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2 / 0225 ----------------------------------------------
제53장 - 영혼까지 털어보자.
‘이게 웬 횡재냐?’
서진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상태창을 열어봤다.
[고유능력: 뇌정(EX), 영혼의 아공간(EX), 카오스(EX), 신성(EX), 이지스(SS)]
고유능력 칸을 보니 새로운 고유능력 ‘카오스(EX)’와‘신성(EX)’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진은 마신 둘을 자신의 소환수로 얻는 과정에서 갈취한 고유능력 ‘카오스(EX)’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해졌다.
“마스터, 이클립스가 소환수가 될 준비가 된 모양입니다.”
“그래? 그럼 받아줘야지.”
사이먼의 말에 서진의 얼굴에는 배부른 사자의 느긋함이 그려졌다.
그는 이클립스를 시작으로 이리나, 리엘, 루빈, 엘린을 차례로 소환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뮤즈의 신수 바하무트는 끝까지 서진의 소환수가 되기를 거부했다.
아무래도 신수라는 종족은 물질로 구성된 육체보다는 정신체에 가깝기 때문에 사이먼의 공갈과 협박이 잘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서진은 할 수 없이 신수 바하무트를 팬텀소드에 봉인해버렸다.
“이제 마지막 한 놈만 남았다.”
“미켈란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바로 그놈이야.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그래야지. 만약 거절한다면 우린 모리티아 행성에 있는 모든 드래곤을 다 잡아 죽여야 할지도 몰라.”
“그건 마스터께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마스터의 소환수가 된 두 마신과 팔마왕이라면 아마 모리티아의 드래곤 따윈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제거할 것입니다.”
사이먼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서진은 사이먼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치왕으로 승급한 사이먼의 능력도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니까.’
리치 사이먼은 서진의 급격한 성장에 영향을 받아 결국 리치왕으로 진화했다.
리치왕은 마왕과 동급이다.
사이먼은 이제 마스터급 소환수가 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이먼의 말과 행사에는 거침이 없었다.
“미켈란을 작업하려면 여기는 너무 좁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게 해야지.”
사이먼의 말에 서진은 긍정의 한 표를 던졌다.
동굴은 아무리 넓다고 해도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의 거대한 몸을 꺼내기엔 무리였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마신전의 보물창고로 가는 것은 어떻겠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가서 보물도 챙겨오고 미켈란도 작업하고…….”
“그럼 그렇게 알고 떠날 준비를 하시죠?”
“응.”
서진은 사이먼을 제외한 자신의 모든 소환수를 소환해제했다.
그 사이, 사이먼은 마신전의 보물창고로 통하는 좌표로 텔레포트 게이트를 오픈했다.
둘은 사이좋게 나란히 어깨를 대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과했다.
스팟! 스팟!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텔레포트 게이트는 곧바로 문을 닫고 허공에 한 점으로 변해 사라졌다.
동굴은 다시 적막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바닥엔 사이먼이 열었던 텔레포트 게이트의 흔적만 미미하게 남아있었다.
휘이잉!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 *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
사람이 너무 놀라면 오히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잊게 되는가 보다.
금산(金山)과 은해(銀海).
금이 산처럼 쌓여있고 은이 바다처럼 가득했다.
아니 이것으로도 마신전의 보물창고를 다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금은보화로 가득 채워진 궤짝으로 빽빽한 금은관!
각종 보석으로 아름답게 세공한 빛나는 장신구들이 모여 있는 보석관!
온갖 명작과 명화가 가득한 명품관!
하늘의 신장(神匠)이 만든 신병이기들을 모아놓은 신병관!
마족의 명장(名匠)들이 제작한 마신병기와 방어구로 가득한 마병관!
드래곤과 하이엘프, 마신과 마왕 등이 만든 명품을 모아놓은 아이템관!
각종 포션과 엘릭서, 신수의 내단 등으로 꽉 찬 신약관!
각종 영물과 영과, 영초, 기화요초 등을 모아놓은 만초관!
각 등급의 마나석과 마정석, 정령석과 차원석을 골고루 모아놓은 영석관!
그밖에도 온갖 신기하고 진기한 보물들이 가득한 수많은 석실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다 가져가지?”
서진은 보물이 많아도 너무 많아서 벌써부터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걱정부터 앞섰다.
마신전에서 수백, 아니 수천 년 동안 모아온 금은보화와 보물의 양은 그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님, 마신전의 보물창고의 보물을 굳이 다 가져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서진은 탈론의 말에 눈을 깜빡거렸다.
소환수가 된 마신 탈론은 서진을 향해 정중하고 당당한 태도로 차분하게 설명했다.
“주인님, 이 마신전의 보물창고는 토리아의 마신전 지하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마신전의 지하에는 마신전의 보물창고로 들어가는 텔레포트 게이트만 존재할 뿐입니다.”
“그럼 마신전의 보물창고는 어딘가 비밀의 장소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네.”
“그렇습니다. 마신전의 보물창고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한 좌표를 알지 못하면 아무도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이 아공간을 접수할 수만 있다면 이곳의 모든 것도 같이 가지게 된다는 말이네?”
“네, 그렇습니다. 원하신다면 오직 주인님만 들어올 수 있게 결계를 걸어 아무도 들어올 수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우와! 그거 좋은 방법이네.”
탈론의 말은 그의 고민을 한방에 해결하는 시원한 사이다였다.
“그럼 당장 마신전의 보물창고, 아니 마신전의 보물아공간을 주인님께 귀속시켜드리겠습니다.”
“좋아.”
탈론의 일처리는 시원시원했다.
서진은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탈론은 서진을 보물아공간의 중심에 세워진 벽으로 데리고 갔다.
“이게 보물아공간을 관리하는 제어장치입니다.”
탈론은 서진에게 친절하게 제어장치에 관해 설명을 해주었다.
“다 이해하셨으면 이제 이 붉은 보석에 마스터의 피 한 방울과 기운을 주입해주십시오.”
서진은 탈론의 말에 망설이지 않고 수박만한 붉은 보석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곧바로 붉은 피 한 방울과 뇌정의 기운을 꺼내 붉은 보석에 주입시켰다.
우웅!
뭔가 묘한 공명음이 한차례 울렸다.
탈론은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보석의 옆에 있는 수많은 작은 보석들에 차례로 마력을 주입했다.
“이제 됐습니다. 지금부터 주인님이 허락하지 않는 자는 절대로 이곳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너희는 들어올 수 있고?”
“주인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수고했다. 아주 잘했어.”
“감사합니다. 주인님!”
서진은 마신 탈론의 어깨를 두드리며 크게 치하했다.
마신 탈론은 서진의 팔에 자신의 어깨 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상체를 푹 숙여야했다.
그 모습에 문뜩 머릿속에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너희들 앞으로 그런 모습으로 날 따라다닐 거야?”
“저희의 모습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신다면 변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좋겠다. 당장 변신해봐!”
“네, 주인님.”
이번에는 마신 탈론 뿐만 아니라 마신 지온을 비롯한 팔마왕까지 모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신과 마왕은 즉시 자신들의 모습을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
그들의 거대한 육체가 실시간으로 작아지고 머리 위에 난 커다란 뿔들이 이마 안으로 파고들어가는 모습은 꽤나 장관이었다.
“흐음, 나쁘지 않군.”
“맘에 드십니까?”
“그럭저럭……. 하나같이 건장하네. 덩치도 우락부락하고.”
“근육의 양을 조금 더 줄일까요?”
“아니야. 굳이 그럴 것 없어. 그냥 양복입고 내 보디가드하면 되겠다.”
“주인님이 원하시는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마신 탈론의 말이 끝나자, 두 마신과 팔마왕의 몸에 걸친 갑옷과 옷들이 즉시 흐물흐물해지기 시작했다.
고급스럽고 명품 필이 확 나는 검은 정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옷이 다 변하자 이번에는 신고 있던 부츠와 전투화들이 하나씩 변하기 시작했다.
역시 하나같이 번쩍번쩍 광을 내는 명품구두로 변해버렸다.
“어떻습니까?”
“호오! 그거 참 마음에 드네.”
앞으로 보디가드 따로 구할 필요 없겠다는 말은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이제 사이먼, 너도 모습을 좀 바꿔봐! 언제까지 해골바가지 모습으로 다닐 거야?”
“저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
“이렇게 말입니까?”
사이먼은 즉시 자신의 얼굴을 변화시켰다.
그런데 그 얼굴이 유명한 한류스타인 정우성의 얼굴과 똑같이 닮아있었다.
“아니면 이건 어떻습니까?”
사이먼은 장동건, 송승헌, 송중기, 현빈, 조인성, 소지섭, 김수현, 강동원, 원빈 등 차례로 얼굴을 바꿨다.
“사이먼! 그건 초상권침해야. 적당히 둘이나 셋의 얼굴로 섞어봐!”
“이렇게 말입니까?”
“우와!”
순간 서진의 입에서 감탄성이 튀어나왔다.
잘생긴 한류스타들의 얼굴의 장점을 몇 개 섞자 신기하게도 기가 막히게 잘생긴 사내의 얼굴이 하나 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그거 아주 좋다.”
“그렇습니까? 마스터께서 좋아하신다면 이걸로 하겠습니다.”
“하아, 이거 앞으로 사이먼의 얼굴을 보면 질투가 일어나겠는데…….”
쓸데없는 걱정이 벌써부터 눈앞을 가렸다.
그러나 서진은 곧바로 사이먼이 가지고 있는 잘생긴 얼굴의 크나큰 문제점 하나를 발견해냈다.
“그런데 사이먼, 표정이 왜 그 모양이야?”
“네? 제 표정이 이상합니까?”
“너무 무표정이잖아.”
“해골 위에 마법으로 살가죽만 붙여놓아서 그렇습니다. 얼굴 근육이 없으니 당연히 표정을 지을 수 없지요.”
“흐음, 됐다. 그냥 넘어가자.”
너무 잘생긴 얼굴에 표정까지 다양하면 나중에 피곤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사이먼은 앞으로 자신의 일을 대리해야하는 위치에 있으니 저런 무표정한 얼굴이 오히려 일을 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작업을 시작하자.”
“네, 마스터.”
서진은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몸을 적당히 긴장시켰다.
마신 탈론은 서진과 사이먼을 비롯한 소환수들을 한쪽으로 인도했다.
미켈란의 몸이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장소는 마신전의 보물창고 안에 몇 개가 존재했다.
탈론은 그중 대형창고 하나를 선택해 문을 열었다.
거대한 새하얀 공간!
대형창고라는 미명하에 만들어진 거대한 공간이었다.
쿵 쿠궁!
사이먼은 아공간을 열어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의 동체를 꺼냈다.
미켈란의 잘린 머리와 심장 그리고 드래곤하트도 꺼내놓았다.
서진은 그중 미켈란의 잘린 머리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미켈란의 머리에다 가만히 손을 대고 눈을 감았다.
[미켈란! 미켈란!]
강한 의지로 두 번이나 불러보았지만 미켈란의 대답은 없었다.
서진은 싸늘하게 비웃음을 흘렸다.
[미켈란! 대답을 안 하면 이대로 네 몸을 에이션트 본드래곤으로 만들어버리겠다. 그래도 좋다면 계속 내 말에 무시해도 좋다.]
[원하는 게 뭐지?]
그의 입가에 미소가 살포시 걸렸다.
드디어 미켈란이 대화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미켈란! 이클립스가 나를 팽했어. 난 마왕 셋에게 죽을 뻔했다가 겨우 살아났어.]
[그거 참 유감이군.]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난 지금 너를 비롯한 유니언에 아주 유감이 많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괜히 쓸데없이 말 돌리지 말고 원하는 것이 뭔지나 말해라.]
미켈란은 단번에 서진이 모종의 의도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핵심을 찔러왔다.
[그럼 원하는 대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 소환수가 되어줘!]
[뭐? 너 미친 거 아니야? 나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이야. 그런 내가 하찮은 인간의 소환수가 되어야한다는 거야?]
[하찮다는 말은 좀 듣기가 거북하네. 뭐 싫다면 굳이 강요는 하지 않겠어.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둬! 네가 거절하면 난 모리티아 행성에 살고 있는 모든 드래곤을 사냥할 거야. 드래곤 슬레이어가 될 거라는 말이지.]
서진은 아예 대놓고 협박을 했다.
그러나 그의 협박은 오히려 미켈란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푸하하하! 이제 겨우 최상급이 된 네가 드래곤을 사냥한다고? 개가 지나가다 웃을 얘기로군.]
============================ 작품 후기 ============================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선호작, 추천, 코멘트, 쿠폰, 후원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