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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08화 (208/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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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장 - 마신전

두칸과 말을 하는 사이, 파넬이 바스타드 소드를 슬쩍 그의 등에 찔러 넣은 것이다.

살기라도 있었다면 눈치를 챘을 텐데…….

데스나이트 캡틴이라 굳이 살기를 뿌리지 않아도 얼마든지 살생이 가능했다.

아니 두칸과 파넬이 데스나이트 캡틴이란 사실이 오히려 판테아를 안심시켰다.

주로 마왕의 가디언이나 심복으로 사용되는 데스나이트 캡틴이 갑자기 자신을 공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펑! 펑!

휘이익 꽈당 쿠궁!

두칸과 파넬은 순식간에 판테아의 마력탄에 맞아 수십 미터 밖으로 훨훨 날아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등 뒤로부터 찔린 파넬의 바스타드 소드는 그상태 그대로 남아 고통을 주고 있었다.

“어떤 새끼가…….”

판테아는 소리를 지르려다 말았다.

지금 상황에서 동료인 마왕들을 의심하는 말을 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될 것 같았다.

다행히 심장이 정통으로 뚫리지는 않았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회복이 될 것이다.

판테아는 가슴을 뚫고 나온 파넬의 바스타드 소드의 검신을 손으로 잡고 밀어냈다.

치이이이익!

바스타드 소드에 깃들어있는 신성력이 그의 손가락을 마구 태우고 있었다.

“으으으윽!”

판테아는 손가락이 타들어가는 고통을 꾹 참고 바스타드 소드를 밀어냈다.

그리고 뒤로 손을 돌려 간신히 파넬의 바스타드 소드를 뽑아냈다.

“지독한 신성력이군.”

판테아는 바스타드 소드를 땅으로 던져버리며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구멍 난 가슴에서 계속 보라색의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쉽게 회복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판테아! 뭐하고 있어? 어서 지원을 해줘야지!”

“알았어.”

마왕 칠리스의 다급한 말에 판테아는 입가에 흘러내리는 보라색 피를 닦고는 다시 마력탄은 마구 쏟아내기 시작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마력탄에 정통으로 맞은 데스나이트 캡틴이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않고 있었다.

판테아는 두칸과 파넬이 전투불능이 되었다고 판단하고 다시 전투에 집중했다.

그러나 판테아가 두칸과 파넬에 신경을 쓰는 사이에 전투의 상황은 크게 달라져 있었다.

거의 다 이겨가던 전세가 갑자기 확 뒤집히더니 오히려 마왕 세스와 나홀이 가슴과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들의 가슴과 복부에는 보라색 피가 덩어리째 흘러나오고 있었다.

뒤이어 마왕 다윈과 여러보한의 팔다리가 잘리고 새하얗게 얼어붙는 치명상을 입었다.

칠리스도 무사하지 못했다.

한쪽 팔이 새하얗게 불타서 소멸됐고 머리 한쪽이 날카로운 뭔가에 잘려나가 허연 뇌가 다 드러났다.

앞으로 튀 튀어나온 눈알이 대롱거리는 모습은 그로테스트하기 짝이 없었다.

그나마 판테아의 상태가 그중 제일 괜찮았다.

왼손 하나만 날아갔기 때문이다.

물론 치명상을 입은 마왕들이 거저 당하지만은 않았다.

치명적인 독수를 쓰려면 자신도 치명적인 반격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마왕들에게 치명상을 입힌 유니언 상원의원들은 마왕들이 펼친 비장의 독수에 각각 당해 크게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으웨엑!”

“크허억!”

제일먼저 대마도사 루빈과 이클립스가 허리를 반으로 굽히더니 입에서 시뻘건 피를 게워냈다.

뒤이어 대정령사 엘린이 반쯤 잘린 허리를 한손으로 부여잡고 흘러나오는 내장을 주섬주섬 집어넣으면서 뒤로 물러섰다.

신녀 이리나는 마왕들이 집중공격을 받아 온몸이 검은 연기 같은 마기에 휩싸여 불타오르고 있었다.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하이엘프 리엘은 어깨부터 잘려나간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검을 집어 서있었다.

사시나무 떨 듯이 떨리고 있는 검신을 보건데 이미 반쯤은 전투불능인 상태였다.

신수 바하무트의 반투명한 몸도 결코 성치 않았다.

검은 반점이 온몸에 가득한 채 두 다리가 시커멓게 먹물처럼 변해 비틀거리고 있었다.

‘올레! 이거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네.’

서진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예상했던 것 보다 결과가 훨씬 드라마틱하게 나왔다.

한 놈도 무사한 놈이 없는 것이다.

중상을 입은 유니언의 여섯 강자와 치명상을 입은 호드의 여섯 마왕은 그 와중에도 서로를 향해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아예 끝장을 보겠다는 좋은 자세였다.

굳이 따지자면 유니언의 여섯 강자가 호드의 여섯 마왕보다 치명상을 덜 입었다.

그러나 서진의 입장에서 보면 제대로 싸울 수 없는 것은 오십보백보에 불과했다.

그는 시선을 위로 향했다.

이제 지상전은 대충 마무리됐다.

이번 전쟁의 성패는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과 두 마신 탈론과 지온의 손에 달려있었다.

번쩍번쩍!

콰콰콰쾅 쾅쾅쾅!

꽈르릉! 우르릉!

미켈란과 두 마신의 싸움도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미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미켈론의 몸에 두 마신이 소환한 마기의 창이 수십 개나 박혀있었다.

미켈란의 브레스에 한쪽 팔이 녹아버린 탈론의 복부에는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안에서 계속 검은 연기가 솟구쳐 나왔는데, 그때마다 눈에 띄게 탈론의 얼굴색이 안 좋아졌다.

평소 그의 자존심이었던 커다란 두 개의 뿔은 반쯤 부러진 채 덜렁거리고 숨을 쉬고 있는 가슴은 피부가 전부 벗겨지고 뼈가 드러나 있었다.

미켈란의 브레스에 맞아 다리 한 짝을 잃은 마신 지온도 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았다.

피를 많이 흘리고 순간이동을 이용해 움직이느라 그동안 체력을 몽땅 방전시킨 상태였다.

오른쪽 손목이 잘려나갔고 오른쪽 가슴에도 주먹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나있었다.

그곳에서 쉬지 않고 검은 연기가 솟구치고 있었다.

그러나 미켈란과 두 마신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져갔다.

“콰하아아아아아!”

하늘을 진동시키는 미켈란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쿠와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

그에 맞서는 두 마신의 처절한 함성이 동시에 터졌다.

그리고 터져 나온 것은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할 만큼 밝은 빛의 향연이었다.

번쩍번쩍 번쩍번쩍!

콰콰콰콰콰콰쾅!

쾅 콰쾅 쾅쾅쾅!

우르릉 쿠르릉!

[다들 머리 숙여!]

서진은 급히 자신의 왼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디바인홀리실드! 방어막! 앱솔루트 실드!’

그는 이리나의 팔찌를 디바인홀리실드로 변형시켰다.

그리고 마나를 있는 대로 때려 넣었다.

순간 디바인홀리실드의 크기가 쭉 늘어나더니 자신과 소환수들의 몸을 감싸버렸다.

뒤이어 방어막 스킬을 걸어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그것도 모자라 7서클의 마법인 앱솔루트 실드까지 발현했다.

그동안 마법을 익힐 때 자신과 상성이 좋은 풍계마법과 전격계마법 외에 가장 신경 써서 익힌 것인 두 가지 있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앱솔루트 실드 마법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평소의 반도 되지 않는 시간에 후딱 마법을 발현할 수 있었다.

휘익! 파칭 파칭 파칭!

쏴아아아아아아아!

화아아아악!

두두두두두두두!

강력한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지며 대기를 갈가리 찢어버렸다.

거대한 무쇠망치가 땅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며 대지가 미친 듯이 진동했다.

뒤이어 불어 닥친 것은 흙먼지가 섞인 후폭풍이었다.

서진은 그런 와중에도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노려봤다.

위상변화 레이더를 통해 미켈란과 두 마신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 지를 똑똑히 확인했다.

쿵 쿠궁!

마지막으로 무거운 그 무엇인가가 땅에 떨어져 내리며 큰 진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뒤에 그보다 조금 작은 진동이 둘 있었다.

‘미켈란과 두 마신이 떨어져 내렸다. 이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다.’

서진은 위상배열 레이더를 통해 그들이 정신을 잃고 땅에 떨어진 것을 확인한 순간 곧바로 움직였다.

[사이먼! 마왕들에게 절대구속구를 채워!]

[네, 마스터.]

그는 사이먼에게 명령을 내리면서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켰다.

‘위상변화!’

그의 몸이 마왕들이 쓰러져 있는 사이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스팟!

서진은 아공간에서 손바닥만 한 절대봉인침을 꺼내더니 마신 탈론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헉!”

마신 탈론은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과의 충돌에서 치명상을 입은 상태에도 불구하고 서진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자 곧바로 몸을 틀어 앉은 채로 옆으로 피했다.

아니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진의 입이 그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파워워드 스턴!”

마신 탈론의 몸이 아무리 빨라도 서진의 입에서 나온 마법의 시동어보다 빠르진 않았다.

7서클의 마법 ‘파워워드 스턴’이 발현되자 마신 탈론의 몸이 잠깐 움찔했다.

시간으로 따지면 아마 1초도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진에게는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하고도 남았다.

퍽!

서진의 손에 들린 절대봉인침이 마신 탈론의 정수리에 그대로 박혀 들어갔다.

순간, 마신 탈론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서진은 마신 탈론의 머리속으로 쑥 들어간 절대봉인침에 자신의 고유능력인 뇌정을 주입했다.

‘위상변화!’

서진은 절대봉인침 하나를 더 꺼내면서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켰다.

이번에는 마신 지온의 바로 뒤쪽이었다.

퍽!

마신 지온의 정수리에 절대봉인침이 쑥 박혀 들어갔다.

정신을 잃고 있던 마신 지온은 전혀 반항도 한번 해보지 못하고 그대로 서진에게 당해버렸다.

서진은 이번에도 절대봉인침에 자신의 고유능력인 뇌정을 주입했다.

‘성공이다.’

일단 가장 큰 관문하나는 넘어갔다.

두 마신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쉬웠다.

사이먼과 같이 치명상을 입어 다 죽어가는 마왕들을 생포하는 것은 정말 일도 아니었다.

서진은 마왕 세스, 나홀, 다윈, 여러보한, 칠리스, 판테아에게 다가가 차례로 절대봉인침을 대가리에 박아주었다.

뒤이어 사이먼이 절대구속구로 마신과 마왕들의 전신을 도배했다.

그때 바하무트와 이리나가 마신과 마왕에게 절대봉인침을 정수리에 박고 절대구속구로 그들의 몸을 구속하고 있는 서진을 발견했다.

“서진이다.”

“아! 서진! 잘했어요.”

땅바닥에 축 늘어진 채 간신히 얼굴만 돌리고 있는 바하무트와 온몸에서 새하얀 신성력이 폭발적으로 솟구치며 실시간으로 자신의 몸을 치료하고 있는 이리나가 서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서진은 사이먼의 얼굴을 한번 쳐다봤다.

[바하무트를 맡아!]

[네, 마스터.]

사이먼의 고개가 미미하게 아래쪽으로 움직였다.

‘위상변화!’

서진은 즉시 자신의 위상을 변화시켜 이리나의 옆으로 이동했다.

푹!

“커억!”

놀랍게도 이리나는 절대봉인침이 정수리에 박혀 들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퍽!

서진은 어느새 마기에 의해 새카맣게 타버렸던 몸이 어린아이의 피부처럼 뽀얗게 변해버린 이리나의 복부를 발로 세게 걷어찼다.

“크윽!”

그는 그녀의 머리끄덩이를 한손으로 잡아 누른 채 다른 한손으로 절대봉인침을 잡았다.

그리고는 그 뇌정을 왕창 주입해버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이리나의 움직임이 뚝 멈춰 섰다.

[마스터! 이놈이 반항을 합니다.]

스팟!

서진은 사이먼의 말이 머릿속으로 들려오자 즉시 위상변화로 바하무트에게 이동했다.

그는 바하무트의 반항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바로 정수리에 박힌 절대봉인침부터 잡았다.

이리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고유능력인 뇌정을 잔뜩 주입하자 바하무트의 움직임이 딱 멈췄다.

[마스터, 죄송합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빨리 다른 놈들도 구속해!]

[네, 마스터.]

사이먼은 즉시 블링크 마법으로 빠르게 움직이며 절대구속구를 이용해 유니언 상원들의 신체를 구속했다.

서진이 그의 뒤를 따라다니며 절대봉인침을 대가리에 하나씩 박아버렸다.

‘이제 딱 한 놈 남았네.’

서진은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에이션트 드래곤 미켈란에게 다가갔다.

정신을 잃은 상태인지 미켈란은 조금도 미동을 하지 않았다.

참 다행스런 일이었다.

서진은 미켈란이 깨어나 자신과 상대하는 상상을 하자 절로 몸이 떨려왔다.

스팟!

퍽퍽퍽퍽퍽퍽퍽퍽…….

그는 거대한 동체를 지닌 미켈란의 정수리로 이동해 그의 머릿속으로 깊게 절대봉인침을 쑤셔 박았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 개였다.

서진은 뇌정을 있는 대로 꺼내 미켈란의 정수리에 박힌 절대봉인침 안으로 쏟아부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뇌정이 들어간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서진은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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