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42화 (142/225)

0142 / 0225 ----------------------------------------------

제36장 - 미래에 떨어진 재앙

내부강화복을 입고 란돌프의 전신갑주 V2를 장비했다.

디바인실드를 어깨에 걸치고 팬텀소드의 날도 확인했다.

레드볼을 꺼내 잘 움직이는지 테스트했다.

그린볼도 꺼내 마이키에게 운용하라고 넘겨줬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그는 마왕의 날개를 활짝 폈다.

촤르르르르륵!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안드로이드 연구소 상공으로 서진의 완전무장한 몸이 서서히 떠올랐다.

‘위상배열레이더 활성화, 탄두강화 on, 다탄두 on, 출력강화 on, 방어막 on, 동화 on, 뇌(雷)속성 인챈트 활성화…….’

서진은 필요한 모든 스킬을 켜거나 활성화시켰다.

정수가 소모되는 출력강화도 거침없이 켰다.

탐지거리가 무려 반경 22.5km 로 늘어나는 메리트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다.

서진의 몸이 점점 속도를 내더니 나중에는 공기를 가르는 파공성을 내며 쏜살처럼 남쪽으로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대전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는 대재앙이 날아가고 있었다.

대격변 이후, 전무후무한 대 파란의 서막이 열리는 전조였다.

* * *

-마스터, 청주 상공에 대형 비행마수의 활동이 탐지됐습니다.

“종류와 숫자를 말해봐!”

-A급 대형 비행마수 그리폰 세 마리입니다.

“요격한다.”

-괜찮을까요?

“괜찮지 않으면?”

-아닙니다. 좌표를 허드에 띄우겠습니다.

마이키는 걱정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서진은 그런 마이키의 걱정을 일축했다.

A급 대형 비행마수 그리폰!

매의 머리와 날개를 가지며 몸통은 사자, 앞발은 매, 꼬리는 뱀인 마수다.

현재 그의 등급이 B- 이니 무려 4등급의 차이가 난다.

단순비교하면 절대 인간이 그리폰을 이길 수 없다.

그것도 그리폰의 안방인 공중에서…….

하지만 언제나 예외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천하의 F-22 랩터 5세대 전투기라고해도 복엽기에서 쏘는 기관포에 맞으면 추락하는 법이지.’

중요한 것은 B-급과 A급 모두 같은 상급이라는 점이다.

공격이 아예 안 박힌다면 모를까,

같은 상급이라면 먼저 발견한 쪽이 승기를 가진다.

특히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서진에게는 크게 유리하다.

쐐애애애액!

고공에서 그는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가고 있다.

허드에 그리핀의 좌표가 떠올랐다.

그는 날아가는 속도를 조금 줄이고 방향을 살짝 틀었다.

정수를 물 쓰듯이 쓰는 출력강화 스킬!

그로인해 탐지거리는 반경 22.5km로 늘어나 있었다.

위상배열 레이더에도 그리핀 세 마리가 곧 탐지됐다.

탐지거리에 들어왔다는 것은 사정거리에 들어왔다는 소리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13개의 매직미사일이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다탄두 스킬의 영향으로 곧 39개의 매직미사일로 불어났다.

서진은 그리폰 한 마리를 선택해서 락인(lock-in)했다.

39개의 매직미사일이 그리폰을 타깃으로 예약이 걸렸다.

‘매직미사일!’

다시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13개의 매직미사일이 나타나고 바로 39개로 불어났다.

그는 반씩 나눠서 그리폰 두 마리의 날개를 노렸다.

‘가랏!’

그가 의지를 세우자 78개의 매직미사일이 일제히 날아갔다.

고공에서 발사된 매직미사일은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어느 순간 음속을 돌파하고 초음속의 세계로 넘어갔다.

20km 밖에서 날아온 매직미사일이 가공할 속도로 그리폰을 요격했다.

퍽 퍼퍼퍼퍼퍼퍼퍽!

저항도 비명도 없었다.

매직미사일에 맞는 순간!

머리통이 터지고 목이 꺾였다.

날개를 비롯한 온몸에 구멍이 숭숭 뚫려버렸다.

힘없이 자유낙하 하는 그리핀 세 마리!

그들에게 A급 대형 비행마수의 위엄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나이스 샷!

“고마워!”

-마스터, 죄송합니다. 제가 마스터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대형 비행마수라고 해도 원거리 타격능력이 없는 놈은 마스터의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원거리에서 이렇게 매직미사일로 타격을 해대는데 당할 마수가 있을 리 없죠. 또한, 마스터는 스텔스 & 클로킹 모드로 몸을 감추고 동화스킬에 의해 흔적과 자취까지 없앤 상태라 절대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그린볼 보내서 그리폰의 정수와 사체 잘 챙겨!”

-네, 마스터.

마이키는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서진도 마이키의 칭찬에 기뻤지만 굳이 티를 내진 않았다.

‘다시 속도를 좀 내보자.’

쐐애애애애애액!

마왕의 날개를 몇 번 펄럭거리자 금세 속도가 올라갔다.

-마스터 대전이 보입니다.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시선을 전방으로 집중했다.

거대한 대 마수장벽으로 둘러싸인 큰 밭, 대전이 눈에 들어왔다.

대전은 광역시로 150만 명의 인구를 가진 교통의 요지다.

남서로 호남, 남동으로 충북 일부를 거쳐 영남으로 통하는 삼남의 관문!

경부선과 호남선이 지나가고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지선이 관통한다.

2026년 현재!

대전은 3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대도시가 됐다.

대격변 이후, 수도권(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의 인구가 남하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대전.

지형의 이점을 충분히 이용한 축성이 이뤄졌다.

강화콘크리트를 퍼부어 만든 대 마수장벽!

대전의 외곽을 단단히 둘러싸고 있다.

그 모습만 봐도 이미 대전은 하나의 거대한 성(城)이자 요새도시다.

그리고 이곳은 한민족의 생사가 걸린,

한반도 대마수전선의 최전선이자, 최후의 보루였다.

쿵 쿠웅 쿠구구궁!

쿠워어어어어 쿠워어어어어!

크와아아아앙 크와아아아앙!

거대한 블랙 드레이크들이 대전 북문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아댔다.

그 옆에서 미노타우로스들이 거대한 전투도끼를 휘둘러 대 마수장벽에 뚫린 구멍을 더욱 넓혀가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성벽을 향해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고 있는 나이트롤과 카카오커 수천마리의 모습이 보였다.

“법사들 뭐해? 북문 아래로 큰 거 한방 날려!”

“법사들 이미 마나가 바닥이야. 마나타임 가지고 있는 거 안보여.”

“그럼 뜨거운 기름이라도 좀 부어봐! 이러다가 북문 깨지겠어.”

“발리스타라도 쏴!”

“먹혀야 쏘지. 저놈들 가죽이 두꺼워서 뚫리질 않아.”

“조금만 참아봐! 상급능력자들이 때가 되면 알아서 나서겠지.”

북문 수비대장 전대형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차차차창 창창창!

펑 퍼엉 펑 퍼엉!

피피핑 피피핑 피피핑!

크아악 으아악 아악 커억…….

대전 북문의 능력자들은 정말 죽을힘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벌써 사흘 동안 이어진 중대형마수들의 파상공세다.

그걸 막아내느라 젖 먹던 힘까지 다 써버렸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

이미 피곤에 절어 있었다.

턱 밑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바닥난 마나!

죽여도, 죽여도 끊이지 않고 밀려드는 마수들,

이제는 정말 징글징글하다.

마수들과 정신없이 싸우는 통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아니 그동안 몇 시간이나 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처참하게 부서져가고 있는 성벽!

여기저기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탱커와 근거리 딜러!

그들에게 능력을 쥐어짜서 힐을 해주고 있는 힐러!

그런 그들을 노리고 열심히 성벽을 올라오고 있는 마수들!

총체적 난국이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첫날은 최하급마수들을 대거 투입해서 살짝 간을 봤다.

두 번째 날은 하급마수를 투입하고 뒤에 중대형마수들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날인 오늘은 새벽부터 드레이크를 시작으로 바실리스크, 미노타우로스, 티클롭스 등 대형마수들이 몰려와 불무산의 관문과 북문을 동시에 공격했다.

거기에다 나이트롤과 카카오커 같은 중대형마수들까지 몽땅 몰려와 성벽을 넘어오고 있었다.

“모두 비켜!”

거대한 거구의 30대 중반의 사내가 걸어 나오며 소리쳤다.

“진격의 거인!”

“지흥수 능력자가 나섰다.”

“모두 정면 비워!”

그들의 목소리에 어째 기대감이 가득했다.

서둘러 옆으로 물러난 사람들 사이로,

진격의 거인이라 불리는 지흥수가 들어갔다.

북문 성벽 위에 오연히 선 그는 두 손을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진격의 라이트닝!”

그가 크게 소리치자 두 손 사이에서 축구공만한 전격의 구체가 나타났다.

불꽃이 마구 튀는 구체는 미친 듯이 세를 불리며 커져갔다.

순식간에 그의 몸보다 더 커지자 그는 힘이 드는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리고 급히 북문 아래로 손을 내렸다.

커다란 전격의 구체가 북문을 공격하는 드레이크 한 놈을 향해 날아갔다.

휘익!

펑! 파츠츠츠츠츠츳!

쿠웨에에에엑!

전격의 구체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드레이크 한 마리가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펄쩍 뛰었다.

하지만 공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A급 능력자 지흥수의 ‘전격의 라이트닝’은 원래 체인라이트닝의 한 종류다.

당연히 드레이크 한 놈만 조지고 끝나지 않았다.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드레이크의 주변의 다른 대형마수의 몸으로 빠르게 번지듯 전파되어나갔다.

일명, 스플래시 데미지가 일어난 것이다.

쿠웨에엑 케에에엑 꾸아아악!

북문의 대형마수들이 일제히 뒤로 물러나며 비명을 질러댔다.

근처에 마수들이 놀라 덩달아 뒤로 물러나며 서로 얽히고설켜 넘어졌다.

그 잠깐의 사이, 북문 위에 있던 능력자들은 빠르게 전열을 재정비하고 원거리타격을 주(主)로 파상공세를 펼쳤다.

북문 안쪽에서는 깨진 관문을 빠르게 보수하고 구멍 난 대 마수장벽에 급속 콘크리트용액을 퍼부어댔다.

“불무산 관문이 무너졌다.”

“안 돼!”

“불무산 관문이 무너지면 대전 서쪽은 끝장이야.”

“그쪽에만 1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간신히 북문을 지켰는가 싶더니 끝내 불무산 관문이 무너져 내렸다.

북문 수비대장 전대형은 참모장 우형설을 쳐다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제길, 이렇게 되면 금강과 갑천으로 방어선을 다시 짜야하나?”

“강물에 의지해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마수 중에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놈들도 많아.”

“결국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제주도로 튀는 건데…….”

“거기라고 뭐 좋은 줄 알아? 수백만 명이 몰려들어 난리가 아니라더라.”

북문을 지키던 능력자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불무산 관문은 금강을 사이에 두고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다.

조만간 마수들에게 생으로 씹혀 먹히며 참혹한 비명을 토해낼 불무산 관문의 능력자들을 생각하자 그만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 뒤에 일어난 대전 서부의 학살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구구궁 궁궁 구구구구궁!

그때였다.

불무산 관문 쪽에서 폭음이 터지고 은은한 대지의 진동이 일어났다.

“무슨 일이지?”

북문 수비대장 전대형은 즉시 목에 건 쌍안경을 들었다.

하늘에서 뭔가가 마구 땅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전대형은 직감적으로 전장에 큰 변수가 나타났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신기를 집어 들었다.

무선이 끊길 것을 염려한 대전 방어사령부에서 금강 바닥으로 유선을 깔아 만든 유선통신망이었다.

“불무산 나와라! 여기는 북문의 전대형이다.”

-불무산입니다.

“어떻게 된 거야?”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정확히 말해봐!”

-푸하하하! 기적이 일어났다고요. 하늘에서 천사가 나타나 마수들을 다 때려잡고 있습니다.

“지금 제정신이야?”

-물론이죠. 대장님도 이쪽으로 와서 보시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게 될 겁니다. 천사 만세! 푸하하하하!

“야! 야! 아니 이런 미친놈!”

전대형은 수화기를 쳐다보며 욕을 했다.

참모장 우설형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뭔 일이야? 불무산 관문이 무너진 것 아니었어?”

“일단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 그런데 뜬금없이 천사라니…….”

“천사?”

“그래. 천사가 나타났데.”

“그게 무슨 개소리야? 미친 거 아냐?”

“그러게 말이야.”

전대형과 우설형은 동시에 고개를 불무산으로 돌렸다.

불무산은 아직도 폭음이 들려오고 진동이 끊이지가 않았다.

* * *

-마스터, 대전에 도착했습니다.

“클론볼을 보내서 상황을 알아봐!”

-네, 마스터.

마이키는 즉시 블루볼에서 클론볼을 꺼내 대전 사방으로 뿌려댔다.

곧이어 대전의 상황이 눈으로 보고 손에 잡힐 듯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서진은 바람의 기류를 타고 매처럼 하늘 높이 떠있었다.

금강을 따라 천천히 남하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군.”

-대전을 둘러싸고 있는 대 마수장벽의 북쪽에서 대단위 전투가 벌이지고 있습니다.

“허드에 띄워!”

-네, 마스터,

서진의 허드에 대전 북문과 불무산 관문의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동시에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북문과 불무산 관문의 상태가 느껴졌다.

“이런 전력으로 그동안 용케 버텼군.”

-마수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고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대전 방어사령부가 딱히 잘해서 버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냉정한 평가! 고마워. 하지만 그래도 잘한 것은 잘한 거야.”

-네, 마스터.

서진은 마이키가 뭐라고 해도 지금까지 대전을 지키려고 노력한 능력자들의 공로를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유쾌한 하루 보내세요!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