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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72화 (17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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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 불타는 아이아스

이번에는 정확히 서진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너나 잘 가!]

하지만 서진은 오히려 두칸을 비웃었다.

촤라라라라라라!

파파파파파파팍!

“컥!”

두칸이 결사적으로 물고 있던 팬텀소드가 순간 그의 입속으로 쑥 파고들었다.

[띠링!]

[레벨업!]

두칸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을 하더니 이내 몸을 축 늘어뜨렸다.

[마스터!]

사이먼의 목소리가 뇌리 속에서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서진은 디바인실드로 두칸을 옆으로 밀어내고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의 등 뒤로 노란 서기로 빛나는 날개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날개 끝으로 보라색 피와 하얀 뇌수가 흘러 땅에 뚝뚝 떨어져 내렸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 사이먼을 쳐다봤다.

사이먼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오른 손을 살짝 위로 치켜들었다.

그의 손에는 보라색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심장 하나가 들려있었다.

두칸을 돌아봤다.

옆구리 한쪽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이놈 네가 죽인거야?”

“그럴 리가 있습니까? 당연히 마스터가 죽이셨죠.”

“날개를 펼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내가 마족에게 죽을 일은 없었겠군. 수고했다.”

서진은 사이먼이 늦지 않게 마족에게 치명상을 입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사이먼은 전혀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서진에게 한쪽 엄지를 척하고 치켜들었다.

“마스터! 대단하십니다. 상급마족을 1:1로 잡으시다니요. 그것도 두 마리나…….”

“그게 대단한 건가?”

“대단한 것 맞습니다. 상급마족이면 최상급마수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것도 거의 연속으로 잡으셨으니, 어찌 대단하다 말하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이제부터 상급마족 따위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하하하하!”

서진은 사이먼의 과도한 칭찬에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더니 돌연 정색을 하며 사이먼에게 속삭였다.

“사이먼! 이제 그만 튀자.”

“네, 마스터!”

서진은 곧바로 마법스크롤을 꺼내들었다.

“아참! 마스터, 그런데 상급마족의 시체 두 구를 저에게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왜?”

“상급마족의 시체라면 지금 보유하고 있는 데스나이트 보다 최소한 세 단계는 위인 데스나이트 캡틴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데스나이트 캡틴?”

“데스나이트 기사단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잘하면 A급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예상됩니다.”

“으음, 뭐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휑하고 다녀오겠습니다.”

사이먼은 눈앞에 있는 상급마족 두칸의 시체를 냉큼 자신의 아공간에 담았다.

그리고는 신나게 지하수로의 통로를 달려갔다.

그는 서진의 매직미사일에 갈려 너덜너덜 해진 상급마족의 시체를 발견하자 반색을 하고는 얼른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사이먼이 돌아오자 서진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다됐어?”

“네, 마스터.”

“그럼 이만 가자. 사이먼 소환해제!”

퍽!

사이먼이 즉시 허공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쫘아악!

화아아아악!

서진은 미련 없이 마법스크롤을 쭉 찢었다.

순간 환한 빛이 서진의 몸을 통째로 집어 삼켰다.

그리고 다시 어둠이 지하수로를 매꿔갔다.

얼마 후, 지하수로를 찾은 마족의 추적대가 거대한 폭발에 흔적도 없이 날아가버렸다.

마치 지상에 불타는 도시 아이아스처럼…….

* * *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높은 산의 정상!

그 중앙에 하얀 신전이 세워져 있다.

기둥 하나가 족히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은 거대한 신전…….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을 빼다 박았다.

혹시 전설에 나오는 거인들이 쓰던 신전이 아닐까?

용도를 알 수 없는 신전의 중앙에는 하얀 돌로 된 긴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결과를 보고도 쉽게 믿을 수 없는 놀라운 능력이군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입니다.

금빛 찬란한 옷을 입은 잘 생긴 금발청년의 말에 반투명한 몸을 가진 중년의 사내가 대답했다.

그 옆에 앉은 귀가 뾰족한 엘프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있는 자들을 하나씩 쳐다봤다.

“이렇게 되면 테스트는 일단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당연히 테스트는 성공입니다. 보세요. 저기 저 불타고 있는 아이아스를…….”

모두의 시선이 테이블 중앙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직경 1m에 달하는 커다란 마법수정구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마법수정구는 불타는 도시의 모습을 생생한 마법영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루빈 의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푸근한 인상의 중년여자가 자신의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중년사내를 쳐다봤다.

루빈은 주먹만 한 녹색의 최상급 마나석을 만지작거리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엘린의 질문에 뭐라고 말할까 고민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미 저 정도면 상급을 넘어 최상급능력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렇게 원거리타격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은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제약이 있게 마련입니다. 근접전투에 약점이 있다거나 아니면 마나가 모자란다거나…….”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말인가요?”

루빈은 엘린이 자꾸 자신에게만 질문을 하자 귀찮은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약점을 보완해주면 더 좋을 것 아닙니까?”

그제야 엘린의 시선이 루빈을 지나 이리나로 향했다.

“신녀 이리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곳은 공적인 자리이니 그냥 이리나 의원이라고 불러주세요.”

“네, 그렇게 하죠. 이리나 의원.”

“고마워요.”

이리나는 엘린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이자야말로 저희가 찾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능력자입니다. 루빈 의원의 말처럼 약점을 보완해준다면 지금보다 더욱 뛰어난 기량으로 현재의 전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도 이리나 의원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리나의 옆에 앉아있던 하이엘프 리엘이 끄덕이자 다들 동감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리나는 금발의 청년을 쳐다보며 말했다.

“미켈란 의장님, 일단 일을 추진해보도록 하죠?”

“어떻게요? 약점을 보완해서 레무리아 전선이나 카산드라 전선에 투입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난 좀 더 구체적으로 의논했으면 좋겠습니다. 약점을 보완하자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보완할지, 그리고 한계를 어디까지 정할지, 전공에 대한 보상은 무엇으로 줄지, 전부 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켈란 상원의장의 말에 바하무트 의원이 동의했다.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는 우리처럼 인과율의 제약을 받지 않는 자입니다. 잘 키우면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호드와의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엘린이 바하무트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자는 말입니까?”

하지만 대답은 하이엘프 리엘이 했다.

“일이 있어서 잠깐 미케네요새에 들러 그의 얼굴을 보고 왔습니다. 현재 그의 등급은 A+급 상급능력자입니다. 하지만 잠재력은 A급에도 미치지 못하더군요. A+급이 된 것도 어떻게 보면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의 잠재력을 최상급으로 바꾸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바디체인지!”

루빈이 툭 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리엘이 루빈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정답입니다. 바디체인지를 하면 잠재력의 한계가 깨지게 될 겁니다.”

“그걸로 만족할까요?”

“만족하지 않겠지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적당히 당근을 제시하면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엘린의 의문에 리엘은 단언하듯 말했다.

바하무트가 돌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대사(大事)를 위해 아끼는 아이템을 한 가지씩 내놓으면 되겠군요.”

“아!”

리엘이 바하무트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감탄사를 발했다.

귀찮은 표정을 짓던 루빈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얼른 끼어들었다.

“아끼는 아이템이라고 아무거나 내놓으면 안 됩니다. 마나 공급과 회복률 혹은 증폭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어야 합니다.”

“무기나 방어구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략전술입니다. 아무리 보검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쓰지를 못하면 말짱 헛일 아닙니까?”

“그 말도 맞네요.”

어느 순간부터 다들 적극성을 띄기 시작했다.

모두 아이아스를 불바다로 만든 자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한참을 의논하던 여섯 명은 결국 하나의 작전을 입안할 수 있었다.

그들은 유니언 의회에서 사용하는 특급명령서에 자신들의 이름을 쓰고 각각 서명을 했다.

미켈란 상원의장

리엘 상원의원

바하무트 상원의원

이리나 상원의원

루빈 상원의원

엘린 상원의원

미켈란 상원의장은 특급명령서를 직접 밀봉한 후 자신의 부관이자 가디언인 드래고니언 카이저를 불렀다.

“카이저, 즉시 미케네요새로 가서 화염탑의 마탑주인 이클립스 대마도사에게 이것을 전해라!”

“예스, 마이로드!”

드래고니언 카이저는 미켈란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이더니 그 자리에서 천천히 물러났다.

모리티아의 드래곤산맥 정상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시작됐다.

* * *

쾅!

우지끈! 우당탕 쿵 탕!

주먹 한방에 단단한 청석으로 만들어진 테이블이 산산조각이 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검은 갑주!

머리를 뚫고 나온 커다란 두 개의 뿔!

시퍼런 살기를 뿜어내는 마족 한니발이 분통을 터트렸다.

우이토리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도 청색의 갑주에 머리에 뿔 하나를 단 전투종족 마족이지만, 회색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인해 이미 하얗게 질려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지? 누가 이런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어?”

“그, 그게…….”

“아이아스가 불타고 있다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입이 백 개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우이토리가 용기를 내서 간신히 대답하자 한니발은 그를 무서운 눈으로 노려봤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창가로 돌렸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 어떻게 된 일이야?”

“아직 상황을 파악 중입니다.”

쫘악!

와장창!

우이토리가 허공을 날아 그대로 벽에 부딪치며 장식장을 박살냈다.

후다다닥!

하지만 우이토리는 미친 듯이 한니발 앞으로 달려오더니 잽싸게 차례자세를 했다.

그의 코에서 보라색 피가 흘러내렸다.

한쪽 눈도 시퍼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우이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그 모습에 조금 화가 풀린 한니발이 은근하게 말했다.

“도시 하나가 작살났는데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무능한 새끼!”

“죄송합니다. 아이아스 전역에 걸친 화재로 인해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으음.”

한니발은 침음성을 흘렸다.

우이토리의 말을 들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되잖아. 그 전에라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내야 하지 않겠어?”

“맞습니다.”

“미케네요새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보고서가 올라오면 바로 네 놈의 목을 베겠다. 이번일은 당연히 미케네요새에서 저지른 일일 것이다. 아니 그놈들이 저지른 일이여야만 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야. 어떤 놈이 어떻게  이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확실하게 알아 와야 해.”

“알겠습니다. 반드시 원흉을 찾아내겠습니다.”

“스컬타워의 흑마법사들 뒀다가 뭐할 거야? 이럴 때 그놈들 안 써먹으면 언제 써? 내 명령이라고 얘기하고 전부 동원해서 반드시 이번 일의 원흉을 찾아내! 알았지?”

“네, 사령관님.”

한니발은 우이토리를 잠깐 쳐다보다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겠지?”

“네, 그렇습니다.”

“일단 그리핀나이트들을 투입해서 미케네요새를 적당히 주물러놔!”

“네, 사령관님.”

“그리고 참모본부에 얘기해서 빠른 시일 내에 미케네요새를 불태울 작전을 수립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만 꺼져!”

“네, 사령관님.”

우이토리는 한니발에게 칼 같이 군례를 올렸다.

그리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모르긴 해도 아마 죽다가 살아났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모자란 놈!”

한니발은 도망치는 듯한 우이토리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러다가 돌연 붉은 눈으로 시퍼런 살기를 줄줄 뿌려대기 시작했다.

“감히 아이아스를 불태우다니……. 어떤 놈인지 모르지만, 반드시 찾아내서 갈기갈기 찢어죽이고야 말겠다.”

아이아스 전선 사령관 한니발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처절한 복수를 다짐했다.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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