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60화 (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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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 리치 사이먼

[사이먼, 사이먼 나와라!]

[네, 마스터. 바로 그렇게 하시면 됩니다.]

[오! 이제 굳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아도 되겠군.]

서진은 기분이 좋아졌다.

사이먼 덕분에 좋은 기술 하나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사이먼, 여기는 내가 미리 말했던 낙동강던전 안의 블루라군이다. 넌 지금 맨 왼쪽 해변가에 있다. 지금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능력자를 잡아 죽여라.]

[네, 마스터.]

[명심해야할 것은 절대로 저들을 뭉치게 해서는 안 된다. 한 놈씩, 한 파티씩 차례로 조용히 제거해라. 각개격파를 하라는 말이다.]

[알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사이먼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아공간을 활짝 열었다.

무저갱 같은 검은 공간이 아가리를 쫙 벌리고 나타났다.

그 안에서 리치 사이먼의 군단이 빠르게 걸어 나왔다.

데스나이트 3기, 다크나이트 12기. 듀라한 36기, 스파토이 72기, 스켈레톤 전사 108기!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저벅!

[♬ Simon, Simon Go! Lich! Simon G.o.L.i.c.h oh! oh! ♪]

어디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인지 모른다.

하지만 서진의 뇌리 속에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반복되는 후렴구로 인해 더 이상 들으면 중독이 될 것만 같았다.

사이먼은 자신의 군단으로 다가가 뭐라고 명령을 내렸다.

손을 들어 오른쪽을 가리키자 그의 군단은 발자국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동쪽 숲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남은 사이먼은 서진이 있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한번 꾸벅 숙였다.

그리곤 부유마법을 펼쳐 허공을 휙 하고 날아올랐다.

바닷가에 인접한 모래사장.

커다란 조개와 고동으로 지은 특이한 집들이 늘어서있다.

그리고 그 집안에서 여자들의 처참한 비명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꺄악 꺄아아악!

“하하하하! 죽어라!”

“보물 상자를 찾았다.”

“물고기 하체만 없으면 딱 내 스타일인데…….”

“무하하하! 이거 완전히 꿀단지네.”

“노무라! 장난치지 말고 머맨들이 돌아오기 전에 빨리 썰어!”

노무라는 벌벌 떨고 있는 머메이드의 풍만한 가슴을 몇 번 주물럭거리더니 아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쩝 아깝네. 할 수 없지.”

노무라는 입맛을 다시며 들고 있던 일본도를 세차게 휘둘렀다.

촤악!

퉁! 데굴데굴!

머메이드의 가는 목이 단번에 잘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갔다.

잘린 머메이드의 목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쳐 나왔다.

노무라는 더러운 피가 묻을까봐 얼른 옆으로 피했다.

선반에는 머메이드가 애지중지하는 보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노무라는 지체 없이 보물 상자를 백팩에 담고는 밖으로 나왔다.

그의 일본도에서 붉은 핏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져 바닥을 물들이고 있었다.

“노무라! 네가 제일 늦었잖아.”

“죄송합니다.”

“다른 팀이 오기 전에 이 해변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간다.”

“하!”

1조 조장 야마가타의 잔소리에 노무라는 군기가 바짝 든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저벅저벅 저벅저벅!

그때였다.

어디선가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1조 조장 야마가타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숲속에서 스켈레톤 전사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낙동강던전에 언데드가 나오다니?”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언데드가 나온다는 정보를 들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큰 상관은 없었다.

스켈레톤 전사라고 해봤자 E-급에 불과한 언데드 하급마수일 뿐이다.

상급능력자 1명과 중급능력자 9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1개조라면 스켈레톤 전사 100마리가 나타나도 무섭지 않았다.

“노무라, 마쓰카타, 이토, 오쿠마, 가쓰라! 스켈레톤 전사를 정리해라.”

“하!”

다섯 명의 능력자들이 동시에 대답을 하고는 일본도를 꺼내들었다.

사무라이의 후예를 표방하는 일본의 능력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일본도를 주 무기로 사용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스케레톤 전사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그때 스켈레톤 전사들 사이에서 갑자기 뭔가 훅 하고 튀어나왔다.

목이 없는 기사 듀라한들이었다.

“칙쇼!”

“이런 속임수를 쓰다니…….”

“간악한 놈들!”

“쳐라!”

“조심해!”

그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일제히 일본도를 휘둘러 듀라한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창 차차차창! 차창 창창창!

순간적으로 듀라한의 소드와 두세 번 일본도를 부딪친 그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반대로 돌렸다.

듀라한들이 그들을 지나 자신들을 돌아봤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1조 조장 야마가타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안 돼!”

그들은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들의 조장을 쳐다봤다.

순간 그들은 세상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 세상의 기억이 뚝 끊어졌다.

촤악! 철썩! 서걱! 서걱! 서걱!

뒤늦게 야마가타의 귀에 조원들의 목을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마가타의 눈에서 살기가 폭발적으로 흘러나왔다.

“비겁한 놈들!”

야마가타는 듀라한을 맞아 싸우고 있는 자신의 부하들의 뒤로 몰래 다가와 목을 쳐버린 다크나이트들을 보며 능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두 손에서 오렌지색 화염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서걱!

하지만 그는 조원들의 원수를 갚아주기도 전에 세상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경험부터 해야했다.

툭! 데굴데굴!

세상이 마구 돌다가 뭔가에 걸려 딱 멈춰선 순간, 야마가타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의 목 없는 몸 뒤에 죽음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 데스나이트가 무려 셋이나 서 있는 것을 말이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암전이 됐다.

[남아있는 놈들을 찾아 죽여라!]

사이먼의 목소리가 군단의 머릿속으로 생생하게 들려왔다.

데스나이트 3기, 다크나이트 12기가 즉시 남아있는 다섯 명의 1조 조원들을 향해 폭사했다.

푹 푸푸푸푹 푹푹푹픅푹!

철썩 서걱 서걱 서걱! 촤악!

열다섯 개의 소드가 다섯 명의 몸에 빠르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일격이 그들의 목을 쳐버렸다.

[잘했다. 다음 목적지로 출발한다.]

사이먼 군단은 즉시 몸을 돌려 숲속으로 들어갔다.

말 그대로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바람과 같이 사라졌다.

[♬ Simon, Simon Go! Lich! Simon G.o.L.i.c.h oh! oh! ♪]

또다시 어디선가 묘한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서진은 사이먼과 그의 군단이 하는 짓을 보고는 입을 딱 벌렸다.

기습을 할 줄은 알았지만 저렇게 대놓고 한꺼번에 달려가서 다구리를 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스켈레톤 전사를 내보내 방심을 유도하고, 듀라한의 얼굴로 그들의 칼을 막으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돌리게 한 후, 다시 스켈레톤 전사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다크나이트로 기습해서 단번에 목을 쳐버릴 줄이야…….

특히 사이먼이 주변에 강력한 사이런스 마법을 폭넓게 펼쳐 소리를 막아버린 센스는 절로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역시 사이먼은 사악한 리치가 아닐 수 없었다.

‘마수들이 머리가 안 좋다는 것도 이제는 믿지 못할 소리군. 상급능력자 한 명에게 데스나이트 3기를 붙이고 나머지는 간단한 속임수와 함께 물량으로 깔끔히 밀어버리다니……. 어떻게 마수들이 전략과 전술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겠어. 앞으로 저런 놈들이 점점 더 지구에 많이 올 텐데, 큰일이로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렇게 전략과 전술이 뛰어난 사이먼을 소환수로 부리게 되어 마음이 든든했다.

제일 좋은 것은 굳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이렇게 소환수가 알아서 죽일 놈들을 정리해주니 무지하게 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방심하지 않았다.

어느새 와이비를 소환해서 그 위에 타고 있었다.

머리 위에 매직미사일을 소환해놓고 언제라도 문제가 생기면 즉시 폭격할 준비도 하고 있었다.

-마스터! 두 번째 조와 세 번째 조까지는 괜찮은데 네 번째 조와 다섯 번째 조의 사이가 너무 가깝습니다.

“일단 사이먼에게 맡겨놓았으니 어떻게 해결하는지 보자고. 그나저나 정찰구인지 뭔지 하는 것은 다 해킹했어?”

-물론입니다. 33개의 정찰구를 모두 해킹해서 통제권을 확보했습니다. 이제 저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찰구를 이대로 쓰는 것은 곤란합니다. 어느 정도 손을 보고 난 후에 사용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건 마이키가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마스터.

마이키와 대화를 하는 사이, 사이먼은 두 번째 조를 비슷한 방식으로 정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스켈레톤 전사 반에게 활을 들게 해서 힐러부터 조졌다는 점이다.

스켈레톤 오십 기가 쏘아대는 집중사격에 2조의 조원들은 최선을 다해 화살을 막았지만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1조보다 더 빨리 전멸 당했다.

[♬ Simon, Simon Go! Lich! Simon G.o.L.i.c.h oh! oh! ♪]

또다시 어디선가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이제는 그 진원지가 어딘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바로 사이먼과 그의 군단이다.

[사이먼, 너 왜 자꾸 이 노래를 부르냐?]

[길을 가다 네모난 상자에서 봤습니다. 머리 짧은 애가 건방진 표정을 지으면서 자꾸 제 이름을 부르기에 박살을 내버렸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그 노래를 듣게 됐는데 어느 샌가 제 입에 착착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노래를 리치 사이먼 군단의 군가로 부르고 있습니다.]

[그, 그렇구나.]

참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게 또 묘하게 이해가 갔다.

자신도 어느새 그 후렴구만 계속 따라하면서 흥얼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 중간에 가사를 좀 바꾼 것 같다.]

[아무래도 이름 하나가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바꿔봤습니다. 문제가 있습니까?]

[아니 전혀!]

사실 원곡을 부른 가수가 알면 뭐라고 욕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리치 사이먼한테 직접 와서 따지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그것을 두려워할 사이먼도 아니지만.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는 상급능력자 30명, 중급능력자 300명으로 총 30개 조를 만들어 낙동강던전을 쓸고 다녔다.

남은 30명의 중급능력자는 차원게이트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그동안 지켜보니 가끔 로테이션을 시켜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낙동강던전에서 주인의 허락도 안 받고 꿀을 빨던 자들은 오늘 사신을 만나게 됐다.

“으아악!”

“크아악!”

“카악!”

“컥!”

“아아아악!”

일본 능력자들의 입에서 고통의 비명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사이먼과 그의 군단에 의해 10조가 무참하게 학살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런스 마법에 의해 이쪽에서는 그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반대편에서는 전혀 그 비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이제 3분의 1을 정리했군.’

일본 능력자협회 부산지부의 상급능력자 10명과 중급 능력자 90명이 죽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이먼의 학살극은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렸다.

1시간마다 하는 정기연락에 1조에서 10조가 대답을 하지 않자 오타루가 변고가 생긴 것을 눈치 챈 것이다.

-야마가타, 사이온지, 야마모토, 하라……. 응답하라.

서진의 귓가에 오타로가 소리치는 게 그대로 들려왔다.

그들이 사용하는 정찰구의 통제권이 마이키에게 이미 넘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이키, 즉시 통신을 교란하고 저놈들을 사방으로 흩어놓도록 해.”

-네, 마스터.

마이키는 정찰구의 통제권을 즉시 장악했다.

오타로의 목소리를 변조해서 11조에서 30조까지 명령을 내렸다.

전부 엉뚱한 곳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푸하하하! 이거 너무 재밌네.”

서진은 자신의 배를 잡고 웃어댔다.

“마이키, 사이먼에게 클론볼 하나만 보내줘. 11조가 가고 있는 곳 좌표도 알려주고.”

-네, 마스터.

마이키에게 명령을 내린 서진은 다시 사이먼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이먼! 클론볼을 보냈다. 지정해주는 좌표로 가서 매복을 하고 기다려라. 11조가 그리로 가고 있다.]

[예, 마스터. 당장 가서 모조리 정리하겠습니다.]

[11조가 정리되면 12조, 13조 순으로 모두 제거해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클론볼의 제공해주는 정보를 받아 그의 군단을 빠르게 움직였다.

미리 가서 매복을 하고 기다리자 11조 열 명의 능력자들이 다가왔다.

[일제사격으로 끝낸다. 남은 놈은 데쓰나이트와 다크나이트가 정리해라.]

사이먼의 명령은 간단했다.

능력자들은 마수가 아니다.

방어막이 없는 이상 360도 각도로 포위해서 활을 쏘면 대부분 부상을 입는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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