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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 파죽지세
서진은 새로운 불꽃놀이를 위해 규슈 동남부로 이동했다.
구마모토 시에서 서부항공방면대 제5항공단이 있는 뉴타바루 공군기지까지, 직선으로 100km가 조금 넘었다.
그는 와이비를 타고 쌩하고 날아왔다.
그리고 바로 폭격준비를 서둘렀다.
-마스터, 뉴타바루 공군기지의 무기고, 탄약고, 유류탱크를 먼저 타격해주세요. 활주로 옆 주기장에 F-35A, F-15J/DJ 전투기와 T-4 연습기, OH-1 닌자 정찰헬기 등이 나란히 세워져 있습니다. 전투기와 연습기, 헬기 모두 연료탱크를 노려주세요. 그 후에 격납고와 보급창을 타격하시면 됩니다.
“오케이!”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해먹는다고 했다.
서진과 마이키는 어느새 이 분야의 최고의 파트너가 됐다.
쾅! 콰과광 쾅쾅!
콰릉 우르르릉!
펑 펑 펑 펑 펑!
화르르륵 화르르륵!
푸슈우우웅 쾅 피유우우우웅 쾅!
꽈르릉 꽈르르릉!
서진의 매직미사일에 의해 제일 먼저 무기고, 탄약고, 유류탱크가 차례로 폭격 당했다.
뉴타바루 공군기지가 환하게 밝아질 정도로 커다란 폭발이 시작됐다.
그것도 단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폭발이었다.
자다 말고 튀어나온 전투기 조종사와 정비병들은 경악했다.
다들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하고 의문의 눈초리를 보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폭발이 누군가의 공격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저절로 터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뉴타바루 공군기지 사방으로 불이 번지고 붉은 화염이 격납고와 보급창을 집어 삼켰다.
대당 1억 달러가 넘어가는 값비싼 전투기들이 차례로 불타올랐다.
간혹 미사일과 로켓탄이 제멋대로 튀어나와 터지고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뉴타바루 공군기지를 성공적으로 정리했습니다. 목표를 100% 달성했습니다.
“더 이상 볼일이 없으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자.”
-네, 마스터.
서진은 와이비의 머리를 북쪽으로 고정시켰다.
목적지는 서부항공방면대 본부가 있는 카스가 시였다.
서부항공방면대 소속 제8항공단 츠이키 공군기지와 서부 방면대 4사단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F-35A, F-15J/DJ, F-2A/B 등 전투기를 비롯해 KC-767J 공중급유기, E-767 조기경보기, E-2C 조기경보기,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 AH-64DJ 롱보우 아파치 공격헬기, AH-1S/F 코브라 공격헬기 CH-47J 수송헬기, 10식 전차, 96식 장갑차, M270 MLRS 등 일본이 자랑하는 온갖 값비싼 최첨단 무기가 가득한 곳이었다.
꾸왕!
와이비의 기세등등한 포효를 뒤로 하고 그들은 빠르게 현장에서 사라져갔다.
카스가 시(市)에 재앙의 비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마스터, 광주성에서 긴급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아무래도 도와줘야하지 않겠습니까?”
이명호 정보처장은 서진에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광주성을 도와준다고 그들이 광복회의 깃발아래 들어오겠습니까?”
“그렇다고 도와주지 않는다면 마수들에게 광주성이 먹힐 염려가 있습니다. 광주성에는 원래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300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일단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서 한쪽으로 설득하는 게 유리합니다.”
이명호의 말을 들어보니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었다.
그냥 힘으로 밀어버리면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대한민국 능력자들의 숫자가 너무 적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의 능력자들에게 너무 많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주기를 원합니까?”
“마스터는 원래 하시던 대로 그냥 실력을 보여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저희 정보처에서 알아서 하겠습니다.”
“앞에서 도와주고 뒤에서 실력행사를 하고 속으로는 투항을 종용하겠다는 거군요?”
“투항이 아니라 연합입니다.”
이명호는 단호한 목소리로 연합을 주장했다.
말은 연합이지만 결국 광능협은 투항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서진은 잠시 고민했다.
일본의 규슈를 탈탈 털어버린 지 1주일.
대전의 식량사정이 급속도로 좋아지자 광복회의 사기가 충천했다.
그 여세를 몰아 광복회는 전라북도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서진이 하늘에서 폭격을 가하고 특무대가 정면에서 들이닥치고 뒤에서 광복군이 밀어대자 마수들은 추풍낙엽으로 쓸려버렸다.
중대형마수들은 철저히 서진이 미리 중상을 입혀놓고 특무대 제1공격대 능력자들을 불렀다.
순번대로 고위 능력자들에게 막타를 치게 해서 빠르게 그들의 능력을 올려줬다.
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청주시에서 군산시까지 탈환을 하면서 수만 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전라북도를 접수하면서 원래 인구(186만)의 1.5배에 달하는 280만 명의 인구도 흡수해버렸다.
잠정집계한 광복회의 전체인구수는 650만 명이나 됐다.
광주성에 있는 300만 명을 합친다면 거의 1천만 명의 인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 대한민국 인구의 5분의 1이 광복회의 깃발 아래로 들어오는 셈이다.
“광주성의 능력자를 설득시킬 자신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광능협이 바라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공정한 대우입니다.”
“그거라면 걱정할 것이 없지 않습니까?”
“그거야 우리 입장이지요. 10년 내내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에 당하기만 했던 광능협이라면 우려 섞인 시선으로 우리를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나마 마스터께서 대한민국 능력자협회 회장 이근택을 단번에 쳐 죽이시는 바람에 이런 제안도 가능해진 겁니다.”
이명호의 말을 듣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광능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과거나 미래나 광주에 내려갈 일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한 가지는 확실히 기억이 났다.
광능협의 능력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끝내 무등산던전을 지켜냈다는 것이다.
서울, 인천, 부산의 능력자, 아니 대한민국 능력자협회에서도 해내지 못한 쾌거였다.
“나주, 목포, 순천, 여수를 먼저 접수하세요.”
“전남을 먼저 손에 넣고 광주를 압박하려는 계획이시군요.”
확실히 이명호는 머리가 좋았다.
한마디를 하자 바로 알아먹었다.
“그럼 그렇게 알고, 특무대 제1공격대를 이끌고 광주성으로 가도록 하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서진은 결국 광주성을 아무런 조건 없이 돕기로 했다.
물론 조건이 없다는 것은 겉으로의 얘기다.
이명호 정보처장이 뒤에서 그들과 은밀한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마스터, 특무대 제1공격대를 광주로 이동시킬까요?
“응, 그렇게 해. 광복군 징병은 어떻게 됐지?”
-현재 징병에서 모병으로 바꾸는 것이 좋은지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는 중입니다. 광복군에 입대하면 식량과 광복회에서 통용되는 군표를 준다는 말에 남자들은 죄다 입대를 하려고 난리들입니다. 오늘까지 벌써 20만 명이 지원했습니다. 매일 수 만 명이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복군이 현재 몇 명이나 되는데?”
-15번째 사단을 편제하는 중입니다.
“그럼 15만 명이군.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치가 빨라. 이제 좀 마수들과 싸워볼만하다고 생각하나보지?”
서진은 서늘한 웃음을 지었다.
유니언을 통해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중이니 나쁘지 않았다.
광복회의 힘이 급속도로 불어나자 광주는 물론이고 대구, 부산 심지어는 제주도의 정부까지 구애의 손길을 뻗히고 있었다.
-마스터, 고속버스 20대와 트럭을 이용해서 특무대 제1공격대를 출발시켰습니다.
“광복군은?”
-특무대 제1공격대를 지원해줄 광복군은 정읍에 있는 1지대의 1사단입니다.
“2사단과 3사단은?”
-1지대 2사단은 고창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목포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1지대 3사단은 남원에서 구례를 거쳐 순천으로 내려갈 예정입니다.
“광복군 2지대는?”
-군산에 집결해있습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북상해서 보령시를 거쳐 서산시와 당진시를 정리하게 될 것입니다.
“광복군 3지대는?”
-천안을 탈환하기 위해 청주성에서 준비 중입니다.
광복군은 충청남도를 점령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병력을 동원하기로 했다.
남으로는 전라남도, 북으로는 충청남도를 점령하고 궁극적으로 수도권을 탈환하는 작전이다.
광복군 제2지대는 특무대 제2공격대가 선봉으로 나선다.
광복군 제3지대는 특무대 제3공격대가 선봉이다.
광복군 제4지대는 현재 병력을 편제하고 있는데 준비가 되면 특무대 제4공격대와 함께 충청북도를 탈환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광복군 제5지대는 특무대 제5공격대와 함께 기초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당장은 예비대 성격이 짙은 이들은 광복회의 미래로써 서진의 명령에 의해 정예로 키워나갈 것이다.
점심식사를 했다.
한쪽 책상에 산처럼 쌓여있는 결재 서류에 서명도 했다.
그러고 나자 마이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이제 슬슬 움직여야할 때입니다.
“그래. 알았어. 광주성으로 바로 가면 되지?”
-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입니다. 절대 먼저 나서면 안 됩니다.
“알았어. 나도 영화 많이 봐서 주인공이 언제 등장해야 되는지 정도는 다 안다고.”
서진은 마이키에게 농담을 하면서 밖으로 걸어나갔다.
“와이비 소환!”
팍!
그의 눈앞에 연한 푸른색의 와이번 새끼 한 마리가 툭 튀어나왔다.
“꾸앙!”
와이비는 나오자마자 반갑다고 서진을 향해 울음소리를 냈다.
와이번 성체와는 아직 비교하기 힘든 덩치였지만 그래도 그리핀보다는 작지 않았다.
서진은 와이비가 머리를 땅에 바짝 대자 그의 머리를 밟고 걸어서 목 위로 올라갔다.
“와이비! 광주성으로 가자.”
“꾸앙!”
서진의 말에 와이비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더니 날개를 활짝 폈다.
펄럭 펄럭 펄럭 펄럭!
와이비가 힘차게 날개를 펄럭이자 강한 바람이 일어나더니 양력이 생기고 붕하고 하늘로 떠올랐다.
“꾸와아앙!”
와이비가 나름 길게 포효를 했다.
그래봤자 아직 피어도 섞이지 않았다.
와이비는 남쪽 하늘로 쏜살같이 날아갔다.
대전에서 광주까지의 거리는 대략 140km 이다.
와이비는 마하 0.5~0.7(612km~856km) 정도로 비행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 보면 넉넉잡고 15분이면 충분하다.
와이비 만세!
서진은 순식간에 광주에 도착한 와이비의 목을 툭툭 쳐줬다.
꾸륵 꾸륵 꾸르르륵!
와이비는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광주성을 크게 선회했다.
“마이키, 광주성의 상황을 브리핑해봐!”
-네, 마스터. 광주성은 현재 마수들에 의해 공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광복회에서 밀어버린 마수들이 남하하면서 주변의 모든 마수들을 싹 끌고 온 것 같습니다.
“뭐야? 그럼 이번 일이 우리 때문에 일어난 거야?”
-뭐 그렇게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공격당하나 나중에 공격당하나 결국 광주성은 마수들에게 공격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다.
마수는 멸종할 때까지, 인간을 찾아서 잡아먹는 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광주성 일대를 탐지했다.
반경 3km 안의 모든 생명체가 느껴졌다.
광주성 상공 500m 위를 활공하고 있는 와이비!
그의 목 위에 편안하게 앉아있던 서진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중대형마수들이다.’
그는 꽤 많은 중대형마수들을 발견하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요새 하도 많이 잡아서 그런지, 중대형마수들을 구경하기가 참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놈들이 어디로 갔나했더니 다들 여기에 모여 있었다.
카카오커, 티클롭스, 미노타우로스, 바실리스크…….
어쩐지 자존심 강한 광능협에서 긴급지원을 요청한다고 했더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마스터, 특무대 제1공격대가 도착했습니다. 광복군 제1지대 1사단도 공격준비를 마쳤습니다.
“언제 공격하지?”
-광능협에서 공격을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한번 막아보고 안되겠다 싶으면 지원요청을 하려는 거군.”
-그렇습니다.
서진은 광주성을 쳐다봤다.
수많은 마수들이 광주성을 당장이라도 씹어 삼킬 듯 밀어붙이고 있었다.
-마스터, 방금 광능협에서 지원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이제 쇼 타임입니다.
“하하하! 알았어. 그럼 한번 멋진 쇼를 시작해보지.”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박장대소를 했다.
기왕 시작하는 것, 정말 원 없이 멋진 쇼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촤라라라라라라!
먼저 날개를 활짝 폈다.
그리고 뇌정의 기운을 조금 불어넣었다.
역시 날개에서 성스러운 황금빛 서기가 찬란하게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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