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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최상급마족
약 30분 동안 백두산 일대를 철저하게 쓸어버린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에 더 이상 마수들이 잡히지 않자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혜산을 향해 남하했다.
두만강과 압록강을 따라 내려온 서진은 혜산을 지나 중강, 자성, 만포, 초산, 창성, 삭주, 의주를 거쳐 신의주에 도착했다.
북한을 거의 한 바퀴 돌다시피 한 것이다.
‘이제는 내륙을 돌아야겠다.’
서진은 위상변화 스킬을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관모봉으로 이동했다.
그는 함경산맥을 따라 내려오면서 죽음의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백안, 갑사, 풍천을 거쳐 낭림산에 온 그는 낭림산맥과 묘향산맥을 타고 다니며 내륙에 있는 마수들을 쓸어버렸다.
희천, 영원, 맹산, 양덕, 곡산, 이천을 거쳐 철원에 도착한 서진은 그제야 서울 경복궁로 돌아와 휴식을 가졌다.
-마스터,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수고한 것을 알아주는 것은 역시 마이키밖에 없네.”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대한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생방송으로 마스터가 마수들을 폭격해 처리하고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래?”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모르셨나보군요. 대한제국 황제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공영방송을 통해 방송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의 체제를 납득시키는데 가장 좋은 마수소탕작전을 정보부와 방송국에서 놓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가?”
서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북한에 있는 대형마수와 중대형마수들을 토벌해줬으니 나머지는 특무대와 대한제국군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편하게 마음을 먹고 경복궁 건청궁으로 들어갔다.
“서진!”
“아리아나!”
아리아나가 서진을 보자 빠르게 달려왔다.
서진은 품에 뛰어든 그녀를 꼭 안아줬다.
“보고 싶었어요.”
“무슨 소리야? 아침에 나갔다가 점심시간에 맞춰 돌아왔는데…….”
“아니에요. 그래도 보고 싶었어요. 서진은 나 안보고 싶었어요?”
사랑에 빠진 여자, 아니 엘프는 다 이렇게 변하는 건가?
서진은 속으로 고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으스러지도록 꼭 알아줬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헤에!”
아리아나는 서진이 그냥 하는 얘기라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기뻤다.
“서진, 점심식사하고 유니언 본부로 넘어가야하지 않나요?”
“맞아. 이클립스가 빨리 가자고 난리도 아니야.”
“전 어떡하죠?”
“뭘 어떻게 해? 같이 가는 거지. 지난번에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
“맞아요. 그냥 한번 물어본 거예요.”
서진은 아리아나가 오늘따라 무척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했다.
“참 나! 아리아나가 언제부터 이렇게 어린아이가 됐지?”
“피이! 그럴 수도 있죠.”
“그래, 알았어. 같이 식사하고 차원게이트 타고 유니언으로 넘어가자.”
“네.”
아리아나는 서진의 손을 잡아끌고 식당으로 갔다.
그동안 열심히 연습을 한 불고기를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요리는 대한제국 황실의 주방장이 거의 다했다.
하지만 그녀도 야채를 다듬고 도왔다.
그래서 자신의 요리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서진에게 그딴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맛이니까.
요리가 맛있다면 식사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렇게 서진과 아리아나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고 유니언 본부로 넘어갔다.
그들이 지구에서 사라지고 난 얼마 후,
전 세계가 대한제국을 향해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빗발치듯 연락을 해왔다.
인터넷을 통해, 대한제국 황제가 얼마나 쉽고 빠르게 대형마수와 중대형마수들을 소탕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대한제국이 세워질 때, 특사나 외교관을 파견하지 않은 것은 물론 축전조차 보내지 않았던 세계 각국은 이 순간 땅을 치며 후회했다.
그러나 그 어떤 나라도 대한제국 정부와 전화한통 해보지 못했다.
대한제국의 외교와 국방은 대한제국 황실의 관할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 황실 대변인은 황제가 바쁘다는 이유로 아예 그 어떠한 메시지도 받지 않았다.
철저한 무시!
그것이 현재 대한제국 황실이 취하고 있는 태도였다.
세계 각국은 즉시 대화의 통로를 일본으로 바꿨다.
대한제국이 보호하고 있는 보호국 일본은 아직까지 세계 각국과 외교관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일본의 외교와 국방 역시 대한제국이 아닌 대한제국 황실이 주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각국의 주일 대사관 대사와 직원들은 본국의 요청에 따라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대한제국군 일본총사령부로 찾아와 농성을 했다.
그들은 담당자와 면담을 요구하며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하지만 대한제국군 일본총사령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외교문제는 대한제국 황실의 소관이라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강하게 항의를 하던 프랑스 대사관 직원 몇 명이 대한제국군에 의해 체포되어 개처럼 맞으면서 끌려갔다.
그제야 각국의 대사관은 대한제국이 예전의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더 이상 말썽을 피우면 모두 체포해서 강제노동을 시키겠다. 또한 말썽을 부리는 나라는 앞으로 일본과의 외교관계가 단절될 것이다.”
대한제국군 일본총사령부 장교 하나가 서슬 시퍼런 목소리로 소리쳤다.
케일리 주일 미국 대사가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외교관계의 단절이라면 단교를 말하는 것입니까?”
“그렇다. 미국은 일본과 단교하고 싶은가?”
“아, 아닙니다.”
케일리 주일 미국 대사는 살벌한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대한제국군 장교의 말에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일본과의 외교단절은 단지 일본과의 단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한제국과 연결할 끈까지 잘리게 된다는 의미다.
케일리는 절대 그런 모험을 할 생각이 없었다.
그녀 말고도 나설 자는 많았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각국의 대사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조개처럼 입을 꼭 다물고 앞으로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렇게 세계가 대한제국의 황제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 * *
“이건 불가능한 미션이에요.”
“아리아나는 발언권이 없습니다.”
“아리아나는 내 조언자 자격으로 참석했어요. 한 번만 더 그딴 소리를 하시면 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지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건 계약위반입니다.”
유니언 본부 영빈관 회의실 안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서진과 아리아나가 왼쪽, 이클립스와 엘린 상원의원이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그들의 사이에는 큰 테이블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중앙에는 어떤 곳의 지형을 나타내는 마법영상이 떠 있었다.
북쪽에는 직경이 1m나 되는 커다란 수정구 하나가 둥실 떠 있었다.
그것을 통해 지금 미켈란 상원의장을 비롯한 리엘 상원의원, 바하무트 상원의원, 이리나 상원의원, 루빈 상원의원들이 회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난 그딴 계약한 적 없습니다.”
“우리를 도와 호드를 물리치기로 했잖아요?”
“임무 하나에 아티펙트 하나! 임무를 맡는 조건으로 과거로 돌아갈 단서를 찾아주는 것이 내가 한 약속의 전부입니다.”
“그게 그 소리 아닌가요?”
엘린 상원의원의 날카로운 말에 서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나와 논쟁 따위나 하자고 바쁜 사람 불러다 이런 곳에 앉혔습니까?”
“서진, 미안합니다. 엘린 상원의원이 조금 흥분한 것 같습니다.”
이클립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며 서진에게 사과했다.
“이클립스가 사과할 필요 없습니다. 사과를 하려면 엘린이 해야지요.”
“난 잘못한 것 없어요.”
“그럼 저분들이 하시면 되겠네요.”
서진이 수정구를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자 엘린이 발끈했다.
“서진과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저들이 아니라 바로 나에요.”
“엘린, 이런 짓 많이 안 해보셨죠? 연기가 많이 서툴러요.”
“네?”
“괜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시고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얘기 해봐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곳을 폭격하는 거예요.”
“물론 그렇겠죠. 내 말은 이곳을 폭격하는 것 말고, 진짜 이곳을 폭격해야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겁니다. 내 생각에는 뭔가 다른 목적이 숨어 있는 것 같군요. 내말이 틀렸다면 틀렸다고 말해보세요.”
“그, 그것이…….”
엘린은 결국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자는 함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말에 권능이 실리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 법칙을 깼다가는 역풍에 맞아 그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모조리 무너지게 된다.
엘린은 무의식적으로 수정구를 힐끗 한번 쳐다봤다.
서진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의 예감을 확신했다.
“우리 앞으로 약속 한 가지만 합시다. 임무를 줄 때 모든 얘기를 숨김없이 내게 해줄 것! 그게 선행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협력은 없습니다.”
서진의 최후통첩에 결국 수정구가 빛났다.
뭘 어떻게 했는지 엘린과 이클립스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엘린 대신 내가 설명하죠. 이번 작전의 개요는 카산드라 행성, 아가멤논 대륙에 있는 호드의 총사령부를 폭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폭격을 통해 세 명의 최상급마족을 끌어내어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입니다.”
“세 명의 최상급마족?”
서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이클립스가 마법영상을 움직여 세 명의 마족의 얼굴을 보여줬다.
“첫 번째가 총사령관 제이코입니다. 최상급마족으로 뛰어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지장입니다. 그 옆이 부사령관 슈마스입니다. 아주 호전적인 최상급마족입니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부사령관 카에락입니다. 역시 최상급마족으로 굉장히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합니다. 우리 유니언군이 그의 작전에 걸려 호되게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들을 폭격만으로 잡는 것은 무리가 있겠는데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서진이 폭격을 시작하면 저들은 반드시 서진을 잡으러 뛰어올 것입니다. 그들이 나서지 않으면 서진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을 눈치 챘을 테니 말입니다.”
“으음.”
아리아나는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서진을 쳐다봤다.
그를 미끼로 적의 총사령관과 부사령관을 단번에 잡으려는 대담한 계획은 누가 봐도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저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계속 폭격을 하면 됩니다.”
“말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을 거예요. 분명히 서진을 잡으려는 뭔가 다른 준비를 해놓았을 겁니다.”
아리아나는 이클립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아마 그런 준비를 해놓았을 겁니다. 내가 그들이라도 서진의 폭격을 두려워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위험부담이 전혀 없는 작전으론 저들을 잡을 수 없습니다.”
“유니언군은 공격하지 않습니까?”
“일단 전투준비는 해놓을 겁니다. 제이코, 슈마스, 카에락, 이 세 놈을 잡게 되면 전군을 투입해서 카산드라의 모든 호드 진형을 쓸어버릴 생각입니다.”
서진은 아리아나와 이클립스를 번갈아보며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좋습니다. 이번 임무 제가 맡지요.”
“아!”
“서진!”
이클립스와 아리아나가 동시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말씀해보세요.”
“이번 임무 너무 위험합니다. 그래서 두 개의 임무로 계산해주세요.”
“그, 그건?”
이클립스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수정구를 쳐다봤다.
순간 수정구에서 아까처럼 빛이 흘러나왔다.
이클립스의 얼굴이 바로 환하게 펴졌다.
“좋습니다. 그렇게 해드리지요.”
“한 가지 조건이 더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서진은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무를 완수하면 주는 아티펙트 중에서 미켈란아머와 이리나의 팔찌를 선 지급해주세요. 그게 있어야 최소한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으음.”
“음.”
이클립스와 엘린 상원의원이 동시에 무거운 신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수정구에서 즉시 빛이 흘러나왔다.
이클립스와 엘린 상원의원은 동시에 눈을 크게 떴다.
“선 지급 하라고 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미켈란 상원의장의 안목이 꽤 높으시네요.”
서진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국 그의 손에 두 개의 아티펙트가 들어왔다.
[미켈란아머: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이 자신의 비늘을 이용해 만든 드래곤스케일아머이다. 각종 버프와 마법방어진이 전체에 도배되어 있다. 전신갑주로 형태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이리나의 팔찌: 신녀 이리나가 자신의 신성력을 퍼부어서 만든 디바인홀리실드이다. 평상시에는 팔찌형태로 있다가 마나를 투입하면 원형의 방패로 변한다. 투입하는 마나의 양에 따라 방패의 크기가 결정된다. 마기에 극성으로 사악한 기운을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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