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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 마왕출현
평소에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이인 것이다.
한센은 크게 화가 났다.
그리고 또 실망했다.
설마 듀크가 이런 전 대륙적인 위기상황에서까지 자신에게 시비를 걸고 놀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마왕 듀크의 등장으로 인해 한센과 이클립스의 전투가 잠시 멈췄다.
이클립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서진에게 메시지마법으로 자신의 의지를 보냈다.
-서진, 마왕 한센과 듀크는 내가 맡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뒤에서 지원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이클립스가 보낸 메시지를 받자마자 서진은 그에게 똑같이 메시지마법으로 답했다.
메시지마법은 직접 상대에게 의지를 보내는 것보다는 낮은 단계의 스킬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서로의 의사를 비밀리 교환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이클립스가 대마도사라고 해도 마왕 둘을 감당할 수 있을까? 당장 유니언 상원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도대체 이클립스가 왜 저렇게 무리를 하는 거지?’
서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존재감으로 봤을 때, 마왕 듀크는 마왕 한센에 못지않은 강자였다.
아무리 자신이 뒤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이클립스가 두 마왕을 이길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발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이클립스가 두 마왕을 동시에 상대할 능력이 없다면 이 싸움은 굳이 해보나마나였다.
[마스터, 마왕 듀크가 등장하면서 차원의 균열에 새로운 통로가 생겼습니다.]
[뭐야?]
서진은 즉시 차원의 균열을 살폈다.
사이먼의 말대로 차원의 균열이 크게 확장되어 있었다.
그로인해 새로운 통로가 개방되어 대형마수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군. 사이먼! 군단을 이끌고 가서 차원의 균열을 봉쇄해. 저놈들을 마음껏 움직이게 놓아두면 큰 피해를 입게 될 거야.]
[알겠습니다.]
서진은 일단 사이먼과 군단을 희생시키더라도 더 이상 전황에 변수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사이먼은 서진의 명령에 충실한 소환수였다.
그는 지체 없이 자신의 아공간을 활짝 열어 모든 군단을 끌어냈다.
사이먼은 자신의 군단을 이끌고 차원의 균열을 향해 빠른 속보로 나아갔다.
[♬ Simon, Simon Go! Lich! Simon G.o.L.i.c.h oh! oh! ♪]
어디선가 노랫가락이 들려왔다.
아니 사이먼 군단의 주제가가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박자에 맞춰 데스나이트 캡틴 두칸과 파넬을 시작으로, 데스나이트 7기, 다크나이트 12기. 듀라한 36기, 스파토이 72기, 스켈레톤 전사 108기가 확장된 차원의 균열을 향해 밀물처럼 밀려가고 있었다.
쿠워어어어어! 캬아호오오오!
차원의 균열에서 빠져나온 대형마수들이 벌써부터 피어를 터트리며 유니언군을 향해 발톱을 드러냈다.
그러나 사이먼과 그의 군단이 다가오자 큰 위협을 느꼈는지, 즉시 머리를 돌렸다.
규칙적으로 발로 바닥을 치면서 다가가는 사이먼 군단!
어그로 하나는 확실하게 끌고 있는 모습이었다.
‘라이트닝토네이도!’
서진은 사이먼의 군단 뒤 상공에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일으켰다.
후화아아아악!
스킬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정말 순식간에 거센 뇌전의 불꽃을 튀겨대는 용오름 하나가 만들어졌다.
-서진!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벌집 구조 속으로 매직미사일을 날리는 일을 멈추면 안돼요.
-하지만 지금 마왕이 여기에 둘이나 나타났잖아요. 이클립스의 목숨이 위험해요. 당장 급한 곳부터 처리합시다.
-그렇지 않아요. 난 괜찮으니까 폭격을 멈추지 말아요.
-네에?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이클립스의 요청에 서진은 조금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목숨을 돌보지 않고 굳이 폭격을 해야만 하는 무슨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당장은 이클립스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는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결국 이클립스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자신에게는 단독작전권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껏 만들어놓은 라이트닝토네이도를 당장 없애버리지는 않았다.
‘이대로는 곤란해. 마왕 한 놈의 시선을 분산시키려면 라이트닝토네이도는 아니라도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는 하나 운영해야한다.’
서진은 자신이 운용할 수 있는 매직미사일의 반은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운영하는데 사용하고 나머지 반은 계속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을 통해 다른 대륙의 주요 대도시를 폭격하기로 했다.
그러자 다크본벙커에서 매직미사일의 물결이 둘로 쫘악 갈려서 나갔다.
[크하하하! 클리프의 쥐새끼가 원군을 데리고 왔나? 요상한 짓을 하네!]
[듀크! 깐족거리지 말고 저놈이나 처리해! 이크!]
마왕 듀크가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를 보면서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마왕 한센이 그 모습을 보더니 한손을 휙휙 저으며 소리쳤다.
그러다가 다급히 순간이동을 펼쳐 수십 미터 위로 떠올랐다.
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쾅 콰콰쾅 쾅 콰콰쾅!
한센이 머물렀던 허공으로 이클립스가 쏘아낸 각종 마법들이 지나가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선기를 잡은 이클립스는 곧바로 한센의 뒤를 쫓으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쐐액 쐐액 쐐애액!
파츠츠츳 파츠츠츠츠츳!
프로스트 애로우가 터지고 체인라이트닝이 뒤를 이었다.
허공에 하얀 얼음의 화살들이 줄을 지어 날아가고 번갯불이 차례로 방전됐다.
한센은 듀크에게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포기하고 계속 순간이동을 펼쳐 이클립스의 공세를 피해냈다.
또다시 한센과 이클립스의 꼬리에서 꼬리를 무는 추격전이 시작됐다.
그 모습에 서진은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렸다.
‘저게 무슨 두 명의 마왕을 책임지는 공격이지?’
그는 살며시 입술을 깨물며 마왕 듀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센과 이클립스의 공방전을 지켜보고 있는 마왕 듀크가 당장이라도 서진을 향해 순간이동을 해올지 알 수 없었다.
상공에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 하나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마왕 듀크를 향해 매직미사일 공격을 퍼붓지는 않았다.
그의 촉은 마왕 듀크를 함부로 공격하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굳이 먼저 나서서 싸움을 걸 필요는 없어 보였다.
[마스터! 뭔가 다가옵니다.]
-마스터, 강력한 마나의 유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파란초아 대륙의 베이라에 있던 마왕이 이쪽으로 이동해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도 사이먼과 마이키가 거의 동시에 서진에게 경고했다.
‘설마 또 마왕이 온 것은 아니겠지?’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지는 불길함에 서진은 살짝 몸을 떨었다.
그는 즉시 이리나의 팔찌를 변형시켜 디바인홀리실드를 만들었다.
신성한 기운이 가득한 반투명한 원형의 방패가 그의 왼쪽 팔에 생겨났다.
촤앙!
거기에다 미켈란소드까지 뽑아들었다.
상아처럼 뽀얀 검신에 온갖 기하학적 무늬와 도형이 가득 새겨진, 마법진이 은은하게 빛을 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어째 틀리는 법이 없었다.
차원의 균열 상공에 공간이 쩍 갈라지더니 강렬한 존재감을 주는 마족 하나가 튀어 나왔다.
“마왕 세스! 여긴 어쩐 일이야?”
“마왕 듀크! 너야말로 여기서 뭐하고 있어?”
듀크가 세스를 향해 말을 하는 순간,
서진은 새롭게 등장한 존재의 정체를 파악하고 크게 실망했다.
‘제기랄! 정말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군. 마왕이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나타나다니 도대체 여기에 뭐 주어먹을 일이 있다고 이렇게 몰려왔지? 에라 모르겠다. 일단 튀고 보자.’
그는 골치 아픈 생각보다는 당장 탈출할 생각부터 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자기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클립스가 한센과 떨어져 나오더니 다크본벙커 안으로 날아들었다.
-서진, 부탁이에요. 저들을 딱 10분만 막아줘요.
-네?
-그렇게만 하면 우린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그럼 부탁해요.
이클립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서진에게 쏟아 붓고는 곧바로 텔레포트로 어디론가 이동해버렸다.
‘이런!’
서진은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황당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클립스가 사라지자마자 결계술사 메이코, 정령사 케이트, 차원술사 린다가 차원게이트를 타고 곧바로 탈출을 해버린 것이다.
‘좆 됐다.’
제일먼저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개를 돌려 좌우를 살피자 성녀 둘이 창백해진 얼굴로 서진을 쳐다보고 있었다.
‘최소한 계획적으로 한 짓은 아니구나. 아니 이 두 명의 철없는 성녀들은 애초에 그의 계획을 몰랐을 수도 있구나.’
그는 고개를 뒤로 돌려 차원게이트를 살펴봤다.
처음부터 그들이 사용한 차원게이트는 양방향이 아니었다.
그제야 서진은 자신이 당했다는, 아니 토사구팽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만 토사구팽을 당한 것이 아닌가? 마하장가를 공격하고 있는 수십만의 유니언군과 특수부대들도 같이 팽 당했나보네.’
사람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으면 화가 나기보다는 헛웃음이 흘러나온다.
서진이 지금 딱 그 짝이었다.
“마이키, 이클립스의 소재를 파악해! 아니 유니언 상원의원들의 소재를 파악해봐!”
-네, 마스터.
“그리고 탈출할 방법도 생각해줘!”
-알겠습니다.
그는 일단 마이키에게 두 개의 명령을 내렸다.
[사이먼! 지구나 유니언본부로 갈 수 있어?]
[이곳 시드라행성의 다른 대륙으로는 텔레포트로 갈 수 있어도 아직 차원을 이동할 능력은 제게 없습니다.]
사이먼의 솔직한 대답에 서진은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처음부터 사이먼의 대답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시간을 좀 끌어보다가 정 안되면 나 혼자라도 튀어보자.’
서진은 그렇게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그는 다중 공간전이 마법진이 만들어낸 벌집 구조 속으로 보내는 매직미사일의 물결을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 쪽으로 바로 틀어버렸다.
그러자 미니 라이트닝토네이도는 즉시 앞의 ‘미니’를 떼어내고 급격히 덩치를 불렸다.
콰하아아아아아!
그제야 살짝 무시하고 있던 마왕 한센과 듀크도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쳐다보면서 미간을 찡그렸다.
[어이! 클리프의 쥐새끼! 이번에는 또 뭘 꾸미는 거야?]
서진은 머릿속을 울려대는 마왕 듀크의 목소리에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마왕이 셋이나 모이자 느껴지는 존재감만으로도 큰 심적 압박을 받고 있었다.
그는 굳이 마왕 듀크의 물음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자신이 이클립스, 아니 유니언 상원의원들에게 토사구팽 비슷한 것을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마왕을 도와줄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10분이라고 했지. 오냐! 딱 10분만 버텨주마. 그 뒤에 내가 어떻게 할지 순전히 그건 너희들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서진은 속에서 배반감이 솟구치는 것을 살포시 즈려밟았다.
“카멜라와 에밀리아는 여기 있어요. 난 저 마왕들을 상대하러 가겠습니다.”
“네에? 서진! 미쳤어요?”
“무슨 짓이에요?”
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서진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하는 짓을 봐서는 확실히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받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이클립스가 나보고 저 세 마왕을 10분만 막아주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미친 소리에요?”
“말도 안 돼! 그건 이클립스 같은 대마도사가 둘이와도 힘들어요.”
“하하하! 알고 있어요. 나도 싸울 생각은 없어요. 그저 최대한 시간을 끌 생각이에요.”
“아!”
“으음.”
서진의 말에 성녀 카멜라와 에밀리아는 침음성을 흘렸다.
갑자기 사라진 이클립스와 메이코, 케이트, 린다로 인해 둘은 살짝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서진의 말을 듣고도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그는 굳이 그녀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어차피 하려고 한 것은 통보에 불과했다.
휘익! 둥실!
서진은 레비테이션 마법을 써서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해태와 파울은 다크본벙커를 지키고 있어.]
[네, 주인님.]
[예, 주인님.]
일단 해태와 파울은 두 성녀와 같이 있도록 했다.
여차하면 도망갈 생각이라서 해태와 파울은 지금 이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와이비는 최대한 고공으로 올라가!]
[꾸와아앙!]
[사이먼! 텔레포트로 탈출할 준비를 해줘! 마법트랩을 설치하는 것도 잊지 말고.]
[마왕을 상대하실 생각입니까?]
[그래.]
[알겠습니다. 마왕을 위해 화끈한 마법트랩을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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