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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 울르다 전선
“마수들과 근접전을 벌이면 어차피 북한군이나 국군이나 오십보백보야. 그리고 그런 불쌍한 녀석들을 데리고 가야 유니언에서 지원을 팍팍해주지. 이번 기회에 배고픈 북한군을 헤븐 시큐리티 대원으로 흡수하고 충성스런 정예병으로 한번 키워보자고.”
-네, 마스터의 뜻대로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메딕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가 아주 작정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자,
단 하루 만에 능력자 1만이 채워졌다.
그들 모두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에다 전부 지원자였다.
그 시간, 서진은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을 붙잡고 밤새도록 설전을 벌였다.
그래서 얻은 결과는…….
바로 독립작전권의 보장이었다.
거기에다 덤으로, 하급전장인 울르다 전선이 배정됐다.
울르다 전선은 유니언과 호드가 싸우고 있는 수많은 전선 중의 하나다.
호드의 여섯 행성 중 시드라의 콜로니, 카산드라 행성에 있는 전선이었다.
서진은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이 준 울르다 전선의 정보를 마지막으로 확인하고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약속은 지키세요.”
“지금 바로 가죠.”
“정말이죠?”
“물론입니다.”
서진의 호언장담에 레이나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럼 유니언 대사관 파티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거긴 게이트 없습니까?”
“전 전선에 게이트가 없는 곳은 없습니다.”
“그럼 그때 잠깐 나올게요. 아니면 시간 맞춰 전령을 보내세요.”
“전령을 보낼게요.”
레이나는 서진이 알아서 나올 것 같지가 않아 전령을 보내기로 했다.
“좋아요. 그럼 우리 모두 만족한 거죠.”
“네, 당장 출발하시기만 하면요.”
“나 지구대사에요. 지구군 총사령관이고요.”
“알아요. 서진 대사! 아니 총사령관!”
“하하하! 그럼 잘 좀 부탁합니다.”
서진이 얼굴을 활짝 피고 웃자 레이나가 고개를 좌우로 설레설레 흔들었다.
“그래도 좀 너무한 것 아니에요? 골골한 북한군을 5만 명이나 끌어들이다니…….”
“왜요? 뭐가 어때서요? 전투병의 반은 정예병인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잖아요.”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어쨌든 빨리 가기나 하세요. 울르다 전선에서 서진 총사령관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는 자들이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지원 확실하게 해주세요.”
“약속만 지키시면 제 권한으로 서진의 요구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들어드릴 거예요.”
“믿겠습니다. 그럼 이만!”
믿는다고 말하면서 서진은 레이나 대사와 합의한 합의문을 잊지 않고 잘 챙겼다.
그가 밖으로 나가자 레이나와 루나는 소파에 파김치처럼 몸을 축 늘어뜨렸다.
* * *
9월17일 토요일 아침.
유니언에서 개성의 오른쪽(황해북도 평화리) 땅(직경 3km)을 마법으로 간단히 밀어버리고 그곳에 유니언대사관을 블록 쌓기 식으로 척척 빠르게 짓고 있는 사이,
여의도 헤븐 가디언즈 본부건물에는 1만 명의 능력자가 차례로 차원게이트를 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로 헤븐 시큐리티 대원 5만 명이 긴장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밖은 아직도 대열을 갖추지 못한, 허름한 북한군 군복을 입은 병사 5만 명이 웅성거리고 있었다.
-마스터, 너무 전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전혀!”
메딕의 볼멘소리에 서진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다녀올 테니까 잘 하고 있어.”
-전 항상 잘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인정하지.”
-마이키가 마스터를 지켜줄 것입니다.
“난 내가 지킬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로이라도 데리고 가시죠?
“아냐. 날개가 생긴 뒤로는 거추장스러워. 그냥 혼자 다녀올게.”
-네, 마스터.
메딕은 우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사연정 비서가 서진을 향해 달려왔다.
“마스터!”
“뭐야?”
“미국대사가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 바로 이곳으로 오시겠답니다.”
“나 이미 출발했다고 전해.”
“네에?”
“못 들었어?”
“아닙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미국대사가 아니라 미국대통령이 연락을 해도 그렇게 전해.”
“네, 마스터.”
사연정 비서는 서진의 냉정한 말에 군기가 잔뜩 든 모습으로 또랑또랑 대답했다.
‘벌써 소식이 전해졌군. 하긴 어제 결정하고 오늘 바로 움직였으니 놀랄 만도 하지.’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먹을 속도였다.
헤븐 가디언즈 본부와 지부 그리고 지점에 세워진 게이트 네트워크!
아마 그것이 없었더라면…….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스터, 1만 명의 능력자가 모두 건너갔습니다.”
그의 앞으로 각진 얼굴에 탄탄한 몸을 가진 남태산이 나타났다.
현재 북한의 실권을 쥐고 있는 최고 권력자!
이번 일에 제일 먼저 지원한 미래 북한의 S급 능력자!
그리고 북한군 5만 명을 단숨에 움직인 행동파!
그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스터, 우리도 그만 가봐야 하지 않습네까?”
“그럽시다.”
특유의 북한 억양과 사투리가 쉽게 없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아무리 대한민국 표준어로 말을 하려고 노력해도 말이다.
서진은 남태산과 함께 차원게이트를 향해 걸어갔다.
남태평양의 바다색깔처럼 파랗고 아름다운,
직경 3m의 차원게이트가 물결처럼 넘실거렸다.
스팟! 스팟!
두 사람이 차원게이트의 속으로 거침없이 몸을 던졌다.
“자! 이제 우리차례다. 모두 두 줄로 서서 빠르게 달려간다. 실시!”
“실시!”
그들의 뒤로 대기하고 있던 헤븐 가디언즈의 5만 대원들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그들이 발 구르는 소리가 헤븐 가디언즈 본부건물을 진동시켰다.
* * *
카산드라 행성.
호드의 여섯 행성 가운데 마족의 행성이라 불리는,
시드라의 콜로니행성이다.
하지만 지금은 유니언과 호드가 각각 반분하고 있었다.
그로인해 카산드라 전선은 행성의 둘레만큼이나 길어졌다.
울르다 전선.
전략적으로 전세를 뒤집을 만한 주요전장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대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하급전장!
지키자니 힘들고 적에게 넘겨주자니 곤란할 것 같은 곳…….
이런 것을 보고 계륵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울르다 전선은 그런 곳이다.
“와아아아아!”
울르다 전선의 핵심역할을 하는 울르다 캐슬!
오랜만에 천지가 떠나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
“반갑습니다.”
“울르다 캐슬을 지키고 있는 노바의 도알입니다.”
“지구에서 온 이 서진입니다.”
서진은 신선행성이라는 노바출신의 도알과 악수를 나눴다.
그들의 뒤로 연병장 한쪽에 세워진 차원게이트가 보였다.
그것을 통해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환호성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노바 출신의 성기사와 병사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으니 너무나도 좋은 모양이다.
그들은 이미 나와서 대기하고 있는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들과 지금 막 차원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을 향해 따뜻한 미소와 진심이 담긴 환영인사를 전했다.
“전황은 어떻습니까?”
“전황이라고 할 게 있나요? 이곳은 그저 잘 지키기만 해도 본전이상은 하는 곳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레이나 대사와 루나 의원이 준 정보를 통해…….
울르다 캐슬의 상황도 어느 정도 파악했다.
하늘에는 서진이 띄운 클론볼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제가 딱히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이미 보고서를 통해 보셨겠지만 전면의 숲속으로 들어가서 자극하지만 않으면 마수들은 울르다 캐슬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유니언에서 보내온 무기와 장비는 연병장 앞 창고에 넣어놓았습니다. 능력자 1만, 전투병 10만이 사용할 3개월 치 보급품입니다.”
“감사합니다.”
“곧바로 인수인계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도알은 서진에게 인사를 하고는 쌩하고 연병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떠날 준비가 한창인 성기사와 병사들이 모여있었다.
보고서를 통해 본 그대로 노바에서 온 성기사와 병사들의 숫자는 5만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숫자만으로 이곳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3년을 버텼다.
아무리 성기사가 방어에 특화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도알의 뛰어난 지휘와 통솔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마스터, 무기고와 식량창고, 보급창고 등을 모두 확인했습니다.
“인수인계는?”
-떠날 생각에 조금 소홀하기는 하지만 대충 파악했습니다.
마이키의 자신 있는 말투에 서진은 적이 마음이 놓였다.
“즉시 전투병을 셋으로 나눠 하루 3교대 8시간씩 돌린다.”
-알겠습니다.
“능력자들은 쉬게 하고 각 공격대와 파티의 리더들만 모아서 울르다 캐슬에 대한 브리핑을 해줘.”
-네, 마스터.
“무기와 장비는 어때?”
-무기는 저희가 가져온 것에 맞춰준 감이 있습니다. 특히 대마수용 탄약은 하급마수까지 잡을 수 있는 것으로 준비해놓았습니다.
“전신슈트는?”
-전신슈트 위에 이들이 준비해준 갑옷과 투구를 걸치는 것이 어떨까 생각중입니다.
“그렇게 되면 방어력이 많이 올라가겠군.”
-그렇습니다. 만약 힘들다면 전투 시에만 걸쳐도 되고요.
“그 문제는 능력자와 대원들의 말을 들어보고 결정하도록 해. 식량은?”
-충분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구에서도 어느 정도 보급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김치와 고추장 같은 식품은 꼭 필요합니다.
“그거 좀 가져오지 않았어?”
-각 병사마다 한통씩 가져오라고는 했습니다만 그게 얼마나 가겠습니까?
“하긴 싸우는데 잘 먹여야지. 어차피 차원게이트도 계속 열려 있고 비용도 유니언에서 내는 거니까 보급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요청해!”
-네, 마스터.
“다른 특별한 무기나 장비는 없어?”
-중대형마수를 상대할 무기들과 장비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방법을 익히기 전까지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당장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중대형마수들이 몰려오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 되는 거야.”
-즉시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서진은 차원게이트를 쳐다봤다.
헤븐 시큐리티 대원들이 모두 나와 대열을 정비했다.
이제는 북한군 5만 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게 문제야.”
-일단, 하루 세끼씩 잘 먹이고 훈련을 시켜야합니다.
“맞아. 대마수용 무기에 익숙해지도록 다섯 명 당 헤븐 시큐리티 대원 한명씩 붙여서 훈련시켜!”
-네, 마스터.
“저들은 무조건 준비된 갑주로 장비하도록 보급하고…….”
-물론입니다.
서진은 남태산을 불렀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정찰 좀 하고 올게. 방어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해. 필요하면 허드를 통해 연락하고…….”
“네, 마스터.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남태산은 뒷말이 없었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 대로 명령을 잘 수행했다.
촤라라라라락!
펄럭 펄럭!
서진은 날개를 꺼내고 날아올랐다.
먼저 울르다 캐슬 중앙에 있는 높은 첨탑위로 갔다.
첨탑 지붕위에 앉은 그는 그곳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울르다 캐슬 전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 수림이다.
좌우는 넓은 들판이고 뒤쪽은 커다란 강이 흐르고 있다.
강 너머는 크고 작은 언덕이 보이는 곳으로 유니언 점령지다.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켜고 액티브와 패시브 모드를 혼용했다.
울르다 캐슬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클론볼들!
그들과 연계해서 주변일대를 샅샅이 훑었다.
수많은 마수와 마인들이 전면의 숲과 좌우의 들판에 모여 있었다.
‘이들이 한꺼번에 공격하면 아무리 울르다 캐슬이 튼튼해도 지키기 쉽지 않을 텐데……. 왜 이러고들 있지?’
서진은 마수와 마인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울르다 캐슬에 온 기념으로,
왼쪽 들판에 모여 있는 마인들을 노리기로 했다.
회색피부의 마인 숫자는 1만!
그들을 어떻게 끌어들여 전투를 벌일지가 문제였다.
“마이키, 울르다 캐슬 왼쪽 5km 밖에서 진치고 있는 놈들 보이지?”
-네, 마스터.
“저놈들을 유인해서 끌고 와.”
-첫 제물입니까?
“맞아.”
-방법을 강구해보겠습니다.
마이키가 서진의 명령을 접수하자 곧바로 능력자 파티 일부가 울르다 캐슬의 서문을 나섰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가죽부대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마이키, 저 가죽부대 뭐야?”
-동물의 피 입니다.
“피?”
-식량창고에 있는 사슴처럼 생긴 동물의 피를 모아놓은 것입니다.
“아! 저걸로 유인을 하려는 것이군.”
서진은 마이키의 의도를 바로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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