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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38화 (13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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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 Bridge of No return

스팟!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는 차원게이트를 통과하자 눈 깜짝할 사이에 유니언본부가 있는 모리티아 행성에서 지구로 왔다.

하지만 그가 나온 곳은 헤븐 가디언즈 본부가 아니었다.

유니언 대사관의 차원게이트 룸이었다.

“서진 마스터, 어서 오세요.”

“레이나 대사, 어떻게 알고 왔어요?”

레이나 대사가 반갑게 그를 맞이하자 서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당연히 미리 연락을 받았죠.

“그랬군요.”

알고 보니 별 일 아니었다.

그보다 레이나의 모습이 눈부셨다.

엘프 중에서도 미녀 축에 들어가는 레이나의 반칙 같은 미모는 제쳐놓더라도…….

어깨를 완전히 드러낸 것도 모자라 풍만한 가슴의 반씩이나 드러난 섹시한 녹색의 드레스는 너무나도 짧았다.

덕분에 그녀의 날씬한 두 다리가 허벅지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 아찔한 각선미를 자랑했다.

어디에다 눈을 둬야할지 모를 서진이 그녀의 드레스를 보며 칭찬했다.

“드레스가 아주 예쁘네요.”

“서진 마스터의 전신갑주도 아주 멋있어요. 명장의 손길이 느껴지네요.”

“고마워요. 사실은 이거 란돌프 명장이 만든 작품이에요.”

“오우! 역시 그랬군요. 그렇다면 그걸 입은 그대로 파티에 참석해도 되겠어요.”

“저도 그럴 생각으로 입고 온 거예요.”

“그래도 얼굴은 보여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레이나는 투구의 안면가리개가 내려와 서진의 눈 밖에는 볼 수 없자 조금은 답답한 기분이 든 듯 했다.

하지만 서진은 굳이 투구의 안면가리개를 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굳이 제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헤븐 가디언즈에 대변인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아! 서태희 대변인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네, 그렇습니다. 오늘 이리로 오기로 했는데……. 혹시 도착했나요?”

“서태희 대변인은 이미 도착해서 서진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럼 같이 가시죠.”

“네, 그러죠.”

레이나는 우아하게 걸어가면서 자신의 한손을 그에게 뻗었다.

서진은 즉시 한쪽 팔을 내밀어 그녀의 손을 얹게 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느긋하게 차원게이트 룸을 나와 유니언 대사관 안에 있는 대연회장을 향해 걸어갔다.

‘축! 유니언 대사관 완공!’

마법으로 만들어진 예쁜 영상이 유니언 대사관 상공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었다.

“저기가 유니언 대사관 오픈파티가 열리는 대연회장이에요.”

“무슨 거대한 돔 경기장 같네요.”

“규모가 작지는 않아요. 오늘은 그저 10분의 1만 쓸 뿐이에요.”

“유니언다운 스케일이네요.”

“고마워요. 칭찬으로 듣겠어요.”

레이나는 예쁘게 웃으며 살짝 무릎을 굽혔다 폈다.

덕분에 반이나 드러난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리며 깊은 속까지 한눈에 그의 눈에 들어왔다.

서진은 절로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 노리고 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부러 자신을 자극하려고 그런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마수들을 잡아 죽이느라 찐득한 피를 보고 온 사람을 자극하다니…….

서진은 아무래도 오늘 밤 혼자자기는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레이나와 사고를 칠 수는 없고, 제니를 부를까?’

갑자기 제니가 보고 싶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니와 사랑을 나누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떻게 됐든, 자신의 머릿속에 제니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을 보면 이제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된 것 같았다.

“마스터!”

“서태희 대변인.”

대연회장 입구에는 모던한 디자인의 심플한 드레스를 입은 서태희가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확실히 미인은 미인이었다.

멀리서 봐도 확 눈에 띄는 것을 보면 말이다.

“레이나 대사님과 같이 오셨군요.”

“오래 기다렸어요?”

“아닙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서태희 대변인은 한 시간 전에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방금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는 것이 바로 밝혀졌다.

서태희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당황해했다.

“그래요? 제가 좀 늦은 건가요?”

“아닙니다. 제가 그냥 좀 빨리 온 거예요.”

“오늘은 평소보다 더욱 아름다우신 것 같습니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스터.”

서진은 발갛게 얼굴이 붉어진 서태희 앞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얼른 뒤따라오더니 슬쩍 그의 반대편 팔을 한손으로 잡았다.

서진은 모르는 척 하고 그냥 걸어갔다.

좌 레이나, 우 서태희!

대연회장에 모인 각국의 대사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의 시선이 모두 서진에게 집중됐다.

“레이나 대사와 서태희 대변인 아냐?”

“동시에 두 미녀를 에스코트해온 중간에 저 남자는 누구지?”

“파티에 온 거야? 마수를 잡으러 온 거야?”

“정말 전신슈트를 입고 왔네.”

“저 사람은 헤븐 가디언즈의 마스터잖아.”

“아! 세계 최강의 능력자!”

“가슴에 삼족오의 문양이 새겨진 것을 보니 정말이네.”

“어쩐지 서태희 대변인의 얼굴이 싱글벙글 하더라니.”

각국의 대사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한 발짝 옆으로 물러나 길을 내줬다.

그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 대사와 서태희 대변인에게 눈인사를 했다.

다들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란돌프의 전신갑주 V2를 입고 당당하게 들어온 사내!

심지어는 안면가리개를 열지 않고 얼굴조차 보여주지 않는 남자!

오늘 그들은 사교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게 될 신성을 보고 있었다.

“유니언 대사관의 오픈 파티에 참석해주신 귀빈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즐겁게 마시고 재미있게 놀다가세요.”

마법이라도 썼는지, 레이나의 잔잔한 목소리가 넓은 파티장을 가득 매웠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

레이나의 짧은 인사말에 박수소리가 파티장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총칼만 안 들었을 뿐이지 전쟁이나 다름없는 국제외교전이 시작됐다.

각국의 대사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이 이곳에 참석한 이유는 단 하나!

유니언과의 교류다.

그런데 그 판에 월척 한 마리가 끼어들었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마수를 때려잡는 능력자들!

그리고 능력자들을 보조하며 당당히 마수와 싸우고 있는 대원들!

이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호드의 침략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전력이다.

특히 손에서 화염덩어리와 얼음의 창이 날아가고, 한마디에 대지가 갈라지고 벼락이 치며, 바람을 움직여 칼날을 만들어내는 각성한 능력자들의 숫자는 곧 국력으로 대변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능력자의 절반이 가입해있다는 초거대능력자집단 헤븐 가디언즈!

이들을 보조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최강의 민간군사기업 헤븐 시큐리티 & 헤븐 디펜스!

대격변 이후,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와 헤븐 시큐리티 & 헤븐 디펜스 대원들은 지구를 수호하는 수호신이 되어버렸다.

헤븐 가디언즈, 헤븐 시큐리티, 헤븐 디펜스의 수장!

일명 마스터라고 불리다는 신비의 인물!

각국의 대사와 세계적인 명사,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신분을 위장하고 끼어들어온 각국의 정보요원들은 모두 이 월척을 잡기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좀 번잡해질 것 같네요.”

“조용하게 즐기고 싶다면 제가 도와드리죠.”

“그렇게 해주세요.”

서진은 레이나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다.

둘은 파티장 한쪽에 마련된 밀실로 들어갔다.

소파인지 침대인지 모를 가구가 한쪽 끝에 보였다.

중앙에는 원목으로 된 커다란 탁자와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벽은 반투명한 유리 같은 것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검게 물들일 수 있었다.

“은밀한 얘기를 나누기에는 참 좋은 곳이군요.”

“은밀한 사랑을 나누기에도 좋은 곳이죠.”

레이나의 한마디에 밀실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묘하고 끈적끈적한 분위기가 둘 사이를 감쌌다.

그녀는 뜨거운 눈빛을 빛내며 요염한 자세로 쳐다봤다.

마치 어서 들어오라는 것 같은 모습!

레이나의 달착지근한 목소리에 서진은 차분한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에게서 계속 그린라이트가 반짝거렸다.

원한다면 당장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태도!

하지만 서진은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그녀를 마신다는 것은, 어쩐지 독이 든 성배처럼 느껴졌다.

덜컹!

다행인지 불행인지, 서태희가 밀실 안으로 들어왔다.

묘한 분위기는 단박에 깨져버렸다.

“뭔 일 있었어요?”

“아니요. 우리 시원한 음료수 한잔 할까요?”

“네, 제가 준비해올게요.”

서태희는 밀실 안에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가져왔다.

레이나는 음료수를 한잔 마시더니 곧 밖으로 나갔다.

유니언 대사관 오픈 파티의 주인공은 레이나 대사다.

주인공이 빠진 파티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레이나가 밖으로 나가자 서태희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안 나가봐요?”

“나가봤자 뻔한 질문을 받을 거예요.”

“무슨 질문이요?”

“그거야 당연히 마스터에 대해 물어보겠죠. 그리고는 따로 만나게 해달라고 징징댈 거예요.”

“징징댄다고요? 하하하! 그 말 참 재미있네요.”

서진은 그녀의 말에 파안대소를 했다.

그녀도 서진처럼 따라 웃다가 돌연 정색을 하더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이곳에는 각국의 대사와 세계적인 명사만 들어온 것이 아니에요. 각국의 일급정보요원들도 대거 들어와 있어요. 그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제일 좋아요.”

“원래 대사관 직원들이야말로 공인된 스파이가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헤븐 가디언즈의 능력자와 헤븐 시큐리티의 대원들도 배치되어 있죠?”

서태희는 서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작게 소곤거렸다.

“물론입니다. 제1공격대 보조능력자들도 이미 들어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요.”

“제1공격대 보조능력자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그건 금시초문이었다.

헤븐 가디언즈 제1공격대라면 전원이 미래에 S급, A급 능력자가 된다.

그들 중 보조능력자라면 대부분 서진도 잘 알고 있었다.

“정확히 누가 왔죠?”

“제갈혁, 남궁연, 마이클, 제임스, 링링, 그라나다, 홀린이 왔어요.”

“홀린?”

“크리스티나 홀린을 아직 모르시나보네요. 최근에 영입한 최면술사에요.”

“그래요?”

서진은 최면술사란 말에 깜짝 놀랐다.

-마스터, 크리스티나 홀린은 미래에 S급 최면술사가 되는 능력자입니다. 사람의 생각과 기억을 마음대로 바꿀 수가 있고 심지어는 마수들의 마음까지 훔친다는 전설적인 능력자입니다.

마이키의 설명을 듣자 서진은 그녀가 누군지 생각났다.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능력자였다.

서진의 머릿속에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른 남녀의 기억을 최면술사의 도움을 받아 바꿔버리는 최후의 장면!

‘혹시 S급 최면술사인 크리스티나 홀린의 도움을 받는다면 연서를 치료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생각만으로도 몸에 전율이 일었다.

“서태희 대변인!”

“네, 마스터.”

갑자기 서진의 목소리가 딱딱해지자 서태희는 금세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일아침 크리스티나 홀린과 만날 수 있게 약속시간 좀 잡아주세요.”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약속을 잡아 놓겠습니다.”

서태희의 목소리에 살짝 과잉 충성하는 느낌이 왔다.

하지만 서진은 일단 모른 척했다.

당장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잘하면 한 여자의 인생이 다시 온전해질 수도 있겠구나.’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음료수를 홀짝거렸다.

그때부터 밀실의 문에 노크소리가 울리기 시작됐다.

서태희가 나가서 거절을 하고 들어오면 또 다른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몇 번이나 나가서 거절했지만 노크소리는 줄지 않았다.

도저히 조용히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였다.

“아무래도 난 그만 가봐야겠습니다.”

“네, 마스터.”

서태희도 사람들의 등살에 그를 만류하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진의 앞에 서서 사람들을 용감히 뚫고 지나갔다.

덕분에 쉽게 밖으로 나오게 된 서진은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요. 오늘 수고 많았어요.”

“마스터, 먼저 들어가세요.”

서진과 서태희는 서로 인사를 하고는 헤어졌다.

그가 주차장으로 가자 어디서 많이 본 여자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오빠!”

“어? 헉!”

그녀는 서진을 향해 달려오다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허공을 향해 뛰어 올랐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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