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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71화 (1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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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 불타는 아이아스

마인들이 드나들 수 있는 출입구가 아닌, 오로지 매직미사일이 빠져 나갈 수 있는 출구면 됐다.

그는 인적이 드문 도로 한쪽의 맨홀을 목표로 했다.

강철같이 단단한 무거운 맨홀뚜껑이 덮여 있지만 결코 매직미사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사이먼!]

[네, 마스터!]

[준비 끝났어?]

[네, 그렇습니다. 주변에 있는 마법함정과 결계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이쪽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최대한 봉쇄했고, 막을 수 없는 곳은 함정을 설치해놓았습니다. 그리고 탈출을 하고 나면 자동으로 폭발이 일어나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하하! 좋아. 잘했어. 그럼 시작하자.]

[네, 마스터.]

서진은 사이먼이 일을 마치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매직미사일을 네 곳의 출구로 날려 보냈다.

‘군사학교와 전투학교의 기숙사, 병원, 마족들의 주둔지, 병영 순으로 하면 되겠지.’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의 락인 기능과 사일로 3개를 이용해 각 지역에서 가장 많은 마족들이 모여 있는 장소들을 폭격영역으로 지정해놓았다.

‘가랏!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드디어 서진의 매직미사일 공격이 시작됐다.

450개의 매직미사일이 동서남북 네 곳으로 나뉘어져 빠르게 이동했다.

매직미사일은 인적이 드문 맨홀의 뚜껑을 힘으로 부셔버리고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마치 사신이라도 되는 듯 어린 마족들이 단잠을 자고 있는 군사학교와 전투학교의 기숙사들을 맹폭격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지하수로에 잔잔한 진동이 일어났다.

모르긴 해도 아이아스 시내는 지금쯤 난리가 났을 것이다.

서진은 그 어떤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직 위상배열 레이더와 최대한 빨리 매직미사일을 날리는 것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그의 머리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매직미사일이 무서운 속도로 소환되어 사방으로 쏟아져 나갔다.

‘군사학교와 전투학교의 기숙사는 모두 끝났고 이제는 병원과 마족들의 주둔지이다.’

슈슈슈슈슈슈슈…….

서진의 머리 위에서 은은한 광채가 흘렀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매직미사일을 소환하고 쏘아대니 반투명한 매직미사일이 겹쳐서 작게 빛이 나는 것이다.

사이먼은 보유한 모든 마나를 거의 몽땅 쏟아 부어 통로 사방에 치밀하게 마법함정을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그런지 지켜보는 내내 여유 만만해 보였다.

‘여차하면 군단을 꺼내놓으면 된다. 마스터께서 탈출하시고 소환해제를 한다면 우리 모두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다.’

사이먼도 역시 이렇게 믿는 게 있었다.

서진의 기습은 초반에 엄청난 전과를 냈다.

잠을 자고 있던 기숙사의 어린 마족들이 꼼짝도 못하고 꿈을 꾸다가 대가리가 펑펑 터지면서 죽어갔다.

마족병원 신생아실에서 옹알거리던 애기마족들은 몸이 통째로 박살나 며칠 안 되는 마(魔)생을 마감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 오늘내일 해산할 날을 기다리고 있던 임산부 마족들은 창문을 깨고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매직미사일에 배가 뚫리고 터져 태속에 있는 핏덩이와 같이 폭사해버렸다.

하지만 서진의 잔혹한 살상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병원과 마족의 주둔지도 대충 정리가 됐군. 그다음은 병영인가? 가만! 내가 왜 일을 이렇게 어렵게 처리하지? 그냥 확 불을 지르면 안 돼?’

안될 리가 없었다.

기회가 왔을 때 마족들을 최대한 발라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다.

서진의 뇌리 속에 불타는 로마를 구경하면서 자작시를 읊는 네로 황제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크하하하! 역시 대량살상에는 불이 최고지.’

서진은 정신의 한줄기를 나눠 매직미사일 몇 개를 정밀유도하기 시작했다.

아이아스 시내 곳곳에 산재한 기름 창고와 기름 가게들!

그곳을 정확히 타격해버린 것이다.

뇌(雷)속성 인챈트가 걸려있는 매직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기름 창고와 기름가게들을 강타하자 금세 불길이 솟구쳤다.

불붙은 기름이 폭발하면서 주변의 집과 건문들을 덮치더니 곧 사방으로 빠르게 화마가 퍼져나갔다.

얼마 지나지 일대는 온통 불바다로 변해갔다.

하지만 서진에게는 불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비명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그는 아이아스에 화재가 어떤 식으로 번질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열심히 매직미사일을 날려 마족과 마인들을 잡아 죽일 뿐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매직미사일을 날려댈 때였다.

갑자기 위상배열 레이더에서 강렬한 기운 하나가 포착됐다.

“헉!”

서진은 찬물을 뒤집어쓴 것 같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뭐지? 이 강력한 기운은? 혹시 상급마족인가?’

상급마족이면 최상급마수나 마찬가지다.

강렬한 기운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곧장 다가오고 있었다.

위성배열 레이더에 정신을 집중하자 대번에 그가 마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 하지? 싸울까? 아니면 그냥 튈까?’

서진은 사이먼을 쳐다봤다.

그리고 바로 결정했다.

한번 붙어보기로 말이다.

[사이먼! 상급마족으로 의심되는 놈이 다가온다.]

[마스터! 싸우실 거면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에서 처리하십시오. 매직미사일을 그놈에게 집중하면 마스터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사이먼의 말에 서진은 눈앞에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사이먼 말이 맞다. 내가 왜 저놈을 기다려야하지? 그냥 원거리에서 조지자.’

서진은 사이먼의 말대로 원거리 요격을 선택했다.

다행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마족은 지하수로를 통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마 마땅히 피할 곳이 없을 것이다.

슈슈슈슈슈슈슈슈…….

450개의 매직미사일이 일제히 정체불명의 마족을 향해 쏟아져나갔다.

쿠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쿠쿵!

지하수로가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다.

하지만 서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정신을 한곳에 집중했다.

‘이놈 봐라! 마법인가? 아니면 생체실드? 어쨌든 잘 버티네.’

정말 놀라웠다.

뭘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블랙 드레이크를 피범벅으로 만들어 버리는 자신의 강력한 매직미사일을 이 마족은 용케도 잘 버티고 있었다.

‘가만! 이놈 마족이지? 그럼 물질보다는 정신체에 가깝다는 얘기잖아. 그렇다면…….’

서진은 즉시 뇌정 인챈트 스킬을 활성화했다.

‘왠지 이걸로는 조금 모자라는 느낌이 드네. 조금만 더 뇌정을 써보자. 뇌정 인챈트 더블이다.’

서진은 뇌정 인챈트 스킬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직접 뇌정을 조금 더 추가했다.

그러자 그의 머리위에 생성되는 매직미사일에서 노란 서기(瑞氣)가 솟구쳐 올랐다.

[마스터!]

[물러서있어.]

사이먼의 놀란 목소리가 들리자 서진은 자신의 의지를 담아 짧게 외치고는 450개의 노란 서기로 빛나는 매직미사일을 일제히 쏘아 보냈다.

슈슈슈슈슈슈슈슈…….

빠른 속도로 지하수로를 타고 날아간 매직미사일이 마족이 들고 있는 검은 방패를 정통으로 후려갈겼다.

그리고도 모자라 새까만 전신갑주를 입고 있는 마족의 온몸을 직접 강타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아아아악!”

마족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전신갑주사이로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는 검은 연기가 뭉클뭉클 피어올랐다.

‘먹히고 있다. 역시 마족에게는 뇌정이 짱이로구나.’

수백 미터를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온 마족은 결국 서진의 물량에 막혀 서서히 무릎을 꿇고야말았다.

[띠링!]

[레벨업!]

서진의 뇌리에 레벨업 알림음이 터졌다.

그는 직감적으로 마족을 잡은 것을 깨달았다.

[마스터! 위에서 뭔가가 곧장 내려옵니다.]

[이런!]

그는 급히 사이먼이 있는 곳으로 몸을 피했다.

‘한 놈이 더 있었군. A+급의 위상배열 레이더를 피해 은신을 하다니……. 감지가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 했구나.’

서진은 마족 한 놈이 머리위에서 다가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가 가까워지자 반경 40m의 감지스킬에 걸리고야 말았다.

그제야 서진은 마족의 존재를 눈치채고 대경실색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는 즉시 왼손에 디바인실드를 들고 오른손에 팬텀소드를 뽑아들었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스나이핑!’

그는 360개의 매직미사일을 띄우고 90개의 매직미사일이 중첩되는 스나이핑을 준비했다.

지하수로의 천정이 깨지면서 마족 한 놈이 떨어져 내리는 순간, 그는 매직미사일과 스나이핑으로 동시 타격했다.

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피잉! 쾅!

“크아아아악!”

누군가의 입에서 참혹한 비명이 터졌다.

서진은 그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천정을 뚫고 내려온 순간, 상급마족 두칸은 기겁을 했다.

수백 개의 노란 서기로 빛나는 매직미사일과 그보다 더욱 무서운 기운을 풀풀 풍기는 매직미사일 하나!

이것들이 동시에 자신을 향해 쏟아져 왔던 것이다.

두칸은 일단 정면에서 날아오는 무서운 기운을 풍기는 매직미사일부터 피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비틀었다.

순간 수백 개의 매직미사일이 온몸을 강타했다.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왼팔이 매직미사일의 파도에 순간적으로 갈려버렸다는 것을…….

두칸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필사의 의지로 참고 이겨냈다.

혼신을 다해 집중한 결과 두칸은 간신히 순간이동을 펼쳐낼 수 있었다.

스팟!

서진의 정면 앞에 두칸의 신형이 나타났다.

두칸은 곧바로 서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두칸의 오른 주먹이 서진의 얼굴을 박살낼 무서운 기세로 날아왔다.

서진은 반사적으로 디바인실드를 치켜들어 마족의 주먹을 막았다.

캉!

치이이이익!

“크으윽!”

공격을 한 것은 두칸이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것도 두칸이었다.

강력한 신성력에 노출된 두칸의 주먹이 순식간에 흐물흐물 녹기 시작했다.

살과 뼈가 생으로 타면서 녹는 고통에 두칸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그 사이, 서진의 공격이 들어왔다.

‘쇼크웨이브! 라이트닝서클!’

서진은 두 개의 스킬을 거의 동시에 두칸을 향해 발사했다.

파앙! 파츠츠츠츠츳! 서걱!

“아아악!”

마족은 급히 순간이동을 펼쳐 피했다.

그렇지만 완전히 피해낼 수는 없었다.

두칸의 몸 사방에서 스파크가 마구 일어나자 절로 이빨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잘려나간 귀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옆머리에서 검은 연기가 뭉텅이로 쏟아져 나왔다.

두칸은 반사적으로 서진의 팬텀소드를 쳐다봤다.

그의 눈이 새빨개졌다.

목숨을 걸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고 판단한 두칸은 다시 순간이동을 펼쳤다.

[홀드!]

그 짧은 순간, 사이먼이 번개같이 마족을 향해 홀드마법을 걸었다.

마족의 몸이 서진의 바로 앞에 나타나자마자 살짝 멈칫했다.

서진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팬텀소드로 마족의 목을 찔러버렸다.

슉! 콱!

하지만 서진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했다.

놀랍게도 두칸이 서진의 팬텀소드를 이빨로 콱 물어버린 것이다.

이빨 사이에서 검은 연기가 뭉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칸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그보다는 급히 서진의 몸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꼬리로 서진의 오른쪽 다리를 감쌌다.

서진은 디바인실드로 두칸의 얼굴을 확 밀어버렸다.

치이이이익!

두칸의 얼굴이 타오르며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두칸은 오히려 서진의 왼쪽다리를 자신의 두 다리로 걸고는 들러붙었다.

서진과 두칸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말 그대로 개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인간! 넌 내게 죽는다.]

서진의 뇌리 속으로 마족의 의지가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소리 하지 마! 죽는 건 너야!]

[과연 그럴까?]

서진은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한 팔이 없는 두칸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두 다리에 하체가 단단히 묶여버렸다.

팬텀소드는 두칸의 이빨에 단단히 잡혀있고, 디바인실드는 뿔로 눈을 찌르려는 마족의 얼굴을 밀어내고 있었다.

‘아차! 꼬리! 이놈의 꼬리가 풀렸다.’

서진은 순간 두 칸의 꼬리가 자유로워졌다는 것을 인지했다.

휘익! 푹!

서진은 급히 고개를 옆으로 꺾었다.

두칸의 꼬리가 자신의 투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바닥에 푹 꽂혔다.

그가 뿔로 눈을 찌르려는 행동은 페이크였던 것이다.

[한번은 피해도 두 번은 못 피한다. 잘 가라!]

두칸은 승리를 예감한 듯 잔뜩 비웃으며 의지를 전했다.

두칸의 꼬리가 다시 위로 올라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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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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