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73화 (17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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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 놀라운 선물

거대한 크레이터 중앙!

크고 작은 태양이 차례로 떠오르자 빛의 향연이 시작됐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상아빛 구조물에 반사된 광채는 현란하고도 몽환적이다.

“아름다워요.”

“여전히 적응이 안 되는 곳이군.”

아리아나의 속삭임에 서진은 창문을 바라보며 퉁명스런 목소리로 대꾸했다.

벽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투명금속으로 이뤄진 창문이라 전망은 확실하다.

“멋있지 않아요?”

“전혀!”

“왜요? 난 독특하고 개성 있어서 좋아 보이는데…….”

“나무 한 그루 없는 모습이 삭막하잖아.”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아리아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가를 향해 걸어갔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눈부신 나신!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아름다운 곡선의 유동과 질량의 출렁거림이 시선을 강탈한다.

“모리티아 전체가 다 이렇진 않아요. 산과 바다, 숲과 호수가 다 있어요.”

아리아나는 그를 향해 돌아보며 양팔을 활짝 벌렸다.

순간, 오직 모리티아의 유니언 본부에서만 볼 수 있다는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터져 나왔다.

아름다운 오색광채가 오로라처럼 펼쳐지더니 아리아나의 새하얀 나신을 무대삼아 현란하게 춤을 춰댔다.

누가 봐도, 아름답고 성스럽기까지 한 모습이다.

하지만 언 듯 달리 보면 음란한 오색광채가 그녀의 나신을 마구 어루만지며 유린하고 있는 모습 같기도 했다.

“아름답군.”

“그렇죠?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현란한 빛의 축제는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을 거예요.”

아리아나는 다시 몸을 돌려 창밖을 쳐다봤다.

침대에서 벌떡 몸을 일으킨 서진이 창가를 향해 다가왔다.

“난 아리아나가 아름답다고 얘기한 거야.”

“네에?”

아리아나가 놀란 표정으로 서진을 돌아봤다.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초롱초롱한 눈빛을 하고 그녀의 모습.

무척 청순하고, 귀엽고…… 마구 괴롭혀주고 싶었다.

“색다른 경험을 한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게 무슨 말…… 어머!”

아리아나는 말을 하다말고 놀라서 작게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그녀의 몸은 투명한 창에 바짝 붙어있었다.

탄력 있는 아리아나의 풍만한 여체가 이렇게 창에 짓눌려있는 모습을 밖에서 본다면, 유니언의 사내들은 아마 절대 눈을 떼지 못할 것이다.

아리아나는 고개를 돌려 서진을 쳐다봤다.

아니 쳐다보려고 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뒤에서 그가 온몸으로 자신을 눌러대는 통에 오히려 얼굴 한쪽까지 창에 달싹 붙어 버렸다.

대신 뜨거운 그가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아아!”

아리아나의 입이 살짝 벌려지며 달착지근한 교성이 새어나왔다.

그녀의 얼굴이 금세 발갛게 물들고 몸에 힘이 쭉 빠져나갔다.

이어지는 달콤하고도 격렬한 사랑!

아리아나는 모르티아의 빛의 축제를 감상하며 영육이 동시에 만족을 하는 좋은 경험을 했다.

그의 말이 맞다.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다.

그렇게 둘의 성기발랄한 모리티아의 아침이 시작됐다.

* * *

유니언 본부 최상층부에 있는 밀실.

“이곳은 뭐하는 곳입니까?”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공간입니다.”

“특별한 일이요?”

서진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클립스를 쳐다봤다.

이클립스는 사방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사각형의 넓은 밀실을 가리키며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서진의 테스트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

굳이 듣지 않아도 결과를 알 수 있었다.

테스트에 떨어졌다면 자신을 결코 유니언 본부로 초대해 영빈관을 내주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다행히 이클립스는 뜸을 들일 생각은 없었는지 곧바로 결과를 얘기했다.

“테스트는 통과됐습니다. 상원의원들께서 아주 만족하고 계십니다.”

“다행이군요.”

서진이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자 이클립스가 오히려 안달이 난 표정을 지었다.

“서진, 이건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해두죠. 조건을 가져오셨을 텐데요?”

“으음, 이렇게 나오면 재미가 반감되는데…….”

서진이 별로 흥분을 하지 않자 이클립스는 재미없다는 투로 입을 살짝 앞으로 내밀었다.

“뭐 중요한 것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니까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상원에서는 일단 서진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습니다.”

“선물이요?”

“네, 선물. 그것도 아주 큰 선물입니다.”

“무슨 선물인데 그렇게 사람 기대하게 만들고 그러십니까?”

“첫 번째 선물은 바디체인지입니다.”

“바디체인지요?”

이클립스의 말에 서진은 깜짝 놀랐다.

바디체인지라면 일종의 탈태환골이다.

최상급능력자들에게서나 가끔 일어난다는 바디체인지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고, 최적의 육체로 몸을 재구성해준다고 했다.

“이제야 조금 놀라시네요.”

“당연히 놀랄 수밖에요. 그런데 왜 제게 바디체인지를 선물로 주려고 하십니까? 그리고 첫 번째 선물이 바디체인지라면 두 번째 선물도 있다는 말이네요.”

“그건 서진의 등급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입니다. 바디체인지를 한다면 그 벽이 깨지면서 능히 최상급으로 올라갈 수가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놀라운 얘기였다.

서진은 레벨 260을 찍고 A+급으로 승급하고 난 후, 경험치 막대가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최상급능력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내심 크게 실망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니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자신의 한계를 깨고 최상급으로 올라갈 수 있는 선물을 받게 되다니…….

서진은 조금 얼떨떨했다.

‘아니 나를 도대체 얼마나 부려먹으려고 처음부터 이렇게 강수로 나오지? 그냥 깨끗하게 거절하고 말까? 아니지.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야. 일단 선물로 뭘 주는지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들어보고 거절해도 늦지 않아.’

서진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클립스를 쳐다봤다.

“두 번째 선물은 뭔데요?”

“생각보다 많이 안 놀라시네요.”

“충분히 놀랐으니까 빨리 보따리를 풀고 얘기하시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두 번째는 드래곤하트로 된 목걸이입니다. 그것도 에이션트 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드래곤하트의 일부를 떼어서 손수 만든 것입니다.”

“드래곤하트로 만든 목걸이요?”

서진의 목소리 톤이 절로 올라갔다.

목걸이를 무려 드래곤하트로 만들었단다.

그것도 에이션트 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드래곤하트의 일부를 떼어서…….

아무리 놀라지 않으려고 해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드래곤은 구경도 못해봤는데 드래곤하트로 만든 목걸이를 선물로 받게 되다니 참 놀랍군요.”

“유니언의 상원의원 중에 드래곤이 몇 분계십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하고 있어서 우리도 본체는 몇 번 못 봤습니다.”

“그래요?”

서진은 이클립스가 부러웠다.

말로만 듣던 드래곤의 본체를 자신도 언젠가 꼭 한번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 번째 선물은 최상급 마나석으로 만든 마나의 반지입니다.”

“최상급 마나석!”

“그렇습니다. 그렇게 구하기가 어렵다는 최상급 마나석으로 만든 반지입니다.”

“으음, 도대체 무슨 일을 시키려고 이런 선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서진의 말에 이클립스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런 선물까지 주면서 굳이 사지(死地)에 몰아넣을 생각은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상원에서도 다 생각이 있어서 선물을 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조건이나 들어봅시다. 이런 선물을 주면서까지 내게 시키고 싶은 일이 대체 뭡니까?”

이클립스는 서진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 챘는지 바로 설명을 시작했다.

“서진의 능력을 극대화한 후, 레무리아 전선과 카산드라 전선 그리고 호드의 여섯 동맹행성에 차례로 침투시킬 예정입니다. 물론 서진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상급 능력자들을 보디가드로 데리고 가게 될 겁니다.”

“역시 그런 작전을 생각하고 있었군요.”

서진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도 대충 이런 작전에 자신을 써먹게 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적의 사령부를 비롯해 무기고, 보급창고 등 중요한 요지에 침투한 후 서진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최대한 피해를 입히면 됩니다. 들키면 바로 탈출하고 들키지 않는다면 점차 피해를 확대시킨 후 돌아오세요.”

“임무가 중요합니까? 제 생명이 중요합니까?”

“당연히 서진의 생명이 중요하죠. 임무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침투할 곳이 어디 한두 군데도 아니고 전선도 여러 곳에 널려있으니까요.”

“그런 태도는 참 마음에 드네요.”

“유니언은 호드가 아닙니다. 특히 서진 같이 중요한 전략·전술무기는 최대한 아끼고 조심스럽게 다뤄야지요.”

안드로이드 전투로봇 시절에도 비슷한 소리를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 이클립스가 말하는 것과는 의미 자체가 천지차이였다.

“바디체인지, 드래곤하트목걸이, 마나의 반지, 이 세 개의 선물은 선 지급합니다. 이후에 세 번의 임무를 성공시킨다면 세 가지의 선물에 대한 권리와 소유권은 서진에게 영구히 귀속됩니다.”

“그럼 선물이라고 하지 말고 빚이라고 해야죠.”

“하하하! 그렇게 들렸다면 용서하세요.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어쨌든 임무 하나를 성공시킬 때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선물 하나씩을 드리겠습니다. 디바인홀리실드 팔찌, 정령왕의 반지, 해태장갑, 위그드라실의 귀걸이, 드래곤본소드, 드래곤스케일아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서진은 눈을 빛냈다.

이름만 들어도 이들이 자신에게 주겠다는 선물이 최상급 아티펙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드래곤하트목걸이와 마나의 반지에는 어떤 효능이 있습니까?”

“에이션트 드래곤의 하트로 만든 목걸이에는 어마어마한 마나가 담겨있습니다. 서진이 쓰고 있는 능력과 스킬을 거의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줍니다.”

“아!”

“최상급 마나석으로 만든 마나의 반지에도 엄청난 마나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마나의 반지가 가지고 있는 주된 기능은 마력의 증폭과 마나 회복률 증가입니다.”

“대단하군요.”

그는 드래곤하트목걸이와 마나의 반지가 자신에게 꼭 필요한 아티펙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이건 처음부터 그에게 꼭 필요한 아티펙트를 뭔지 알고 준비해 취향저격을 해버렸다.

‘이건 도저히 내가 거절할 수 있는 제안이 아니구나.’

서진의 마음이 급속도로 기울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일들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일단 제안은 무척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내가 황제로 있는 대한제국의 안전이 먼저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유니언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기 힘듭니다.”

“그 문제는 이미 상원에서 전결로 처리해줬습니다. 대한제국 황실에 유니언 본부와 직통하는 차원게이트를 설치하고 유니언상점을 연결시킬 것입니다. 또한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과 원조를 할 생각입니다. 쉽게 말해서 화끈하게 밀어주겠다는 말입니다.”

“하하하, 무척 마음에 드는 소리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유니언에서 도와드릴 것이 있다면 뭐든지 도와드리죠.”

“제가 조사하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 유니언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조사라고요? 뭘 조사하고 계신지 모르지만 유니언 본부에 있는 지식의 창고를 개방해드리겠습니다. 가서 뭐든지 물어보세요.”

이클립스는 일을 시원시원하게 처리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설마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유니언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으시겠지요?”

“물론이죠. 전 이미 뼛속까지 유니언 사람입니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지식의 창고를 개방해놓으라고 지시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클립스!”

“천만에요. 앞으로 저희 유니언을 많이 도와주세요.”

서진고 이클립스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흔들었다.

잠시 두 사내가 열정적인 눈빛을 교환하고 나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잡았던 손을 놓았다.

“자! 그럼 이제 바디체인지 선물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서요?”

“네, 이곳이 바로 그런 용도로 사용되는 곳입니다.”

“아!”

그제야 서진은 사방 벽이 은빛으로 빛나는 이곳의 용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탁!

이클립스가 손가락을 튕겼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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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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