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7 / 0225 ----------------------------------------------
제45장 - 제2차 동북아초인전쟁
마계의 묵철로 만들어진 파울의 진정한 능력은 그 어떠한 물리, 마법공격에도 잘 버틸 수 있는 무식한 방어력에 있었다.
‘어디보자.’
서진은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위상배열 레이더를 활성화시켰다.
반경 5km 안의 모든 생명체가 탐지됐다.
그는 일단 출력강화를 통해 탐지반경을 확대했다.
반경 75km 안의 모든 시설과 생명체가 느껴졌다.
‘제기랄, 정말 어마어마한 병력이군.’
그는 순간적으로 훅 들어오는 수많은 생명체의 존재감에 살짝 멍한 느낌이 들었다.
역사나 소설책에서 백만 대군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진짜 자신이 백만 대군을 피부로 느끼듯 생생하게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이미 백만 대군을 훨씬 상회하는 대병력이었다.
방어막, 탄두강화, 다탄두 스킬을 켰다.
뇌(雷)속성 인챈트 스킬을 활성화시키고 사일로 4개도 활짝 열었다.
마지막으로 위상변화 스킬을 확인하고 리치 사이먼에게 배운 부유마법을 자신의 몸에 걸었다.
그의 몸이 부유마법으로 인해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이제 시작합니다.”
“파이팅!”
“저놈들을 박살내버려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결계술사 메이코, 정령사 케이트, 차원술사 린다가 차례로 서진을 향해 응원의 한마디씩을 보탰다.
‘위상변화!’
그들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5km 상공으로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켰다.
순간, 그의 몸이 제자리에서 꺼지듯이 사라져버렸다.
스팟!
마인군단들이 주둔하고 있는 상공 5km 위로 올라온 서진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강한 바람의 기류가 불고 있었던 것이다.
그로인해 조금씩 한쪽으로 밀려갔지만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깨끗이 무시하고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19개의 매직미사일이 그의 머리 위에 소환됐다.
다탄두 스킬의 영향으로 19개는 114개로 늘어났다.
다시 매직미사일을 차례로 소환했다.
위상배열 레이더 락인과 사일로 4개를 꽉꽉 채웠다.
684개의 매직미사일이 그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가 총사령부로구나. 일단 이곳부터 조져야겠다. 그다음은 무기고, 보급창, 장교막사, 숙영지 순으로 가면 되겠네.’
서진은 공격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것을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확인했다.
위상배열 레이더의 옵션을 열어 공격 순서와 범위를 정하고 폭격영역도 설정해놓았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그는 동화스킬로 자신의 모습과 흔적을 감추고 매직미사일을 발사했다.
‘가랏!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매직미사일…….’
쏴아아아아아!
백만 대군이 모여 있는 본진에 죽음의 비가 떨어져 내렸다.
호드의 여섯 동맹행성 중 크세르 행성에서 보낸 정예 마인병력!
그들은 이렇게 밝은 대낮,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됐다.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쾅 쾅쾅쾅!
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684개의 매직미사일이 거의 동시에 백만 대군의 본진을 강타했다.
땅이 뒤집히고 흙먼지가 훅하고 허공으로 떠올랐다.
충격파가 터지며 마인들의 내장을 뒤흔들었다.
총사령부가 단번에 지우개로 지우듯 세상에서 삭제되었다.
곧이어 또다시 684개의 매직미사일이 본진을 타격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대지가 흔들리고 사방에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무기고와 보급창들이 차례로 터져 산산조각이 나면서 타들어갔다.
후폭풍이 채 다 불기도 전에 다시 684개의 매직미사일이 본진 사방을 후려갈겼다.
이번에는 장교막사와 숙영지가 짓이겨졌다.
대지는 고통의 신음성을 토해내며 공포에 몸을 떨어야했다.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콰콰쾅!
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매직미사일의 폭격에 백만 대군의 본진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죽음은 공평하게 찾아왔다.
마족이든 아니든, 정예마인이든 아니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가공할 매직미사일의 폭격에 그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야했다.
전장에서 유니언의 군단과 전투를 벌이고 있던 상급마족들이 급히 본진으로 달려왔다.
그렇지만 하늘높이 치솟은 흙먼지로 인해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당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그들은 허탄한 표정으로 초토화되어 가고 있는 본진의 모습을 그저 눈으로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러야했다.
대낮 밝은 태양아래에서 반투명한 매직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또한 동화스킬로 자신의 모습과 흔적을 감추고 있는 서진을 발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설사 발견한다고 해도 하늘을 날아서 공격이 가능한 것은 기껏해야 상급마족 정도다.
그것도 순간이동 스킬을 극으로 익히지 않았다면 지상에서 5km 나 올라가 있는 서진을 공격하는 일은 요원할 뿐이다.
결정적으로 위상변화 스킬을 가지고 있는 서진에게는 기습조차 먹히지 않는다.
설사 정확한 좌표를 가지고 텔레포트를 하거나 순간이동을 한다고 쳐도 서진은 반경 75km 어디든지 탐지거리 안의 장소로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반경 75km 안은 서진의 영역에 속한다는 말이다.
‘얼씨구! 중급마족과 상급마족들이 바쁘게 움직이네.’
중급마족들과 상급마족들이 이리저리 몸을 빠르게 움직이며 사태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그런 저들의 움직임은 서진의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즉각 포착됐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했던가?
아니다 복수는 나의 힘이다.
서진은 신성일이라는 중급마족에 대한 원한을 엉뚱한 놈들에게 풀기로 마음먹었다.
‘스나이핑, 매직미사일, 스나이핑, 매직미사일…….’
서진은 114개의 매직미사일이 중첩되고 압축된 스나이핑 스킬을 상급마족과 중급마족에게 폭포수처럼 쏘아댔다.
물론 중간, 중간에 매직미사일로 백만 대군의 본진을 꾸준히 폭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쐐애애애애액 쾅!
쐐애애애애액 쾅!
매직미사일의 폭격 사이로 귀청이 찢어질 것 같은 스나이핑이 떨어져 내렸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상급마족이 분명히 순간이동을 펼쳐 정타를 피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의 일부가 갈려나갔다.
그리고 서진의 스나이핑 스킬은 꾸준하게 떨어져 내렸다.
[띠링!]
[레벨업]
간간이 이런 반가운 알림음이 들어왔다.
바디체인지를 받고 난 이후 어떻게 된 일인지 경험치가 다시 쏠쏠하게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몇 번이나 울려대는 레벨업 알림음을 배경음악으로 삼으며 서진은 꾸준히 저격과 폭격을 병행했다.
서진이 끼고 있는 반지에서 붉은 빛이 번쩍거렸다.
약속한 10분이 지난 것이다.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로 주변을 세세히 살펴봤다.
아무리 봐도 자신을 위협할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럴 때는 내 재량으로 5분 정도 더 있을 수 있다고 했지.’
그는 이클립스와 합의한 폭격 매뉴얼대로 딱 5분만 더 폭격을 하고 가기로 했다.
서진의 이런 결정으로 데스티니 전선의 크세르 마인군단 본진은 전멸에서 초토화로 결과가 바뀌게 됐다.
콰콰콰콰콰쾅 콰콰콰쾅콰쾅!
쿠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쿠쿵!
대지는 몸부림을 치며 아프다고 몸을 흔들고 자꾸 흙먼지를 띄워 올렸다.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마족과 마인 그리고 마수들은 패닉상태에 빠져 이리저리 날뛰다가 처참히 갈려 죽어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폭격으로 인해 그들은 공포에 잠식당했다.
침을 질질 흘리며 헤죽헤죽 웃는 놈이 있는가 하면 그냥 멍하니 폭격사이를 걸어가다 산산조각이 나는 놈들도 있었다.
가히 인세에 지옥이 열렸다고 할만 했다.
‘5분 됐다.’
서진은 마치 퇴근시간을 기다리는 샐러리맨처럼 시간이 지나자 칼같이 위상변화를 했다.
그의 몸이 하늘 위에서 사라져 지상으로 이동됐다.
‘동화해제! 부유해제!’
동화스킬과 부유스킬을 차례로 해제했다.
그러자 그의 모습이 메이코와 케이트 그리고 린다의 눈에 나타났다.
“어서 와요! 잘했어요.”
“대성공이에요.”
“대단합니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서진에게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묵철의 골렘 파울조차 그의 얼굴을 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 것만 같았다.
“이제 그만 탈출하죠.”
“네, 그렇게 해요. 모두 모이세요.”
차원술사 린다의 말에 서진과 결계술사 메이코, 정령사 케이트 그리고 골렘 파울이 얼른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모두 린다의 어깨와 몸에 손을 대고는 가만히 대기했다.
“모두 수고했어요. 출발합니다. 메스텔레포트!”
스팟!
린다의 시동어가 울리는 순간, 그들의 모습이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라이픈 강으로 보라색 핏물이 서서히 흘러들기 시작했다.
* * *
경복궁 근정전.
커다란 테이블 위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술과 음식을 마시고 있었다.
그때 특무대 대장 지흥수가 상석에 자리하고 있는 서진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마스터, 앞으로 호칭을 어떻게 하죠?”
“무슨 호칭!”
서진이 지흥수를 쳐다봤다.
그는 간만에 맛보는 치맥으로 인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스터가 대한제국의 황제잖아요. 그러니 앞으로 우리도 황제폐하라고 불러야하는 것 아니냐고요?”
“너 바보냐? 공적인 자리에서는 황제폐하라고 부르고 사적인 자리나 우리 특무대만 있을 때는 그냥 마스터라고 부르면 되잖아.”
“아! 정말 그러네요.”
지흥수가 바보 같은 표정을 짓자 철권 강진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도 호칭을 통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대외적인 체면도 있고…….”
“강진수!”
“네, 마스터!”
서진이 강진수를 부르자 그는 즉시 몸을 바로 세웠다.
“네가 나보다 강하면 나한테 반말 듣고 가만히 있겠어? 그리고 대외적인 체면이라니? 우리가 왜 남의 눈치를 봐야하는데? 그건 약소국이나 하는 짓이야. 힘이 있으면 굳이 남의 눈치 안 봐도 된다.”
“하하하! 맞습니다. 역시 마스터의 배포는 천하제일입니다.”
강진수의 옆에 앉아있는 대모 차혜련이 속이 다 시원하다는 투로 통쾌해했다.
“폐하! 그런데 무슨 복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일본 능력자협회에서 조만간 특무대를 박살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또 일본정부에서는 정한론이 득세를 하고 있습니다. 일제가 구 대한제국을 집어 삼켰듯 이번에도 일본이 대한제국을 병합하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상태로 이어지면 곧 전쟁이 발발할 것입니다.”
광복군 대장 이승복, 아니 이제는 대한제국육군 대장 이승복이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일거에 숙연해졌다.
아무래도 다들 속으로는 많이 걱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 참, 소화 안 되게 무거운 주제를 꺼내시네.”
오로지 서진만이 기름기가 쪽 빠진 바삭한 치킨을 뜯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라인하르트 캐슬의 드워프들이 준 맥주로 입가심을 하면서 이승복을 쳐다봤다.
“이승복 대장!”
“네, 폐하!”
이승복이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일어섰다.
“앉아요. 앉아. 그렇게 서 계시면 나이어린놈이 싸가지 없다고 내가 욕을 먹잖아요?”
“감히 누가 황제폐하에게 그런 욕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이승복이 놀라서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자 서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앉으시고 내 말 잘 들으세요.”
“네, 폐하!”
이승복은 못이기는 척하며 자리에 앉았다.
“사실 나는 전쟁이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네?”
서진의 말에 이승복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서진은 멈추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일본 능력자협회의 능력자들이 특무대를 박살내러 대한해협을 건너오면 내가 알아서 전부 갈아버리겠습니다. 나에게도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그걸 모르니까 저놈들이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구는 겁니다.”
“비장의 무기라니요? 그게 도대체 뭡니까?”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 그게 뭔지 묻는 놈은 이명호 정보부장관이 잡아가서 심문을 해보세요. 분명히 뭔가 뒤가 구린 놈일 겁니다. 일본이나 중국의 끄나풀일지도 모르고…….”
“네, 폐하!”
이명호 정보부장관은 느닷없이 자신의 이름이 나오자 크게 대답을 했다.
그 모습에 서진이 웃으면서 이승복 대장을 가리켰다.
“이승복 대장은 오늘만 봐주세요. 뭘 잘 몰라서 물어본 거니까.”
“네, 폐하!”
특무대 소속 능력자들은 서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