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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 마왕출현
그는 차원의 균열 앞으로 매직미사일을 소나기처럼 퍼부으면서도 마왕 한센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마스터, 신수특전대가 돌아와 마왕 한센의 친위대를 막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저희가 도와야합니다.]
[사이먼이 알아서 해!]
[네, 마스터. 데스나이트와 다크나이트를 보내 지원하겠습니다.]
서진은 차원의 균열에서 쏟아져 나오는 적을 매직미사일로 맹폭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천하의 매직미사일도 그들을 모두, 단박에 쳐 죽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마왕 한센의 가디언은 대부분 상급마족으로 이루어졌고 친위대도 중급마족 이상이었다.
그들은 마계의 땅에서 나오는 가장 강하고 무거운 금속인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강력한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아다만티움’은 환상의 강도를 자랑하는 ‘미스릴’이나 신의 금속이라고 알려진 ‘오리하르콘’에 비견되는 금속으로 음차원의 마력전도율이 가장 좋아 마족들이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금속 자체가 엄청 무겁고 단단해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명장의 손길이 닿는다면 어지간한 마법은 능히 무효화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마왕 한센의 가디언과 친위대!
서진이 쏟아내는 죽음의 비를 통과해 꾸준히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을 향해 전진해오고 있었다.
쾅 콰콰콰콰콰쾅!
펑 퍼퍼펑 펑펑펑!
하늘에서 공전절후 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왕 한센의 가디언과 친위대는 서진의 주의를 전혀 끌지 못했다.
그의 주의를 끌고 있는 것은 마왕 한센과 이클립스 대마도사였다.
둘은 순간이동과 블링크 마법을 이용해 하늘을 제집처럼 날아다녔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공격을 쏟는 것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서진은 마왕 한센과 이클립스 대마도사의 박진감 넘치는 싸움을 보면서 적지 않은 감명을 받았다.
‘아! 이런 식으로도 싸울 수 있구나. 우와! 마법을 저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고수간의 싸움은 작은 실수 하나에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
이런 목숨을 건 사투는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유익이 된다.
탈태환골을 하고 최상급 능력자의 반열에 오른 서진!
전투센스의 등급이 절로 급상승하는 것이 느껴졌다.
서진은 한센과 이클립스의 싸움을 보면서 끊임없이 생각을 했다.
‘만약 나라면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방어했을까?’
‘아마 나라면 이렇게 공격하지 않았을까?’
‘나에겐 저들과 다른 스킬이 있으니 이런 식으로도 치명타를 줄 수 있었을 거야?’
보는 것만으로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안목이 저절로 넓혀졌다.
물론 어떤 전투든 간에 배울 점이 존재한다.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라고…….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고 했다.
논어에 나오는 문장으로 공자가 한 말이다.
그러나 고수간의 전투에는 움직이는 모든 행동에 깊은 뜻이 담겨있었다.
한수, 한수가 전부 바둑처럼 사전포석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서진은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쉽게 싸워서 이기고, 또 얼마나 쉽게 능력을 쭉쭉 키워왔는지 알게 됐다.
또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얼마나 대인전과 대마수전에서 사기적일 수 있는지 깨달았다.
‘내 능력이면 절대 어디 가서 무시는 당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과연 마왕이나 마신에게도 잘 통할까? 확실히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든다. 흐음! 역시 강력한 한방이 부족해보여.’
그는 마왕 한센과 이클립스를 쳐다봤다.
둘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하늘을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싸우고 있었다.
일정영역을 폭격하는 능력이라면 서진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저런 방식의 대인전이라면…….
마왕 한센과 대마도사 이클립스를 절대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위상변화 스킬로 이동하면서…… 철저하게 원거리에서 타격하면 아마 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마왕 한센과 이클립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옵션이었다.
마왕 한센은 순간이동으로 피하고 차원의 균열을 열어 도망칠 수 있다.
이클립스 대마도사도 블링크로 피하고 텔레포트로 후퇴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적이 도저히 방어할 수 없는 강력한 한방이 필요하다. 아직 미숙한 토네이도소드로는 어림없고……. 라이트닝토네이도는 강력하긴 하지만 온전히 힘을 발휘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 마왕이나 대마도사를 쉽게 포위망에 몰아넣기도 쉽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 중에서 대인전에 가장 강력한 것을 꼽으라면? 역시 스나이핑 스킬이다. 140개의 매직미사일을 하나로 압축해서 쏴버리면 어지간한 놈은 다 뚫려버릴 거야. 하지만 스나이핑의 속도를 유지하려면 결국 직선으로밖에는 쏘지 못하는, 단점 아닌 단점이 있어.’
그의 머리가 점점 복잡해져갔다.
‘어휴! 고유능력 세 개에다 무수한 스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쓰려고 보니 쓸 만한 게 없네.’
입에서 절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남들은 겨우 하나, 혹은 둘을 가지고 있다는 고유능력!
그것을 자신은 무려 세 개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불평불만을 터트려야 한다는 사실이 자격지심을 유발시켰다.
보유한 고유능력도 그저 그런 고유능력이 아니다.
EX급이 두 개에다 S급이 하나인, 엄청난 고유능력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EX급 고유능력인 뇌정과 영혼의 아공간보다 등급이 제일 낮은 S급 고유능력 이지스를 가장 많이 쓰고 있었네. 그래도 뇌정은 그럭저럭 유용하게 쓴 적이 있는데……. 영혼의 아공간은 아예 개발도 제대로 하지 못했잖아. 가만 영혼의 아공간이라고?’
서진은 급히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의 손바닥 위에 당구공만한 아공간이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영혼의 아공간이 왜 EX등급이지? 아니 EX등급인 영혼의 아공간을 전투에 유용하게 써먹는 방법이 그렇게 없었나?’
서진은 그동안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의문을 떠올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마침 중급마족 한 놈이 살벌한 살기를 뿌려대며 달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자신의 감지거리인 반경 100m 안으로, 기어코 비집고 들어오고 만 것이다.
참 용하게도, 아직 살아서 달려오고 있는 녀석이다.
‘저놈을 상대로 영혼의 아공간을 테스트해볼까?’
그를 바라보는 서진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그려졌다.
마음속으로 영혼의 아공간을 강하게 외쳤다.
‘영혼의 아공간!’
그러자 중급마족의 입에서 짧은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커억!”
잘 달려오던 중급마족이 갑자기 바닥으로 내팽겨지듯 쓰러졌다.
쓰러진 중급마족은 자신의 왼쪽가슴을 쥐어짜듯 부여잡고 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그리곤 곧 몸을 축 늘어뜨렸다.
[사이먼! 바로 앞에 쓰러져있는 중급마족의 사체를 가져와라!]
[네, 마스터.]
사이먼은 지체 없이 데스나이트 캡틴 한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데스나이트 캡틴은 사이먼의 명령을 받자 곧바로 튕기듯이 앞으로 쏘아져갔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중급마족의 사체를 번쩍 들더니 다시 총알처럼 되돌아왔다.
[사이먼, 심장을 확인하겠다. 가슴을 열어라!]
[네, 마스터.]
사이먼은 한손을 들어 중급마족의 왼쪽가슴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가슴이 좌우로 아가리를 열 듯 스르르 열려버렸다.
[칼도 쓰지 않고 가슴을 여네?]
[살아있는 중급마족에게는 불가능하지만 죽은 사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잔재주입니다.]
[흐음, 나쁘지 않군.]
서진은 사이먼에게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중급마족의 왼쪽가슴 내부가 훤히 보였다.
안은 마치 구멍이라도 뻥 뚫린 것처럼, 빈공간이 존재했다.
그는 자신의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더니 영혼의 아공간을 열었다.
철퍽!
매끈하게 잘린 당구공만한 장기조각이 텅 빈 중급마족의 왼쪽가슴을 정확히 채웠다.
영혼의 아공간에서 나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죽은 중급마족의 심장조각이었다.
‘좋아!’
서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그려졌다.
그제야 자신의 EX급 고유능력, ‘영혼의 아공간’의 진가를 확인한 것이다.
고개를 돌려 마왕 한센의 친위대를 바라봤다.
그의 눈이 매의 눈처럼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사이먼, 이쪽으로 오려고 하는 마족 몇 놈에게 길을 열어라!]
[네, 마스터!]
사이먼은 즉시 데스나이트 몇 명에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했다.
그러자 포위망 한쪽이 스르륵 무너지며 틈이 벌어졌다.
상급마족과 중급마족 몇 놈이 그 작은 빈틈으로 잽싸게 빠져나왔다.
그들은 이쪽에서 일부러 문을 열고 들어오게 허용했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달려드는 마족들!
그들이 100m 안까지 다가오자 서진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일어났다.
‘영혼의 아공간! 영혼의 아공간! 영혼의 아공간! 영혼의 아공간!’
철퍽! 철퍽! 철퍽! 철퍽!
그의 오른발 옆으로…….
붉고 하얀 것들이 하나씩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다크본벙커를 향해 달려들던 상급마족과 중급마족들도 차례로 픽픽 쓰러져갔다.
[사이먼, 죽은 마족의 사체를 모두 이리 가져와라!]
[네, 마스터.]
이번에는 숫자가 많은 관계로, 데스나이트 캡틴 대신 아공간에서 스켈레톤 전사들을 꺼내 죽은 상급마족과 중급마족의 사체들을 가져오게 했다.
[이번에도 가슴을 열까요?]
[아니 반은 가슴을 반은 머리를 열어!]
[네, 마스터.]
사이먼은 서진의 명령에 따라 일부는 머리를 열고 일부는 가슴을 열었다.
서진은 죽은 마족의 사체를 하나씩 살펴보더니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다. 치워라!]
[네, 마스터! 그런데 이 사체들을 제가 가져도 될까요?]
[굳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가라.]
[감사합니다. 마스터!]
사이먼은 서진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의 빛나는 녹색광망에는 기쁨과 즐거움이란 감정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서진의 눈은 사이먼보다 훨씬 더 큰 기쁨에 젖어 샛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일단 감지거리 안이라면 어디든지 영혼의 아공간을 여는 것이 가능하구나.’
놀라운 일이었다.
이걸 달리 표현하면, 감지거리 안이라면 누구든지 죽일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아직 탐지거리 안에서 성공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 탐지거리 안에서 영혼의 아공간을 마음대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서진은 더 이상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두려워졌다.
감지거리 안에서 영혼의 아공간을 마음대로 열고 닫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그에게는 강력한 한방, 아니 절대적인 한방이 생긴 셈이었다.
[마스터!]
-마스터, 강력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이먼과 마이키가 거의 동시에 서진을 불렀다.
서진은 마하장가의 서문 상공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작게 속삭였다.
“나도 알고 있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빨리 서진은 변고를 눈치챘다.
강력한 마나의 유동!
이것이 뜻하는 것은 명백하다.
뭔가 강력한 존재가 마하장가의 서문 상공으로 이동해오고 있는 것이다.
‘설마 또 마왕은 아니겠지? 혹시 유니언 상원의원들인가?’
서진은 마왕보다는 유니언 상원의원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무참히 깨져버렸다.
마왕이 나타난 것이다.
“마……왕이다.”
오늘은 정말 재수가 없는 것 같다.
마왕 한센 한 놈도 감당하기 힘든데 또 다른 마왕이 출현하다니…….
이게 무슨 양아치에게 강간당할 뻔한 처녀를 구해주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란 말인가?
“크하하하! 한센! 뭐하고 있는 거야? 여기서 클리프의 포대자루와 드잡이 질을 하고 있었던 거야?”
“닥쳐라! 듀크! 크윽!”
마왕 한센은 마왕 듀크의 말에 발끈했다가 다급히 비명을 토해냈다.
순간이동으로 20m 뒤로 물러선 한센의 옆구리가 길게 찢기며 얼어붙어있었다.
이클립스가 날린 프로스트 스피어 마법에 스친 모양이었다.
한센은 듀크를 쳐다보며 이를 갈았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옆구리에 구멍 뚫릴 뻔 했잖아!”
“푸하하하! 그게 뭐야? 너 고작 프로스트 스피어 따위에 맞은 거야? 마왕의 이름이 아깝다.”
“너 그 입 닥치지 못해?”
마왕 한센과 마왕 듀크는 시드라 행성에서 꽤나 각별한 견원지간으로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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