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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76화 (17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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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장 - 놀라운 선물

와이비는 갑작스런 소환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날개를 쫙 핀 채 바람을 탔다.

그 위에서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지상으로 비스듬히 45각도로 발사했다.

혹시라도 미케네요새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은 세심한 배려라고 볼 수 있었다.

‘가랏!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쏴아아아아아아!

하늘에서 죽음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매직미사일 684개는 거의 동시에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5km 고공에서 발사된 매직미사일은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하고, 초음속의 세계로 접어들었다.

해발 500m~1000m 높이에서 미케네요새를 차분하게 폭격하고 있던 창공의 학살자! 그리핀나이트들은 전혀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카산드라 전선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군림하던 그리핀나이트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버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쏴아아아아아아!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하늘에서 보라색 비가 쏟아져 내렸다.

30마리의 A급 대형 비행마수 그리핀과 30명의 그리핀나이트는 684개의 매직미사일에 평균 11.4발씩 맞고는 허공에서 찬란하게 산화했다.

진정 엄청난 물량, 가공할 위력 그리고 압도적인 화력이 아닐 수 없었다.

“우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미케네요새에서 천둥이 치는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매번 자신들을 괴롭혀오던 그리핀나이트가 순식간에 전멸 당하자, 미케네요새 안의 장교와 병사들이 일제히 두 손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러댄 것이다.

‘어라! 한 번에 끝났네.’

사실 서진도 좀 놀랐다.

설마 단 한 번의 폭격으로 그리핀나이트를 쓸어버리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니언 상원의원들이 괜히 나에게 바디체인지를 선물로 준 게 아니구나.’

서진은 그제야 유니언 상원의원들이 마음이 좋아서 바디체인지를 먼저 시켜준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30마리의 A급 대형 비행마수 그리핀과 30명의 마족(그리핀나이트)을 684개의 매직미사일로 단번에 척살한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말이다.

‘와이비 소환해제! 위상변화! 동화해제!’

서진은 와이비를 소환해제시키고 곧바로 자신의 위치와 이동할 위치의 위상을 변화 시켰다.

그의 몸이 지상으로 사뿐히 내려왔다.

동화 스킬이 해제되자 그의 모습이 서서히 이클립스 앞에 나타났다.

‘아!’

이클립스는 서진이 보여준 가공할 위력에 놀라고 말았다.

자신도 명색이 대마도사이다.

그리핀과 싸운다면 능히 한두 마리 정도는 쉽게 잡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단번에 30마리나 되는 그리핀과 30명의 마족으로 구성된 그리핀나이트를 전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내가 그동안 장님이었구나. 눈앞에 보석을 보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어. 서진은 전술무기가 아니라 전략무기다. 그것도 말 뿐이 아닌 진짜배기 전략무기야. 어쩐지 상원의장과 상원의원들이 하나같이 자신들이 아끼는 보물인 아티펙트를 내놓는 것을 망설이지 않더라니…….’

이클립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아직 기회는 많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유니언에서 서진과 가장 가까운 사이는 자신이었다.

물론 벌써 눈이 맞아 애인사이가 된 아리아나는 빼고 말이다.

이클립스는 그동안 혹시 서진에게 실수한 것이 없나 돌이켜봤다.

하지만 그런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바디체인지 값은 했나 모르겠네요.”

“하하하, 그 이상을 했습니다. 그리핀나이트라면 미케네요새 입장에서는 목에 가시 같은 놈들이었습니다. 대공공격도 잘 통하지 않고 마족출신이라서 어지간한 마법공격도 잘 피해내는 놈들이었거든요. 그동안 그리핀나이트에게 받은 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면 아마 미케네요새를 하나 더 짓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네요.”

서진은 혹시라도 이번 출동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임무로 인정해주지 않을까봐 걱정했다.

하지만 이클립스가 하는 행동을 보니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참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리핀나이트들이 공격을 해온 걸까요? 아이아스를 불태운 장본인도 아직 못 찾은 것 같던데요.”

서진은 막상 말을 하고보니 자신이 너무 뻔뻔한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아이아스를 불태운 장본이이 자신이면서 3인칭으로 얘기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서진의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저놈들이 괜히 우리에게 화풀이를 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잘 모를 때는 그냥 한번 푹 찔러보는 거!”

“아! 그게 그런 뜻이었군요.”

서진은 이클립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주변을 슬쩍 한번 둘러보고는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핀나이트를 보내 공격을 한 것에 대한 보복은 해야 할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습니까?”

“좋은 생각이랄 것도 없습니다. 그저 저쪽에서 한방 쳤으니 이쪽에서도 한방 쳐야한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아! 그렇게 해주신다면야 저희야 오히려 고맙지요. 대가는 확실히 지불하겠습니다.”

“아니 뭐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 있습니까? 그냥 이건 이클립스를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해주세요.”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이클립스는 파안대소를 하며 기뻐했다.

서진은 이클립스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아이아스를 향해 돌렸다.

출력강화를 통해 위상배열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반경 75km가 된 상태였다.

강 건너편 아이아스에서 화재진압과 복구 작업을 하는 게 눈앞에 만져질 듯 생생하게 느껴졌다.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684개의 매직미사일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허공으로 약 3km 정도 떠오른 매직미사일은 아이아스를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매직미사일은 지상을 향해 맹렬한 속도를 냈다.

점차 가속이 되어 음속을 돌파하고 끝내 초음속의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아이아스에 다시 죽음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쾅 콰콰콰콰쾅 콰콰쾅 콰콰콰콰쾅!

우릉 우르르릉 쿠릉 쿠르르릉!

아이아스의 대지는 고통으로 몸을 뒤틀어댔다.

가뜩이나 화재로 집과 건물이 대부분 잿더미로 변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시 기습적인 폭격이 떨어지니 더는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땅이 뒤집어 지고 건물들이 폭삭 주저앉았다.

그렇게 다 타버려서 더 탈 것이 없을 줄 알았는데, 다 꺼져가던 화마가 불사신처럼 되살아나 또다시 거대한 화재로 번져갔다.

쿠쿠쿠쿠쿵 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강 건너에 있는 미케네요새에서도 아이아스의 대지가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원래 맞은 곳을 또 맞으면 무척 아픈 법이다.

이번의 폭격으로 아이아스의 재건은 물 건너갔다.

도시를 재건하는 것보다 차라리 새로 도시를 하나 건설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자금도 적게 먹힐 것이 분명했다.

서진은 아이아스에 아직 멀쩡하게 서 있는 집과 건물 그리고 관청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폭격했다.

그리고도 부족해서 남아있던 마족들과 화재진압과 복구 작업을 벌이던 놈들까지 남김없이 쓸어버렸다.

그것은 마치 간신히 숨을 쉬고 있는 아이아스의 목에 비수를 푹 쑤셔 박아 통렬하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모습이었다.

“아이아스가 다시 불타고 있습니다.”

“아직 탈 게 많이 남아있었나 보네요.”

“그렇군요. 잠시 만요.”

이클립스는 서진과 얘기를 나누다가 급히 양해를 구했다.

자신의 반지에서 또다시 붉은 빛이 번쩍거렸기 때문이다.

이클립스는 반지를 손으로 감싼 뒤 잠시 눈을 감았다.

‘저런 식으로도 통신이 가능하구나.’

서진은 이클립스가 하는 양을 보고 유니언의 통신방법이 참 독특하고 은밀하다고 생각했다.

이클립스는 금세 눈을 떴다.

“서진! 지구로 돌아갈 시간이 다 되어 가죠?”

“그렇군요. 내일이면 벌써 일주일이네요.”

“한 두어 군데만 더 들려주실 수 없나요?”

“임무가 떨어졌습니까?”

“그렇습니다. 레무리아 행성 파라솔 대륙의 데스티니 전선과 페이트 전선이 위태롭다고 합니다.”

“좋습니다. 대신 약속하신대로 제 안전은 책임지셔야합니다.”

“물론입니다. 아마 그들을 만나보시면 만족해하실 겁니다.”

이클립스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서진은 이클립스를 따라 유니언 본부로 향하는 차원게이트를 탔다.

둘이 사라진 미케네요새는 축제가 벌어졌다.

숨통을 조이는 것처럼 항상 위협을 해오던 대적이 사라진 오늘!

축하를 하지 않는다면 너무 섭섭할 것 같았던 모양이다.

그들은 미케네요새를 지켜주고 자신들의 대적을 제거한 그 누군가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그들이 웃고 떠드는 머리 위로…….

강 건너 아이아스의 화광이 충천하는 모습이 아스라이 보였다.

누군가의 슬픔은 누군가의 기쁨, 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슬픔이 되고 있는 날이다.

* * *

하늘은 진한 파란 색 물감으로 새파랗게 물이 들어있었다.

그 위를 선명한 흰색의 구름 배가 두둥실 떠다니고 있다.

실바람이 불어와 구름 배를 살짝 밀어내자 크게 흔들리더니 서로 부딪쳐갔다.

뜨거운 태양이 밝게 빛나자 대지는 서서히 달궈지기 시작한다.

반대편 하늘에 떠 있는, 붉고 노란 두 개의 크고 작은 달님이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만 있다.

수평선 아래로 보이는 드넓은 벌판!

해맑은 날씨로 인해 시야가 확 트여있어 수십 km 밖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하지만 풍성한 추수의 계절, 가을에 이 너른 들판을 채운 것은 알곡으로 꽉 찬 이삭들이 아니었다.

질서정연하게 펼쳐져있는 끝없는 군막의 물결!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엄청난 숫자의 병사!

기치창검을 드높이며 전선을 향해 행군하는 마인군단!

전쟁의 광기에 물들어버린 살기 찬 붉은 눈!

이 모든 사실이 모여 하나의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전쟁!

그렇다.

이곳이야말로 레무리아 행성의 패권을 놓고 한판 대결이 벌이지고 있는 데스티니 전선이다.

수십 개의 크세르 마인군단이 모여 있는 데스티니 전선의 후방!

벌써부터 저녁밥을 짓느라 부산스럽게 돌아가고 있다.

취사병들이 모여든 곳은 마인군단의 후방을 가로지르는 라이픈 강이다.

그들은 서둘러 물을 뜨고 대형 밥솥을 씻어 나르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코밀 산맥에서 흘러내려온 맑은 강물은 그들에겐 생명수와 같다.

빠르지 않은 유속으로 인해 강물 중간에는 토사가 쌓여 만들어진 작은 섬이 몇 개 보인다.

하늘의 바람을 타고 나무의 씨앗이 날아왔는지 제법 수풀이 무성한 모습이다.

스팟!

작은 섬 한가운데.

수풀이 우거진 사이로 뭔가가 툭 튀어나왔다.

“잠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계세요.”

“메이코, 결계를 펼쳐!”

“이미 펼치고 있어. 다 됐다. 이제 움직여도 돼.”

작게 속삭이듯 말하는 그들 사이에 서진의 모습이 보였다.

“린다, 여기에요?”

“네, 정확히 이동해왔네요.”

서진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의 앞에는 결계술사 메이코, 양 옆에는 정령사 케이트와 차원술사 린다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뒤에서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검은 묵철의 골렘 파울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은 모두 이번 작전의 성공을 위해 상원에서 특별히 보내준 능력자들이었다.

“이제부터 탈출하기 전까지는 서진이 알아서 하세요.”

“알겠어요.”

메이코의 말에 그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행의 얼굴을 한 번씩 쳐다봤다.

직업에서 알 수 있듯이 메이코는 결계를 펼쳐 주변에서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케이트는 사대정령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뛰어난 정령사로 주변을 정찰 및 감시하고 필요하면 적의 정찰대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리는 살상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차원술사 린다는 텔레포트 전문가로 어떤 상황에서도 탈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골렘 파울은 마계의 묵철로 만들어진 자아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골렘으로 원래는 상원의장 미켈란의 가디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서진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보호하기 위해 과감히 그를 서진에게 붙여줬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제 파울은 서진의 골렘이 되어 버렸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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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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