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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 마신전
번쩍번쩍!
콰콰콰쾅 쾅쾅쾅!
꽈르릉! 우르릉!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져갔다.
미켈란의 브레스에 마신 탈론의 한쪽 팔이 녹아버리고 마신 지온의 다리 한 짝이 사라졌다.
마신 탈론과 지온은 큰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제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다.
그로인해 미켈란의 거대한 동체 곳곳에 상처가 생기고 피가흘렀다.
뭘 어떻게 했는지, 미켈란과 두 마신 사이에는 쉴 새 없이 폭음과 섬광이 터져 나왔다.
서진은 두 눈을 부릅뜨고 보는 것도 모자라 위상배열 레이더를 은밀하게 가동해서 그들의 손짓과 발짓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생생하게 느끼고 기억했다.
위상배열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반경 15km!
여기에 출력강화 17배를 적용하면 탐지거리는 무려 반경 255km로 늘어난다.
그는 마신전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공중전과 지상전을 도저히 놓치려야 놓칠 수 없었다.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과 마신 탈론과 지온이 용호상박의 화려한 공중전을 벌이고 있다면, 호드의 마왕들과 유니언 상원의원들은 처절한 지상전을 벌이고 있었다.
호미니드의 하이엘프 리엘, 뮤즈의 신수 바하무트, 노바의 신녀 이리나, 클리프의 대마도사 루빈과 이클립스, 나이아드의 대정령사 엘린!
이들 유니언의 여섯 절대 강자는 호드의 팔마왕 중 다섯을 맞아 피 튀기는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마왕 나홀, 다윈, 여리곤, 칠렉, 판테아!
다섯 마왕은 팔마왕 중 세 마왕인 한센, 듀크, 세스가 없는 틈을 타고 기습해 들어온 유니언의 여섯 대적을 힘겹게 막아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수적으로 크게 불리한 싸움이었다.
팔마왕이 다 모여 있어도 여섯 대적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지 장담을 못하는 판이었다.
하물며 마왕 셋의 부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전력에 크나큰 공백을 초래했다.
그로인해 양측의 우열은 점점 한쪽으로 무게추가 크게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지상전은 30분 안에 승부가 나겠구나.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과 두 마신의 싸움은 앞으로 며칠은 더 갈 수도 있겠어. 하지만 지상전에서 승리한 유니언의 상원의원들이 절대 두 마신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을 테니 결국 승리는 유니언의 것이다.’
서진은 한눈에 판세를 읽고 승부를 예측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라는 것이 참 오묘했다.
갑자기 등장한 마왕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크하하하! 나 마왕 세스가 왔다.”
펑 퍼퍼퍼펑 펑펑펑!
쾅 콰콰쾅 쾅쾅쾅!
마왕 세스는 나타나자마자 유니언의 여섯 대적을 향해 미친 듯이 마법과 마력탄을 쏟아냈다.
유니언의 여섯 강자들은 다 잡아놓은 물고리를 놓친 것처럼 아쉬워하며 뒤로 물러서는데 급급했다.
“한센과 듀크는?”
마왕 나홀이 세스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마왕 세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의지를 모든 마왕들에게 전했다.
[나홀! 한센과 듀크는 유니언이 만든 비밀무기인 둠 레이더의 암계에 당했다.]
[제기랄!]
[유니언 놈들은 아직 한센과 듀크가 당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그러니까 너희도 시치미 뚝 떼고 시간을 끌어!]
[알았다.]
마왕 세스의 말에 팔마왕의 나머지 마왕들은 모두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싸움의 승패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시간을 끌게 되면 끌게 될수록 호드에게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유니언의 여섯 강자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다시 유니언의 여섯 강자와 팔마왕의 여섯 마왕이 정면으로 부딪쳤다.
마법과 마력이 난무하고 신성력과 마기가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날아들었다.
펑 퍼퍼펑 퍼퍼펑!
콰릉 콰콰쾅 쾅쾅!
카카카캉 카카카카캉!
화르르륵 화르르륵!
새빨갛게 타오르는 헬파이어와 눈이 시릴 것 같이 새하얀 얼음의 화살과 창이 눈보라처럼 허공을 뒤덮었다.
시퍼런 뇌전과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도 폭풍처럼 대지를 사납게 할퀴며 날아들었다.
그에 맞서 마기가 가득한 흑무가 안개처럼 일어나고 새까만 마력탄이 소나기처럼 날아갔다.
악의가 가득한 악령들과 사악한 기운이 물씬 풍기는 언데드가 군단이 되어 진군을 시작했다.
신성력과 마기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마법과 흑마법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기세와 기세, 기운과 기운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물어뜯기 위해 맹렬하게 전진했다.
끄아아아아악!
캬아아아아악!
신녀 이리나의 성역선포에 다가오던 악령들과 언데드가 참혹한 비명소리를 지르며 물처럼 녹아버렸다.
츠츠츠츳 츠츠츠츳!
신성력과 마기가 만나 타는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서로를 씹어 삼켰다.
퍼퍼퍼펑 펑펑펑!
꽈광 꽈과과광!
마법과 흑마법이 충돌해 대폭발을 일으켰다.
그로인한 충격파와 후폭풍은 연이어 터져 나오는 섬광 속에서도 쉬지 않고 주변의 지형을 차분히 바꿔갔다.
하늘이 흔들리고 땅이 뒤집히는 대접전!
기어코 마신전이 무너지고 부속 건물들이 가루가 되어 바스러졌다.
‘정말 엄청나구나. 이게 마스터급, 아니 절대강자들의 위력인가?’
서진은 하늘과 지상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전투를 바라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자신이 마왕 한센과 듀크를 사로잡은 것이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짓이었는지 절로 이해가 됐다.
그는 절대강자들의 싸움을 바라보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또 진화해갔다.
다만 스스로가 그런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한순간에 무너질 것 같은 전세는 다시 치열한 접전의 양상으로 변했다.
덕분에 쉽게 이길 수 있었던 전투는 생사를 장담하지 못하는 혈투로 바져들었다.
그로인해 유니언과 호드의 절대강자들은 온몸에 자잘한 부상과 상처가 생겨났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부상은 중상으로 변해갔고 상처는 넓고도 깊어졌다.
일반인의 동체시력의 범위를 아득히 넘어서는 빠른 공격과 방어 그리고 움직임은 이들의 판세를 더욱 미궁으로 끌어갔다.
그러나 서진만은 백중지세로 보이는 양측의 미미한 힘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가면 유니언이 패배한다.’
겉으로는 실낱같은 전력의 차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의 탐지로 인해 조금씩 무뎌지고 있는 유니언의 공세의 변화를 알아챘다.
‘이클립스가 나를 버려두고 간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군.’
서진은 직감적으로 이클립스의 생각인지 아니면 유니언의 뜻인지 모를 그 빌어먹을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마신 둘은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이 상대할 수 있었지만 팔마왕은 도저히 유니언의 여섯 강자로는 상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인 바로 팔마왕을 유인하는 계략이었다.
호드진형에서 둠 레이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이를 갈고 있는 서진을 내세운다면 분명히 팔마왕 중 하나, 둘은 충분히 유인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의 계략은 적중했다.
그것도 팔마왕 중 무려 세 마왕의 관심을 끌게 한 것이다.
이클립스는 팔마왕 중 세 마왕이나 빠진 상태라면 10분 안에 승리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클립스의 예상은 처음부터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팔마왕이라고 모두 같은 마왕이 아니었다.
거기에다 서진이 마왕 중 둘을 잡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서진의 대활약으로 인해 마왕 둘은 자신들의 전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것만으로도 서진은 이번 전쟁에서 당연히 수훈갑이었다.
문제는 유니언의 여섯 강자들이 팔마왕 중 여섯 마왕을 상대로 승기를 잡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크흐흐흐! 이거 일이 아주 재미있게 됐는데……. 마이키! 혹시 마신전을 향해 다가오는 놈은 없어?”
-없습니다. 근처로 오고 싶어도 강력한 마나의 유동으로 인해 마족과 마수들이 겁을 집어먹은 모양입니다.
모르긴 해도,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드라 행성의 사대대륙의 대도시 전역을 직접 폭격한 장본인이 바로 서진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시드라 행성이 겪고 있을 혼란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마 이곳으로 오고 싶어도 유니언의 천만대군과 여섯 행성의 특수부대로 인해 올 수 없을 거야.’
전투는 마신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이번 전쟁은 유니언에서 시드라 행성 전역을 목표로 전략적으로 일으켰다.
사전에 다른 절대강자들이 마신전의 전투에 끼어들지 못하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았다.
거꾸로 생각하면, 지금 이곳 마신전에서 일어나는 전투의 승패가 결국 시드라 행성전쟁의 향배를 바꿔놓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신수 해태, 와이비, 리치 사이먼, 골렘 파울 소환!’
서진은 자신의 소환수들을 은밀하게 소환했다.
[다들 자신의 모습과 존재감을 최대한 숨겨라!]
[네, 주인님!]
[꾸와아앙!]
[네, 마스터!]
[예, 주인님!]
해태와 파울은 서진의 명령에 즉시 몸을 낮추고 숨을 죽였다.
와이비는 자신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고 허공으로 조용히 떠올라 마신전 바깥으로 크게 원을 돌았다.
사이먼은 마법을 펼쳐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마력과 기운 그리고 존재감을 최대한 감췄다.
[사이먼! 두칸과 파넬을 꺼내서 마왕을 공격해라.]
[마스터, 아무리 데스나이트보다 훨씬 강한 데스나이트 캡틴이라고 하지만 마왕과 대적할 정도는 아닙니다.]
사이먼은 서진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마왕과 데스나이트 캡틴이 싸운다면 극악의 상성을 가지고 있는 데스나이트 캡틴은 마왕에게 상대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서진은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알고 있어. 내가 지금 마왕과 싸우라고 했어? 마왕을 공격하라고 했지.]
[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저걸 보고도 아직 느끼는 게 없어?]
서진이 한손을 들어 마신전에서 싸우고 있는 마왕들을 가리켰다.
사이먼은 형형한 눈길로 마왕들을 지켜보다 순간 눈에서 불이 번쩍거렸다.
[마스터,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데스나이트 캡틴 두칸과 파넬을 보내 마왕의 신경을 분산시키라는 말씀이시죠?]
[맞아.]
[마스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측이 동패공사(同敗共死), 즉 동시에 서로 패하고 같이 죽는 것이고요.]
[그래. 정확해. 역시 사이먼이군.]
사이먼은 서진의 생각을 정확히 집어냈다.
[그렇다면 데스나이트 캡틴 두칸과 파넬의 활약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그래. 기대할게.]
서진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런 상황을 아마 어부지리(漁父之利)라 부를 것이다.
그는 이클립스가 자신을 토사구팽 한 사실을 잊기로 했다.
마왕이 셋이나 있는 무시무시한 곳에 자신을 버려두고 갔지만 결국 이렇게 복수의 기회를 줬으니 오히려 감사를 하고 싶었다.
아니 이렇게 유니언과 호드 양쪽에서 달콤한 피를 취하고 살과 뼈를 바른 후 사골처럼 두고두고 우려먹을 수 있는 기회를 줬으니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가장 강한 자가 꼭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최후에 웃는 자가 승자다.
아니 최후에 살아남는 자가 결국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
승자독식!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말이다.
서진은 이를 갈았다.
이클립스가 자신을 팽한 시점부터 그는 더 이상 유니언을 신뢰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호드의 편으로 갈아탄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유니언과 호드!
양측 어느 쪽도 이미 그의 안중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S+급으로 승급하고 나서 간덩이가 크게 부은 모양이었다.
스스슷 스스슷!
두칸과 파넬이 사이먼의 명을 받아 마신전을 향해 은밀히 다가갔다.
중간에 강력한 마나의 유동에 휩싸여 갈려나갈 뻔했지만 위기를 잘 극복했다.
두 데스나이트 캡틴은 적들을 향해 마력탄을 무수하게 날리고 있는 마왕 판테아의 뒤로 다가갔다.
마력탄을 날리던 판테아가 두칸과 파넬을 보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원군이 나타났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크하하하! 잘 왔다. 어서 가서 저 연놈들의 목을 베어라!”
“네.”
“예.”
두칸과 파넬을 판테아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각각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 들린 바스타드 소드의 모양이 좀 이상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스타드 소드의 검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호기심을 느낀 마왕 판테아가 두칸과 파넬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물었다.
“너희들, 그 바스타드 소드 어디서 났어?”
“주인님께 받은 것입니다.”
“네 주인이 누군데?”
“사이먼님이십니다.”
“사이먼? 사이먼이 누구지? 크헉!”
판테아는 도중에 말을 하다말고 입에서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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