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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01화 (20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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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 마왕출현

서진은 이클립스의 말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유니언 상원에서 분명히 따로 뭔가 노리는 것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자신을 중심으로 자신의 소환수들이 사방에 포진해있었다.

해태, 와이비, 리치 사이먼, 골렘 파울!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고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만약 위험이 닥친다면 아마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서진을 보호하려 들것이 분명했다.

이리나 상원의원이 보낸 두 명의 성녀도 보였다.

둘은 혼신의 힘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신성방패를 허공에 띄워놓고 서진의 안전만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의 바로 옆에는 대마도사 이클립스가 서있었다.

위험한 순간이 오면 이클립스는 서진부터 챙기고 보호할 것이다.

뒤쪽에는 결계술사 메이코, 정령사 케이트, 차원술사 린다가 비상탈출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놓았다.

최악의 경우가 오면 서진은 미련 없이 비상탈출을 감행할 것이다.

‘도대체 뭘까? 단순히 시드라 행성의 전략·전술목표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었나?’

서진은 절로 의문이 들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이클립스가 고개를 번쩍 치켜들더니 소리쳤다.

“왔다!”

도대체 뭐가 왔다는 것일까?

그는 이클립스가 쳐다보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그의 의지가 반영된 위상배열 레이더가 마하장가 서문을 순식간에 스캔했다.

마하장가 서문 앞!

놀랍게도 무저갱같이 시커먼 차원의 균열이 열리고 있었다.

“헉! 차원의 균열?”

“서진, 마하장가 서문 앞에 차원의 균열이 열렸습니다. 그곳에서 마수나 호드의 지원 병력이 나타나면 즉각 폭격을 시작해주세요.”

“네? 아! 네.”

이클립스의 다급한 말투에 서진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서문에 열린 차원의 균열을 집중감시하며 침을 삼켰다.

그 와중에도 그의 머리 위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매직미사일이 소환되어 빠르게 전면을 향해 날아갔다.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을 통해 서진이 만들어낸 매직미사일이 시드라 행성의 4개 대륙의 주요도시를 무차별 폭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이먼!]

[네, 마스터.]

[아무래도 자꾸 불길한 느낌이 든다.]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사이먼의 질문에 서진은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음, 직감이라고나 할까? 일단 시드라 행성의 다른 대륙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을 해야겠다.]

[정찰병을 보낼까요?]

[응, 그렇게 해줘!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저 벌집 구조 속으로 은밀하게 정찰병을 보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은밀하게 정찰병을 보내라는 서진의 명령에 사이먼은 잠깐 생각을 해봤다.

그러더니 곧 결정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아공간을 열었다.

사이먼은 자신의 아공간에서 검은 뼈로 만들어진 작은 새 수십 마리를 날려 보냈다.

파득 파드득 파드드득…….

어린아이 주먹보다 작은 다크버드 수십 마리는 사이먼의 의지에 따라 곧장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벌집 구조 속으로 날아갔다.

다크버드들이 모습을 감추자 곧바로 사이먼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마스터, 12시 방향으로 들어간 다크버드가 안트시라 대륙의 토리아에서 메시지를 보내오기 시작했습니다.]

[사이먼이 확인하고 나에게 얘기해줘!]

[네, 마스터. 6시로 간 다크버드가 나나리보 대륙의 모모로에서 성공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9시로 간 다크버드도 성공했네요. 피란초아 대륙의 베이라에서도 메시지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단 사이먼이 보낸 다크버드는 모두 무사했다.

다크버드는 완전히 정찰용 자산이라서 자신들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한다.

덕분에 전장에서 조금 벗어난 하늘 위에서, 각 대륙의 대도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마스터! 안트시라 대륙의 토리아, 나나리보 대륙의 모모로, 피란초아 대륙의 베이라에도 차원의 균열이 생겼습니다. 아! 토리아에 엄청 강한 마족이 하나 튀어 나왔네요. 아무래도 마왕 같습니다.]

[마왕?]

[네, 저건 마왕이 아니라면 보일 수 없는 파괴력입니다.]

서진은 사이먼의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좀 답답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음성으로만 들으니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즉시 투구의 안면가리개를 닫고 마이키를 불렀다.

“마이키!”

-네, 마스터.

“즉시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저 벌집 구조 속으로 클론볼을 보내서 다른 대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상황을 알려줘!”

-네, 즉시 클론볼을 보내겠습니다.

“사이먼이 보낸 다크버드들이 무사하니 아마 클론볼도 괜찮을 거야.”

마이키는 즉시 블루볼에서 클론볼 수십 개를 꺼냈다.

클론볼은 블루볼에서 나오자마자 모습을 감추고는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벌집 구조 속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아쉽게도 클론볼은 즉시 다른 대륙의 상황을 중계해주지 못했다.

시드라 행성의 대륙과 대륙사이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중간에 중계기가 없으면 실시간으로 연결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마스터, 지금 클론볼들이 고공으로 이동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얼마나 걸려야 실시간 중계가 가능한 거야?”

-최소 10분입니다.

“이런 제기랄!”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했다.

당장 정보가 필요한데 얻을 수 없으니 짜증이 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이먼이 다크버드들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서진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마스터, 모모로와 베이라에도 마왕으로 보이는 강력한 마족이 나타났습니다.]

[그럼 이제 곧 마하장가에도 나타나겠군.]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놈들이 자신의 친위대를 끌고 온 것 같습니다.]

[친위대?]

의문을 표하는 순간, 차원의 균열 속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뭔가가 튀어 나왔다.

“헉!”

서진은 놀라서 헛바람을 삼켰다.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로 차원의 균열을 집중감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 어떤 존재가 차원의 균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것이 마족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정말 엄청난 존재감이로구나. 절대 최상급 마족은 아니다. 마왕이 분명해. 최상급 마족이면 거의 마스터 급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마왕이라니……. 마왕이라면 마스터 급 마족이니 그랜드마스터 급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하나? 그럼 마신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서진은 마왕의 능력이 얼마가 강한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다.

그나마 미루어 짐작을 할 수 있는 부분은 마왕이 뿜어내고 있는 존재감이었다.

‘일단 마왕을 락인 해두자.’

그는 위상배열 레이더를 이용해 마왕으로 짐작되는 존재를 락인 했다.

그리고 동시에 투시, 색적, 관찰, 추적 스킬을 걸어버렸다.

그러자 아까보다 훨씬 강렬하고 직관적으로 존재감이 다가왔다.

쏴아아아아아아!

서진은 차원의 균열을 향해 매직미사일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 위에 만들어진 벌집 구조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매직미사일의 물결 중 반을 옆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쿵!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그때, 서진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생명체의 머릿속에 섬뜩하고 강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기로구나!]

마왕으로 보이는 자가 자신의 의지를 주변 사방으로 퍼뜨린 것이다.

“으음.”

서진은 그 한수로 마왕의 실력을 알아봤다.

‘절대로 저놈 근처에 가까이 가면 안 된다.’

오랜만에 촉이 강하게 발동했다.

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왕을 쳐다봤다.

황소보다 커다란 두 개의 큰 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회백색의 피부!

농구선수를 능가하는 큰 키!

갑옷처럼 온몸을 뒤덮고 있는 근육!

보기만 해도 섬뜩한 새까만 눈!

마왕은 과연 마왕다운 분위기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새파란 살기를 뿌려대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마왕!

정확히는 이클립스와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을 주목하고 있었다.

[이 요상한 마법진은 뭐지? 공간전이 마법진인가? 흐음, 유니언에서 제법 짱구를 잘 굴렸군. 하지만 거기까지다. 나 마왕 한센이 여기 있는 한, 더 이상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는 것은 사양이란 말이다. 나의 친위대는 나와서 저들을 쓸어버려라!]

마왕 한센의 분노에 가득 찬 의지가 서진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생명체에게 퍼져나갔다.

그의 목소리에 맞춰 차원의 균열 안에서 마왕 한센의 가디언들이 친위대와 함께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진, 마왕은 내가 막을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폭격을 중지하면 안 됩니다.”

“네에? 아! 네.”

단호한 이클립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서진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슬쩍 옆으로 돌려 이클립스를 바라보니 피가 나도록 입술을 꼭 깨물고 있었다.

하지만 마왕 한센과 먼저 전투를 시작한 것은 서진이었다.

아니 정확히 서진의 매직미사일이었다.

쏴아아아아아!

쿠쿠쿠쿠쿵 쿠쿠쿠쿠쿵!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고공에서 쏟아진 매직미사일이 차원의 균열 앞을 맹렬하게 폭격했다.

땅거죽이 뒤집히고 대지가 흔들렸다.

파란 불꽃이 번쩍거리며 체인라이트닝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왕 한센의 가디언과 친위대는 차원의 균열을 나오자마자 전격에 당해 온몸을 떨어댔다.

그사이 이클립스가 빠르게 마법을 완성하며 두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파워워드 스턴! 헬파이어!”

놀랍게도 이클립스는 더블캐스팅으로 두 개의 강력한 마법을 거의 동시에 발현했다.

거대한 화염의 구체가 빠르게 날아가 폭발했다.

휘이이이익!

쾅! 화르르륵!

우르르릉 쿠르릉!

하늘높이 화염이 솟구치며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지진이라도 난 듯 땅이 흔들리고 강력한 충격파와 후폭풍이 몰아닥쳤다.

작은 크레이터가 생겨나며 일대가 흙먼지로 뒤덮였다.

차원의 균열 앞에서 당당히 서있던 마왕 한센이 이클립스에게 제대로 한 방 맞았다.

혹시 단 한 방에 마왕이 제거된 것일까?

절로 기대가 일어났다.

[흥! 어디서 쥐새끼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역시 클리프의 대마도사였군.]

그러나 곧 마왕 한센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역시 마왕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보다.

대마도사의 강력한 마법을 맞고도 끄떡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이클립스는 조금도 실망하지 않았다.

싸움은 이제부터라는 듯이 그의 눈은 전의로 활활 불타올랐다.

서진은 점점 솟구치는 이클립스의 패도적인 기세에 적이 당황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었던 것이다.

‘호오! 과연 대마도사! 이클립스가 대마도사라는 것을 그동안 전혀 실감하지 못했는데……. 오늘에야 그의 진가를 보게 되겠구나.’

서진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속성 인챈트 스킬의 옵션을 화(火)속성에서 뇌(雷)속성으로 바꿨다.

마하장가를 비롯한 다른 대륙의 대도시를 맹폭격하고 불을 싸질렀으니 이제부터는 대인전, 아니 대마족전을 전개하려는 것이다.

[해태와 파울은 자리를 바꿔라!]

[네, 주인님.]

[예, 주인님.]

해태와 파울의 묵직한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해태는 적의 본질을 뚫어보고 공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그리고 파울은 대 물리 & 마법 방어력이 탁월하다.

해태와 파울의 자리를 바꾼다는 것은, 곧 서진이 앞으로는 방어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서진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사이먼, 마왕의 공격을 막을 수 있겠어?]

[물론입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정타를 맞는 것은 곤란합니다.]

[어떻게든 해봐!]

[네, 마스터.]

사이먼은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서진과 그의 소환수들이 포진하고 있는 주변으로 새까만 뼈들이 마구 위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뼈들은 서로 부딪치고 꼬이고 교차되며 그물처럼 엉켜나갔다.

까드드득 까득득!

빠가가각 까가가각!

귀청을 마구 긁어대는 소름끼치는 뼈 소리가 이어졌다.

먹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검은 뼈들은 순식간에 반원형의 벙커를 만들어냈다.

[마스터, 다크본벙커가 완성됐습니다. 제 마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절대 무너지지 않습니다.]

사이먼의 자신감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진이 봐도 마왕의 공격 한두 방은 충분히 막아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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