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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 재회
아리아나의 아름다운 얼굴이 바로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껴지고 뽀송뽀송한 솜털까지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녀의 턱 아래로 하얗고 뽀얀, 풍만하고 실한 가슴이 한껏 드러났다.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
그녀가 대뜸 사과를 하자 서진은 의문의 눈빛을 발했다.
아리아나의 얼굴이 그를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키스라도 하려는 건가?’
그녀의 달콤한 체향이 폐부 깊숙이 들어오자 기대감으로 인해 그의 심장은 마치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마구 쿵쾅거렸다.
할짝!
그런데…….
기대했던 느낌이 오지 않았다.
아리아나는 서진의 이마 한가운데에다 혀를 대고는 할짝거렸다.
“으음, 이건 분명히 내 초혈(初血)이야.”
그녀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얘기를 했다.
“초혈(初血)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기억을 봉인해놓은 건가?”
“기억을 봉인해? 아리아나! 알아들을 수 있게 좀 쉽게 말을 해주면 안 될까?”
“흐음, 할 수 없군요. 봉인을 해제하고 직접 알아보는 수밖에…….”
아리아나는 마음의 결심을 한 듯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녀는 대담하게도 마법의 구속의자에 앉아있는 서진의 몸 위로 올라탔다.
두 다리를 벌리고 그의 허벅지위에 주저앉았다.
서진은 그녀의 부끄럽고도 은밀한 곳이 자신의 중심에 닿아 생생하게 느껴지자 몸의 한부분에 급격히 피가 쏠리는 것을 느꼈다.
“아리아나?”
서진이 아리아나를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리아나는 그런 서진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살 떨리게 유혹적인 그녀의 미소에 그의 남성이 기어코 용트림을 하고 말았다.
눈앞에 유혹적인 뽀얀 살덩이 두 개가 그의 뺨을 압박해왔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기분 좋은 느낌에 그는 정신이 다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아리아나는 그런 서진을 내려다보며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그의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살짝 잡아서 뒤로 젖혔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자연스럽게 약간 입이 벌어진 서진이 눈을 깜빡거렸다.
아리아나는 붉은 앵두처럼 탐스러운 입술로 서진의 입술을 덮어버렸다.
“흐읍!”
“으음!”
짜릿한 키스!
두 사람은 단 한 번의 키스에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주도권을 쥔 것은 아리아나!
그녀는 거침없이 그의 입안으로 혀를 들이밀고는 욕심껏 그의 입술과 혀를 탐닉했다.
서진은 아리아나의 적극적인 태도에 자신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초절정의 미녀가 먼저 달려들어 키스를 해대는데 반응을 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조금씩 자신의 숨이 거칠어지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였다.
웅!
뭘 어떻게 했는지 자신의 이마 한가운데에서 뜨거운 기운이 일어나 자신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그의 뇌리 속에 봉인된 기억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엘프에게는 원래 이런 꽃향기가 나는 걸까?’
‘아리아나의 몸에서 달콤한 체향이 난다.’
‘긴장이 풀리고 닫혀있던 마음이 무장해제가 되어간다.’
‘그녀가 나를 사랑스런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어.’
‘어디로 가는 거지?’
‘넝쿨과 나뭇가지로 둘러싸인 길이네.’
‘여긴 어딜까?’
‘엘프의 신방이구나.’
‘따뜻하다. 온몸으로 나를 감싸고 있어.’
‘오래전에부터 나를 보고 있었구나.’
‘그녀는 나를 위해 희생을 하려는 거야.’
‘많이 아프겠다. 피가 나네.’
‘너무 기분이 좋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그래 나도 너를 사랑해볼게!’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가슴이 아프다.’
‘세계수가 보여준 운명이라니…….’
‘나의 기억을 봉인한다고? 그럼 너는?’
‘나를 위한 너의 희생은…….’
‘노란 달빛이 유난히도 참 밝구나!’
파릇한 생기가 넘치는 푸른 나뭇가지와 빛나는 반투명한 넝쿨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신방!
영사처럼 얽히고설킨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남녀!
커다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침실에서 터져 나오는 뜨거운 애욕의 불길!
그리고 수줍게 고백하는 그녀의 오랜 사랑과 비밀!
빛바랜 사랑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님을 보내야했던 여인!
서진은 그날의 모든 기억이 세포 하나하나에 새겨진 것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얼굴에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아리아나!”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
그 안에는 서진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
“미, 미안해.”
“아니에요. 내가 자처한 길인 걸요.”
“그래도 미안해. 지금까지 아리아나 생각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
“괜찮아요. 과거의 내가 왜 당신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왜 모든 것을 걸었는지 이해했어요.”
아리아나는 조금도 서진을 원망하지 않았다.
서진은 그제야 아리아나가 말한 초혈(初血)의 의미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파과의 고통을 겪어야만 볼 수 있는 처녀의 피!
사랑하는 남자를 처음 받아들일 때 흘리는 엘프의 피!
그래서 가장 순수할 수밖에 없는 음기의 결정체이자 마법의 매개체!
그것이 그가 깨달은 초혈(初血)의 의미였다.
과거의 아리아나는 세계수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단 한번 엿볼 수 있었다.
영원한 기다림!
돌아오지 않는 사랑!
비극적인 결말!
비틀린 사랑과 운명을 뒤바꾸기 위한 그녀는 결단을 내렸다.
실패할 확률이 높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행한 그녀의 용기는 대단했다.
그리고 이어진 과거에서 미래로 연결된 초혈(初血)의 마법!
결국 멋지게 성공하고 말았다.
이제는 기다림만 남았다.
선택은 그녀가 아닌 그에게 있는 거니까…….
“당신을 돕겠어요. 과거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고마워!”
“원망하지 않겠어요. 그때의 나처럼, 미래의 나도…….”
“아리아나!”
서진은 초연한 얼굴로 가장한 아리아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서진을 향해 처연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를 안아주세요. 과거의 나처럼, 미래의 내가 당신을 마음껏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아! 아리아나!”
아리아나는 그의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툭 툭툭툭!
그녀는 그의 팔과 다리를 구속하고 있는 구속구를 빠르게 제거했다.
그리고는 서진의 손을 잡고 영빈관의 한쪽 방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서진은 마치 홀린 듯 그녀의 손에 이끌렸다.
쿵!
방문이 굳게 닫혔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법으로 문에 방음장치를 해놓았기 때문이다.
방문은 하루가 지나도록 열리지 않았다.
* * *
메탈리온이 멋지게 서명을 했다.
“이제 됐지?”
“네, 다 됐네요.”
메탈리온은 서진을 쳐다보다 슬쩍 그의 옆에서 다소곶이 서 있는 아리아나를 쳐다봤다.
“이거 영 적응이 안 되네.”
“하하하! 사실은 나도 아직 잘 적응이 안 됩니다.”
“뭐라고요?”
아리아나가 그를 예쁘게 흘겨보자 서진은 ‘앗 뜨거워라!’ 하면서 한손을 마구 저었다.
“아니야. 아니라고. 그냥 농담한 거야.”
“피이!”
살짝 화를 낼 것 같았던 그녀는 그냥 입을 한번 삐죽 내밀더니 말았다.
화를 내고 싶어도 도저히 그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인사이에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상황이다.
그녀의 사랑은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초혈의 마법으로 인해 더욱 깊어져만 갔다.
두 사람을 사랑의 저울에 올려놓는다면 아리아나 쪽이 당장 기울어질 정도의 무게 차이였다.
과거와 미래의 아리아나가 동시에 사랑하는 남자!
이제 그가 없는 세상은 생각할 수 없게 된,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그녀!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서진은 초절정 미모의 엘프 아리아나의 깊고도 무거운 사랑을 한아름 받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나라를 구하고 있긴…… 하네.
“그런데 정말 서진이 대한제국의 황제야?”
“네, 맞아요.”
“귀하신 몸이 어떻게 혼자 오셨어?”
“아무래도 혼자 움직이는 것이 빠르니까요.”
메탈리온은 살짝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는 아직도 친밀하게 구는 서진에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엘프 아리아나가 보증을 해주니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어쨌든 대한제국 황실과 라인하르트 캐슬은 정식으로 동맹을 맺었으니 앞으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차원게이트를 통해 직접거래를 해보자고.”
“네, 그럴 줄 알고 대한제국의 좌표를 가지고 왔어요.”
“햐아! 이거 아주 준비를 철저히 해왔네. 하지만 대금부터 입금해야 물건을 주지.”
“대금은 마수의 정수로 할게요.”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메탈리온은 서진이 건네준 좌표를 품속에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는 실무자들에게 넘길 테니 알아서들 해. 난 바빠서 이만 가볼게.”
“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요.”
메탈리온이 아리아나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바로 자기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하하하! 우리가 메탈리온의 사무실에서 나가야 하는 거 아냐?”
“호호호! 맞아요. 저렇게 덤벙대다니……. 하긴 이게 메탈리온 성주의 매력이기도 하죠.”
서진의 팔에 아리아나가 팔짱을 껴왔다.
부드러운 여체가 팔을 압박을 해오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아리아나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생겼다.
사랑에 빠진 그녀의 눈은 별빛처럼 반짝이고 피부는 매끄러워 광채가 나는 듯 했다.
어제는 밤새도록 그녀와 사랑을 나눴다.
조금도 후회되거나 피곤하지 않았다.
그동안 받았던 스트레스가 그녀 덕분에 한방에 날아가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서진과 아리아나 같은 상급능력자들은 하루 밤을 새는 정도로는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아리아나가 만들어준 특제포션도 이미 한 병 마셔서 그는 어느 때보다 쌩쌩했다.
“아리아나! 예전에 비해 라인하르트 캐슬이 많이 커진 것 같아.”
“혹시 10년 전과 비교하시는 건가요?”
“응.”
“겉보기와는 달리 그때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서진이 걱정스럽게 묻자 아리아나는 솔직히 말했다.
“대형마수들이 라인하르트 캐슬 곳곳에 터를 잡더니 점차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어요. 그것도 벌써 몇 년이나 됐어요.”
“대형마수?”
“네, 미노타우로스들이 이미 군단을 이뤘고 블랙 드레이크와 실크웜이 성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시도 때도 달려들고 있어요. 거기에다 대형 비행마수인 그리핀과 와이번의 숫자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이제는 대공마법방어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에요.”
라인하르트 캐슬은 이전에도 대형 비행마수로 인해 골치를 아팠었다.
아마 그때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 이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문제가 된 것 같았다.
“그럼 이렇게 될 때까지 유니언 본부에서 뭘 했어?”
“현재 호드와 유니언은 레무리아 행성의 패권을 놓고 이 행성의 반대쪽에 있는 파라솔 대륙에서 혈전을 벌이고 있어요. 이쪽으로 지원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아니에요.”
“아! 그럼 자체적으로 뭔가 수를 내야한다는 거군.”
아리아나는 서진의 말에 길게 한숨을 쉬었다.
“어휴! 그동안 호미니드의 드워프와 엘프를 비롯한 유사인류와 수인족들이 모두 라인하르트 캐슬을 위해 무리하게 지원을 해줬어요. 그게 아니었다면 그나마 이정도로 버틸 수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더 이상의 압력을 받게 된다면 라인하르트 캐슬은 버티지 못할 거예요.”
“으음.”
서진은 심각한 표정을 짓는 아리아나를 쳐다보자 머릿속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유니언 본부로 무작정 가는 것보다 내가 라인하르트 캐슬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 것은 어떨까?”
“괜히 무리하지 않아도 되요. 라인하르트 캐슬의 부 성주이자 엘프인 내가 가면 서진의 말을 믿어줄 거예요.”
아리아나는 서진이 무리를 할까봐 걱정을 했다.
서진은 그녀의 마음이 가슴에 전해지자 갑자기 욱하는 심정이 되어 그녀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우웁!”
놀란 아리아나는 잠시 바동거리다가 이내 스르르 눈을 감더니 오히려 그의 품속으로 마구 파고들었다.
서진은 그녀의 허리를 잡아 당기고 한손으로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이미 만리장성을 쌓고 쌀이 끓어 밥이 된 사이라 두 사람은 당장이라도 원하기만 하면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서진이 적당한 선에서 자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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