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78화 (17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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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장 - 제2차 동북아초인전쟁

능력자에게 ‘네 비장의 무기가 뭐냐?’ 혹은 ‘네 비장의 능력이나 스킬이 뭐냐?’고 묻는 것은 어지간히 친한 사이에도 금기시 되는 말이다.

같이 마수를 잡는 파티 내에서도 그런 질문은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예의였다.

능력자에게 비장의 한수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을 벗어나게 해주는 생명줄과 같은 것이었다.

그것이 외부로 잘못 알려지게 되면 스스로에게 좋을 것이 하나도 없었다.

상대방이 미리 대처할 방안을 찾아놓으면 자신만 위험해지는 것이다.

특히 제1차 동북아초인전쟁에서 일본과 중국의 능력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당한 전례가 있어 더욱 예민한 문제였다.

이승복 대장은 능력자가 아니라서 그걸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서진에게 당당히 물어봤던 것이다.

“정한론이 득세를 하고 있다는 말! 아주 좋네요. 이렇게 일본이 알아서 전쟁을 일으켜주면 난 참 고마울 겁니다. 일본 본토를 쓸어버릴 명분을 주는 셈이니 어찌 기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폐하! 하지만 일본의 해군전력은 미국, 러시아, 영국 다음인 세계 4위입니다.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닙니다.”

“그것에 대해도 이미 생각을 해뒀습니다. 이승복 대장이 해야 할 일은 대한제국육군으로 변모한 우리 군을 제10지대까지 확대 개편하는 일입니다.”

“제10지대까지면 무려 50만의 대군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열도정벌을 하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할 겁니다.”

“보급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습니다.”

서진의 말에 장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입을 딱 벌렸다.

하지만 서진의 바로 오른쪽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주한 유니언 전권대사 이클립스 만큼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사실 화기를 제외한 보급은 유니언에서 전부 해결해주기로 했던 것이다.

“자세한 얘기는 극비에 속하니 나중에 따로 얘기하도록 합시다. 그나저나 앞으로 내각을 맡을 총리는 누가 좋겠습니까?”

“한정수 내무부장관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이명호 정보부 장관이 바로 대답을 했다.

그러자 김덕삼 경찰청장이 그의 말에 찬성을 했다.

“별 반대가 없으면 일단 한정수 내무부 장관을 총리로 임명하겠습니다.

“네, 폐하!”

장내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한정수는 졸지에 내무부 장관에서 일국의 총리가 되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서진의 폭풍 같은 선언은 시작에 불과했다.

“특무대는 나의 친위대입니다. 대한제국군은 나의 군대입니다. 즉 황군이라는 소리입니다. 난 거기에다 딱 외교 하나만 더 가져가겠습니다. 그러니 나머지는 한정수 총리가 알아서 잘 하세요.”

“네?”

한정수는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절대 권력자가 권력을 나눠주겠다는 소리를 들으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었다.

외교와 군사, 거기에다 현재 가장 강력한 무력과 힘을 가지고 있는 능력자들이 모여 있는 특무대를 가져간다는 것은 결국 권력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았다.

거기에다 이명호 정보부 장관은 황제가 요구하는 정보를 절대 내놓지 않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김덕삼 경찰청장도 이미 황제파에 속한 인물이었다.

‘결국 난 꼭두각시인건가? 아니지.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한다. 소신껏 내각의 수장으로 이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

잠시 우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한정수는 급히 자신의 생각을 수정했다.

다 망해가던 대한민국!

혜성과 같이 나타난 서진으로 인해 대한제국으로 되살아났다.

모든 것을 포기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 이정도만으로도 신의 은총과 행운을 컨테이너 채 받았다고 봐야했다.

“일본 능력자협회와 일본 정부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이 자리는 그동안 수고한 여러분을 위로하는 자리니 쓸데없이 무거운 주제로 사람 힘들게 하지마시고 다들 즐겁게 먹고 신나게 마십시다.”

“네, 폐하!”

서진의 마지막 선언으로 더 이상의 무거운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특무대 능력자들은 테이블 위에 가득한 술과 요리를 마시며 즐겁게 노래를 했다.

나중에는 어디서 가져왔는지 노래방기계를 틀어놓고 신나고 춤을 추며 놀았다.

서진도 그 무리에 끼어 한판 거하게 놀다가 어느 순간 슬그머니 자리에서 사라졌다.

경회루.

구름이 살짝 걸린 하늘에 달이 휘영청 밝아온다.

흔들리는 연못의 물에 얼굴을 비춰보며 미소가 한 아름이다.

낙엽을 몰아가던 추풍이 마루를 살살 긁어대지만,

조촐한 술상 마주보며 대작을 하는 그림자들은 추운 줄도 모른다.

“마스터, 한 잔 받으시죠.”

“그래.”

지흥수가 술병을 들어 서진의 잔을 채웠다.

그는 단번에 목에 털어놓고 지흥수에게 돌려줬다.

잔이 채워지자 지흥수도 거침없이 술을 들이켰다.

“이 장관도 한잔 하지?”

“네, 폐하!”

이명호는 공손히 술잔을 들었다.

서진이 잔을 채우자 이명호는 옆으로 고개를 살짝 돌리더니 술잔을 비웠다.

“나한테 너무 예의 차리지 않아도 됩니다.”

“아닙니다. 폐하야말로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이명호는 서진이 지흥수에게는 말을 놓고 자신에게는 존댓말을 쓰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서진은 이명호의 의중을 간파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하지.”

“감사합니다.”

이명호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무부, 외무부, 국방부를 맡아야할 사람이 필요한데, 생각해둔사람 있어?”

“네, 있습니다. 내무부 장관에는 손병희 전 행자부 차관, 외무부 장관에는 강서희 전 주미대사, 국방부 장관은 김종무 전 합동참모차장이 좋을 것 같습니다.”

“뭔가 공통점이 있어 보이네.”

“그렇습니다. 모두 실무에 뛰어나고 조직 장악력이 좋은 강골들입니다. 평소에 자주국방에 대해 소신을 숨기지 않았던 인물들이기도 합니다.”

“좋아. 이 장관의 안목을 한번 믿어보지.”

“감사합니다.”

서진은 이명호에게 다시 한 잔 술을 따라줬다.

그는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생각해봐!”

“네, 마스터!”

“네, 폐하!”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주변을 한번 훑어봤다.

물론 그 이전에 경회루를 비롯한 경복궁 인근 사방을 마이키와 클론볼들이 물샐틈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아까 외국인 두 명 소개시켜줬던 거 기억하지?”

“네, 잘생긴 백인 남자와 얼굴을 면사로 가렸던 백인 여자말씀이십니까?”

“예.”

지흥수와 이명호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맞아. 그 두 사람 외계인이야.”

“네에?”

“예?”

지흥수와 이명호가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진은 둘의 표정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차분히 호드와 유니언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차원의 균열을 만들어 지구를 침략한 것이, 사실은 호드라는 것도 얘기했다.

아리아나가 자신의 애인이라는 것과 이클립스가 주한 유니언 대사로 지구에 왔다는 것도 설명했다.

“……해서 이클립스가 주한 유니언 대사로 발령받아 오게 된 거야. 앞으로 우리 대한제국을 많이 도와주게 될 테니까 친하게 잘 지내.”

“정말 믿을 수 없는 얘기로군요.”

“놀라운 얘기입니다. 세상이 이 비밀을 알고 있는 자가 또 있습니까?”

이명호의 질문에 서진은 고개를 저었다.

“100%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아마 없을 거야. 이클립스가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유니언에서 접촉하는 지구의 존재는 내가 유일하다고 했거든.”

“다행입니다.”

“잘 됐네요.”

우주를 양분하고 있다는 호드와 우주전쟁을 벌이고 있는 유니언!

그 막강한 세력이 지구의 다른 나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유일하게 대한제국의 황실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유리한 이점이다.

이명호는 서진이 이클립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이클립스가 서진의 눈치를 봤다는 점을 상기하며 누가 갑인지를 금세 판단해냈다.

“폐하! 이클립스 대사가 폐하를 굉장히 조심스럽게 대하는 것 같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이번에 내가 최상급으로 승급했는데 내 능력을 유니언 상원에서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어. 그래서 내 눈치를 보는 거야.”

서진은 있는 그대로 얘기를 해줬다.

하지만 지흥수와 이명호는 경악을 하고 말았다.

“네? 최상급이라고요?”

“최상급능력자가 되셨다고요? 그게 사실입니까?”

“당연히 사실이지. 내가 술 먹고 취해서 헛소리 하는 것으로 보여?”

“마스터! 축하드립니다.”

“폐하! 경하 드립니다.”

서진의 말에 지흥수와 이명호는 즉시 축하인사를 했다.

“경하는 무슨, 그냥 축하한다고 해! 남들이 들으면 생 쇼한다고 욕해!”

“알겠습니다. 폐하!”

대답을 한 이명호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지흥수의 얼굴도 달덩이처럼 환해졌다.

세계적인 능력자강대국인 미국에서도 최상급능력자는 겨우 3명뿐이다.

나름 강한 능력자가 많기로 유명한 러시아와 일본에서도 최상급능력자는 겨우 1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인구가 반으로 줄어든 대한제국에서 최상급능력자가 나오다니…….

이 어찌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어쨌든 마스터께서 최상급에 오르셨다니 이제 한 시름 놨습니다.”

“어쩐지 너무 쉽게 대형마수를 처리한다고 생각했더니 다 이유가 있으셨군요.”

“그 소리는 그만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얘기를 좀 하자.”

“네, 마스터.”

“예, 폐하!”

서진은 그때부터 어떻게 대한제국을 키우고 어떻게 일본의 야욕을 꺾고 잡아먹을지에 대해 설명했다.

지흥수와 이명호는 놀란 가슴을 쓸며 크게 흥분했다.

“정말 말씀대로만 된다면 일본에 제대로 복수를 할 수 있겠네요.”

“세상에 그런 방법이 있었다니……. 정말 기가 막힌 계책입니다.”

둘은 서진의 전략전술에 크게 감탄을 했다.

무엇보다도 심복지환인 일본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앓던 이가 쏙 빠진 것 같았다.

그들은 한참동안 서진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의논을 하고는 한결 편한 얼굴이 되어 물러갔다.

서진은 그들의 모습이 경회루에서 보이지 않자 건청궁의 한 지점으로 자신의 위상을 변화했다.

스팟!

그의 몸이 건청궁 앞마당에 나타났다.

“마스터, 오셨습니까?”

“사이먼, 여기서 뭐하고 있어?”

“저야 마스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왜? 들어가서 쉬지 않고?”

“하하하, 저 리치 사이먼입니다. 365일 잠을 자지 않아도 되고 체력이 떨어지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니 굳이 쉴 이유가 없지요.”

“그렇군. 내가 잠시 깜빡했다.”

사이먼이 그의 소환수가 되고부터는 리치 특유의 죽음의 기운과 사악한 기운이 많이 약해져있었다.

그로인해 서진은 가끔 그가 리치라는 사실을 깜빡깜빡할 때가 있었다.

“참, 날 기다린 이유가 뭐지?”

“마스터를 위해 새롭게 봉사하게 될 부하들을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 혹시 그 데스나이트 캡틴인가 뭔가 했던 그거?”

“네, 맞습니다. 데스나이트 캡틴 두칸과 파넬을 소개합니다.”

사이먼이 장안당 쪽으로 손짓을 하자 안에서 두 명의 데스나이트 캡틴가 걸어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데스나이트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보였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서진은 데스나이트 캡틴 둘이 가까이 다가오자 관찰 스킬로 살펴봤다.

“우와! 대단하네. 최소한 A급은 되겠는데?”

“전투력은 A급을 상회합니다. 이 둘과 제가 합공을 하면 어지간한 최상급능력자도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리치와 데스나이트 캡틴 둘의 조합이라……. 거기에다 사이먼의 군단까지 합치면 정말 볼만하겠군.”

서진은 상상만으로도 벌써 짜릿해졌다.

“사이먼 수고했다. 조만간 화끈하게 신고식을 할 수 있도록 판을 벌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마스터!”

사이먼의 어깨를 몇 번 툭툭 친 서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리아나는 어디 간 거야?”

“바로 앞에 있는 향원정으로 갔습니다.”

“그래?”

“마스터,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저는 연구할 것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사이먼은 서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는 데스나이트 캡틴 둘과 함께 건청궁 왼쪽에 있는 집옥재로 갔다.

사이먼의 연구실로 쓰라고 임시로 내준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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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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