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94화 (19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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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 홍방(洪幇)의 두 괴물

“혹시 밖으로 나간 놈은 없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천에 있는 중국인들과 접선하려던 놈들은 정보부요원들이 체포해서 모두 데리고 갔습니다.”

“그러니까 더는 없다는 말이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바로 진입할까요?”

지흥수의 재촉에 그는 잠시 제자리에 서서 생각을 해봤다.

‘뭔가 이상하다. 홍방에서 상급능력자 100명에 중급능력자를 500명이나 데리고 왔는데 겨우 이런 놈들을 보초로 세워두다니……. 이건 말이 안 돼.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 혹시 나를 잡으려고 개수작을 부리고 있는 것 아냐?’

그는 뭔가 뒷골이 땅기는 서늘한 기분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조 대장 이리와 봐!”

“네, 폐하!”

서진은 일단 대테러부대 조동원 대장을 불러서 얘기를 나눴다.

지흥수가 귀를 기울여서 뭐라고 하는지 들어봤지만 워낙 은밀하게 속삭여서 들리지 않았다.

조동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어디론가 달려갔다.

“마스터, 어떻게 할 계획이십니까?”

“곧 들어갈 거니까 전투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어.”

“네.”

지흥수는 지은 죄가 있어서 그런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곧 조동원이 대테러대원들과 함께 돌아왔다.

손에는 커다란 철가방 같은 것이 들려있었다.

그들은 다 죽어가는 홍방의 보초의 몸에 다가가 뭔가를 열심히 장치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지흥수는 너무나 궁금해서 자꾸 고개를 빼고 쳐다봤다.

하지만 서진의 형형하게 빛나는 눈과 마주치자 움찔 놀라 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폐하! 다 됐습니다.”

“이거 성능은 확실하지.”

“네, 그렇습니다.”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자.”

서진이 말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대테러부대 대원들은 이미 방독마스크를 뒤집어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특무대 능력자들에게도 방독마스크가 지급됐다.

그제야 지흥수는 서진이 무슨 짓을 벌이려고 하는지 대충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대테러부대 대장 조동원과 대원하나가 아직 살아있는 홍방 보초의 팔과 다리를 각각 붙잡았다.

그들은 보초를 들고 차원게이트 앞으로 이동하더니 천천히 숫자를 세며 몸을 흔들었다.

“하나, 둘, 셋!”

셋을 세는 순간, 그들은 홍방의 보초를 힘차게 차원게이트 안으로 집어 던졌다.

“하나, 둘, 셋, 넷…….”

조동원이 큰 소리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열에 내가 들어간다. 스물에 모두 들어와라.”

“네, 마스터.”

서진이 큰소리로 외치자 특무대 능력자들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차원게이트 앞으로 걸어왔다.

위상배열 레이더를 비롯한 모든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일곱, 여덟, 아홉, 열!”

조동원이 열을 세면서 서진을 쳐다봤다.

서진은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차원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의 몸이 무저갱의 아가리 같은 검은 차원게이트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열하나, 열둘, 열셋…….”

조동원이 숫자를 세는 소리가 한층 커졌다.

그의 이마에서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특무대 능력자들이 일제히 차원게이트 앞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스물이 되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십오야 둥근 달밤이다.

* * *

“들어왔습니다.”

“누군지 확인해.”

왕밍은 정찰조에게 명령을 내렸다.

정찰조 다섯 명은 은신스킬로 몸을 숨기고 출구를 향해 다가갔다.

그들은 던전의 출구에 쓰러져 있는 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헉! 홍방의 영웅입니다.”

“뭐야?”

정찰조의 말에 척살대 능력자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저자는 월미도던전으로 들어오는 차원게이트 입구를 지키고 있던 보초입니다.”

“죽었어?”

“아닙니다. 중상을 입긴 했지만 아직 살아있습니다.”

“밖에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선이 가는 왕밍의 눈썹이 역 팔자로 휘어졌다.

그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 손을 들어 손짓을 했다.

그러자 정찰조의 능력자 하나가 쓰러져 있는 자의 몸을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이봐, 괜찮아? 정신 차려!”

펑!

그때였다.

쓰러져 있던 홍방의 보초의 몸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연기가 마구 솟구치더니 천지사방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으윽!”

“이게 뭐야?”

“정찰조와 척살대가 당했다.”

“뒤로 물러서라.”

연막탄이라도 되는지, 월미도던전 출구의 차원게이트 일대가 뿌연 연기로 휩싸였다.

“연막탄이잖아?”

“깜짝 놀랐네.”

“다친 사람은?”

“정찰조 다섯 명이 가벼운 화상을 입은 것 같습니다.”

“다행이군.”

“정말 다행입니다. 크허억!”

보고를 올리던 정찰조 능력자가 하나가 갑자기 자신의 목을 부여잡더니 옆으로 픽 쓰러졌다.

그리곤 입에 거품을 물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왜 그래?”

“도, 독!”

“허억! 독가스?”

왕밍이 그렇게 중얼거린 순간, 누군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모두 숨을 멈추고 뒤로 물러서라.”

“으윽!”

“카륵!”

“크윽!”

하지만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이미 연기는 미세한 분말 상태로 공기에 섞여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홍방의 능력자들 대부분이 최소한 한두 번은 연기가 섞인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리고 반응은 채 5초를 넘기지 않았다.

“아악!”

“케엑!”

“크윽!”

“으아악!”

홍방의 능력자들이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목을 부여잡고는 픽픽 쓰러졌다.

“힐러들은 뭐하고 있어? 빨리 치료해!”

“네, 방장!”

힐러들이 급히 앞으로 나와 쓰러져 있는 홍방의 능력자들을 향해 무차별 힐을 난사했다.

그들의 몸에서 미약한 빛이 은은하게 비치자 망가진 신경과 괴사한 세포들이 빠르게 되살아났다.

정말 힐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맨 뒤에서 가장 안전하게 보호를 받고 있던 힐러들이 본격적으로 나서자 죽어가던 홍방의 능력자들이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당장 전투에 투입할 정도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다.

당혹해하는 홍방의 방주 동방불패 왕밍!

그의 옆으로 부방주인 제천대성 손오창이 다가왔다.

별호에 맞게 그의 얼굴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처럼 전형적인 원숭이 상이었다.

“방장! 아무래도 우리가 한 방 먹은 것 같습니다.”

“어떻게 눈치를 챘지? 이건 정말 극비리에 세운 계획인데…….”

“촉이 좋은 건지, 아니면 운이 좋은 건지, 어쨌든 명이 질긴 놈이네요.”

“당장 나가서 쓸어버릴까?”

“아닙니다. 누군가 잔대가리를 쓰는 놈이 있습니다. 지금 밖으로 나갔다간 분명히 저들의 집중포화를 맞아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이안에서 저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부상을 회복하는 시간을 버는 것이 좋겠습니다.”

왕밍은 손오창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부방주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겠군.”

“으음.”

손오창은 왕밍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같은 남자인데……. 참 사람기분을 묘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왕밍이 괜히 동방불패로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달밤에 긴 머리를 풀고 있으면 영락없는 월하의 미녀로 오해를 받았다.

그의 중성적인 아름다움에 반해 홍방에 남색이 유행하고 있다는 묘한 소문까지 돌고 있었다.

하지만 손오창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저런 유약해 보이는 얼굴로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지를 말이다.

홍방의 능력자들은 부방주 손오창의 지휘아래 빠르게 부상자를 후방으로 옮겨 상세를 살폈다.

한편, 홍방 보초의 몸에 장치해둔 시한폭탄이 터진 직후!

월미도던전의 출구인 차원게이트 앞의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

서진이 동화스킬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차원게이트 안으로 스며든 것이다.

‘위상변화!’

그는 차원게이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지체 없이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켜 차원게이트 5km 상공으로 이동했다.

‘와이비 소환!’

와이비가 그의 눈앞에서 소환됐다.

[와이비! 조용히 몸을 숨겨라!]

[꾸왕!]

와이비는 소환된 즉시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바꿨다.

서진은 그런 와이비를 잡아타고 하늘을 날았다.

와이비는 서진을 태우자 날개를 활짝 펴고는 창공을 우아하게 유영했다.

상승기류를 타고 더 높이 올라가는 와이비!

그의 목 뒤에서 서진은 폭격준비를 서둘렀다.

자신의 몸에 방어막을 치고 폭격에 관련된 모든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위상배열 레이더로 적들을 마크한다.’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지상에 넓게 퍼져있는 홍방의 능력자들을 탐지했다.

이미 홍방에서 소탕전을 벌였는지 주변일대는 마수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두 놈인가 보군.’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차원이 다른 힘을 가진 존재 둘을 확인했다.

-마스터, 클론볼을 뿌리겠습니다.

“응.”

마이키가 서진의 허락을 받자마자 블루볼에서 클론볼을 꺼내 뿌렸다.

클론볼들은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홍방의 능력자들을 탐지해 마이키에게 업로드했다.

‘매직미사일!’

서진은 드디어 매직미사일을 소환했다.

매직미사일 20개가 그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20개는 다탄두 스킬로 인해 즉시 140개의 매직미사일로 불어났다.

그는 매직미사일을 계속 소환했다.

위상배열 레이더의 락인과 사일로 5개를 활짝 열어 꽉꽉 채웠다.

탄두강화(S, 19배)와 출력강화(S, 16배, 정수소모)로 강화된 980개의 매직미사일이 일제히 지상을 폭격할 준비를 마쳤다.

동시에 차원게이트를 통해 특무대가 쏟아져 들어왔다.

다다다다다다!

특무대는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반원형으로 방어진을 세웠다.

그들의 뒤로 특무대 능력자들이 밀물처럼 밀고 들어왔다.

“특무대다.”

“적이 침투했다.”

“전투준비!”

“우리도 진형을 갖춰라.”

홍방의 방주 동방불패 왕밍과 부방주 제천대성 손오창이 앞으로 나섰다.

둘은 큰 소리로 홍방의 능력자들을 지휘했다.

“척살대 좌로! 멸살대 우로! 황룡대는 중앙을 맡아라!”

“나머지는 적을 반원형으로 포위해라.”

다다다다다다!

홍방의 능력자들이 방주와 부방주의 명령에 즉각 반응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순식간에 반원형의 진형을 만들었다.

특무대의 방어를 위한 반원진이 아닌 공격을 위한 포위 반원진이다.

마이키는 즉시 홍방의 능력자들의 위치를 확인해 허드를 통해 특무대에게 전달했다.

또한 특무대의 능력자들을 기습해서 암살하려는 암살대의 위치까지 정확히 표시해줬다.

‘겁도 없이 반원진으로 특무대를 포위했구나. 하긴 저 정도의 전력이면 그게 가장 효율적이긴 하지. 하지만 항상 예외는 존재하는 법이지.’

서진은 하늘에서 그들을 싸늘한 눈초리로 내려다봤다.

그리곤 자신의 소환수를 하나씩 소환했다.

‘해태 소환! 사이먼 소환! 파울 소환!’

신수 해태와 골렘 파울은 홍방이 만들어 놓은 반원진의 뒤쪽에 나타났다.

사이먼만 서진의 옆에 나타나 허공을 둥둥 떠다녔다.

[해태와 파울은 내가 공격을 시작하면 홍방의 반원진의 좌우를 공격해라!]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주인님.]

해태의 굵은 중저음과 파울의 묵직한 목소리가 동시에 그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사이먼은 군단을 이끌고 저놈들의 뒤통수를 쳐라. 모든 봉인을 풀어줄테니 한번 마음껏 날뛰어봐!]

[크하하하하! 감사합니다. 마스터!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사이먼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파안대소를 터트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웃는 소리는 오직 서진의 머릿속에서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특무대와 홍방이 진형을 완전히 갖추자 상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특무대의 정면에는 지흥수와 시바 료헤이의 모습이 보였다.

반대로 홍방의 진형 정면에는 홍방의 방주 동방불패 왕밍과 부방주 제천대성 손오창이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짓고 있었다.

승리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절대로 지을 수 없는 회심의 미소였다.

‘그래. 잠시 그렇게 웃고 있어라.’

서진의 시선이 홍방의 진형 뒤쪽을 향했다.

좌우로 그의 소환수 해태와 골렘 파울이 자리를 잡은 것이 보였다.

중앙으로 시선을 옮기자 사이먼이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 군단을 소환하는 것이 보였다.

리치 사이먼의 양 옆으로 온몸이 시커먼 데스나이트 캡틴 2기가 보였다.

등급이 A+급인 두칸과 파넬이었다.

그 뒤로 데스나이트 7기가 나타났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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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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