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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197화 (197/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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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 시드라

정보라는 것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정확한 정보를 읽는데 혼란을 준다.

아마도 유니언 총참모본부는 이런 식으로 적을 우롱하고 시간을 벌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번 시드라 행성 공략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서진입니다.”

“나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서진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이번 시드라 행성 공략전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그럼 반대로 내가 잘못하면 이번 시드라 행성 공략전은 실패하겠네요?”

“그렇지요. 이것을 한번 봐주십시오.”

이클립스는 마법수정구에 새로운 마법영상을 띄웠다.

시드라 행성 곳곳에 시간 별로 표시된 점들이 보였다.

서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살펴봤다.

“이게 뭡니까?”

“서진이 해줘야할 일들입니다.”

“이 많은 일을 내가 다 해야 한다고요?”

서진은 일단 일이 많아보이자 거부감부터 일어났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갑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산더미처럼 일을 던져준다면 말이다.

이클립스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설명을 해줬다.

“어차피 마족의 행성이라는 시드라 행성을 공략하지 못하면 유니언의 여섯 연합행성은 물론이고 지구도 거센 후폭풍을 피해가지 못할 것입니다.”

“으음.”

이클립스는 처음부터 핵심을 훅 치고 들어왔다.

“그리고 여기에 표시된 지점에 전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굳이 그곳으로 가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어떤 방법인데요?”

“그건 시드라 공략전이 시작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겁니다.”

“극비라는 말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서진은 자신에게도 말하지 못할 극비가 도대체 뭔지 심히 궁금했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전혀 얘기해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유니언 상원에서는 서진이 이번 시드라 행성 공략전에 적극참여해주는 대가로 2개의 임무에 해당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전리품도 다른 행성과 동일한 몫으로 줄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래요?”

서진의 목소리가 절로 떨려왔다.

2개의 임무에 해당하는 대가는 당연히 받아야하는 것이다.

그러니 굳이 따로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행성과 동일한 몫으로 전리품을 나눠준다는 약속은 정말 엄청난 혜택이자 이권이었다.

다른 행성은 전리품을 받아 군단별로, 지역별로, 각각 나눠 가져야하지만 서진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냥 혼자 전부 독식하면 그만이었다.

서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200만 지구파병군의 월급과 보급은 유니언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기로 하지 않았나요?”

“맞습니다. 당연히 유니언에서 책임을 져야죠. 파병대가는 따로 지불할 겁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말한 전리품 배분과 파병대가는 별개입니다.”

그제야 서진은 가슴을 활짝 펴고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으음, 괜찮네요.”

“이번 임무의 대가로 뭐가 나오는지 아십니까?”

“뭐가 나오는데요?”

“한번 맞춰보세요.”

이클립스의 입가에 장난기가 도는 것을 본 서진은 곧바로 그의 장단에 맞춰줬다.

“잘 모르겠어요. 뭔데요? 굉장히 궁금하네요.”

“정령왕의 반지와 미켈란소드입니다.”

이클립스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정령왕의 반지와 미켈란소드요?”

서진은 깜짝 놀랐다.

‘정령왕의 반지’는 물의 정령왕 엘라임의 권능이 들어간 최상급 아티펙트로 알고 있었다.

또한 ‘미켈란소드’는 무려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이 자신의 뼈를 직접 뽑아서 만들었다는 마법검이다.

한마디로 드래곤본소드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받았던 모든 아티펙트를 능가할 만한 엄청난 아이템 둘을 한꺼번에 주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선 지급이랍니다.”

“호오! 그거 듣던 중 무지하게 반가운 소리네요.”

“임무를 허락하시면 지금이라도 당장 지급해드리겠습니다.”

“그래요?”

서진은 침을 꿀꺽 삼켰다.

자신이 고개만 한번 끄덕이면 이 엄청난 아이템 둘이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문득 호기심이 생겨났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요.”

“네, 말씀하세요.”

“이런 엄청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에이션트 드래곤, 미케란 상원의장이 있는데 왜 굳이 나를 앞장세우려는 거죠?”

이클립스는 서진의 질문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인과율입니다.”

“네?”

“인과율이라고요.”

뜬금없는 이클립스의 말에 서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서진도 최상급을 넘어 마스터가 되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겁니다. 마스터 급 이상의 절대강자들은 인과율에 제한을 받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인과율에 저촉되는 선을 넘게 되면 창조주의 개입을 불러일으킵니다.”

“창조주요? 신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속의 신이 아닙니다. 세상을 만들고 모든 생명을 창조하며 우주의 질서를 유지하고 계신 진정한 의미의 신이자 창조주를 말하고 있는 겁니다.”

서진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진짜로 신이 존재한다면 지금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

“무슨 뜻이죠?”

“왜 호드가 유니언을 침공하게 내버려두고, 마수와 마인들이 지구를 침공해서 수많은 생명을 죽이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까?”

이클립스는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저도 모르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줬다는 겁니다. 우린 천사와 같이 신의 뜻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가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으음.”

이클립스의 말을 듣자 서진은 열이 솟구치려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

‘하긴 평상시에는 신을 찾거나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다가, 꼭 죽을 위기나 힘든 상황에 몰리면 신을 찾아 원망을 쏟아내곤 하지. 그동안 모든 결정은 자기 스스로 내렸는데도 말이야. 최후의 한순간까지 잘못된 것이 자기 탓이라고 절대 인정하지 않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다.’

서진은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과거에 했던 자신의 행동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기 때문이다.

자신이야말로 그동안 얼마나 신을 욕하고 원망하고 씹어댔는지 모른다.

과거로 회귀를 한 후, 잘 나갈 때는 전혀 신을 찾거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본의 아니게 미래로 오게 된 후, 제일 먼저 원망을 하고 욕을 해댄 것은 바로 신이였다.

만약 자신이 신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과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신이였다면 나 같은 놈에게 제일먼저 벼락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자 서진은 무척 입맛이 썼다.

“니체란 놈이 신은 죽었다고 했는데……. 신은 아직 살아 있나봅니다.”

“하하하, 흥미로운 말이네요. 신은 죽은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생물학적으로 살아있다고 표현하는 것도 모순입니다. 신은 삶과 죽음을 관장합니다. 그런 분이 죽거나 사는 것에 구속받을 이유가 없겠죠. 창조주는 온 우주에 존재하는 분입니다.”

이클립스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서진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100%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동감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이다.

그보다 창조주의 개입이라는 말에 생각이 미쳤다.

“인과율에 저촉되는 선을 넘으면 창조주의 개입을 불러일으킨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그게 어떤 식인지 아십니까?”

“주로 천사가 나타납니다.”

“천사요?”

“그렇습니다. 아주 무시무시한 존재지요.”

이클립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서진은 천사가 왜 무시무시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천사는 창조주의 뜻에 따라 움직입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동하는 천사들을 보면 절로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천사를 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건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혹시 그것도 인과율에 저촉되는 겁니까?”

“역시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이클립스가 노코멘트라고 말한 의미가 바로 인과율에 저촉된다는 의미였다.

서진은 그렇게 이해했다.

“그러니까 호드나 유니언이나 마스터 급의 절대강자들은 인과율에 의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니까 대신 내가 움직인다는 말이죠?”

“정답입니다.”

“혹시 내가 움직이는 게 나중에 마스터 급의 절대강자들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는 겁니까?”

“그, 그렇습니다.”

이클립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대답까지 더듬거렸다.

서진이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처 몰랐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받는 대가가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군요.”

“더 원하는 것이 있다면 말씀하세요.”

서진의 말에 이클립스는 적극적인 자세로 수용할 뜻을 비쳤다.

하지만 서진은 가만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는 않겠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 과하면 아니한 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이정도가 적당한 것 같습니다.”

“그럼 임무는 수락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유니언을 대신해 서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이클립스는 서진의 손을 한번 꼭 잡더니 곧바로 테이블 위에 아이템 두 개를 꺼냈다.

“축하합니다. 미켈란소드와 정령왕의 반지는 이제 서진의 것입니다. 아이템에 피를 묻히면 주인인식이 각인되어 서진에게 귀속됩니다.”

“고맙습니다.”

서진은 이클립스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반지 하나와 바스타드 소드 한 자루를 자세히 살펴봤다.

은색의 반지는 겉으로 볼 때 지극히 평범해보였다.

중앙에는 물처럼 맑은 보석인지, 돌인지 모를 것이 하나 박혀있었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우고 바스타드 소드를 들어 살펴봤다.

은은한 빛을 내는 검집만 봐도 보통 소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집은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의 비늘로 만들었나 보구나.’

서진은 검집에서 미켈란소드를 뽑아봤다.

스르렁!

상아처럼 하얀 검신이 드러나자 회의실 안이 순간 환해지는 것 같았다.

검신에 새겨진 수많은 기하학적 무늬와 도형들…….

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이것들은 각종 마법진이 분명했다.

서진은 감정, 감별, 관찰스킬을 동원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미켈란소드: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이 자신의 드래곤본을 추출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마법의 검이다. 미켈란의 권능이 봉인되어 있다. 검신에는 9서클까지의 각종 공격·방어마법진이 새겨져있다.]

[정령왕의 반지: 정령왕 엘라임의 축복과 권능이 봉인되어 있는 반지다.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정령왕 엘라임의 가호를 받는다. 물의 정령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물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정말 악소리가 절로 나오는 어마어마한 아티펙트였다.

‘정말 놀라운 아이템들이구나. 이런 엄청난 아티펙트를 두 개나 선 지급하는 대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야. 그만큼 위험한 임무라는 말이 되겠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내가 뺑뺑이를 돌아야한다거나…….’

어느 쪽을 생각해도 이미 고생길이 훤히 열려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포기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이 두 개의 아티펙트는 목숨을 걸고라도 꼭 얻어야 할 만큼 가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어서 주인인식을 하세요.”

“네.”

이클립스가 주인인식을 하라고 보채자 서진은 곧바로 자신의 손가락 끝에 피를 한 방울씩 뽑아냈다.

‘기왕이면 뇌정의 기운도 좀 섞도록 하자.’

그는 자신의 핏방울에 뇌정의 기운을 조금 주입했다.

그리고는 정령의 반지와 미켈란소드의 검 자루에 박힌 보석에 각각 묻혔다.

화아아악!

정령의 반지와 미켈란소드가 동시에 환하게 빛을 발했다.

주인인식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정령의 반지가 서진에게 귀속됐습니다.]

[미켈란소드가 서진에게 귀속됐습니다.]

그는 임무를 수행하고 받은 모든 아티펙트에 전부 주인인식을 걸어놓았다.

그로인해 모든 아티펙트가 서진에게 귀속되어 있었다.

서진은 미켈란소드를 허공에 한번 휘둘러보고는 검집에 집어넣었다.

‘팬텀소드에다 미켈란소드까지 얻었으니 이제는 B급에 정체되어 있는 오러 마스터리를 올려볼까?’

미켈란소드를 얻고 나자 서진은 괜히 마검사가 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가만, 그러고 보니 등급이 B급인 마법도 배워야 하잖아. 아니다. 미켈란소드에 각종 공격·방어마법진이 그려져 있으니 굳이 배울 필요가 없나?’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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