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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장 - 홍방(洪幇)의 두 괴물
“이얏!”
손오창은 호쾌한 기합소리와 함께 부정적인 생각을 털어버렸다.
여의봉이 쭉 늘어나며 아까보다 배는 빠르고 강한 기공탄을 쏟아냈다.
슈슈슈슈슈슛 슈슈슈슈슈슛!
하지만 아쉽게도, 서진은 쉽게 잡혀주지 않았다.
가까이 접근을 하려고 해도 조금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근두운에 못지않은, 아니 그것을 능가하는 속도를 지닌 와이비 때문이었다.
“손오창! 뒤를 막아.”
“네, 방주.”
보다 못한 왕밍이 여인처럼 붉은 주사 빛 입술을 꼭 깨물더니 결단을 내렸다.
손오창이 근두운을 움직이며 동시에 자신을 쫓아오는 매직미사일을 기공탄으로 격추시켰다.
그 사이 왕밍은 온힘을 다해 자신의 힘을 검에 불어넣고는 미련 없이 허공으로 날렸다.
“가랏! 광검!”
피슝!
왕밍의 청색장검이 마치 빗살처럼 무지막지한 속도로 서진을 향해 날아왔다.
새파란 강기로 번쩍거리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것 같았다.
‘위상변화! 와이비 소환해제!’
서진은 위상변화로 지상에서 10km 상공으로 이동했다.
와이비를 소환해제 시켰다가 다시 소환했다.
‘와이비 소환!’
[꾸와아악!]
그런데 들려오는 와이비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와이비의 목에 가는 실선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서진의 빠른 성장을 따라 이미 성체 와이번보다 훨씬 강해져버린 와이비다.
어지간한 강기나 마법으론 와이비의 몸에 흠집도 내기 힘들었다.
바탕이 최상급마수 와이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와이비의 목이, 가죽이나마 얇게 잘려있다는 것은 왕밍이 던진 비검의 위력이 서진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다는 반증이 된다.
‘위상변화를 하고 난 뒤, 곧바로 와이비를 소환해제했어. 그사이는 채 1초도 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언제 이런 상처를 낸 거지? 흐음, 더 이상은 안 되겠구나.’
서진은 홍방의 방주 동방불패 왕밍과 부방주 제천대성 손오창을 사로잡는 것을 포기했다.
와이비의 몸에 실선이 하나 생긴 것을 보자 결국 화가 나서 살기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라이트닝토네이도!’
서진은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일으켰다.
매직미사일로 토네이도와 광풍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이후, 라이트닝서클에서 자동으로 진화해버린 스킬이었다.
쏴아아아아아아!
980개의 매직미사일이 일제히 쏘아져 내려갔다.
매직미사일의 물결은 근두운에 타고 있던 왕밍과 손오창의 주변을 넓게 포위하더니 소용돌이처럼 빠르게 한쪽 방향으로 돌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순식간에 음속을 돌파한 매직미사일이 거대한 번개의 구체를 이루며 빠르게 줄어들었다.
위기를 직감한 왕밍과 손오창은 즉시 기공탄과 강기를 난사했다.
슈슈슈슈슈슛 슈슈슈슈슈슛!
피피피핑 피피피핑 피피피핑!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기공탄과 강기는 라이트닝토네이도 근처도 오지 못했다.
방전되는 번개에 맞아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왕밍과 손오창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부처님 손바닥 위의 손오공이란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이로구나!’
손오창은 서유기에 나온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을 보며 느꼈을 절망감이 이해가 됐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오공이란 캐릭터에 감정이입을 하고 있었다.
“광검! 비검! 폭검! 심검…….”
손오창이 어느 정도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왕밍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난사해서 라이트닝토네이도를 후려쳤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번개가 줄줄 방전되고 있는 라이트닝토네이도를 뚫을 수 없었다.
“이, 이건 반칙이야.”
결국 왕밍도 허탄한 심정으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지진이 난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한계를 경험하자 왕밍은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무참히 깨져버렸다.
왕밍이 무너지는 시간은 오히려 손오창보다 훨씬 더 빨랐다.
절망감이 해일처럼 밀려와 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어떻게 사람이 이런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지?”
“그러게 말이에요.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항복합시다. 잘못하다가는 오늘 홍방이 세상에서 아예 삭제되겠어요.”
“이미 전멸당한 상태야.”
“이대로는 우리 모두, 의미 없는 학살을 당할 거예요. 항복을 하는 것이 그나마 몰살을 당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 그렇긴 하지.”
왕밍은 손오창의 말에 결국 자신의 검을 내렸다.
[항복을 한다면 목숨은 살려주도록 하지.]
“어? 어떻게 한 거야?”
“머릿속에서 누가 말을 하네요.”
왕밍과 손오창은 서진이 자신의 뜻을 머릿속으로 직접 전해오자 깜짝 놀랐다.
그제야 두 사람은 서진이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별 것 아닌 잔기술 가지고 떠들어 대지 말고, 빨리 결정해! 네 수하들 다 죽어간다.]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하겠소.”
[그래. 잘 생각했다. 구속구를 보낼 테니 스스로 채워라!]
“네.”
“……?”
왕밍은 한번 포기하자 깨끗하게 마음을 비웠다.
그래서 순순히 대답을 하고 수긍했다.
그러나 손오창은 서진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고 고개를 이리저리 사방으로 돌려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그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번개를 방전하고 있는 라이트닝토네이도의 섬뜩한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광명안은 결코 라이트닝토네이도를 뚫지 못했다.
근두운의 움직임 뚝 멈췄다.
툭 투투투툭!
그들의 발 앞에 여러 개 구속구가 한꺼번에 떨어져 내렸다.
둘은 구속구를 집어 자신의 목과 팔다리에 스스로 구속구를 채웠다.
순간 근두운이 사라지며 두 사람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뚝 떨어져내렸다.
-마스터, 구속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알았어. 그만 내려가자.”
서진은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켜 떨어져 내리는 왕밍과 손오창의 멱살을 잡아챘다.
그리고는 곧바로 다시 위상변화로 지상에 내려섰다.
왕밍과 손오창은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들이 땅을 밟고 서있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 멈춰라!”
서진이 천둥 같은 목소리로 외쳤다.
특무대와 그의 소환수들…….
해태, 사이먼, 파울이 일제히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홍방의 방주 동방불패 왕밍과 부방주 제천대성 손오창은 나에게 사로잡혔다.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즉시 항복해라. 항복하면 죽이지 않겠다. 물론 항복하기 싫은 놈은 계속 덤벼라! 우린 얼마든지 죽여줄 용의가 있다.”
서진의 한기가 풀풀 풍기는 목소리에 홍방의 능력자들은 몸을 부르르 떨어댔다.
“항복하겠습니다.”
“항복하겠소.”
“살려주시오.”
“난 이미 무기를 버렸소.”
그들은 일제히 무기를 땅으로 집어던지고 항복을 외쳤다.
자신들이 하늘처럼 모시고 떠받들었던 홍방의 최상급능력자!
방주 왕밍과 부방주 손오창이 사로잡혔다.
그런데 그들보다 못한 자신들이 무슨 재주로 특무대와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
그들은 완전히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와아아아아아아!”
순간, 천지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무대가 일제히 무기를 하늘로 높이 치켜들며 고함을 질러댄 것이다.
서진은 지흥수를 불러 왕밍과 손오창을 넘겼다.
특무대가 구속구를 가지고 살아남은 홍방의 능력자들 사이를 누볐다.
구속구가 채워지자 홍방의 능력자들은 다들 절망에 빠진 비통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심지어 몇 놈은 아예 눈물을 질질 짜기도 했다.
“시바! 수고했다. 오늘 활약이 대단했어.”
“하하하, 마스터!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농담이 아니야. 아까 네가 왕밍을 잘 견제해주지 않았다면 특무대의 피해가 컸을 거야.”
시바 료헤이는 서진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사람이 이런 칭찬을 했다면 그는 아마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을 칭찬한 사람은 보통사람이 아니다.
일본을 보호국으로 만들고 자신을 굴복시킨 대한제국의 황제였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강자의 칭찬에 시바 료헤이는 응당 기뻐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의 머릿속에는 일본이란 나라는 흐릿해졌다.
그렇게 몸 바쳐서 충성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원망과 비난 일색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그처럼 질려버렸을 것이다.
거기에다 시바 료헤이는 자신이 조금도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싸워서 진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사고방식을 그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바, 요새 골치 아프지?”
“아! 네.”
시바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머리를 긁적거렸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대한제국으로 갈아타! 내가 제국시민권 줄게.”
“정말요?”
“그래. 가족들 데리고 서울로 와! 근사한 저택하나 선물할게.”
“한번 생각해볼게요.”
“그럴래? 대신 나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라.”
“네, 알겠습니다.”
시바는 당장이라도 ‘예’하고 대답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생각도 해야 했다.
그들이 평생을 살아온 일본을 떠나 대한제국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제2차 동북아초인전쟁은 이렇게 끝이 났다.
일본의 신선조가 패했고 중국의 홍방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
승자는 당연히 특무대!
그리고 승리의 주역은 대한제국의 황제이자 최상급능력자, 서진이었다.
그의 시선이 이제 지구를 떠나 머나먼 차원의 건너편을 향하고 있었다.
* * *
유니언 본부 영빈관 회의실.
“이게 마족의 행성이라는 시드라입니다.”
“참 음침하게 생긴 행성이군요.”
테이블 중앙.
커다란 수정구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해 보이는 회색의 행성.
수정구는 지금 시드라 행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디데이는 언제입니까?”
“공격날짜를 말하시는 거라면, 일주일 뒤입니다.”
“일주일이라…….”
서진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치면서 중얼거렸다.
이클립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아니요.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이클립스의 얼굴이 금세 활짝 펴졌다.
“파병준비는 잘 되갑니까?”
“네, 보내주신 무기와 장비 그리고 보급품으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그렇게 하죠.”
서진은 이클립스의 제안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200만 대군을 어떻게 시드라 행성으로 보낼 겁니까?”
“각 주둔지에 이동식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 생각입니다.”
“아!”
이클립스의 한 마디 말에 그는 머리가 시원해졌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온 병사들은 최종 집결지에서 차원게이트를 타고 시드라 행성으로 이동합니다.”
“우리 파병군만 따로 이동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모리티아, 뮤즈, 클리프, 호미니드, 노바, 나이아드, 유니언의 여섯 연합행성에서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유니언 연합행성에서는 얼마나 파병합니까?”
“각 행성에서 최소 100만, 최대 300만 대군을 파병할 예정입니다.”
“아! 엄청난 규모군요.”
그는 파병의 규모를 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한 행성에서 100만씩만 보낸다고 해도 최소 600만 대군이 된다.
여기에다 지구에서 파병하는 200만을 합치면 최소 800만.
이클립스가 최대 300만 대군이라고 했으니 여섯 행성 중 최소한 한 행성에서는 300만 대군을 보낸다는 말이 된다.
그럼 바로 1천만 대군이 된다.
이게 1차 시드라 정벌군의 규모다.
전쟁의 상황에 따라 정벌군의 규모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봤을 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병사를 투입할지 상상이가지 않았다.
“혹시 시드라에서 눈치 채면 어떻게 하죠?”
“그럼 곧바로 다른 행성을 공략할 겁니다.”
“네?”
“1차 공략대상은 시드라 행성입니다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2차 공략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는 크세르 행성을 칠 예정입니다.”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겁니까?”
“못할 이유도 없죠. 우리 유니언 총참모본부는 전략과 전술을 아주 유연하게 구사하고 있습니다.”
“대단하군요.”
서진은 할 말을 잃었다.
전략과 전술을 유연하게 구사한다는 것!
이건 아주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사실 이게 말처럼 절대 쉬운 게 아니다.
서로 간에 호흡이 잘 맞고 믿음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유니언 총참모본부는 현재 마보림, 디보트, 리프, 하마트 행성 중 하나를 침공할 것처럼 거짓정보를 마구 뿌려대고 있습니다.”
“물을 혼탁하게 만든 다음 물고기를 잡는다는 혼수모어(混水摸漁)의 전략이군요.”
서진은 유니언 총참모본부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대충 감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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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8시에 까무룩 잠이 들었습니다. 일어나보니 또 새벽이네요. ^^;; 시차적응이 쉽지 않다는.... 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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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