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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 불타는 아이아스
말은 지하수로라고 했지만 결국 하수도라는 소리다.
기껏 침투한다는 곳이 냄새나는 하수도라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아스는 자신이 전혀 모르는 곳이다.
이클립스의 말을 듣지 않고 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그는 인상을 구기고 있는 서진의 얼굴을 쳐다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이것 받으세요.”
“마법스크롤?”
“그렇습니다. 잘 알고 계시군요. 첫 번째 것을 찢으시면 아이아스의 지하수로 안의 한 공간으로 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것을 찢으시면 이곳으로 돌아옵니다. 주의하셔야 할 것은 지하수로 곳곳에 마족들이 설치해놓은 함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마법결계를 조심하십시오. 그것에 걸리면 마법스크롤이 먹통이 되어 탈출할 수가 없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말만 테스트였지, 뭔가 죽음을 불사하고 불가능한 임무를 위해 침투하는 기분이었다.
“특공대라는 자들은 어디 있습니까?”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들을 어떻게 알아보죠?”
“모두 다섯 명의 검은 야행복을 입은 자들입니다. 리더의 이름은 아약스 루스타프아르메이야할테입니다.”
“아약스 뭐요?”
이름이 너무 길어서 기억하기기 쉽지 않았다.
“아약스 루스타프아르메이야할테입니다.”
“아약스 루스타프아르메이야할테!”
몇 번이나 중얼거리면서 접선할 특공대 리더의 이름을 외워야했다.
“준비되시면 출발하세요.”
“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무운을 빕니다.”
“서진! 조심히 다녀와요.”
서진을 향해 아리아나가 하얀 손을 흔들었다.
그녀의 눈에는 그에 대한 신뢰가 가득했다.
그는 이클립스와 아리아나에게 각각 한 번씩 손을 흔들고는 첫 번째 마법스크롤을 찢었다.
찌이익!
화아아악!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밝은 빛이 터져 나온 순간!
서진은 자신이 전혀 모르는 장소에 와있다는 것을 인지했다.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반경 40m에 달하는 감지스킬이 패시브로 발동했다.
그러자 서진은 깨달았다.
자신이 지하철이 다닐만한 넓은 지하수로가 교차하는 중앙에 서 있다는 것을…….
‘마수?’
황소만한 덩치를 가진 굼벵이처럼 생긴 마수!
지하수로 교차로 주변에, 수십 마리가 꾸물대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최하급 마수들이었다.
이놈들은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 먹고 마시고 씹어 삼켰다.
그러면서 계속 뒤로는 뭔가를 숭숭 뿜어냈다.
‘혹시 이놈들이 이곳을 정화시키는 그런 마수들인가?’
지하수로는 생각보다 그렇게 냄새가 지독하지 않았다.
이놈들의 정화능력 때문일까?
진짜 정화능력만 좋다면 마수라고해도 이놈들을 쓰레기처리장에 박아놓고 뺑뺑이를 돌리면 딱 일 것 같았다.
굼벵이마수들은 서진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자신들이 최하급마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 살아있는 생명체는 아예 건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물론 덤벼봤자 바로 개 박살이 나버리겠지만 말이다.
일단 위상배열레이더를 켰다.
반경 4km 안으로 독특한 마나의 파장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머릿속으로 거대한 지하수로의 형태와 구조가 한 번에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지상에 있는 마족의 도시 아이아스!
그곳의 구획과 길, 집과 건물들의 윤곽이 한꺼번에 꽉 차게 느껴졌다.
방어막과 다탄두, 탄두강화와 출력강화를 활성화 시켰다.
뇌(雷)속성 인챈트와 사일로도 켰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은밀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색적, 관찰, 추적 스킬을 동시에 차례로 켜나가자 그들의 정체가 저절로 떠올랐다.
‘출신이 도둑인가?’
하는 짓이 꼭 도둑놈들 같았다.
구렁이가 남의 집 담을 슬그머니 넘어가듯 지하수로를 넘나드는 모습!
발걸음 하나하나에 조심성이 담겨져 있었다.
서진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기까지 그저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다.
‘매직미사일!’
18개의 매직미사일이 떠올랐다.
다탄두의 영향으로 18개는 즉시 90개로 증가했다.
위상배열 레이더의 락인 1개에다 사일로 3개에 매직미사일을 더 소환해서 꽉꽉 채워놓았다.
탄두강화와 출력강화로 무지막지하게 강해진 매직미사일 450개가 서진의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사내 다섯 명이 조금만 이상하게 움직여도 아마 그들은 곧바로 450개의 매직미사일에 의해 가루가 되고 말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그때 제일 앞에서 다가오던 사내가 작게 속삭였다.
하도 작게 말해서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이서진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저는 아약스 루스타프아르메이야할테입니다.”
“기다리던 사람이군요.”
더럽게 긴 이름을 들어보니 특공대인지 뭔지 하는 자들이 맞는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시간관계상 바로 이동하시죠.”
“네, 그렇게 하죠.”
“저희 수퍼비들이 앞장 설 테니 잘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네, 잘 따라갈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통성명은 했지만 굳이 서로 악수를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서로 자주 볼 사이도 아니었고.
‘특이한 사람들이군. 수퍼비? 이건 또 무슨 뜻이지? Super Bee? Super 비(費)? 뜻이 뭐냐고 한번 물어볼까?’
서진은 호기심이 치밀었으나 바로 고개를 흔들어 털어버렸다.
자기들 멋대로 지은 이름까지 굳이 알아야할 이유는 없었다.
사사삭 사사삭 사사삭!
그들은 물이 없는 한쪽 벽의 턱을 타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능력자체가 이런 어둠속에서 빠르게 달리는데 특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서진도 나름 열심히 달려갔지만 도저히 그들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저것들이 지금 나 약 올리려고 일부러 빨리 달리는 것 맞지? 내가 무슨 말 실수라도 했나? 기분 나쁘게 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날개를 꺼낼까?’
서진은 그들이 뭔가 텃세 비슷한 것을 부리는 느낌을 받았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뭔가 아주 사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전력을 기울인다면 못 따라 잡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미리부터 힘을 빼놓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컸다.
접선에 성공은 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아니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목숨은 자신이 지켜야한다.
남을 의지하는 순간, 누군가에게 기대는 순간, 결국 빈틈이 생길 것이다.
[사이먼 소환!]
서진은 사이먼을 소환했다.
날개보다는 사이먼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저들의 뒤를 따라가야 한다.]
[부유마법과 비행마법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사이먼은 곧바로 자신과 서진의 몸에 부유마법과 비행마법을 걸었다.
그리고는 서진을 이끌고 빠르게 앞으로 날아갔다.
아무리 달리는 것이 빠르다고 해도 결코 나는 속도를 따라갈 수는 없다.
이런 지하수로야말로 허공에 떠서 움직이는 것이 안전하고 좋다.
‘올! 이거 갑자기 너무 편해졌는데?’
사이먼이 서진을 허공에 띄우고 끌면서 날아가자 갑자기 할 일이 없어졌다.
그는 자연히 위상배열 레이더에 나타난 지하수로와 아이아스의 구조에 더 신경을 집중했다.
덕분에 지금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유추해낼 수 있었다.
‘아이아스의 중심부로 가는구나. 가만 그런데 내가 저들을 따라서 굳이 거기까지 가야할 이유가 있나? 결국 아이아스의 마족과 마인을 공격하는 것은 저들이 아닌 나잖아?’
생각해보니 굳이 저들이 안내하는 곳까지 따라갈 필요가 없었다.
매직미사일은 탐지거리가 곧 사정거리다.
반경 4km 탐지거리에, 출력강화 14배가 적용됐으니 현재 탐지거리는 반경 56km이다.
아이아스 전체를 아우르고도 남는 거리였다.
서진은 급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잠깐!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억! 도, 도시 중앙으로 가는 겁니다.”
그들은 서진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걸로 유추해볼 때,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런 어두운 지하수로에서도 앞을 잘 볼 수가 있는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 뭐가 있죠?”
“저희가 준비해놓은 아지트가 있습니다. 그곳에 가셔서 원거리 공격을 쓰시면 아이아스 전체를 아우를 수 있습니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죠?”
“네, 그렇습니다.”
역시 생각대로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들의 생각에 원거리공격을 해야 하니 그런 장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한 것뿐이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혹시 준비해놓은 아지트의 지붕이 공 모양이고 폐가에다 출입문 손잡이가 삼각형으로 돼 있습니까?”
“마, 맞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그곳에 지금 마족으로 보이는 장교들과 마인병사 수백 명이 모여 있습니다.”
“네에? 그, 그럴 리가요.”
그들은 깜짝 놀랐다.
서진은 마음속에서 슬그머니 살심이 솟구쳤다.
‘이 새끼들 싹 죽여 버릴까?’
뭔가 아주 수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이들을 전부 죽여 버릴 수는 없었다.
‘이들의 처리는 이클립스에게 맡기고, 난 내 할 일이나 하자.’
서진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그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전 이만!”
“잠깐만, 여보세요. 이봐요. 기다려요.”
“아니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서진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괜히 근처로 갔다가 피를 보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도시 중앙에 있는 저들의 아지트가 이미 발각 당했고, 매복이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했다.
[사이먼! 되돌아간다. 500m 쯤 가다가 왼쪽으로 틀어서 1km 쯤 직진해라.]
[네, 마스터.]
사이먼은 즉시 서진의 명령에 따라 이동했다.
[사이먼! 이 주변 일대를 샅샅이 뒤져라. 마족이 설치해놓은 마법함정과 마법결계가 아마 곳곳에 있을 것이다.]
[네, 마스터.]
[그동안 나는 이 아이아스라는 마족의 도시를 날려버리겠다.]
[아! 여기가 아이아스로군요.]
[여기가 어딘지 알아?]
사이먼이 아는 척을 하자 서진은 신기하다는 듯 물어봤다.
[네, 전에 한번 온 적이 있습니다. 호전적인 마족들이 사는 곳이죠.]
[그래? 그럼 사이먼이 나라면 어디부터 공격하는 게 좋겠어?]
[제가 마스터라면 전 마족들의 학교와 학원을 공격하겠습니다. 마족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군사학교나 전투학원에 들어갑니다. 거기서 교관들에게 전투기술을 익히고 같은 마족들과 싸우고 경쟁하면서 무력을 키웁니다.]
서진이 웃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지금 밤이거든. 학교에 어린마족들이 있겠어?]
[모르고 계셨군요. 마족의 군사학교와 전투학원은 모두 기숙사생활이 기본입니다. 태생이 귀족인 고위마족의 자제가 아니라면 대부분 어린 시절을 기숙사에서 보냅니다.]
사이먼의 말에 서진은 눈이 번쩍 떠졌다.
그가 얘기해준 정보는 지금 서진에게 정말 큰 가치가 있었다.
[그래? 참! 지금 하늘에 레드문이 떠있어. 혹시 더 좋은 아이디어는 없어?]
[마스터! 그럼 더 이상 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마구 폭격하세요. 마족과 마인들은 레드문이 뜨는 날이면 딱 두 가지만 합니다. 싸우거나 교미를 하거나. 교미 중에는 조심성이 떨어져서 아마 쉽게 마스터의 공격을 피하지 못할 겁니다.]
[그으래?]
서진은 사이먼을 통해 귀한정보를 얻게 되자 갑자기 테스트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솟구쳤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하자.]
[마스터, 미리 탈출할 곳을 마련해놓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지. 그럼 사이먼은 이쪽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에 마법함정을 설치해줘!]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린 어떻게 이곳에서 탈출합니까?]
[나한테 마법스크롤이 있어.]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알고 최대한 통로를 봉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서진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는 통로 한쪽으로 사라졌다.
서진은 사이먼의 조언대로, 어린 마족들이 다니는 군사학교와 전투학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마족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찾아보니 금세 수십 군데도 더 발견할 수 있었다.
거기에다 이제 막 태어난 애기마족과 임산부 마족들이 모여 있는 병원도 몇 군데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인은 나중에 천천히 잡아 죽여도 된다. 일단은 마족들부터 집중적으로 잡아 죽이자.’
서진은 자신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네 곳의 출구를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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