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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장 - 정벌
후다다닥!
지흥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서진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자 이명호 정보부장관과 김종무 국방부장관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김종무 국방부장관!”
“네, 폐하.”
“일본의 그 막강한 함대를 털도 안 뽑고 그대로 품에 안겨줬는데도 모자라다는 거야?”
“죄송합니다.”
“당연히 죄송해야지. 중국의 함대나 전투함도 아니고 일개 민간선박이 자국의 해안을 침투해 들어와 인천의 월미도던전을 빼앗길 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죄송하지 않으면 그게 사람새끼야?”
서진의 말에 김종무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을 수 없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본건가? 이명호 정보부장관! 김종무 국방부장관!”
“아닙니다.”
“아닙니다. 폐하!”
서진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명호와 김종무를 쳐다봤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알겠지?”
“네, 폐하! 즉시 유발년에게 연락을 해서 퇴각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겠습니다.”
이명호가 그나마 마음에 드는 대답을 했다.
“그것도 필요하겠군. 그리고……?”
“당장 대 중국 정보라인을 점검해보겠습니다.”
“그런 다음은?”
“무능한 놈들을 잘라내고 조직개편을 단행하겠습니다.”
“그 조직개편에 이명호 정보부장관까지 포함되지 않으려면 아마 열심히 해야 할 거야.”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가봐! 사흘 안에 만족할만한 성과가 없으면 모든 책임은 정보부 수장이 지게 될 거야. 그때 내손에 피를 묻히더라고 원망하지 마.”
“네, 폐하!”
이명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는 이를 갈며 핸드폰을 들었다.
“지금 당장 차장들, 아니 과장급 이상 간부들 모두 소집시켜!”
모르긴 해도 오늘 정보부 간부들의 입에서 곡소리가 나오게 될 것 같았다.
꿀꺽!
김종무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김종무 국방부장관은 어떻게 할 거야?”
“앞으로 대한제국의 해안방어선을 넘어오는 모든 선박을 나포하겠습니다.”
“나포? 지금 나포라고 했어?”
“아닙니다. 격침시키겠습니다.”
서진의 눈에서 살기가 피어오르자 김종무는 즉시 자신의 말을 정정했다.
“우리가 중국과 수교했어?”
“아닙니다.”
“그런데 무슨 나포야? 외교관계가 없는 적국의 선박은 그냥 격침이야. 그게 중국의 어선이든 유람선이든…….”
“네, 폐하! 반드시 격침시키겠습니다.”
“대한제국은 중국의 눈치나 보면서 자국의 어장을 중국 어선들에게 통째로 내준 병신 같은 새끼들이 모인 예전의 그 나라가 아니야. 그따위로 어영부영할 거면 후배들 앞길이나 막지 말고 그냥 때려치워!”
“아닙니다. 정말 잘 하겠습니다.”
김종무는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크게 소리쳤다.
“김종무 국방부장관이 그렇게 부하들 조인트를 잘 깠다면서?”
“아, 아닙니다.”
“이거 왜 이래? 이미 다 알아보고 하는 얘긴데…….”
“예전에 군에 있을 때……. 조금 그런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럼 나한테 조인트 한번 맞아볼래?”
툭!
우지끈!
서진은 말을 하면서 회의실 테이블 한쪽 다리를 발로 툭 찼다.
테이블 다리가 마치 칼로 벤 것처럼 잘려나갔다.
그 모습을 본 김종무의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절로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의 뇌리 속에 그동안 서진이 행한 모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황제가 자신의 다리하나 박살내는 것은 정말 일도 아닐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아, 아닙니다. 목숨을 걸고 이번 일을 해결하겠습니다.”
“오! 그래? 어떻게?”
“육·해·공·특 합동으로 정보자산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하겠습니다. 또한 일본 함대에 근무했던 일본 해군출신 장교들을 대한제국해군에 입대시켜 함대활용률을 극대화시키겠습니다.”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군.”
서진은 김종무의 말에 조금 화가 풀렸다.
그러나 화가 조금 풀렸다는 것이 그의 실책을 용서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럼 우리 대한제국의 영토에 무단으로 침입한 놈들은 어떻게 할 거야?”
“모조리 찾아서 죽여 버리겠습니다.”
“어떻게?”
“저격을 하든, 폭격을 하든, 아니면 암살을 하던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모조리 죽여 버리겠습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원하는 마지막 뒤처리가…….”
“다시는 폐하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서진이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김종무는 그걸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가서 최대한 빨리 결과를 만들어내. 특무대도 좀 도와주고.”
“네, 폐하!”
김종무는 허겁지겁 회의실을 뛰어나갔다.
그는 오늘 국방부를 아예 뒤집어 엎어버릴 각오를 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해군을 총동원해서 서해를 봉쇄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중국 선박을 전부 격침하기로 마음먹었다.
특수부대를 투입해 대마수용탄약으로 중국에서 밀입국한 능력자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기로 결정했다.
그의 눈가에 서늘한 살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이키!”
텅 빈 회의실에서 혼자 남은 서진은 마이키를 불렀다.
-죄송합니다. 마스터.
“네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번 일은 진짜 실망이야.”
-제가 우선순위 배정을 잘못한 것 같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에게 사과를 했다.
하지만 서진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선순위가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과거보다 미래의 과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네 능력이면 이런 일은 당연히 사전에 감지를 했어야해.”
-미래의 보안시스템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치밀합니다. 해킹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바로 그게 문제란 말이야. 미래에 왔으면 당연히 미래에 맞는 새로운 해킹기술과 패턴을 분석해서 네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넌 아직도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을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지.”
-자가진단 시스템을 이용해 제 상태를 정밀진단해보겠습니다.
마이키는 그제야 서진이 하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마이키, 우리는 언젠가 과거로 돌아가야 해. 그때까지 대한제국 황실을 지킬 수 있게 네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시켜놔. 네 자신을 복제해서 대한제국 황실을 비롯한 대한제국의 수호신이 되란 말이야.”
-알겠습니다.
마이키는 순순히 서진의 말에 응했다.
자가진단을 하자마자 벌써부터 여러 곳에서 패턴의 고착화가 발견됐다.
그는 이것을 오류로 설정하고 항상 좀 더 나은 방법을 생각하고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수정해나갔다.
또한 얼마든지 스스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현재에 안주했던 방식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보안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각종 첨단기술과 해킹기술을 찾아내 접목하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마이키는 자신이 이번 일을 365가지 방식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찾아냈다.
-마스터, 제 실수가 명백합니다. 지구전체를 상대로 무차별 해킹을 용납해주시기 바랍니다.
“대한제국은 세계의 어떤 나라와도 외교관계를 하고 있지 않아. 당연히 모든 방법을 다 써보도록 해.”
-감사합니다. 즉시 미국, 러시아, 중국, EU 등 강대국의 정보기관과 핵심 연구소 그리고 정찰위성과 군사위성 등을 해킹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섣불리 꼬리를 잡히는 짓은 하지 마.”
-물론입니다.
서진은 일단 마이키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사람도 아닌 인공지능이니 얼마든지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마이키가 세운 공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후속조치를 넘길 수는 없었다.
“마이키, 후속조치에 대해 생각해봤어?”
-이미 마스터가 내린 후속조치가 옳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특무대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그러니까 특무대의 희생을 줄일 방법을 생각한 거야?”
-네, 그렇습니다.
“대안은?”
-역시 마스터께서 나서주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건 안 돼. 이번에도 내가 도와주면 특무대는 앞으로 계속 나를 의지할 거야. 차선책은?”
-클론볼을 뿌려서 중국 능력자들의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서 전해주는 것입니다.
“그건 맘에 드는군.”
클론볼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 같았다.
-그럼 즉시 클론볼을 이용해 특무대를 지원하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아예 클론볼 몇 개를 특무대가 쓰라고 넘겨줘! 어차피 클론볼은 마이키와 항상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들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잖아.”
-네,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대충 후속조치를 취하고 나자 서진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누가 감히 대한제국으로 침투할 이 대담한 작전을 세웠을까?
어떻게 유람선 한 척이 대한제국 해군과 해양경찰에 걸리지 않고 무사히 인천항까지 들어올 수 있었을까?
중국 능력자들은 왜 이 시점에서 월미도던전을 장악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나중에 이 모든 일에 대한 전모가 낱낱이 밝혀지겠지만 당장은 불쾌한 감정을 해소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했다.
‘중국에서 건너온 능력자들이 상급능력자 100명, 중급능력자 500명이라고 했지. 더럽게 많이도 왔군. 그동안 내가 버스도 태워주고 쩔도 해줘서 대한제국의 전력이 급상승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아직 멀었나?’
그의 생각대로 현재 대한제국의 능력자 전력은 급상승한 상태였다.
상급능력자 50명, 중급능력자 500명!
전에 비하면 상급능력자와 중급능력자가 각각 30%이상 증가한 숫자였다.
여기에다 일본 능력자협회의 상급능력자 100명, 중급능력자 1000명을 특무대 외인부대로 편성한 것을 더하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미도던전을 빼앗기 위해 침입한 중국의 능력자들의 전력을 살펴보면 절로 악 소리가 나왔다.
상급능력자 100명에 중급능력자 500명이라니…….
‘하긴 이 정도 전력이니까 감히 대한제국의 던전을 도모하려고 기어들어왔지. 그런데 이놈들 어디서 왔지? 아무리 생각해도 유발년이 보낸 것 같지는 않던데…….’
서진은 즉시 마이키를 불러서 자신의 의문을 풀기로 했다.
“마이키, 인천의 월미도던전을 기습점거한 놈들! 어디서 온 거야? 베이징 군구는 아니지?”
-네, 아닙니다. 저도 현재 확인을 해보고 있습니다.
마이키가 아니라고 하니 자신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베이징 군구가 아니라면 저 정도 숫자의 능력자를 보낼 곳은 산둥성과 허난성을 관리하는 지난 군구(齊南軍區)나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장시성, 안휘성을 관리하는 난징 군구(南京軍區)밖에 없어.”
-맞습니다. 그래서 저도 지금 지난 군구와 난징 군구를 상대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난징 군구에서 보낸 것으로 점점 확률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난징 군구라……. 이놈의 새끼들이 뭐 주어먹을 일이 있다고 여길 기어들어왔지?”
-아무래도 마수들을 깨끗이 소탕해놓은 대한제국 내에 자신들의 근거지를 마련해놓겠다는 전략인 것 같습니다.
“이것들 미친 거 아냐? 내 소문도 못 들었나?”
-마스터에 대한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입니다. 저도 역정보를 인터넷에 무수하게 흘려놓아서 아직 그 누구도 마스터의 진실한 능력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그저 미루어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러니 만만하게 보고 저렇게 대담한 행동을 했을 겁니다. 그리고 저들에게 최소한 두 명이상의 최상급능력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야? 그게 진짜야?”
그는 깜짝 놀랐다.
최상급능력자라니…….
각국에 겨우 하나둘 있을까 말까한 한 것이 최상급능력자다.
물론 엄청난 인구수를 자랑하는 중국과 인도는 간신히 두 자리 숫자를 넘겼다는 믿기 힘든 소문도 있지만 말이다.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최상급능력자가 둘씩이나 움직였다면, 이것은 결코 보통일이 아닌 것이다.
-그렇습니다. 며칠 전부터 상하이의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던 두 명의 최상급능력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혹시 인천에 많이 살고 있다는 중국인들과 작당해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꾸미는 거 아니야?”
-그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당장 특무대와 난징의 능력자들이 충돌하면 대량학살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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