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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04화 (2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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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장 - 마왕출현

서진이 허공으로 계속 떠오르자 마왕 한센과 듀크 그리고 세스가 동시에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넌 누구지?]

[난 메신저다.]

마왕 한센의 말에 서진이 당당히 대꾸했다.

[메신저? 그럼 전령이라는 말이냐?]

[그렇다.]

[호오! 전령치고는 능력이 좋군. 자신의 의지를 전하다니 말이야.]

[그게 별거 아닌 잔재주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마왕 한센이 서진에게 호기심을 품자, 마왕 듀크와 마왕 세스는 일단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허공에서 팔짱을 끼고 떠 있었다.

그들은 마하장가가 불타오르고 마족과 마인들이 무수히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놈들의 사고구조가 참 이상하구나. 나 같으면 당장 달려들 것 같은데 전혀 서두르는 기미가 없어. 도대체 뭐를 믿고 저렇게 태연하지?’

서진은 세 마왕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려니 했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서로 다른 생각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

하물며 인간도 아닌 마족들의 왕이라는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진이 어찌 알겠는가?

그는 일단 자신이 해야 할 일부터 하기로 결정했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그래 전령!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먼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답을 해줬으면 한다.]

[궁금한 점? 그게 뭔데?]

서진은 혹시나 하고 그냥 던진 말을 마왕 한센이 덥석 물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몽마의 왕 판을 알고 있나?]

[몽마의 왕 판? 그게 도대체 언제 적 마왕인지 알고 묻는 것이냐?]

[그렇다. 몽마의 왕 판의 후손 중에 판테아라고 있지?]

[판테아라면 마왕 판테아를 말하는 건가?]

[그가 몽마의 왕 판의 후손이라면, 맞다.]

[마왕 판테아라면 시드라에서 모르는 자가 없을 것이다.]

마왕 한센의 말에 서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혹시 어딜 가야 그를 만날 수 있는지 알고 있나?]

[당연히 알지. 토리아의 마신전으로 가면 된다. 그런데 인간인 네가 마왕 판테아는 왜 찾는 거지?]

[받아야 할 빚이 있기 때문이다.]

[하하하! 재미있군. 인간이 마왕에게 받을 빚이 있다고?]

마왕 한센은 서진은 쳐다보며 내놓고 크게 웃었다.

그때 마왕 세스가 끼어들었다.

“뭘 그렇게 계집애들처럼 소곤거리고 있어? 빨리 여길 정리하고 뜨자.”

“그래. 그게 좋겠어.”

마왕 듀크가 세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서진은 마왕 한센이 알려준 정보로 인해 기뻐하다 마왕 세스가 초를 치자 인상을 팍 썼다.

마왕 한센은 듀크와 세스를 쳐다보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전령! 네 궁금증을 풀어주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하나 물어보겠다.”

“좋다. 물어봐라.”

한센은 마왕 듀크와 세스가 옆에서 보채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서진에게 질문을 했다.

서진은 시간을 끌 요량으로 마왕 한센의 질문을 선선히 받아줬다.

“그동안 우리 호드 진형을 무던히 괴롭혀온 둠 레이더가 너 맞지?”

“…….”

서진은 마왕 한센의 말에 그 어떤 대답도 해줄 수 없었다.

‘하필이면 그런 질문을 하다니…….’

그는 남모르게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마왕 한센은 서진의 그런 행동으로 인해 이미 대답을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푸하하하! 그렇게 쉽게 인정을 해버리니까 오히려 질문한 내가 다 미안해지는군.”

“호드에서는 나를 둠 레이더라고 부르나보지?”

“그렇다. 파멸의 습격자라는 뜻이지. 그동안 네가 한 짓으로 인해 그런 별명이 붙은 것 같다.”

생각보다 마왕 한센은 서진에게 큰 적대감이 없어보였다.

약육강식과 강자지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마계의 삶에 익숙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싶었다.

“이놈이 그 둠 레이더였어?”

“우와! 대박이네. 저놈 잡아가면 다들 좋아하겠다.”

마왕 세스는 서진을 마치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물건처럼 취급했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기분이 나빠진 서진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런 껍질을 홀랑 벗겨 락스에 담가 빨아죽일 까마귀새끼들이 있나! 그래 어디한번 두고 보자.’

서진은 뒤끝작렬모드로 들어가 그의 마음속 살생부에 마왕 듀크와 세스의 이름을 나란히 올려뒀다.

그는 슬쩍 시간을 확인하며 조용히 마이키를 불렀다.

“마이키, 이클립스가 어디로 갔는지 확인했어?”

-시드라 대륙 곳곳을 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디로 갔는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마이키의 말에 서진은 답답함을 느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이클립스가 말한 대로 딱 10분만 버티던가?

아니면 어떻게든 이들의 손에서 벗어나 도망을 치던가?

사실 어느 쪽이던 그의 마음에는 내키지 않는 옵션이었다.

그때, 그의 뇌리에 마왕 한센이 언급했던 토리아의 마신전이 생각났다.

서진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단 한번 찔러보기로 했다.

“마이키! 혹시 모르니까 안트시라 대륙 토리아에 있는 마신전을 한번 찾아봐!”

-알겠습니다.

마이키는 유니언본부에서 제공하는 시드라 행성의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행히 지도에는 토리아의 북쪽에 있는 마신전의 위치가 정확히 표시되어 있었다.

마이키는 클론볼을 이동시켜 마신전을 살펴보기로 했다.

그 사이, 마왕 셋은 치열한 의견충돌을 겪고 있었다.

[저놈은 내가 먼저 찜해놨어. 그러니까 앞발 내밀지 말고 뒤로 물러서!]

[무슨 바실리스크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

[먼저 잡는 놈이 임자지.]

[정말 이럴 거야?]

[너야말로 이렇게 이기적으로 놀 거야?]

[너희들은 여기서 싸우고 있어. 난 저놈을 잡을 테니까…….]

[안 돼!]

[내가 먼저라니까?]

[흥, 마신전의 현상금은 내 것이다.]

서진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슨 이유에선지 마왕 셋이 크게 다투고 있었다.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몸을 서로 구속하며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저것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마신전에서 내건 현상금을 노리고, 마왕 셋이 서로 서진을 잡겠다고 난리를 피우는 줄도 모르는 서진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다.

스팟!

그러다 돌연 마왕 한센이 순간이동으로 서진의 앞에 나타났다.

마왕 한센은 서진의 왼쪽 팔을 잡으려고 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기겁을 한 서진은 반사적으로 왼손을 들고 쇼크웨이브를 펼쳤다.

펑!

강력한 충격파가 마왕 한센의 손을 후려쳤다.

마왕 한센은 급히 순간이동을 펼쳐 20m 위로 물러섰다.

서진도 마왕 한센의 손을 후려친 반동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뒤로 쭉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마왕 듀크와 세스를 불러들이는 계기가 됐다.

스팟! 스팟!

마왕 듀크와 세스가 차례로 서진의 양옆에 나타났다.

서진은 이리나의 디바인홀리실드로 왼쪽에 나타난 마왕 듀크를 후려쳤다.

동시에 오른쪽에서 팔을 뻗어오는 마왕 세스를 향해 미켈란소드를 휘둘렀다.

“허억!”

“응?”

마왕 듀크와 세스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급히 순간이동으로 물러났다.

“디바인홀리실드? 넌 이리나와 어떤 관계냐?”

“미켈란소드 아냐? 또라이 도마뱀새끼가 드디어 노망이 났군. 그 보물을 저딴 놈에게 주다니…….”

마왕 듀크와 세스는 서진의 양손에 들고 있는 디바인홀리실드와 미켈란소드를 정확히 알아봤다.

“이런, 보물까지 가지고 있는 놈이네. 넌 내거다.”

스팟!

마왕 듀크와 세스의 말을 들었는지 마왕 한센이 급히 순간이동으로 서진의 뒤에 나타났다.

휙!

서진은 즉시 몸을 좌에서 우로 돌리며 그 힘을 이용해 마켈란소드를 날카롭게 휘둘렀다.

스팟!

미켈란소드의 블레이드가 마왕 한센의 몸을 사정없이 갈랐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마왕 한센의 잔영을 갈랐다.

서진이 미켈란소드를 휘두르고 있을 때, 마왕 한센은 이미 순간이동으로 몸을 피한 뒤였던 것이다.

스팟! 스팟!

서진이 마왕 한센을 베려고 몸을 돌리자 마왕 듀크와 세스가 그 틈을 노리고 순간이동을 해왔다.

그들이 나타난 곳은 서진의 몸이 돌아가고 있는 옆구리 쪽이었다.

서진은 감지스킬로 인해 그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즉시 왼손으로 쇼크웨이브를 펼쳐 허공을 후려쳤다.

펑!

그 반동을 이용해 그는 돌던 몸을 더 빠르게 돌려 미켈란소드로 크게 원을 그렸다.

휘익!

스팟! 스팟!

마왕 듀크와 세스는 서진을 잡으려던 손을 급히 회수하며 순간이동으로 사라졌다.

그들이 나타난 곳은 세스의 머리 위였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끝도 없겠다.’

그는 거대한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유지하며 동시에 레비테이션 마법을 쓰고 있었다.

거기에다 쇼크웨이브를 쓰면서 미켈란소드로 마왕 셋을 베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동시에 여러 가지 스킬과 마법을 쓰고 유지하는 것은 전혀 효율적이지 못했다.

서진은 이를 악물었다.

‘이놈들 앞에서 위상변화 스킬을 쓰는 것은 너무 이르다. 차라리 레비테이션 마법을 해제하고 날개를 꺼내자. 그리고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이용해서 한 놈이라도 부상을 입히자.’

그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즉시 레비테이션 마법을 해제하자 그의 몸이 중력에 의해 땅으로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마왕 듀크와 세스의 손에서 벗어난 서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마왕 한센이 순간이동으로 그의 옆에 나타난 것이다.

‘날개!’

촤라라라라락!

펄럭펄럭!

마음이 일자 날개가 절로 펼쳐졌다.

직선으로 낙하하던 그의 몸이 날개로 인해 빠르게 옆으로 돌더니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마왕 한센이 그 모습에 눈을 크게 뜨며 자신의 손바닥을 주먹으로 쳤다.

“미꾸라지 같은 놈이로구나.”

마왕 한센의 목소리에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잔뜩 묻어났다.

그러나 서진은 마왕 한센의 말을 굳이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전력으로 라이트닝토네이도를 향해 날아갔다.

동시에 라이트닝토네이도를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그 모습에 마왕 셋은 서진이 도망가려는 줄 알고 급히 그의 앞으로 순간이동 해왔다.

‘흥! 기다리고 있었다.’

서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마왕 셋을 향해 미켈란소드를 치켜들었다.

그는 미켈란소드에 잔뜩 오러를 때려 박고, 인정사정없이 토네이도소드를 펼쳤다.

찌지지지직!

미켈란소드가 미친 듯이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허공을 찢어발겼다.

상아처럼 빛나는 미켈란소드의 검신에서 1m나 되는 보라색의 오러블레이드가 솟구쳐있었다.

“이크!”

“헉!”

“오러블레이드!”

스팟! 스팟! 스팟!

마왕 한센과 듀크 그리고 세스는 서진의 기습적인 공격에 기겁을 하며 순간이동으로 몸을 피했다.

쌩!

그사이, 서진은 빠르게 날갯짓을 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라이트닝토네이도 안으로 쏙 들어오는데 성공했다.

‘휴우! 다행이다.’

서진은 일단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마왕 셋은 자신을 생포하려고 했다.

덕분에 자신이 계획한데로 라이트닝토네이도 안으로 무사히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것을 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생쥐가 너무 빠른데…….”

“쉽게 잡혀주지 않네.”

“이놈은 좀 맞아야 되겠다.”

마왕 셋은 라이트닝토네이도를 바라보더니 마침내 눈에 살기를 띠었다.

지금까지는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더 이상 장난으로는 상대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왕 한센과 듀크 그리고 세스가 차례로 자신들의 힘을 개방했다.

파칭! 파칭! 파칭!

허공에 강력한 힘의 파장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그것은 마치 쇼크웨이브를 몇 배로 뻥튀기 해놓은 것만 같은 강렬한 충격파였다.

이것만으로도 서진이 만들어놓은 라이트닝토네이도가 크게 휘청거렸다.

서진은 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비록 자신의 몸 주변을 라이트닝토네이도가 강하고 빠르게 돌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을 막지는 못했다.

‘헉! 저건 뭐지? 실드인가? 아냐. 저건 실드 따위가 아니다. 혹시 천사나 악마들만 생성할 수 있다고 알려진 엔클레이브인가?’

마왕 한센과 듀크 그리고 세스!

그들의 육체에는 뭔가 강력해 보이는 반투명한 묵색의 방어막이 쳐져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설에나 등장한다는 ‘엔클레이브’였다.

천사나 악마 같은 상위차원의 존재만 생성할 수 있다고 알려진 궁극의 실드, 공간결계방어막이었다.

어지간한 물리공격력과 마법공격력은 무효로 만들어버리는 가공할 방어력을 가진 엔클레이브는 서진의 미간에 짙은 주름을 만들어버렸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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