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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 홍방(洪幇)의 두 괴물
“대량학살이라니?”
-만약 난징의 능력자들 사이에 두 명이상의 최상급능력자가 숨어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하겠습니까?
“이런 개 같은……. 안되겠다. 특무대 대장 지흥수와 이명호 정보부장관에게 지급으로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해.”
-마스터, 이미 전달했습니다.
“그, 그래? 잘했어.”
역시…… 마이키다.
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직접 나서야할 것 같다.”
-그게 최선입니다.
“제기랄! 쉴 틈이 없구나.”
-마스터, 이번에도 그냥 크게 한탕하시면 됩니다.
“뭘 한탕 해?”
-왜 그거 잘하는 것 있지 않습니까? 난징의 능력자들을 다 때려잡아서 특무대 외인부대로 써먹는 것 말입니다.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 특무대 외인부대는 일본의 능력자들로 가득 채웠잖아.”
-그럼 특무대 지나부대를 새로 창설하는 겁니다.
“흐음, 그것도 괜찮겠군. 그러려면 먼저 저놈들의 가족들을 데려와야 하겠는데?”
-그건 마스터께서 굳이 고민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정보부장관인 이명호가 고민해야지요.
“하긴 그건 그래. 그런 일 잘하라고 권력도 주고 많은 월급도 주는 거니까.”
서진은 마이키의 말에 곧바로 수긍해버렸다.
원래 일을 저지르는 것은 서진이 하고 뒷수습을 하는 것은 이명호가 적격이다.
-마스터, 특무대 외인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바 료헤이를 불러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왜? 일본에서 마수들 잘 때려잡고 있잖아?”
-아무래도 같은 부대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왕따를 당해? 최상급능력자인 놈이?”
순간,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생각할 정도로 듣는 귀가 다 미안했다.
최상급능력자에게 왕따가 웬 말인가?
-마스터 모르셨습니까? 왕따(이지메)는 원래 원조가 일본입니다. 특무대 외인부대 능력자들은, 신선조가 특무대와의 전투에서 대패한 것과 일본이 보호국이 된 것은 모두 시바 료헤이가 마스터에게 패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래?”
어떻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사실이 아니다.
시바 료헤이 같은 최상급능력자가 몇 명이 더 있었더라도 결국 서진을 당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서진이 가지고 있는 고유능력 이지스는 사실 대마수전보다 대인전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탁월한 대공능력이 있다거나, 비행능력이 있는 능력자가 아니라면 같은 최상급에서 서진을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결국 결론을 내렸다.
“할 수 없지. 당장 불러들여.”
-네, 마스터.
그는 진짜 이런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최상급능력자가 왕따를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세뇌는 잘 됐겠지?”
-시바 료헤이 말입니까?
“응.”
-물론입니다. 나노로봇과 메디봇을 주입한 것은 물론이고 마스터의 소환수인 리치 사이먼이 충성의 맹세와 노예인장까지 찍어놓았습니다. 거기에다 시바 료헤이의 가족들의 신병이 저희들 손에 있으니 절대 배반할 수 없습니다.
“좋아. 그럼 시바 놈이 건너오면 인천에 가서 난징의 능력자들을 조지기로 하자.”
-네, 마스터. 그렇게 알고 준비해놓겠습니다.
마이키의 기대 가득 찬 목소리가 그의 귀를 울렸다.
서진은 당장 지금이라도 월미도를 매직미사일로 폭격할 수 있었다.
경복궁과 월미도의 거리는 직선으로 35km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한 승리를 위해 잠시 기다려주기로 했다.
월미도 주변은 현재 특무대와 대한제국군 특수부대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다.
바다는 대한제국해군의 함대가 물샐틈없이 틀어막았다.
하늘은 전투기와 공격헬기들이 교대로 선회를 하면서 공격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서진도 난징의 능력자들을 위상배열 레이더를 이용해 하나씩 마크해놓고 망나니 칼을 휘두르기 위해 칼날을 갈고 있었다.
월미도던전을 너무도 쉽게 차지한 난징의 능력자들은 아직 자신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월미도던전 안으로 들어가 희희낙락거리며 꿀을 빨아대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무엇으로 돌아올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 * *
십오야 둥근 달밤이다.
“하하하, 이렇게 쉬운 것을 그동안 우리는 왜 몰랐지?”
“그러게 말이야.”
“난 대한제국이 무슨 삼두육비(三頭六臂)의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네.”
“오히려 그런 요괴라면 일이 더 쉬웠을 거야?”
“아니 왜?”
“우리에겐 제천대성이 계시잖아.”
“푸하하하! 맞아. 그렇지. 우리에겐 제천대성이 계시지.”
월미도던전으로 들어가는 차원게이트 입구!
난징에서 온 능력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크게 웃고 떠들어 대고 있었다.
“아직 월미도던전이 확실하게 우리 손에 들어온 건 아니야.”
“그건 자네 말이 맞아. 보초를 제대로 서지 않았다간 나중에 동방불패님에게 맞아 죽을 거야.”
개중에는 이렇게 개념이 잡혀있는 능력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능력자가 더 많았다.
“걱정도 팔자라더니……. 우리의 홍방(洪幇)의 전력이 어떤지 제대로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물론 아주 잘 알고 있지. 상급능력자 100명, 중급능력자 500명으로 구성되어 있잖아.”
“어라? 정신은 제대로 박혔네. 이 정도면 어지간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능력자 전력의 2배는 될 거야. 특히 상급능력자는 대한제국이 보유하고 있는 수의 3배도 넘는다고.”
“그렇지만 우린 지금 한 나라를 상대하고 있는 거야.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우리 홍방에 이런 겁쟁이가 있었네?”
“겁쟁이라고? 지금 누가 겁쟁이라고 씨불여대는 거야?”
서로 경쟁관계라도 되는지 두 사내는 서로의 멱살을 잡고는 으르렁댔다.
그 모습에 다른 능력자들은 둘이 또 싸우기 시작했다면서 혀를 차고 손가락질을 해댔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이곳이 적지의 한 가운데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고 있지 않은 듯 했다.
퐁 포포퐁 퐁퐁퐁!
그때였다.
어디선가 경박스럽게 병 따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씨우우웅 씨씨우우우웅!
뒤이어 뭔가 빠르게 낙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징에서 온 능력자들, 아니 홍방(洪幇)의 능력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헉! 이건!”
누군가 달빛 아래 떨어지고 있는 것의 정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막 입을 열어 경고를 발하려고 할 때!
정체불명의 그 무언가가 땅에 떨어져 일제히 폭발하고 말았다.
쾅 콰콰콰쾅 쾅쾅쾅!
모여 있던 홍방의 능력자들은 미처 피할 사이도 없었다.
순식간에 터진 폭발에 그들은 속절없이 휘말리고 말았다.
붉은 화마가 그들의 몸을 사정없이 집어 삼켰다.
뜨겁게 달궈진 유탄이 온몸을 사납게 뚫거나 할퀴고 지나갔다.
“아아악!”
“크아악!”
“살려줘!”
죽은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러나 죽지 않은 사람들은 참혹한 비명을 지르며 자신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지렁이에게 소금을 뿌린다면 아마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싶다.
유탄에 맞아 피를 펑펑 흘리고 온몸이 화상으로 짓물러졌다.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비참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비극은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
아니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핑 피잉 핑핑핑!
퍽 퍼억 퍽퍽퍽!
어디선가 날아든 대구경탄환들…….
그것들이 아직 살아서 꿈틀거리는 홍방의 능력자들의 명줄을 무참히 끊어버렸다.
“적이다. 막아라!”
“차원게이트로 들어가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 크윽!”
“저격이다. 함부로 움직이지 마.”
“대마수용 총알을 쓰고 있어.”
주변에 마법사가 있었는지, 홍방의 모든 능력자가 전부 폭격에 당하진 않았다.
여기저기 몸을 숨기고 서로에게 소리를 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어떻게 하든 차원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핑 피잉 핑핑핑!
퍽 퍼억 퍽퍽퍽!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한 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화끈한 총알과 싸늘한 주검뿐이었다.
“야! 이 비겁한 놈들아!”
“치사하게 저격을 하다니…….”
“정정당당하게 싸우자.”
“네놈들도 능력자라면 당장 앞으로 나와라.”
홍방의 능력자들은 아우성을 치면서 격장지계를 펼쳤다.
“사격중지!”
다행히 그들의 격장지계는 성공했다.
누군가 사격중지를 명령하고 몸을 드러낸 것이다.
홍방의 능력자들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난징에서 온 놈들!”
“우리가 어디서 온지 알고 있잖아!”
“그럼 모를 줄 알았냐?”
“우리는 대 홍방의 영웅들이다.”
그들은 아까와는 달리 어깨를 쫙 펴고 당당하게 섰다.
역시 대륙의 허풍쟁이들이었다.
서진은 그 모습에 오히려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우와! 네들 정말 얼굴 두껍구나? 스스로를 영웅으로 칭하다니 말이야.”
“너, 넌 누구냐?”
무안했는지 대답대신 오히려 질문을 했다.
“홍방이라고 했지?”
“그렇다.”
“다들 던전에 들어갔나 보네?”
“…….”
이번에도 대답대신 침묵을 선택했다.
“아는 게 별로 없는 놈들이네. 제거해!”
“사격개시!”
서진은 그들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별 볼일 없는 놈들이라는 생각에 바로 제거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대한제국특수군 대테러부대 대장 조동원은 즉시 그의 명령을 받아 사격개시 명령을 내렸다.
핑 피잉 핑핑핑!
퍽 퍼억 퍽퍽퍽!
“악!”
“켁!”
“크악!”
“커억!”
순식간에 홍방의 능력자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입에서 피를 뿌리고 쓰러진 놈들 중 하나가 원독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진을 노려봤다.
“비, 비겁한 놈! 정정당당하게 싸우자고 해놓고…….”
“내가 언제?”
서진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놈을 향해 걸어가면서 어깨를 으쓱거렸다.
“남에 집에 몰래 들어와 안방을 차지하고는 보물을 가로채려고 한 놈들이 무슨 정정당당을 찾아?”
그는 다 죽어가는 놈의 머리통에 자신의 발을 올려놓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어차피 너 같은 놈은 내 상대가 못돼.”
서진은 사정없이 발에 힘을 주었다.
콰직!
머리통을 발로 밟자 마치 수박이 깨지듯 단박에 박살이 나버렸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던 홍방의 능력자들은 순간 공포에 휩싸였다.
“내 말이 끝나기 전까지 항복하지 않는 놈은 모조리 이렇게 머리통을 박살내버리겠다.”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합니다.”
“살려주세요.”
“투항하겠습니다.”
잔뜩 겁에 질린 홍방의 생존자들이 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항복을 외치며 무릎을 꿇었다.
“목숨만은 살려주지. 항복하지 않는 놈들을 모조리 찾아 죽여라.”
“네, 마스터.”
특무대 대원들을 빠르게 움직여 항복한 홍방의 능력자들에게 구속구를 채웠다.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난 홍방의 생존자들은 그제야 상대가 누군지 깨달았다.
“저 새끼가 대한제국의 황제?”
“세상에, 저놈이 대한제국 최강의 능력자라니…….”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대갈통에 떨어진 개머리판이었다.
퍽 퍼억 퍽퍽퍽 퍽 퍼억!
“이 개놈의 새끼들이 감히 어디서 황제폐하에게 그따위 막말을 해?”
충성심이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대한제국특수군 대테러부대원들이다.
중국어를 알아듣는 대원하나가 항복한 놈들이 한 말을 정확하게 해석해주자 곧바로 대테러부대원들이 달려들어 개머리판으로 마구 후려갈겼다.
머리통이 깨지고 치아가 옥수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온몸이 군화에 짓밟혀 여러 곳의 뼈가 어긋났다.
구속구만 없었다면 이 정도의 폭력에 꿈쩍도 안할 자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의 목과 팔다리에는 구속구가 예쁘게 채워져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한류 만세!”
“황제폐하 만만세!”
“소미 좋아해요.”
그제야 홍방의 생존자들은 두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다.
일부는 살아남겠다고 얄팍한 한국어로 마구 씨불여댔다.
“네가 감히 나의 여신을 좋아한다고?”
퍽퍽퍽!
가끔은 이처럼 알아서 매를 버는 놈도 있었다.
“시끄럽게 굴지 말고 이 새끼들 빨리 치워!”
“네.”
만약 대테러부대 조동원 대장이 중간에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한 명은 확실히 오늘 지옥행열차를 탔을 것이다.
월미도던전으로 들어가는 차원게이트 앞을 정리한 서진은 지흥수를 쳐다봤다.
“마스터, 보초들을 제외하고 모두 차원게이트를 타고 월미도던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 작품 후기 ============================
* 여러분이 이걸 읽고 계실쯤이면, 전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국제선 항공기 안에 있을 겁니다. 한국에 가서 떡볶이와 순대, 회 등 맛있는 것 좀 먹고 힘을 내보렵니다. ^^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네요.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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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