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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83화 (18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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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 말살

‘레비테이션!’

그는 스스로에게 부유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마치 공중부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그의 몸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전황은 생각 외로 백중지세였다.

확실히 숫자에서 오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특무대와 신선조의 싸움은 아까부터 계속 주시하고 있어서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든지 개입하려고 했었다.

그렇게 되지 않게 만든 것만으로도 특무대는 대단한 활약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마이키를 불렀다.

“마이키, 죽일 놈들 명단을 불러봐!”

-네, 마스터!

마이키는 그에게 명단을 부르며 허드에 위치를 표시했다.

서진은 매직미사일을 소환해 마이키가 말하는 자들을 하나씩 매직미사일로 쳐 죽였다.

-오카와 슈메이, 동북아초인전쟁 당시 부산과 대구에서 살인, 강도, 강간 등 18건의 중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노우에, 동북아초인전쟁 당시 살인, 강도, 방화, 약탈 등 18건의 중죄를 저질렀습니다. 닛쇼 다치바나 고자부로, 동북아초인전쟁 당시 여성 능력자 22명을 강간하고 고문해서 죽였습니다. 곤도 세이쿄, 부산에서 민간인 60명을 잔인하게 학살했습니다. 하시모토 긴고로, 능력자들의 가족이 살고 있는 집에 시한폭탄을 장치해 폭사시켰습니다. 총 12건입니다. 나가노 세고, 부산에서 미성년자  15명을 납치해서 강간하고 죽였습니다. 아카오 사토시, 14세 이하 여자아이 32명을 납치해서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죽인 아동강간살인마입니다. 고다마 요시오…….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서진은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들에게 매직미사일을 날렸다.

마음 같아서야 이놈들을 잡아서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괴롭히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죽은 피해자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놈들은 그냥 깔끔하게 매직미사일로 머리통을 박살내 지옥으로 보내주는 것이 좋다.

이런 그의 행동을 보고 누군가는 욕을 하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법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느니…….

교도소에 수감해서 참회의 기회를 줘야한다느니…….

죄인에게도 인권이 있으니 교정활동으로 교화를 시켜야한다느니…….

모르긴 해도, 아마 별의 별 말들이 다 튀어나올 것이다.

개소리다.

그런 소리는 대격변이 일어나기 전에, 그나마도 법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시민들 눈치를 보고 좀 지켜질 때의 얘기다.

지금 같이 마수가 날뛰고 무법이 횡행하는 야만의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얘기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말도 되지 않는 소리가 하나 더 있었다.

‘예전에는 여자들에게 국방의 의무가 없었지.’

그렇다.

대격변 전에는 여자들에게 국방의 의무를 지우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제국 법에는 ‘국방의 의무는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라고 분명히 명시되어있다.

만 16세 이상, 대한제국의 모든 남녀는 무조건 6개월 간 국방의 의무를 져야한다.

무거운 총을 들고 싸우거나 포탄을 나르는 것이 힘들면, 후방에서 다친 병사를 간호하거나 취사병이 되어 맛있게 밥이라도 지으면 된다.

대한제국이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뀌었다지만, 그렇다고 국방의 의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는 남녀 군인들에게 월급은 제대로 주고 있다.

예전의 어떤 나라처럼, 남의 나라에 전적으로 국방을 의지해 쓸모도 없는 비싸고 엉뚱한 무기를 사주느라, 징병한 군인들에게는 몇 푼 쥐어주지도 않고 부려먹는 짓 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휘익 퍽! 휘익 퍽! 휘익 퍽!

신선조 능력자들의 머리통이 여기저기에서 하나 둘씩 박살났다.

일본 능력자협회 회장이자 신선조의 조장인 후지는 어느 순간 그것을 깨달았다.

신선조의 능력자들도 뒤늦게 그런 사실을 알고 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바닥조차 깨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억! 저길 좀 봐!”

“시바 료헤이다.”

“결국 잡혔구나.”

“일본 최고의 능력자가 저렇게 맥없이 당하다니…….”

모래사장 위에 긴 말뚝이 박히고 그 위에 일본의 최상급능력자 시바 료헤이가 매달렸다.

신선조의 사기를 죽이려는 의도적인 서진의 계책이 적중했다.

서진은 허드를 통해 특무대 전원을 향한 통신회로를 열었다.

-일본의 최상급능력자, 시발 놈은 이미 나한테 묵사발 났다. 내가 뒤에서 지켜 줄 테니까 마음 놓고 적을 발라버려!

“와아아아아아아!”

서진의 거칠기 짝이 없는 말투에 오히려 특무대의 사기가 충천했다.

한쪽의 사기는 바닥으로, 다른 한쪽의 사기는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 있었다.

전투는 사기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

그리고 애초에, 서진의 개입에 따라 전투의 결과는 언제든지 뒤바뀔 수 있었다.

특무대는 거센 물결이 되어 신선조를 휩쓸어갔다.

드높은 사기와 자신감은 때때로 불가능을 가능케 하고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특무대는 지금 바로 그런 상태였다.

“으아악!”

“크아악!”

“커억!”

신선조의 능력자들이 하나둘씩 피를 뿌리며 쓰러져갔다.

이제는 누가 봐도 대세가 기울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 항복하겠소.”

후지의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전투가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후지 조장!”

“후지 회장!”

“안됩니다. 항복이라뇨?”

서진은 후지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볼 요량으로 잠시 전투중단을 묵인했다.

“잠시 시간을 주겠다. 의견을 통일시키도록 해라.”

“고맙소.”

후지는 서진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신선조 능력자들을 한쪽으로 모이게 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특무대는 더욱 포위망을 조여 왔다.

아직 전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다들 잘 들어. 이미 우리는 졌다. 지금 당장 항복하지 않으면 저 살인마가 우리를 모조리 다 죽일 거야.”

“지다니요? 우리는 지지 않았습니다.”

신선조 부조장 와타나베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후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시바 료헤이가 생포된 것을 보고도 그딴 소리를 하는 겐가? 시바 료헤이가 누군가? 일본 최고의 능력자이자 최상급능력자야. 상급 능력자가 최소한 15명 이상은 달라붙어야 간신히 동수를 이룰까말까 하는 강력한 무력을 가진 자라고. 그런데 그가 죽은 것도 아니고 다친 것도 아니고 사지가 멀쩡한 채로 생포됐어. 이 말은 시바 료헤이를 잡은 자의 능력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강자라는 거야. 당연히 최상급 능력자 되겠지.”

“그럴 리가?”

“설마!”

“조센징에게 최상급능력자가 탄생했다니…….”

다들 후지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사실은 믿고 싶지 않은 것이다.

후지는 설득을 포기하지 않았다.

“분명히 전력은 우리가 위였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환수들이 나타난 이후로, 우리는 특무대와의 싸움에서 맥을 못 추고 있어. 거기에다 특무대가 입고 있는 전신갑주와 무기는 우리의 것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것 같아. 냉정하게 말해서 지금이라도 특무대의 최상급능력자가 전투에 끼어든다면 우린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할 거야.”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비관적이라고? 정말 답답하군. 그럼 왜 우리는 저렇게 머리통이 박살나며 죽고 있는 동료들을 구하지 못한 거지? 어째서 그의 공격을 눈치 채지 못했냐는 말이야. 여러 소리 해봤자 결국은 다 죽자는 것 밖에 안 돼. 아직 신선조가 붕괴되지 않은 이때에 고개를 숙이고 한발 물러서서 때를 기다려야해. 우리가 이대로 전멸당하면 마수로부터 본국은 누가 지키겠는가? 청산이 있는 한 땔감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기억하자고.”

신선조의 능력자들은 결국 하나둘씩 마음을 고쳐먹었다.

후지의 설득력 있는 말에 지금은 치욕을 감수하고 때를 기다리자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녕 몰랐다.

지금 이렇게 항복을 한 그들에게 두 번의 기회는 다시 주어지지 않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의견이 통일되자 후지가 대표로 나와 말했다.

“우리 신선조는 모두 항복하기로 의견을 모았소.”

“잘 생각했소. 모두 무기를 버리고 무장해제하시오!”

“알겠소.”

결국 후지를 비롯한 신선조는 모두 무기를 버리고 무장을 해제했다.

툭 투투투투 투툭 툭툭!

영일만 해변 모래사장 위에 신선조의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장비들이 떨어져 내렸다.

“와아아아아아!”

그때, 영일만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무대 능력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른 것이다.

그들은 두 손을 하늘로 번쩍 치켜들며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나눴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는 신선조의 능력자들, 아니 일본 능력자협회 소속 능력자들은 모두 똥 씹은 얼굴이 되어갔다.

“모두 구속구를 채워라!”

“네, 마스터.”

서진의 명령에 지흥수가 즉각 응답했다.

특무대는 항복한 신선조 능력자들의 팔과 다리에 구속구를 채웠다.

“지금부터 전범들을 골라낸다. 명단은 허드를 통해 확인하도록!”

“네, 마스터.”

또다시 서진의 차가운 명령이 떨어졌다.

지흥수를 비롯한 특무대 대원들은 허드를 통해 신선조 능력자들 가운데 마크가 되어 있는 자들을 모조리 골라냈다.

-사사카와 구니오, 고다마 도쿠타로, 스즈키 료이치, 노무라 슈스케

우시지마 요시오, 다모가미 도시오, 미시마 신타로, 이시하라 유키오…….

한쪽으로 따로 모인 신선조 능력자들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극도로 불안해했다.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우리를 왜 따로 모은 거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들은 점점 마음이 불안해져 자신들이 특무대의 포로 신세라는 사실도 잊은 채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서진의 차가운 매직미사일 뿐이었다.

쏴아아아아아!

퍼퍼퍼퍼퍽 퍼퍼퍼퍼퍽!

“크악!”

“으악!”

“아악!”

기습적으로 매직미사일이 쏟아져 나오자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구속구를 차고 있는 상태로 도망을 간다고 해봤자 일반인이 달리는 속도보다도 못했다.

결국 따로 모아놓은 신선조 능력자들은 모조리 머리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처참한 죽임을 당해야했다.

그 참상을 목격한 후지가 바락바락 악을 썼다.

“어째서 항복한 포로들을 그렇게 무참히 학살하는 건가? 이건 금수만도 못한 짓이다. 제네바협약 위반이란 말이야!”

서진은 바락바락 악을 써대는 후지에게 다가갔다.

후지의 뒤에 서있던 남은 신선조 능력자들이 겁에 질려 급히 그의 시선을 피했다.

차가운 눈빛으로 후지를 쳐다보던 서진이 조용히 말했다.

“우리 대한제국은 제네바협약에 서명한 적이 없다.”

“뭐, 뭐라고?”

“그래서 네가 말한 제네바협약 위반은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이다.”

“그, 그렇지만…….”

후지는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대한제국은 신생국이다.

당연히 외국과 그 어떤 조약도 체결한 적이 없다.

그 어떤 나라와도 외교관계가 없으니 조약을 체결할 일도 없는 것이다.

서진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금수만도 못한 짓이라고 했나? 그럼 일단 이걸 보고 다시 지껄여보도록 해! 마이키! 홀로그램 띄워!”

-네, 마스터.

마이키가 그들의 앞에 커다란 홀로그램을 하나 띄웠다.

그리고는 방금 죽인 신선조 능력자들이 그동안 부산과 대구를 비롯한 경상도일대에서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하나씩 보여줬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 방화, 납치, 고문, 약탈, 어린이성폭행, 사기…….

끝도 없이 이어지는 증거자료와 동영상, 사진에 포로가 된 신선조 능력자들조차 고개를 돌려야했다.

“아!”

“어떻게 저런 짓을?”

“이럴 수가!”

“저게 사실일까?”

후지는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떡 벌렸다.

그 모습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서진이 후지를 불렀다.

“후지, 아까처럼 누가 진짜 금수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는지 지껄여봐”

“으음.”

“왜? 할 말을 잃었어?”

서진의 차가운 말에 후지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홀로그램에 나타난 증거자료만 봐도, 누가 진짜 금수인지는……. 굳이 따질 필요도 없었다.

“저 새끼들이야 말로 짐승 같은 놈들이 아닐까? 이 나라 이 강산을 짓밟는 것도 모자라서 우리의 어머니와 딸들을 마음껏 강간하고, 고문하고, 희롱하다 죽였지. 난 그럼 짐승들을 제거했을 뿐이야. 너 같으면 네 마누라와 딸들을 강간하고 죽인 놈들을 그냥 가만히 쳐다만 볼 수 있겠냐?”

“…….”

후지는 아까와는 달리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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