임’ 대장에게 연락을 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디데이와 거사시간을 결정했다.
내일 새벽 3시!
북한에 천지개벽이 일어날 시간이다.
꾸히이익 꾸이익 쿠아아악!
홍대입구 사거리에 나타난 차원의 균열!
정말 끝도 없이 마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마수들은 나오는 족족 참혹한 비명을 질러야했다.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이 돌아가면서 그들을 잡아 죽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은 주변을 철통같이 봉쇄했다.
그래서 단 한 마리의 마수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전역에서 일어난 2차 마수웨이브 첫날은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시큐리티에 의해 무난하게 잘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니언의 도움으로 인해 2차 마수웨이브는 대격변과 1차 마수웨이브에 비해 큰 피해 없이 마수들의 침략을 잘 틀어막고 있었다.
2차 마수웨이브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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