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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11화 (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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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 영혼까지 털어보자.

화아아악!

마왕 판테아의 몸과 서진의 몸에서 각각 환한 빛이 솟구쳐 올랐다.

두 개의 빛은 서로를 향해 빠르게 폭사하더니 허공에서 만나 하나가 됐다.

영롱하게 반짝이며 휘돌던 빛은 금세 두 개의 빛으로 나뉘더니 마왕 판테아와 서진의 몸으로 돌아갔다.

서진은 자신의 영혼과 마왕 판테아의 영혼이 하나로 묶인 것을 느꼈다.

[마왕 판테아가 이서진의 소환수가 됐습니다.]

머릿속에서 기다리던 알림소리가 들려왔다.

회심의 미소가 떠오르며 입 꼬리를 위로 밀어올렸다.

“이제 한 놈 끝났군.”

그는 작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소환수 칸을 보자 마왕 판테아의 이름이 선명하게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환수: 마왕 판테아, 신수 해태, 와이비, 리치 사이먼, 골렘 파울]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던 마왕 판테아의 얼굴이 천천히 풀려갔다.

판테아는 두려움과 절망, 치욕과 모욕감에서 벗어나 어느새 리치 사이먼처럼 충성스런 신하의 눈빛으로 서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판테아가 주인님을 뵙습니다.”

“반갑다. 판테아!”

서진은 자꾸 일어나서 인사를 하려고 하는 마왕 판테아의 어깨를 지그시 눌렀다.

그리곤 작게 속삭였다.

“판테아 소환해제!”

스팟!

마왕 판테아의 몸이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서진은 고개를 위아래로 한번 끄덕이더니 다시 작게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판테아 소환!”

스팟!

마왕 판테아가 서진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잠깐 얼떨떨한 표정을 짓더니 서진을 보자마자 고개를 푹 숙여 인사했다.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가 불렀다.”

서진은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듯, 마왕 판테아의 숙인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왕 판테아는 크게 황송해하며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마스터급의 마왕을 소환수로 부리게 되다니…….

서진은 자신의 소환수로 변한 마왕 판테아를 보자 도저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크하하하! 드디어 마왕 판테아가 내 소환수가 됐구나.”

“마스터! 경하 드립니다.”

“고마워! 사이먼!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 잘 알고 있지?”

“물론입니다. 마스터! 호드의 마신과 마왕, 유니언의 상원의원들을 모조리 마스터의 소환수로 만들고야 말겠습니다.”

“그래. 우리 힘을 합쳐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고를 한번 쳐보자고.”

“네, 마스터.”

사이먼은 서진의 말에 의욕을 불태웠다.

그렇게 토리아의 한 동굴에서…….

전대미문의 대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배신자!”

“누가?”

“누구긴 누구야? 바로 네놈이지.”

“내가 왜 배신자야?”

서진은 황당한 표정으로 신녀 이리나를 쳐다봤다.

이리나는 강철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몸을 마구 뒤틀었다.

하지만 절대구속구로 온몸이 단단히 결박당한상태라 그녀의 행동은 의미 없는 몸부림에 불과했다.

“호드의 마왕들이 멀쩡히 저기 서 있는 것을 보고도 오리발을 내밀거야?”

이리나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서진의 뒤를 향해 턱짓을 했다.

그제야 서진은 이리나가 왜 저런 개소리를 하는지 알게 됐다.

쫘악!

“꺄악!”

찰진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이리나의 고개가 옆으로 팩 돌아갔다.

그녀는 골이 띵하고 눈에서 별이 번쩍거리는 통에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짐승 같은 놈! 연약한 여자를 때리다니…….”

“푸하하하! 뭐라고? 마스터급의 신녀인 네가 연약하다고? 참나, 오래 살다보니 별 개소리를 다 듣게 되는군. 네가 약하다면 세상에 강한 놈은 아마 손가락을 세어야할 정도가 되겠구나.”

“차라리 날 죽여라!”

“걱정하지 마. 네가 그렇게 소리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게 만들어줄테니까.”

“뭐, 뭐라고? 너 정말 호드의 개가 된 거야?”

쫘악!

“악!”

이리나의 고개가 반대쪽으로 확 꺾이더니 입에서 피가 흘렀다.

“개소리는 네가 하고 있잖아. 한번만 더 내 신경 건들면 홀딱 벗겨서 저놈들에게 던져주겠다. 가만 혹시 너 흑형 취향이냐?”

“그게 무슨 소리야?”

“아님 말고.”

서진은 이리나를 한번 찐하게 비웃어주고 그녀의 옆 의자에 앉아있는 이클립스에게 다가갔다.

이클립스는 서진과 이리나 그리고 벽에 줄지어 서있는 팔마왕(八魔王)을 쳐다보며 상황을 파악하느라 눈알을 데굴데굴 굴렸다.

“이클립스!”

“서진!”

“왜 배신 때렸어?”

“그게 무슨 소립니까?”

이클립스는 처음부터 아예 오리발을 내밀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정말 몰라서 물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를 해주세요.”

“10분만 막아달라며……. 그것도 마왕을 셋이나 나한테 떠넘기고 갔잖아.”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 질문에 대답부터 해! 10분이 지나도 넌 결국 오지 않았어. 처음부터 날 팽할생각이었지?”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합니다. 하지만 토사구팽 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후후후,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서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는 고개를 살짝 위로 치켜들어 이클립스 뒤에 서있는 사이먼을 쳐다봤다.

“사이먼, 확인해봐!”

“네, 마스터.”

사이먼은 가볍게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이클립스의 머리통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이클립스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며 서진을 쳐다봤다.

“으윽, 지금 뭘 하려는 겁니까?”

“네 말이 사실인지 확인해보려는 거니까. 조용히 입 닥치고 있어.”

“설마 내 기억을 강제로 읽으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서진은 더 이상 이클립스가 떠들어 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사이먼 시끄럽다.”

“네, 마스터.”

사이먼은 이클립스의 입에 강제로 재갈을 채웠다.

잠시 몸부림을 치던 이클립스는 사이먼이 강제로 그의 기억을 읽기 시작하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남의 기억을 강제로 읽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특히 정신력이 약한 인간의 뇌는 절대로 함부로 읽으면 안 된다.

후유증이 막심해서 잘못하면 백치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식물인간이 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리치 사이먼이 이런 일이 전문가라는 것이다.

사이먼은 이클립스의 기억을 강제로 읽으면서도 후유증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심하게 마력을 움직였다.

비록 마왕보다 강하진 않았지만 마력을 다루는 능력만큼은 절대 그들에 못지않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서진! 이게 무슨 소리야? 이클립스가 너한테 마왕 셋을 떠넘기다니?”

“어허! 고것 참 호기심 많네.”

그 사이, 이리나가 호기심을 느꼈는지 서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서진은 그녀에게 굳이 대답을 해줄 필요성을 못 느꼈다.

다만 한 가지 오해는 풀어야할 것 같았다.

“이리나! 네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나본데, 저기 저 팔마왕은 이미 나의 소환수가 됐어. 그러니까 내가 호드에 붙어먹은 것처럼 날 호도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허억, 그게 정말이야?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팔마왕을 소환수로 거두다니…….”

이리나는 마치 학질이라도 걸린 것처럼 얼굴이 하얗게 변해 부들부들 몸을 떨어댔다.

서진은 그런 이리나의 모습을 보자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자신이 생각해봐도 팔마왕을 소환수로 거둔 것은 전 우주적인 쾌거가 틀림없었다.

‘마신 탈론과 마신 지온을 소환수로 거둔 것을 알면 아예 기절하겠군.’

서진은 이리나의 놀란 눈을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팔마왕을 소환수로 거두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팬텀소드를 들고 당장 영혼을 소멸시켜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소환수가 된 마왕 판테아를 내세워 압박과 당근을 던지자 팔마왕은 차례로 설득당해 서진의 소환수가 되었다.

물론 모두가 다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

일부는 사이먼이 직접 나서서 흑마법을 이용한 지독한 정신적, 육체적 고문을 가해야했다.

그러나 팔마왕 그 누구도 끝까지 버티는 놈은 없었다.

당장 서진만 하더라도 사이먼의 고문을 버틸 자신이 조금도 없었다.

아니 그것보다, 영혼이 소멸되는 것만큼은 무조건 피하고 싶었다.

진짜 어려웠던 것은 마신 탈론과 마신 지온이었다.

명색이 마신이라서 그런지, 절대봉인침과 절대구속구로 능력이 봉인된 상태에서도 사이먼의 고문을 어렵지 않게 잘 견뎠다.

만약 뇌정을 이용한 고문을 생각해내지 못했더라면 아마 서진은 두 마신의 영혼을 끝내 소멸시켜 버리고야 말았을 것이다.

“마스터, 이클립스의 기억을 확인했습니다.”

“결과만 말해!”

“좀 애매합니다. 처음부터 팽할 생각은 없었지만 마스터를 이용해 마왕 셋을 붙잡아두려고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난 이용당한 것이군.”

“그렇게 봐도 무방합니다.”

서진은 크게 고개를 한번 끄덕였다.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이유를, 아니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다.

“사이먼, 시작하자.”

“네, 마스터.”

사이먼은 서진의 명령에 즉시 이클립스에게 흑마법을 펼쳤다.

이미 이클립스의 기억을 읽은 후라 그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이클립스는 멍한 표정을 지은 상태로 침을 질질 흘려댔다.

“서진!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설마 이클립스를 죽이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년 참 오지랖 넓네. 네 걱정이나 하시지.”

“나?”

“그래. 너!”

“내가 왜?”

이리나는 뻔뻔하게도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서진을 쳐다봤다.

어지간한 사내라면 그녀의 그런 순수한 눈빛에 무릎을 꿇고 그녀를 숭배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사내는 그런 일반적인 사내가 아니었다.

“간단하게 말할게. 너 내 소환수가 되라.”

“뭐라고? 너 미쳤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싫으면 관둬. 안 그래도 사이먼이 너를 실험하고 싶다고 달라고 자꾸 졸라대고 있어서 난감했는데……. 뭐 그냥 넘겨주고 끝내지.”

“서진, 혹시 저 퀭한 눈에서 녹색 광망이 번뜩이는 리치가 네 소환수야?”

“응. 리치왕 사이먼이라고 해. 몰랐어?”

“리치왕?”

이리나는 사이먼을 쳐다보고는 겁을 먹었는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마침 사이먼도 이리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둘의 눈이 허공에서 정통으로 마주쳤다.

사이먼은 긴장한 이리나를 향해 바로 메시지 마법을 날렸다.

-제발 마스터의 소환수가 되지는 말아줘. 네년을 마왕들의 노리개로 주어 정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릴 거야. 그러고 나서 마인들을 위해 창녀로 한 100년 굴리다가 마지막에는 뱀과 전갈을 합쳐서 멋진 키메라를 만들 예정이야. 그러니 절대 쉽게 굴복하면 안 돼.

“으헥!”

이리나는 사이먼의 공갈과 협박에 몸서리를 쳤다.

노리개, 창녀, 뱀, 전갈, 키메라…….

나오는 단어 하나하나가 전부 그녀의 닭살을 돋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사이먼은 이리나의 눈에서 공포와 경멸을 읽었다.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알레르기성 거부감이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의 눈이 이채를 발하며 거북한 웃음소리를 작게 흘려냈다.

사이먼은 신이 나서 이리나에게 본격적인 공갈과 협박을 치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이리나는 눈이 동그랗게 변하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참으로 사악한 리치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소환수의 그 주인이었다.

‘갈취!’

서진은 이리나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타서 그녀의 머리에 한손을 올렸다.

그는 칭호 ‘마왕척살자’에서 업그레이드 된 칭호 ‘마신척살자’에 딸린 스킬 ‘갈취’를 끊임없이 쓰기 시작했다.

실패를 해도 스킬 ‘갈취’를 쓰기만하면 숙련도가 올라가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띠링!]

“어라?”

그때 서진의 머릿속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히 자신의 눈앞에 뜬 알림창을 열었다.

[신녀 이리나로부터 고유능력 신성(EX)을 갈취했습니다.]

올레!

되는 놈은 엎어져도 길에서 5만원권짜리 지폐를 줍는다더니…….

서진은 그저 숙련도나 올릴 생각으로 쓴 스킬 ‘갈취’를 사용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EX급의 고유능력 ‘신성’을 갈취하게 되다니 말이다.

아무래도 마신을 굴복시키면서 칭호 ‘마왕척살자’가 칭호 ‘마신척살자’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스킬 ‘갈취’의 등급도 덩달아 승급을 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아마 이렇게 쉽게 이리나로부터 고유능력 신성(EX)을 갈취할 수 없었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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