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32화 (13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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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 2차 마수웨이브

미국은 즉각 반발했다.

종전의 주체가 대한민국이 아니라 유엔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다렸다는 듯 유엔에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남북한의 종전합의와 불가침조약을 환영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새가 됐다.

대놓고 따졌는데,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유엔은 더 이상 그들이 알던 예전의 그 유엔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북한에서 동시에 기습적인 발표가 있었다.

남북한통일 합의!

전격적인 통일선언이었다.

김정은과 그의 추종세력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세력!

그들은 군사와 외교를 대한민국과 하나로 합치기로 결정했다.

물론 북한은 일정기간 대한민국의 지원 아래 자치를 하기로 했다.

당장 통일한다고 서로 왕래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었다.

허나 그것만으로도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

“지금 여러분은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하고 계십니다. 1950년 6월25일 포성이 울린 이래 무려 66년 만에 한국전쟁이 끝났습니다. 종전협정에 서명한 대한민국의 국방장관과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이 서로 악수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이어 불가침조약의 서명식이 이어지겠습니다.”

“……보이십니까? 대한민국 국군의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가 북한군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일제히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행렬이 정말 끝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들은 평양, 함흥, 청진 등을 거쳐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쉬지 않고 달릴 계획입니다.”

“2차 마수웨이브가 끝나자마자 정부는 가용한 모든 운송수단을 동원해 북한에 쌀과 보리, 밀과 옥수수 등 식량과 의복, 겨울을 날 수 있는 연료 등을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이로써 북한주민은 66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와 북한 능력자협회가 오늘 정식으로 통합됐습니다. 북한의 능력자 대부분이 헤븐 가디언즈에 가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헤븐 가디언즈에서는 이에 평양, 함흥, 청진 등에 지점을 열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헤븐 시큐리티에서 단계별로 10만 명의 직원을 모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차로 이번 달만 1만 명을 뽑을 생각이라고 합니다.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청년실업률은 이로 인해 크게 낮춰질 전망입니다.”

“유엔의 전 상임이사국이었던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5개국의 피해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컸던 것으로 발표되어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유니언과 반목을 했던 이들 5개국에서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디펜스가 전격적으로 철수를 결정했던 점이 그 원인으로 분석되어 각 정부를 향한 자국민들의 비난과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비록 유니언의 실력행사 이후 빠르게 태도를 바꿨지만 철수했던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디펜스의 복귀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공백을 메우기는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차 마수웨이브 때,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의 피해가 경미했다는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에서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디펜스가 전격적으로 철수해서 생긴 반사이익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 상임이사국 5개국 정부는 현재 헤븐 가디언즈와 헤븐 디펜스가 완전히 복귀했다고 공식발표했습니다.”

“유니언은 오늘 헤븐 가디언즈 본부와 지부 그리고 일부 지점에 시범적으로 제한적인 유니언상점을 오픈해 운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상상속의 아이템들이 널려있다고 알려진 유니언상점의 시범운영이 지구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팟!

거대한 홀로그램이 꺼지듯이 사라졌다.

서진과 레이나 대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봤다.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뜨거운 커피 잔 사이로 냉기가 흘렀다.

“개성과 판문점 사이에 있는 땅을 받기로 했다면서요?”

“서진의 도움이 컸어요.”

“대가는 유니언상점인가요?”

“무슨 소리에요? 헤븐 가디언즈 본부와 지부, 지점을 연결하는 게이트도 연결해줬잖아요.”

“으음.”

유니언 대사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북한의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 대가로 언젠가는 생길 유니언상점의 오픈!

그것도 제한적인 시범운영이 타당한지 생각해봤다.

헤븐 가디언즈 본부와 지부 그리고 지점을 잇는 게이트 네트워크!

역시 대가로 충분한지 생각해봤다.

“혹시 부족하다고 생각하세요.”

“충분해보이지는 않네요.”

“욕심이 많으시군요.”

레이나는 살짝 눈을 흘기며 서진을 쳐다봤다.

피가 한쪽으로 확 몰릴 듯한 요염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뇌정이 있는 서진에게는 어린아이 장난일 뿐이다.

“나와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 그리고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얼마나 동원됐는지 생각해보면 그런 소리는 못할 겁니다.”

“음!”

“뭐 더 주기 싫다면 안줘도 됩니다. 앞으로 자주 볼일은 없겠네요.”

서진이 커피 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일어나려고 했다.

“잠깐! 왜 그렇게 성질이 급해요. 내 말 아직 안 끝났어요.”

“그래요?”

레이나의 말에 서진은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소파에 내려놓았다.

“지구와 유니언의 무역 쿼터 10%를 드릴게요.”

“그 정도면 나쁘지 않군요.”

그제야 서진의 얼굴에서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지구와 유니언의 무역 쿼터 10%!

유니언과의 수출입 물량의 10%를 독점한다는 뜻이다.

이는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었다.

“지구와의 정식 무역은 언제부터 시작하죠?”

“다음 주 화요일. 그러니까 9월20일이 되겠네요.”

“지구와 유니언을 연결하는 유니언게이트는 언제 열죠?”

“일단 개성과 판문점 사이의 땅에 대사관을 세워야지요.”

“거기에다 열 생각이군요.”

“맞아요. 다음 주 화요일, 유니언 대사관 오픈 공식파티에 꼭 오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좋은 성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유니언의 의무! 꼭 지키세요.”

서진은 덕담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로 주고받을 것 다 주고 받았다.

괜히 더 있어봐야 눈만 어지럽다.

그는 영빈관을 나와 레이나와 헤어졌다.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너도 수고했다.”

-천만에요. 드디어 우리의 소원인 남북한 통일이 이루어졌군요.

“또 어디서 뭘 봤나보군.”

-기쁘지 않으십니까?

“당연히 기쁘지. 이제 남북한이 하나가 됐으니 예전처럼 강대국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개처럼 딸랑거리는 짓 따위는 안 해도 될 거야.”

서진은 수십 년 동안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온갖 수모를 받으며 치욕을 감수해야했던 대한민국의 지난역사를 생각해봤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마스터, 그런데 유니언의 의무는 언제 이행하실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서진은 뜬금없다는 듯 메딕에게 물었다.

-설마 유니언에 가입한 후 이행해야하는 연합행성의 의무 조항을 안 읽어보신 겁니까?

“당연히 안 읽어봤지. 그건 유엔에서 알아서해야하는 거잖아.”

-마스터, 유엔에서 유니언대사의 요구를 수용해 마스터를 지구대사로 임명했습니다.

“뭐야?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어제 저녁 유엔에서 결정 났습니다. 아직 책상 위에 올려놓은 서류들을 읽어보지 않으셔서 모르고 계신 겁니다.

그는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했다.

“이것들이……. 다 미친 거 아냐? 누구 맘대로 나를 지구대사에 임명해?”

-마스터, 그렇게 화만 내실 일이 아닙니다. 지구대사라면 유니언에서 지구에 대한 일에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유엔사무총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실권과 힘을 가지게 되는 자리입니다. 물론 마스터가 싫다면 고사하면 됩니다. 그럼 유엔에서 다른 자를 뽑아 지구대사로 세우겠지요.

처음에는 화가 났다.

하지만 메딕의 말을 듣고 보니…….

정말 화만 낼 일이 아니었다.

전 세계 나라가 회원국인 유엔!

유엔을 이끌고 있는 유엔사무총장!

그보다 훨씬 더 큰 힘을 가진 지구대사!

실질적인 무력이 있고,

통상과 무역에 관한 전권을 휘두르는 직책!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구미가 당겼다.

“지구대사가 되면 일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마스터, 저와 마이키 그리고 그 많은 비서들 뒀다뭐하실 겁니까?

“그렇지. 메딕과 마이키가 있었지.”

-아무 걱정 하지 마십시오. 지구대사직을 보좌할 똘똘한 비서들로 비서진을 만들고 복잡한 문제는 제가 알아서 다 해치우겠습니다.

“음, 그렇다면야…….”

그제야 서진은 지구대사직을 수락할 용의가 생겼다.

“가만 유니언의 의무라는 게 뭐였지?”

-능력자 10만, 전투병 100만을 유니언포스에 합류시키는 겁니다.

“뭐야? 능력자 10만, 전투병 100만? 미친 거 아냐? 모병은 누가하고, 전비는 누가대고?”

-무기와 장비, 보급, 급료, 전비 일체를 유니언포스에서 100% 제공합니다. 그리고 당장 보내라는 것도 아니고 상황에 맞게 5년 안에 보내라는 겁니다. 물론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최대 10년까지 기간이 연장됩니다.

“그럼 1차로 능력자 2만에 전투병은 20만을 보내야한다는 거야?”

-굳이 그렇게까지 많이 보낼 필요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능력자 1만, 전투병 10만을 보내시죠.

“그럼 지구는 누가 지키고?”

-유니언에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서진은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을 해봤다.

헤븐 시큐리티에서 단계별로 10만 명의 직원을 모집한다고 발표한 것이 아무래도 이때문인 모양이다.

그러다 문득!

어떤 것에 생각이 미치자 정신이 번쩍 났다.

“메딕, 이거 어쩌면 큰 기회가 될지 몰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구에서 마수를 잡는 것보다 레무리아 행성에서 마수를 잡는 것이 훨씬 레벨이 잘 올랐어. 무기와 장비, 보급, 급료, 전비 일체를 유니언포스에서 100% 제공한다고 했지?

-네, 마스터.

“이건 결국 유니언에서 용병을 구한다는 소리야. 처음이니까 위험한 전선으로는 배치하지 않을 것이고, 독립작전권만 가진다면 이거 나쁘지 않겠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메딕이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서진은 대답보다 자신의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지구에 각성한 능력자가 얼마나 되지?”

-약 74만 명입니다.

“그중 헤븐 가디언즈에 가입한 사람은?”

-50%가 조금 넘습니다. 하지만 등급이 높을수록 비율도 더 높아집니다.

“그렇겠지. 미래의 S급, A급 능력자들을 우리가 처음부터 반은 선점하고 들어갔으니까.”

헤븐 가디언즈 제1공격대가 바로 그 증거다.

미래에 S급이 되는 능력자가 50명!

A급이 되는 능력자가 500명이나 모여 있었다.

지구 전체로 보면 3분의 2!

아마 그 이상이 헤븐 가디언즈에 몰려있을 것이다.

-혹시 헤븐 가디언즈 소속 능력자로 1만을 채우고 헤븐 시큐리티 대원으로 전투병 10만을 메꿀 생각이십니까?

“맞아. 바로 그거야.”

서진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때 메딕에게 새로운 정보가 입수됐다.

-마스터, 유엔에서 새로운 결의안이 가결됐습니다.

“뭔데?”

-마스터를 지구대사에 이어 지구군 총사령관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런데 유니언의 의무에 관한 것이 마스터의 전결로 처리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말이 좋아 전결이지…….

결국 혼자 알아서 유니언의 의무를 지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뭐야? 이것들이 나를 물 먹이려는 수작이로군.”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전 상임이사국이었던 5개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이 뒤에서 손을 쓴 모양입니다. 마스터, 바로 해결하습니다.

“아니야. 그냥 내버려둬! 그들은 아직 유니언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서 그런 헛짓걸이를 한 거야. 그것보다 오늘 내로 능력자 1만 명을 선별해서 헤븐 가디언즈 본부로 집결시켜!”

-네, 마스터.

결국 서진은 결단을 내렸다.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에게 물어봐서 지원하는 대원들은 바로 뽑아서 보내고, 모자라는 숫자는 남태산에게 얘기해서 보충해. 북한군이 국군에 흡수되면 나머지는 전부 해산시킬 예정이라서 아마 남는 병사들이 꽤 될 거야.”

-하지만 북한군은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입니다. 전투병으로 쓰기에는 많이 모자라지 않습니까?

그렇다.

북한군은 현재 거의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였다.

간신히 살아서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는 자들!

이런 자들로 무슨 전투력을 기대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질보다 양이 중요할 때도 있는 법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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