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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장 - 말살
“잊지 마라! 대한제국을 먼저 기습한 것은 네놈들이야. 그리고 현재 대한제국과 일본은 전쟁 중이야. 너희들은 나한테 사로잡힌 포로고……. 주제를 알고 떠들어대!”
“으음.”
후지는 서진의 차가운 말에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신음성을 흘렸다.
그 모습에 서진은 차가운 비웃음만 날려줄 뿐이었다.
“이놈들 끌고 가!”
“네, 마스터.”
특무대는 서진의 명령에 포로가 된 신선조를 끌고 갔다.
고개를 돌려보니 머리와 가슴에 구멍이 뚫려 죽은 놈들이 피를 철철 흘려 모래사장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저 쓰레기들도 치워라!”
“네, 마스터.”
서진은 특무대에게 뒤처리를 명하고 몸을 돌렸다.
“마이키, 이번 전투의 결과를 보고해!”
-네, 마스터. 특무대 상급능력자 30명과 중급능력자 300명 중 상급능력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중급능력자는 5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당했습니다. 현재 부상자는 모두 힐러들에게 힐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상급능력자 1명과 중급능력자 5명이 죽었다고? 큰 손실이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흥분해서 너무 치고 나갔다가 순식간에 신선조의 상급능력자들의 합공에 의해 목이 잘려버렸습니다.
가뜩이나 모자란 것이 능력자들의 숫자다.
비록 상급 1명과 중급 5명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대한제국의 입장에서 보면 큰 손실이 분명했다.
“신선조는?”
-신선조는 상급능력자 50명과 중급능력자 800명 중 상급능력자 15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중급능력자는 202명이 사망하고 325명이 부상당했습니다.
“대승이군.”
-네, 맞습니다. 전력비를 보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결과입니다. 마스터의 소환수들이 이번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건 맞아.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특무대가 잘 싸워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그럼 포상을 해야겠군요.
“당연하지. 최상의 포상을 준비하도록 해.”
-네, 마스터.
서진은 전장을 정리하고 있는 지흥수에게 가서 그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줬다.
“잘 싸웠다.”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이 마스터의 공로이십니다.”
“그래. 알았으니까 특무대 능력자들 전부 데리고 가서 거하게 한잔 하도록 해. 비용은 내가 다 댈 테니까 돈 걱정하지 말고 마셔!”
“하하하! 그럼 오늘 저녁, 저희가 마스터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버리겠습니다.”
“그럴 능력이 된다면 한번 털어봐!”
“감사합니다. 마스터!”
“천만에. 전공에 대한 포상도 따로 나올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무하하하!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만면에 환한 웃음으로 가득한 지흥수를 뒤로 하고, 서진은 영일만 해변을 벗어났다.
그는 방파제 길을 천천히 걸어갔다.
“마스터!”
걸어가는 서진의 옆으로 리치 사이먼이 떨어져 내렸다.
서진은 굳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고 말했다.
“수고했다.”
“아닙니다. 마스터야말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사이먼은 겸손한 자세로 그의 뒤를 따랐다.
“안 돌아가고 나를 찾아온 것을 보니 원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뭔데?”
“저, 죽은 신선조의 상급능력자와 중급능력자의 시체를 주시면 안 될까요?”
서진의 발걸음이 딱 멈췄다.
“왜?”
“데스나이트 캡틴과 데스나이트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으음.”
사이먼의 말에 서진은 잠시 고민했다.
일본의 능력자들을 죽이는 것도 모자라 언데드 소환수를 만들어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마이키!”
-네, 마스터.
“죽은 신선조의 상급능력자와 중급능력자의 시체를 사이먼에게 내주도록 해. 단 확실히 죽었다는 것과 화장을 했다는 서류를 꼭 남겨야한다.”
-알겠습니다. 잘 처리하겠습니다.
마이키가 자신 있게 대답하자 서진은 사이먼을 쳐다봤다.
“나중에 마이키에게 인수받아.”
“네, 마스터. 감사합니다.”
“가서 뒤처리나 좀 도와줘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이먼은 즐거운 목소리로 대답을 하고는 훌쩍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 서진은 다시 방파제를 걸어갔다.
“마이키!”
-네, 마스터.
“나노로봇과 메디봇 충분히 있지?”
-그렇습니다.
“포로로 잡은 신선조 능력자들에게 투여해!”
-노예로 만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바로 그거야.”
-그렇다면 이클립스 유니언 대사에게 노예인장을 찍어달라고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반색을 했다.
“오오오! 그거 좋은 생각이군. 당장 이클립스에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포로로 잡은 신선조 능력자들에게 나노로봇과 메디봇을 투여하고 노예인장을 찍어 마스터에게 충성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대상을 나와 대한제국 황실로 하자.”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방파제 끝에 도착한 서진은 파도의 하얀 포말을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일이 모두 완료되면 신선조는 특무대 외인부대로 배치하고 용병으로 쓴다. 저들이 벌어들인 수익금의 절반은 동북아초인전쟁 때 사망한 능력자들의 가족을 돕는 기금과 오늘 사형시킨 놈들로 인해 피해를 입은 모든 유가족들에게 배상금으로 쓰도록 해!”
-네, 마스터.
서진은 굳이 신선조를 통해 큰 이득을 볼 생각이 없었다.
그것보다는 일본 본토를 공략하는 것이 더 크게 떨어질 것이 많았다.
“마이키, 열도침몰작전 현황에 대해 보고해!”
-네, 마스터. 허드에 열도침몰작전 현황지도를 띄우겠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의 허드에 일본 열도를 띄우고 열도침몰작전에 대한 상세한 현황을 보고했다.
-현재 일본 열도로 공격해 들어간 대한제국육군은 총 5개 지대입니다. 이들은 일본을 방위하고 있는 5개 방면대의 주둔지와 기지를 중점적으로 공략해나가고 있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의 앞에 홀로그램까지 하나 띄워놓고 보고에 열을 냈다.
-먼저 북부 방면대입니다. 대한제국육군 제3지대는 이 시각 현재, 북부방면 총감부를 접수하고 2사단, 7사단, 5여단, 11여단, 1포병단, 1방공포단을 차례로 점령했습니다.
“북부 방면대는 이미 끝났군.”
-그런 셈입니다. 다음은 동북 방면대입니다. 대한제국육군 제2지대는 동북방면 총감부를 초기제압 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저항이 워낙 심해서 결국 폭격해서 초토화를 시켜버렸습니다. 6사단, 9사단, 2공병단, 북부방면 혼성단, 동북방면대 직할대를 차례로 점령하고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잔당이 남아있어 완전히 정리를 하는 대는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서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쩌다가 초기제압에 실패했지?”
-운이 안 좋았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확인이 끝나면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일단 넘어가자. 다음은?”
-동부 방면대입니다. 대한제국육군의 제1지대가 동부방면 총감부를 점령하고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1사단, 12여단, 1공병단, 1교육단, 동부방면대 직할대를 점령하거나 폭격해서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우리군의 피해는?”
-미미합니다.
“다행이군.”
동부 방면대 1사단은 도쿄를 방어한다.
적국의 수도를 공격해서 점령하는 것은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그래서 대한제국육군에서도 가장 정예인 제1지대를 동부 방면대에 투입한 것이다.
대한제국육군의 제1지대가 동부 방면대를 잘 점령했다는 얘기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반은 먹고 간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었다.
-중부 방면대는 대한제국육군 제4지대가 맡았습니다. 중부방면 총감부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심한 저항을 받았지만 기갑사단과 기계화보병사단의 입체공격으로 결국 항복을 받아냈습니다. 3사단, 10사단, 13여단, 14여단, 4공병단, 중부방면 혼성단, 중부방면대 직할대를 차례로 점령했습니다.
“다음은 서부 방면대인가?”
-네, 그렇습니다. 서부 방면대는 대한제국육군 제4지대가 공략을 했습니다. 하지만 서부방면 총감부에서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재빠르게 대응을 하는 바람에 좀 피해가 있었습니다. 결국 서부방면 총감부에 벙커버스터 폭탄을 쏘아 무너뜨리고 화력을 일시에 퍼부어 초토화시켰습니다. 4사단과 8사단에서도 저항이 심해 폭격으로 마무리 지었고 1혼성단과 2방공포단으로 인해 기갑사단에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5공병단과 3교육단, 서부방면대 직할대는 큰 피해 없이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뭐야? 그럼 지금도 전투 중이겠군?”
-네, 그렇습니다. 아직 전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지워!”
-네?
“지우라고. 반항하는 새끼들과 싸울 시간 없으니까 폭격으로 그 일대를 지워버리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서진은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생각이 없었다.
“다른 곳은?”
-대한제국육군 특수전부대가 중앙즉응집단을 맡아 처리했습니다. 1공정단, 1헬리콥터단, 중앙즉응연대, 특수작전군, 보급 통제 본부, 방위대신 직할부대, 통신단, 중앙정보대, 경무대 등을 차례로 점령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잘했군.”
마이키의 보고를 들어보니 대한제국육군이 서부 방면대에서 조금 피해를 입은 것을 제외하곤 일본 육군을 잘 정리한 것 같았다.
“일왕과 일왕궁은?”
-일왕궁은 초토화됐습니다. 클론볼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일왕과 그의 가족 그리고 왕족들은 계획대로 모두 죽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럼 더 이상 일본에는 황제를 자칭할 놈은 없겠군.”
-일단은 그렇습니다.
“일본총리와 내각 그리고 중의원과 참의원들은?”
-모두 체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항복하라는 대한제국의 요구에는 완강히 저항하고 있습니다.
“그래?”
서진은 무척 의외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보통 이 정도로 두들겨 맞으면 항복을 할만도 한데 버틴다는 것은 아직도 믿는 것ㄷ이 있다는 말이었다.
“혹시 일본 해군의 소식을 아직 못 들어서 그런가?”
-바로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
-그런 것 같습니다.
“설득해보고 말 안 들으면 그냥 내버려둬. 이번 기회에 일본의 공업지역을 싹 초토화시켜버리지 뭐.”
-폭격할 준비를 서두르겠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의 말에 즉시 일본의 주요 공업지역을 폭격할 준비를 시켰다.
게이힌, 주쿄, 한신, 기타큐슈, 세토우치, 기타간토, 도카이, 호쿠리쿠 공업지역 등이 서진의 한 마디에 불바다가 될 위협에 빠져 들었다.
“일본 공군은 어떻게 했지?”
-이클립스의 도움을 받아 후추 기지에 있는 항공총대 사령부를 폭격해서 가장 먼저 지워버렸습니다. 북부항공방면대, 북부항공 경계관제단, 중부항공방면대, 서부항공방면대, 남서항공혼성단 등 일본의 모든 공군기지의 활주로를 폭격해 무력화시켰습니다.
“그건 아주 잘했네. 아무리 강력한 공군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하늘을 날지 못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고철덩어리에 불과하지.”
서진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그의 눈에서 서늘한 한기가 피어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인가?”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일본은 공업국가에서 농업국가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즉시 일본의 모든 공업지대를 초토화시키도록 해.”
-네, 마스터.
“특히 무조건 항복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는 일본총리와 내각 그리고 중의원과 참의원들에게 그 모습을 잘 보여주도록 해.”
-네, 잘 알겠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의 명령이 떨어지자 즉시 네이팜탄 등 소이탄 등을 가득 채운 폭격기를 일본의 주요 공업지대를 향해 날려 보냈다.
“막간을 이용해서 일본에 남아있는 쓰레기들을 처리하자.”
-일본의 우익들과 전범기업을 말하시는 겁니까?
“맞아.”
-이미 특무대의 암살조와 특수전부대의 암살팀이 준비를 마친 상태입니다. 허드에 리스트를 띄우겠습니다.
마이키의 말이 끝나자마자 허드에 일본의 전통우익과 청년 민족파 우익, 신우익 그리고 입협계로 불리는 행동파 우익과 네오나치의 리스트가 차례로 올라왔다.
일본회의, 다이토 학원, 대일본 적성회, 대일본 애국당, 일본 학생회의, 일본 학생동맹, 일수회, 대비회, 재특회…….
대행사(이나가와회계), 일본 청년사(스미요시회 스미요시 일가 고바야시회계), 사정 회의(야마구치조 고도카이계), 대일본 주광회(스미요시회계), 국수 청년 동맹, 교화 청년대(이나가와회 쿄와 일가계), 송혼 학원(마츠바회계), 일본 황민당(야마구치조계: 구일화회 백신조계), 국목 청년대(국목회계)…….
국가사회주의일본노동자당
“거 새끼들 더럽게 많네.”
서진의 입에서 절로 욕이 나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임협계라는 행동파 우익은 야쿠자가 분명했다.
정관유착과 정계유착에 이어 정치와 폭력단의 유착이 의심스러웠다.
“전범기업도 올리고 살생부를 띄워봐!”
-네, 마스터.
서진은 그동안 망언을 서슴지 않았던 전 총리들과 각료, 정한론을 제기했던 의원들, 재일동포를 핍박하고 한국을 괴롭히고 악의적인 만행을 저질렀던 우익들, 반성과 사죄가 없는 모든 전범기업들의 전·현직 총수들과 관련자들의 리스트를 빠르게 확인했다.
그는 살생부를 확인하고 나자 바로 마이키에게 명령했다.
“살생부에 나온 놈들 모두 제거해!”
-네, 즉시 제거하겠습니다.
“휴우우우우!”
서진은 오늘 제대로 피를 볼 생각이었다.
지긋지긋한 일본의 망령을 자신의 손으로 깨끗하게 쳐내버릴 마음을 굳힌 것이다.
당장 자신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일본 열도 곳곳에서는 그가 내린 명령에 따라 피의 숙청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진의 눈이 하늘로 향했다.
아직 해가 떨어진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도 불그스름 달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서진의 손에 묻어나는 피를 의미하는 듯 했다.
그렇게 열도는 피에 젖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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