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198화 (19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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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장 - 시드라

그는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이클립스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자 눈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만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유니언 상원에는 마법의 조종인 드래곤도 있고 눈앞에는 대마도사인 이클립스도 있잖아. 쉬운 길을 놔두고 내가 어려운 길을 갈 뻔했네.’

서진은 즉시 이클립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이클립스는 자신도 모르게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리쳤다.

“전 여자 좋아합니다.”

“네? 하하하! 저도 여자 좋아합니다.”

“아! 다행이네요.”

“뭐가요?”

“아, 아닙니다.”

이클립스는 자신이 순간적으로 오해한 것을 깨닫고는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마법과 오러 마스터리를 올려야하는데 도움을 좀 얻을 수 있을까요?”

“네에? 그게 무슨 말이죠?”

“아차, 제가 너무 간단히 말했군요.”

서진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이클립스에게 차분하게 설명을 시작했다.

그의 말을 모두 듣고 나자 이클립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서진은 아직 유니언상점에서 스킬 안 사보셨죠?”

“네?”

“그동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서진에게, 유니언 상원에서 유니언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선물했습니다. 유니언상점에 접속하시면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꽤 많이 쌓여있을 겁니다. 그걸 잘 이용해보세요.”

“아!”

절로 감탄이 나왔다.

서진은 유니언이 점점 좋아지려는 마음을 도무지 막을 수가 없었다.

“참고로 마법은 많이 써봐야 숙련도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오러 마스터리를 올리려면 오러를 많이 사용하는 스킬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같이 가서 추천을 해드리도록 하지요.”

“그래주신다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서진은 이클립스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얘기를 마치고 유니언상점을 방문했다.

이클립스의 조언으로 그는 자신에게 잘 맞는 마법들과 여러 가지 스킬을 구매해 장착했다.

유니언상점에는 서진이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존재했다.

이날 서진에겐 지름신이 강림했다.

* * *

평양 김일성 광장.

척척척척척척척척!

완전무장을 한 수천 명의 병사들이 오와 열을 맞춰 걸어갔다.

“대한제국육군 제3지대 2사단 진입!”

“충성!”

제3지대 2사단 병사들이 주석단을 향해 일제히 경례를 했다.

주석단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대한제국군 육군참모총장 이승복 대장이 오른손을 들어 마주 경례를 했다.

가로가 긴 직사각형의 차원게이트!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그곳으로, 그들은 풍덩 빠지듯 진입해 들어갔다.

뒤이어 대한제국육군 제3지대 3사단의 병사들이 칼같이 줄을 맞추며 다가왔다.

척척척척척척척척!

규칙적으로 발을 디디는 군화소리가 행진곡처럼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대한제국육군 제3지대 3사단 진입!”

“충성!”

제3지대 3사단 소속 병사들이 일제히 주석단을 향해 경례를 했다.

이승복 대장은 다시 손을 들어 그들을 향해 마주 경례를 붙였다.

병사들의 모습이 차원게이트 속으로 우수수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갔다.

그들의 뒤로 다시 대한제국육군 제3지대 4사단 병사들이 다가왔다.

대한제국육군의 열병식을 겸한 파병과정은 이처럼 끊임없이 계속 이어졌다.

아침 일찍부터 광장을 가득 매웠던 수많은 병사들…….

차원게이트 속으로 무수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들어간 만큼, 반대편에 마련된 텔레포트 게이트에서는 새로운 병사들을 계속 쏟아냈다.

덕분에 해가 중천에 뜬 오후인데도 불구하고, 광장은 아직도 병사들로 바글바글했다.

“어휴! 정말 끝도 없구나.”

-마스터, 무려 200만 대군을 파병하는 일입니다. 이 정도면 상당히 빠른 속도입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좀 지겹긴 하네.”

서진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주스를 하나 집어 들었다.

-꼭두새벽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저렇게 오롯이 서서 계속 경례를 하고 있는 이승복 대장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뭘 어쩌라고? 이승복 대장도 밥값은 해야 될 것 아냐?”

-열병식 사열을 하고 파병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원래 마스터의 일이 아니었습니까?

“네일 내일이 따로 어디 있어? 다 같이 하는 거지.”

서진은 마이키가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하는지 잘 알았다.

그는 주스에 빨대를 꽂아 쪽쪽 빨아 마시며 두루뭉술해버렸다.

“마이키! 특무대 지나부대 편성은 다 끝났어?”

-네, 그렇습니다. 항복한 홍방의 능력자들은 모두 충성교육과정을 거쳐 특무대 지나부대에 배속됐습니다.

마이키가 언급한 충성교육이란 나노로봇, 메디봇, 노예인장, 세뇌교육 등을 거쳐 대한제국에 절대충성하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던 서진의 눈에 푸른 가을 하늘이 들어왔다.

정말 전쟁을 준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청명한 날씨였다.

-마스터, 난징군구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무슨 연락?”

-대한제국에 포로로 잡힌 홍방의 능력자들을 돌려보내달라는 요청입니다.

“흥, 미친놈들이군. 대한제국에 침입해 월미도던전을 강탈해간 놈들을 맨입으로 풀어달라고?”

-난징군구에서는 어떤 조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협상을 하자고 하네요.

그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마이키, 난징군구와 할 협상 따위는 없다. 클론볼을 보내서 그놈들이 가지고 있는 탄도미사일 싹 정리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마이키는 서진의 명령에 즉각 클론볼을 난징군구를 향해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특무대 지나부대 상급능력자 50명, 중급능력자 250명을 일본으로 보내서 마수들을 정리하도록 해!”

-네, 마스터.

서진은 대한제국의 영토인 한반도, 만주, 연해주에 이어 보호국인 일본열도에 넘쳐나는 마수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수십만의 일본청년들이 유니언에 파병할 파병군 모병에 응한 대가라고 볼 수 있었다.

전원국가, 낙농국가로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는 보호국 일본.

일본의 군사와 외교는 대한제국 황실에 있는 바, 대한제국군이 일본을 지키고 치안을 유지시켜주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이 대한제국의 보호국으로 변한 지금, 일본의 청년들은 일본열도에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고 과감히 일본열도를 벗어나고 있었다.

기회의 땅이 되어버린 만주와 연해주!

대한제국의 시민이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기회인 대한제국군 입대!

이 두 가지가 야망을 가진 일본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마이키, 그나저나 제니는 찾았어?”

-미국으로 넘어가 미국 능력자협회에 등록한 것까지는 기록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일어난 마수웨이브 이후 실종됐습니다.

“음, 안타까운 일이군. 십중팔구는 마수에게 죽었겠군.”

그동안 마이키는 서진의 명령으로 제니의 생사유무와 소재를 파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니가 살아있다는 그 어떤 사인도 찾아낼 수 없었다.

-저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거액의 현상금을 걸어 놓았습니다.

“오박사는 어떻게 됐어?”

-미국으로 넘어간 것이 확실합니다.

“소재는 파악했어?”

-나사로 들어간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이후의 행적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아무래도 미국 정부의 극비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인간이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그러지?”

서진은 오박사가 망해버린 대한민국을 버리고 미국으로 넘어갈 것은 이미 짐작한 바였다.

하지만 이렇게 행적이 묘연할지는 몰랐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미국에 산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흔적을 남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을 보면 미국 정부의 극비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쪽으로 계속 추적해봐! 필요하다면 이명호 정보부장관의 도움을 받도록 해!”

-네, 마스터.

마이키에게 걸리지 않은 것을 보니 바깥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는 곳에 숨어 있기라도 한 것 같았다.

제니와 오박사를 찾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어쩌면 과거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진은 두 사람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갈 때, 아무런 미련을 가지고 싶지 않아서다.

-마스터, 일부다처제를 시행하자는 의회의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인구증가를 위한 특단의 조치라고 생각하고 한시적으로 허용해야지.”

-대한제국의 대규모파병으로 인해 유니언에서 대한제국의 유니언 가입을 정식으로 승인했습니다. 이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조치할까요?

“좋은 소식이군. 유니언 정식가입은 무조건 해야 돼.”

-결국 대한제국이 유니언과의 교류를 독점하게 된 셈이군요.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굳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시계를 확인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이클립스 말입니까?

“응, 이클립스는 물론이고 유니언 상원은 절대로 나를 가만히 놀려둘 자들이 아니야. 대가를 치르는 만큼 엄청 부려먹으려고 할 것이 분명해.”

서진은 마음속으로 이미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마스터, 시드라 행성으로 최상급능력자들을 데리고 가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시바 료헤이, 왕밍, 손오창은 특무대와 함께 가게 될 거야. 이클립스가 비교적 무난한 전선으로 보내주기로 했어.”

-결국 혼자가실 생각이시군요?

“아니. 난 절대로 혼자 갈 생각이 없어. 유니언에서 최상급능력자들로 구성된 경호대를 파견해주기로 했어.”

-그것 참 다행입니다.

마이키는 안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서진은 마이키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것이 무척 고마웠다.

인공지능이 아닌 인간이라면 꼭 한번 끌어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스팟!

그때, 이클립스가 주석단 상공에서 공간을 열고 나타났다.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와 감지 스킬로 인해 곧바로 그를 인식했다.

주석단을 향해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 이클립스를 눈으로 확인한 서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흐음, 쇼타임이군.”

-마스터, 무운을 빌겠습니다.

“고맙다. 마이키!”

마이키의 격려의 말에 그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클립스가 주석단에 내려서며 자신을 향해 미소를 짓는 줄 알고 환하게 웃었다.

서진은 그의 미소를 보자 왠지 오늘 하루가 무척 길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김일성 광장은 아직도 병사들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 * *

도저히 사람이 등반할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산의 정상!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중앙에 거대한 하얀 신전이 보인다.

마치 파르테논 신전을 뻥튀기 해놓은 것만 같은…….

신전의 기둥들은 하나같이 족히 수백 미터는 될 것 같았다.

신전의 정중앙, 하얀 돌로 된 긴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리고 그곳에 여섯 명의 남녀가 앉아 커다란 수정구를 보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됐군요.”

“오랫동안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나이아드의 대정령사 엘린 상원의원을 시작으로 클리프의 대마도사 루빈 상원의원 그리고 호미니드의 리엘 상원의원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

“이번 작전은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아니 반드시 성공해야합니다.”

“계획대로 서진이 제대로 두들겨대면 결국 두더지들이 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고는 못 견딜 것입니다.”

“이번 일의 성패는 결국 한 인간의 손에 달린 셈이군요.”

뮤즈의 신수 바하무트 상원의원, 노바의 신녀 이리나 상원의원 그리고 모리티아의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 상원의장이 그들의 뒤를 이어 한마디씩 말했다.

“시드라 행성공략작전의 성공을 위해 준비한 타 행성 위장공격작전은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로써 시드라에 집중될 뻔한 호드의 전력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바하무트 상원의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천만에요. 저보다는 직접 작전에 참가한 신수들이 고생했지요.”

바하무트는 다른 상원의원들의 말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공을 동료신수들에게 돌렸다.

루빈은 바하무트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가 한손을 살짝 들어 흔들었다.

그러자 하얗고 긴 테이블 위에 둥둥 떠 있는 직경 10m 크기의 거대한 수정구에 비치던 마법영상이 즉시 바뀌었다.

“내 생각은 이리나 상원의원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리 서진이 두들겨대도 시드라의 두더지들은 쉽게 고개를 내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 무슨 좋은 대안이라도 있습니까?”

이리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루빈에게 물었다.

루빈은 수정구를 가리키며 대답했다.

“지난번 회의 때 한번 언급했던 공간전이 마법진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그것이라면 두더지들도 발등에 불이 붙은 상황이 될 테니 안 나올 수가 없겠네요.”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도 슬슬 가서 준비를 하도록 합시다.”

미켈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선언하듯 말했다.

그러자 앉아있던 모든 상원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반드시 오랜 악연을 끝내도록 합시다.”

“유니언을 위해! 평화를 위해!”

“유니언을 위해! 평화를 위해!”

미켈란의 다짐어린 말에 함께한 모든 상원의원들이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눈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한 각오가 새롭게 다져지고 있었다.

* * *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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