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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 리치 사이먼
대구광역시 달성군.
“칙쇼!”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왜 대구에 광복군이 나타났지?”
“지금 우리와 전쟁이라도 하자는 거야?”
“이거 그냥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고…….”
“오타로 지부장에게 연락해서 지원을 요청하자!”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
그들은 크게 분노했다.
오타로 지부장의 말을 듣고 그냥 가볍게 소풍가듯 대구로 왔다.
대능협(대구 능력자협회)의 몇 놈만 썰어주면 되는 일이라 들었다.
정말 너무나도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잘 되면 대구의 미녀들을 속살 맛도 볼 수 있다는 게 유혹적이었다.
그런데, 막상 대구로 들어와 보니…….
자신들이 생각한 것과는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져있었다.
중부내륙고속지선을 타고 대구 시내로 들어가려는 순간,
전면에 완전무장을 한 수만 명의 정예병사가 나타났다.
소문으로만 듣던 광복군이었다.
“일단 물러나서 상황을 지켜보자.”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들은 급히 차를 돌려 달성군으로 달아났다.
현재 자신들의 전력은 상급능력자 15명, 중급능력자 150명.
대한민국 능력자협회가 보유한 고급전력의 반이나 되는 막강한 전력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하늘과 땅을 뒤집는 천번지복(天翻地覆)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이라고 해도 사단규모의 정규군을 상대하는 것은 상당히 껄끄러웠다.
대한민국과 일본이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아니고…….
설사 어찌어찌해서 이긴다고 해도 피해가 전혀 없을 수는 없었다.
결정적으로, 대구 능력자협회 소속 능력자들이 광복군 사이에 끼어 방해라도 한다면 필패였다.
“이거 골치 아프게 됐군.”
소식을 듣고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을 모조리 끌고 올라온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장 오타로가 처음한 말이다.
정말 일이 곤란하게 됐다.
부산에서 떠들썩하게 출정식까지 치르고 올라왔는데…….
갑자기 튀어나온 광복군들로 인해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되어 버렸다.
오타로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부산 능력자협회 회장 채남선과 부산 능력자협회 소속 능력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 대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의 전력이 상급 30명에 중급 300명이다. 부산의 저 조센징들이 상급 5명과 중급 35명이다. 합치면 상급 35명에 중급 335명. 대구의 조센징들이라고 해봐야 상급 5명에 중급 25명. 싸우면 무조건 우리가 이긴다. 문제는 광복군인데…….’
오타루는 일단 발이 빠른 능력자를 엄선해서 은밀히 정찰을 보냈다.
굳이 가까이 다가갈 것도 없었다.
눈이 좋은 능력자들이 근처에 가서 대충 훑어봐도 광복군의 전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지부장님, 저들은 광복군 제4지대입니다. 5개 사단 규모의 병력이 모여 있습니다. 그것도 전신슈트까지 장비한 최정예병력입니다.”
“전신슈트까지 장비했다고?”
“그렇습니다.”
오타로는 등에서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전신슈트를 어디에서 구했을지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혹시 미국과 선이 닿아있나?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전신슈트로 5개 사단 병력을 무장시켰다면 분명히 대마수용탄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타로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대마수용탄약으로 탄창을 채운 5개 사단과 싸우는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능력자들의 모습이…….
자꾸 붉은 꽃이 마구 피어나는 상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으음, 한발 늦었구나. 대구는 이미 틀렸다. 그럼 어떻게 하지? 낙동강던전이라도 챙겨야겠다.’
대구 능력자협회와 광복군이 연합한 대구를 도모하는 것은 이제 물 건너갔다.
하지만 낙동간던전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부산 능력자협회를 앞세운다면 대구 능력자협회 사이의 분쟁으로 몰아갈 수가 있다.
능력자들 간의 분쟁에 결코 광복군은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세계적인 추세이자 상식이었다.
“모두 낙동간던전으로 간다.”
오타루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당연히 눈이 좋고 발 빠른 능력자들을 배치해 정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들 처음 하루, 이틀은 긴장한 채 지냈다.
하지만 사흘이 지나도 대구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그들은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나흘이 되자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의 능력자들을 중심으로 파티가 만들어졌고 낙동강던전 공략이 시작됐다.
물론 전체가 다 들어간 것은 아니다.
3분의 1은 낙동강던전의 입구를 지키게 하고, 3분의 2는 낙동강던전으로 들어갔다.
상급능력자 35명에 중급능력자가 335명이나 되는 이들이 본격적으로 던전을 공략하기 시작하자 단번에 마수들이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남의 던전에서 레벨업과 전리품획득이라는 꿀을 빨면서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러나 그들은 진짜 몰랐다.
그들이 꿀을 빨고 있는 낙동강던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말이다.
* * *
낙동강던전.
달성군청에서 서쪽으로 정확히 2.7km 지점에 있는 던전이다.
손을 대면 당장 먹물이 묻어날 것 같은 검은 구체!
낙동강던전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인 차원게이트이다.
그 옆으로 낙동강의 푸른 물이 넘실거리고 있다.
차원게이트에서 남동쪽으로 1.2km 지점.
우거진 수풀이 밀림처럼 확대되고 있었다.
스슷 스스슷!
바람이라도 분 것일까?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우두둑 우두두둑!
빠각! 뚜두둑!
곧 어디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침묵.
이제는 진짜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을 마구 흔들어놓았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마스터께서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그곳에 숨어있다는 것을 결코 발견할 수 없었을 겁니다.”
우거진 수풀 안에서 서진을 향해 누군가 고개를 숙였다.
덩치는 좀 작지만 차돌처럼 단단한 몸을 가진 삼십대 후반의 사내.
광복회 특무대 제4공격대 대장 철권 강진수다.
얼마 전까지 그는 대구 능력자협회 회장을 맡았었다.
아직도 열정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있는 그는 대한민국의 몇 안 되는 상급능력자이다.
그의 옆으로 거구를 자랑하는 진격의 거인 지흥수가 보였다.
서진은 고개를 돌려 그 옆에 서있는 중년의 미부를 쳐다봤다.
그녀는 서진이 자신을 쳐다보자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은밀하게 속삭였다.
“시체는 땅에 묻어버렸습니다. 아무도 찾지 못할 겁니다.”
작지만 자신감에 차있는 맑은 목소리!
광복회 특무대 제5공격대 대장 대모(代母) 차혜련이다.
광주성을 단단하게 지켜냈던 전(前) 광주 능력자협회 회장이기도 했다.
“난 낙동강던전으로 들어가 쓰레기들을 청소하겠다. 특임중대는 저 도적놈들을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네, 마스터.”
“예, 마스터.”
“네, 알겠습니다.”
특무대 제1, 제2, 제3, 제4, 제5 공격대에서 차출한 특임중대는 전원 상급능력자와 중급능력자로 구성되어있었다.
부산의 능력자를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능력자들!
상급능력자 30명과 중급능력자 300명으로 이뤄진 특무대는 낙동강던전 인근에 천라지망을 깔아놓고 포위망을 좁혀갔다.
스스스스스슷!
서진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그의 흔적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낙동강던전의 출입구인 차원게이트!
그 앞에는 지금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이 눈을 부라리며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동조 스킬로 흔적을 감추고, 한줄기 바람처럼 차원게이트로 흘러 들어가는 서진!
아무도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했다.
스팟!
서진은 무사히 차원게이트를 타고 사라졌다.
스팟!
낙동강던전 안에 들어온 그는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주변을 살펴봤다.
역시 생각대로 던전 안에도 보초를 세워놓았다.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그들의 배치를 일일이 확인했다.
탐지거리 반경 3.8km!
굳이 출력강화를 하지 않아도 일대의 모든 생명체의 움직임이 탐지됐다.
스스스스스슷!
서진은 일본 능력자들이 없는 방향으로 조용히 움직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촤르르르르르르!
펄럭 펄럭 펄럭 펄럭!
하늘로 날아오른 이상, 이제 그를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제야 서진은 긴장을 좀 풀고 낙동강던전을 살펴봤다.
‘물가에 생긴 차원게이트라서 그런가? 리자드맨의 늪지가 넓게 펼쳐져 있군.’
서진은 자신이 들어왔던 차원게이트 주변을 조용히 한 바퀴 선회했다.
“마이키, 클론볼을 뿌려라!”
-네, 마스터.
마이키는 블루볼에서 클론볼을 꺼내 사방으로 뿌려댔다.
클론볼들이 스텔스 & 클로킹 모드로 모습을 감추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덕분에 서진의 허드를 통해 낙동강던전을 공략하는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과 부산 능력자협회 소속 능력자들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병신들! 자기 땅의 던전에 들어와서 부스러기나 주어먹고 있다니…….’
서진은 부산 능력자협회 소속 능력자들이 중앙도 아니고 던전의 한쪽 끝 모서리에서 리자드맨이나 잡고 있는 것을 보자 짜증이 확 밀려왔다.
낙동강던전의 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머맨과 머메이드다.
이들을 잡고 이들이 모아놓은 전리품을 수거해야 진정한 꿀을 빤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기껏 여기까지 들어와서 리자드맨이나 잡고 있는 것을 보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급한 것은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이다. 그들부터 때려잡자.’
서진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곧바로 안쪽으로 날아갔다.
거대한 리자드맨의 늪지대가 끝나자 커다란 강이 나왔다.
그리고 그 너머에 머맨과 머메이드가 살아가고 있는 블루라군이 보였다.
-마스터, 일본의 능력자들이 파티별로 머맨과 머메이드를 사냥하고 있습니다.
“나도 봤어. 다행히 전부 사방으로 흩어져 있네.”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 소속 능력자들은 파티별로 넓게 흩어져서 사냥을 하고 있었다.
몰래 습격을 하려고 했던 서진에게는 아주 잘된 일이었다.
-마스터, 이상한 신호가 잡힙니다.
“이상한 신호? 그게 뭔데?”
-일본의 정찰구입니다.
“정찰구가 뭐야?”
-클론볼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정찰용 부양구체입니다.
“그럼 일본의 능력자들이 클론볼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이거 큰일 났군.”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서진이 걱정을 하자 마이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과거로 회귀하기 전에도 전 이미 세계 최고, 최강의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나노양자슈퍼컴 이었습니다. 클론볼들은 그런 저의 능력을 40~60%나 이어 받은 분신 같은 녀석들입니다.
“그건 그렇지.”
-잊어버리셨습니까? 저희가 다시 미래로 오기 전에 어디에서 업그레이드를 받았는지?
“당연히 기억하지. 레무리아의 라인하르트 캐슬의 엘프공방에서 업그레이드를 받았잖아.”
-맞습니다. 그때 강화, 프로텍트, 대 마법방어, 은신, 차원통신, 순간이동, 전격마법 등을 인챈트 받았습니다. 일본의 정찰구 같은 저질 쓰레기 싸구려 짝퉁은 절대 이 마이키와 클론볼들의 상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 그래.”
서진은 마이키의 박력에 밀려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었다.
뭔가 정찰구와 비교되는 것이 무지하게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마스터, 허락하시면 당장 정찰구들을 파괴해버리겠습니다.
“굳이 파괴할 거 뭐있어. 싹 거둬들여서 우리가 쓸 수 있게 개조하면 되잖아.”
-저런 저질 쓰레기 싸구려 짝퉁을 쓰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마이키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하자 서진은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이건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마이키의 특이한 이상반응이었다.
“마이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너와 클론볼들은 소 잡는 칼이야. 그런데 굳이 닭 잡는데 너나 클론볼들의 수고를 끼쳐야겠어? 차라리 저 정찰구들을 개조해서 클론볼들이 편히 사용할 수 있게 노예로 만들어주면 되잖아.”
-아! 역시 마스터시군요. 맞습니다. 저런 놈들은 클론볼의 노예로 주면 딱 알맞은 놈들입니다. 즉시 정찰구를 해킹해서 거둬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저들에게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
-물론입니다. 마스터.
서진은 그렇게 마이키를 달래놓고, 블루라군 왼쪽 끝에 있는 해변으로 날아갔다.
“사이먼 소환!”
팍!
사이먼이 해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응, 네가 움직여야할 때가 왔다.”
[네, 마스터. 그런데 그렇게 굳이 말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마스터의 소환수이니 그냥 마음속으로 강하게 말씀하셔도 잘 들립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번 테스트 해볼까?”
서진은 사이먼에게 의식을 집중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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