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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 전략무기
대평원은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매직미사일로 인해 몸살을 앓아야했다.
대지는 지진이라도 난 듯 끊임없이 진동을 했고 땅거죽은 다 뒤집혀 풀 한포기를 찾을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초토화(焦土化)가 되어버린 것이다.
라인하르트 캐슬 주변 일대는 서진의 광역폭격에 당한 마수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이고 보라색 피가 강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와이비! 지금부터 빠른 속도로 저공비행을 한다.]
[꾸왕!]
서진은 와이비를 움직여 빠르게 퇴각하고 있는 나이트롤 군단과 카카오커 군단을 뒤쫓았다.
하늘 위에서 그냥 광역폭격을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서진이 쏟아낸 매직미사일들이 일제히 서진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그의 주변에 마치 회오리바람이 생겨나기라도 한 것처럼 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빨리! 아니야. 이것보다 더 빠르게! 더 빨리! 더 빨리!’
그는 자신의 매직미사일에 강력한 의지를 불어넣었다.
매직미사일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 용오름이 생겨나 엄청난 속도로 회전을 하더니 거대한 토네이도로 변해버렸다.
도망치던 나이트롤과 카카오커가 하나둘씩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는 토네이도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산산조각으로 갈려버렸다.
엄청난 압력에 의해 순식간에 뼈가 부서지고 피와 살점으로 바스러져버린 것이다.
‘됐다.’
서진은 드디어 매직미사일로 토네이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끝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시작이었다.
와이비를 타고 저공으로 빠르게 들판을 비행했다.
그러자 서진을 중심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토네이도가 그에 맞춰 빠르게 이동을 하며 엄청난 일을 만들어냈다.
마치 검사의 스킬 ‘휠 윈드’처럼, 광풍 안에 들어온 모든 마수들이 매직미사일에 맞아 펑펑 터져나갔다.
거기에다 매직미사일의 회전 반경 안에 들어오지 않아 직격을 당하지 않은 마수들도 일정영역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뇌속성 스플래시 데미지를 무한으로 때려 맞았다.
‘이거 죽이는데! 토네이도와 광풍인가?’
서진은 좋은 스킬을 두 개나 개발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첫 번째 스킬은 토네이도를 만들어서 마수들을 갈아버렸다.
두 번째 스킬은 토네이도가 광풍으로 변해 매직미사일의 직접적인 공격과 함께 뇌속성 스플래시 데미지를 무한으로 때려 넣었다.
이건 걸리기만 하면 상급마수를 비롯한 최상급마수도 한방에 녹여버릴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스킬이었다.
광풍이 딱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마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엄청난 속도로 매직미사일을 소모시킨다는 점이다.
그로인해 마나가 무섭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대형마수나 상급마수를 만나면 광풍을 써서 빠르게 잡고 마나가 떨어지면 토네이도로 빨아들여서 갈아버리면 되겠구나. 그사이 마나가 차면 다시 광풍을 만들면 되겠어.’
요체는 토네이도를 쓰려면 살짝 고도를 높이고, 광풍을 쓰려면 고도를 낮춰서 매직미사일로 직접 타격을 하는 것이다.
서진은 와이비를 움직여 토네이도와 광풍을 차례로 연습했다.
와이비가 그의 의도에 맞게 잘 움직여줘서 금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사이 수만 마리나 됐던 나이트롤과 카카오커 군단은 완전히 갈려버려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차! 정수는 어떻게 하지? 다 갈리겠네.”
-마스터, 정수는 단단해서 그렇게 쉽게 갈리지 않습니다. 클론볼이 뒤따라가면서 하늘에서 비처럼 떨어져 내리고 있는 정수를 모조리 줍고 있습니다.
“오오오! 고마워. 마이키!”
-천만에요.
다행이었다.
만약 정수까지 갈렸다면 눈물을 머금고 토네이도와 광풍 스킬을 봉인했을 것이다.
토네이도와 광풍 스킬로 인해 서진은 도망치는 마수들의 군단을 빠르게 따라잡아 대량살상을 할 수 있었다.
마수를 잡는 시간이 비약적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마수들도 영 바보는 아니었다.
서진의 토네이도가 나타나자 아예 반대방향으로 멀찍이 도망쳐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쉴 새가 없었다.
라인하르트 캐슬 반경 수백km 안에 마이키가 클론볼을 뿌려놓았기 때문에 폭격할 마수들의 숫자는 조금도 줄지 않았다.
그만큼 서진의 활동반경이 넓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라인하르트 캐슬의 사대성문이 활짝 열렸다.
수만 명의 병사들이 쏟아져 나와 마수사체수거작업을 시작했다.
마수는 살아있으면 위협이 되는 존재다.
그러나 죽은 마수의 사체는 그 자체로 큰돈이 된다.
정수, 가죽, 이빨, 발톱, 힘줄, 피, 장기…….
뭐하나 버릴 것 없이 여러모로 쓸모가 참 많았다.
마탑이나 연구소에 팔아도 되고 가져다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어도 된다.
고로 마수사체를 수거하는 작업은 전리품을 얻는 것처럼 신나는 일이다.
물론 매직미사일에 박살난 마수의 사체를 옮기는 일은 고역이다.
지독한 피비린내로 인해 병사들은 모두 방독면을 써야했다.
그 와중에도 서진의 폭격은 라인하르트 캐슬을 중심으로 반경 수백km 안을 돌아다니며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시간 그리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사흘 동안 서진은 정말 미친 듯이 마수들을 쫓아다니며 폭격을 했다.
라인하르트 캐슬의 유사인류와 수인족들은 서진의 그 모습을 보고는 ‘파멸의 신(神)’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마수들을 학살하고 다니는 파멸의 토네이도!
아마 마수들은 당분간 라인하르트 캐슬 근처로는 얼씬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라인하르트 캐슬의 심복지환(心腹之患)을 해결한 사흘이 지나갔다.
* * *
말랑말랑!
몰캉몰캉!
탱글탱글!
한 손에 가득, 기분 좋은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는 부드러움과 탄력!
서진의 입가에 살포시 미소가 꽃을 폈다.
“안 일어 날거에요?”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귓가를 간지럽히는 아리아나의 목소리에 서진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어린아이처럼 이게 뭐에요?”
“뭐가 어때서? 좋다고 달려들 때는 언제고?”
“내, 내가 언제 달려들었어요?”
“엘프는 거짓말 못한다고 하던데……. 아니었나?”
“아잉!”
눈을 뜨지 않아도 다 보였다.
살짝 토라진 척하고 있는 아리아나!
하지만 몇 번 손을 거칠게 움직이자 금세 얼굴을 붉히며 풀어진다.
“사흘 동안 쌔빠지게 일했잖아. 오늘 하루 좀 늦게 일어난다고 아무도 뭐라고 할 사람 없어.”
“그건 그렇지만……. 유니언에서 오늘 사람을 보낸다고 했단 말이에요.”
“유니언에서?”
“네.”
서진은 아리아나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도저히 한손으로 다 잡히지 않는 그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뺨에서도 느껴졌다.
그는 잠시 기분 좋은 감촉에 얼굴을 살살 비볐다.
“아이잉!”
도도한 아리아나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볼 수 없는 야릇한 비음!
서진은 급격히 장난기가 도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이 이상 자극하면 아리아나가 뜨겁게 타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는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유니언에서 왜 사람을 보냈데?”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유니언에 올린 보고서 때문일 거예요. 그 보고서 안에 서진의 대활약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아마 그것 때문에 급히 사람을 보내는 걸 거예요.”
“결국 나를 만나러 온다는 말이군.”
“네, 이클립스라는 거물급 인사를 보내는 것 보면 서진의 활약에 꽤나 감명을 받았나보네요.”
“이클립스? 화염탑의 마탑주 이클립스?”
서진은 이클립스라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
클리프 행성 출신의 하원의원 이클립스는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네, 맞아요. 서진도 알고 있었군요.”
“모를 수가 없지. 지금도 하원의원인가?”
“아니에요. 하원의원은 그만두고 지금은 카산드라 전선의 보급을 담당하고 있어요.”
“카산드라 전선이면 시드라 행성의 콜로니인 카산드라 행성을 말하는 거야?”
“맞아요.”
서진은 결국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려가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아리아나의 상아처럼 매끄럽고 눈부신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꿀꺽!
견물생심일까?
어젯밤 그렇게 아리아나를 탐했는데도 이렇게 다시 눈으로 보게 되니 또다시 욕망이 불끈 끓어올랐다.
아리아나는 서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안다는 듯 야릇한 표정을 지었다.
서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아리아나의 몸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그 대담하고 뻔뻔한 눈길이 싫지 않았는지 그녀의 볼에 홍조가 일어났다.
동시에 그녀의 눈 속에 뜨거운 열망의 불꽃이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약속은 점심시간으로 잡아야겠네요.”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아리아나가 뱀처럼 스르륵 움직이더니 서진의 욕망을 향해 살짝 입을 벌렸다.
그리고 욕심껏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순간, 침대가 뜨겁게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샤워를 마친 두 사람은 외출준비를 서둘렀다.
아리아나는 머리를 뒤로 묶어 포니테일을 했다.
옷은 팔다리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연녹색의 산뜻한 원피스를 걸쳤다.
단지 그것뿐이었는데…….
그녀는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웠다.
반대로 서진은 란돌프의 전신갑주 V2로 무장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산책을 하듯 내성 영빈관을 향해 걸어갔다.
이클립스는 영빈관 입구에서 서진과 아리아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클립스가 우리를 마중 나왔나 봐요.”
아리아나의 말에 서진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
자신의 가치를 그 정도로 높이 산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됐다.
“아리아나! 오랜 만입니다.”
“이클립스! 반가워요.”
아리아나와 이클립스는 서로 구면인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클립스는 아리아나와 인사가 끝나자 곧바로 서진을 쳐다봤다.
“난 유니언에서 나온 이클립스라고 합니다.”
“지구에서 온 이서진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다.
“영빈관 안도 좋지만 정원을 산책하며 얘기를 나누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럼 같이 산책을 하면서 얘기를 나누시지요.”
“네.”
이클립스의 제의에 서진과 아리아나는 흔쾌히 동의했다.
세 사람은 영빈관 앞에 꾸며진 넓은 정원을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이런 침묵이 오래가면 오히려 얘기를 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클립스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저는 돌려 말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도 될까요?”
“저도 그게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제가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세요.”
서진은 이클립스의 성격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나올지 진즉에 알고 있었다.
“라인하르트 캐슬에서 올라온 전투보고서와 아리아나가 올린 보고서를 읽었습니다. 물론 저만 읽은 것이 아니라 유니언 의회의 상원의원들이 모두 읽어봤습니다. 먼저 라인하르트 캐슬의 대승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고마워요.”
이클립스가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서진과 아리아나도 이클립스를 향해 정중히 인사를 했다.
이클립스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서진에게 먼저 묻겠습니다.”
“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유니언을 위해 사용할 의향이 있나요?”
“정확히 말씀을 드리면 유니언을 위해서가 아니라 호드를 물리치기 위해 사용할 의향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질문과 대답이 미묘하게 서로 어긋나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클립스는 크게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같은 대답이라고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니언 의회의 상원의원들은 이서진의 능력을 무척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서진이라고 불러주세요.”
“고맙습니다. 저도 이클립스라고 불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이클립스는 서진의 호탕한 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아까보다 훨씬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당장 전장에 투입하는 것은 곤란하고 서진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거라면 얼마든지 제공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저희의 방식대로 테스트를 진행해볼까 합니다.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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