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둠레이더-216화 (21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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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 집으로

‘이놈 엄청나다. 뭔가 무지막지한 기연이 만났나보다. 이럴 땐 무조건 도망가야 산다.’

페이크는 무척 감이 좋은 마족이었다.

아니다 싶을 때는 과감하게 후퇴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블링크! 블링크! 블링크…….’

몰래 블링크 마법을 써서 튀려고 했던 페이크의 등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왜 마력이 움직이질 않는 거야? 할 수 없군. 마법스크롤을 이용해 탈출해야겠다.’

페이크는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품속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이 그려진 마법스크롤을 꺼냈다.

그리고는 사정없이 찢어버렸다.

쫘아악!

마법스크롤을 찢었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가 실패하자 그는 또 하나의 마법스크롤을 꺼내 찢었다.

찌이익!

그러나 역시 물먹은 성냥처럼 마법스크롤은 아무런 변화도 일을키지 못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일이 있나!’

당황한 페이크는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폈다.

그제야 그는 자신을 향해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는 서진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네가 무슨 짓을 할지 난 다 알고 있다는 표정!

아니 네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난 다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자신만만한 눈빛이었다.

사실 페이크는 과거로 회귀하자마자 곧바로 자신의 몸부터 숨겼어야했다.

쥐도 새도 모르는 사이에, 서진의 SS급 스킬들이 하나씩 그의 몸에 각인되고 있다는 사실을 페이크는 결코 알지 못했다.

위상배열 레이더 락인(lock-in), 색적(索敵, SS), 관찰(SS), 추적(SS)!

이런 스킬들로 인해, 페이크는 이제 어디로 도망을 치던 결코 서진의 눈을 피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아니 헤븐 가디언즈 본부 건물 안팎은 이미 서진의 영역으로 온전히 들어왔다.

그의 의지가 서린 뇌정(EX)과 카오스(EX) 그리고 신성(EX)의 기운이 일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영력결계, 마력결계, 신성결계를 동시에 펼쳐놓은 것과 동일한 작용을 하고 있었다.

물론 페이크는 전혀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페이크는 긴장으로 인해 입안이 말라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이리저리 눈알을 굴리며 어떻게 해야 도망을 갈수 있을지 열심히 궁리했다.

역시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정면 돌파!

하지만 페이크의 촉은 절대 서진과 맞서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굴데굴!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서진! 우리 차분히 얘기 좀 해보자.”

“페이크, 너 또 나한테 무슨 사기 치려고 그래?”

“사기라니? 이거 듣는 사람 너무 섭섭하네.”

페이크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미소는 이렇게 짓는 것이라는 것을 서진에게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보면 서진과 페이크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라고 오해를 할 것 같았다.

팡!

페이크의 몸이 순간적으로 가속되며 기습적으로 서진을 향해 총알처럼 쏘아졌다.

얼마나 빨리 움직였던지 회의실 안이 파공성으로 울려댔다.

퍽! 쐐애액 쾅!

“케엑!”

하지만 페이크는 쏘아져 나온 것보다 배는 더 빠르게 도로 튕겨졌다.

서진의 주먹에 사정없이 콘크리트 벽에 처박혀버린 것이다.

반쯤 벽에 몸이 박힌 페이크는 입에서 가는 피를 흘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개처럼 벽에서 기어 나온 페이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페이크의 목표는 서진이 아니라 출입문이었다.

페이크는 자신이 서진을 향해 달려들면 놀라게 옆으로 살짝 피할 줄 알았다.

그는 그 틈새를 이용해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페이크는 서진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서진이 설마 중급마족인 자신을 단 한주먹에 넉 다운 시킬 줄은 정말 몰랐던 것이다.

아니 잠깐 사이에,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는 아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직 페이크는 서진이 미래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페이크 자신이었다.

그는 아직도 제대로 현실직시를 하지 못했다.

자신이 방심했기에, 서진의 기습적인 주먹을 허용했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제법 주먹이 맵네.”

“네 뼈도 제법 단단하구나. 아주 마음에 들어.”

페이크의 말에 서진은 칭찬 아닌 칭찬으로 응수했다.

서진의 중의적인 말의 의미를 파악한 페이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갔다.

“어디 두고 보자.”

페이크는 이를 갈며 위로 빠르게 솟구쳤다.

이번에는 천장을 뚫고 도망치려는 것이다.

팡! 와장창!

쌔액! 콰앙!

그러나 천장을 부수며 사라진 속도보다 배는 더 빠르게 아래로 튕겨져 내려왔다.

땅바닥에 패대기친 개구리처럼, 페이크는 회의실 한쪽 바닥에 대자로 뻗어버렸다.

“크헉!”

바닥에 반쯤 박힌 페이크의 입에서 피와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중급마족이라는 놈이 싸울 줄은 모르고 도망치는 법만 배운 모양이군.”

“천정에 누, 누가 숨어있었지?”

페이크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 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페이크가 어떻게 서진이 두 마신과 팔마왕, 에이션트드래곤과 유니언의 여섯 초인을 소환수로 부릴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할 수 있겠는가?

때마침 천정에서 마신 탈론의 머리가 쑥 내려왔다.

탈론은 서진을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엄지를 척 들었다.

서진은 그 모습에 미소를 지으며 같이 엄지를 척 위로 치켜들었다.

참 궁합이 잘 맞는 소환수와 그 주인이었다.

“아무래도 넌 좀 맞아야겠다.”

“뭐, 뭘 맞아?”

“얘기 좀 하려고 가만히 내버려 뒀더니 자꾸 도망을 치려고 하잖아.”

“너 도대체 미래에 가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흥! 네가 아주 매를 버는 구나.”

서진은 뽀드득 이를 갈며 페이크를 향해 걸어갔다.

어디를 가나 그놈의 입이 방정이었다.

페이크는 쓸데없는 질문 하나로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뽑아버렸다.

기억하기도 싫은 기억을 생각나게 해준 대가는…….

역시 화끈한 매타작이었다.

퍽 퍼퍼퍼퍽 퍽퍽퍽!

우두둑 빠각! 까드드득!

“컥, 켁, 으아악! 억!”

페이크의 온몸에 서진의 주먹이 화려하게 작렬했다.

그는 정신없이 두드려맞다가 땅바닥으로 마구 몸을 굴려 한쪽 벽에 붙어 섰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페이크는 서진을 향해 살기를 띄웠다.

그리고 미련 없이 중급마족의 힘을 개방했다.

“이놈!”

신성일의 얼굴과 피부가 종이 짝처럼 찢어져나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중급마족 페이크의 진면목이 나타났다.

중급마족답게 덩치가 쑥쑥 불어나고 온몸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하얀 피부가 쫙쫙 갈라져 떨어져 나가고 안에서 잿빛의 마족의 피부가 드러났다.

몸에 생긴 상처가 일시에 사라지고 부러진 뼈가 제자리를 찾고 맞춰졌다.

“결국 내 본체를 드러내게 만드는군.”

페이크가 자신의 머리에 난 뿔을 만지면서 꼬리를 살랑댔다.

“페이크! 너 이 자식 아주 능력자구나. 아주 좋아.”

“좋기는 뭐가 자꾸 좋다는 거야? 건방진 놈! 더 이상 봐주지 않겠다.”

페이크는 서진의 말에 노화를 터트리며 두 주먹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서진을 향해 전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팡!

파공성이 회의실을 울리는 순간, 페이크의 주먹은 이미 서진의 얼굴 앞에 있었다.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허무하게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서진은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나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서진의 통렬한 반격이었다.

전문가의 향기가 가득한, 그의 화려한 주먹과 발길질이 시작됐다.

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빠각 우두득 뚜둑 파직 꽈지지직!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아래 위 위 아래…….

머리에서 발끝까지!

서진은 페이크를 아주 자근자근 밟아버렸다.

페이크의 머리통이 깨지고 안면이 터져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갈비뼈가 작살나고 무릎 뼈가 반대로 꺾여버렸다.

북치는 소년처럼 신나게 두들겨대자 페이크의 오장육부가 제자리를 이탈하며 아우성을 쳐댔다.

“에흑, 케엑 크아악, 커억, 으헉!”

회의실을 울리는 것은 페이크의 참혹한 비명소리뿐이었다.

페이크의 주먹은 단 한 번도 서진의 몸에 적중되지 않았다.

둘 사이의 클래스가 이미 비교조차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났던 것이다.

페이크는 그저 일방적으로,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털썩!

만신창이가 된 페이크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았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그의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도 호빵맨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

“사이먼! 회복시켜!”

“네, 주인님.”

서진이 페이크를 노려보며 차갑게 외쳤다.

그러자 뒤에서 사이먼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화아악!

페이크의 몸에서 빛이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아니 왜?”

페이크는 자신의 몸이 빠르게 회복되자 서진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쥐어 팰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치료를 다 해주다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페이크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진은 페이크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왜라니?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섭섭하잖아. 아직 난 땀도 나지 않았어.”

“서, 설마?”

“응, 바로 그 설마야. 조금 더 맞자.”

“안 돼!”

페이크는 절규했다.

그는 서진이 자신을 회복시킨 이유가 설마 더 패기위해서 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서진은 번개처럼 페이크에게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그리곤 페이크의 몸을 허공에 띄우는 신기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보여줬다.

퍽 퍼퍼퍼퍽 퍼퍼퍼퍽!

빠각 우두득 뚜둑 파직 꽈지지직!

“우욱, 크악, 커억, 켁, 악, 으헉!”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지는 고통에 페이크는 기계적으로 비명을 질러댔다.

그렇게 정신없이 두들겨 맞자 몇 분 되지도 않아 페이크의 몸은 잘다져진 고깃덩어리마냥 쫙 퍼져버렸다.

“사이먼! 회복시켜!”

“네, 마스터.”

서진은 다 죽어가는 페이크를 보며 다시 사이먼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이먼은 곧바로 페이크를 회복시켰다.

온몸이 다시 온전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페이크의 눈이 공포에 물들어갔다.

“제발 그만해! 내가 잘못했어.”

“어허! 왜 이러실까? 사내가 무슨 그런 약한 소리를 하고 있어.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을 써볼 테니까 기대하라고.”

“안 돼!”

“안되긴 뭐가 안 돼?”

페이크는 서진의 부드러운 미소와 목소리에 온몸에 절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역시 서진의 매타작이었다.

서진의 뒤끝이 이 순간 유감없이 작렬하고 있었다.

페이크는 또다시 만신창이가 되어갔다.

패고 치료하고, 밟고 치료하고, 뭉개고 치료하고, 작살내고 치료하고…….

그렇게 서진은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망가뜨리고 고치기를 반복하듯 페이크를 부셔버릴 듯 패고 회복시켜주기를 반복했다.

페이크는 끝도 없는 서진의 폭력에 질려갔다.

지옥 같은 고통의 순간이 수십 번이나 반복되자 페이크는 결국 영혼까지 다 너덜너덜해지고 말았다.

“제발! 이제 그만하자. 나 정말 많이 맞았다.”

“진짜 그만하고 싶어?”

스르렁!

서진은 팬텀소드를 뽑아든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사이먼에 의해 다시 몸을 회복한 페이크가 놀라서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워워! 이거 왜 이래? 진정하라고!”

“이 새끼야! 너 같으면 다 망해버린 미래로 강제 전송됐는데 진정할 수 있겠냐? 다들 저놈의 몸 좀 잡아봐!”

서진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폭포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명령이 떨어지자 마신 탈론과 마신 지온이 원래 그 자리에 서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둘은 페이크의 양쪽 팔을 하나씩 단단히 붙잡았다.

뒤이어 팔마왕이 나타나더니 페이크의 사지를 잡아 꼼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헉! 마신 탈론과 지온! 아니 이제는 팔마왕까지?”

페이크는 두 눈을 찢어져라 크게 떠 두 마신과 팔마왕을 쳐다봤다.

딱 한번 판테온의 왕궁에서 이들의 생생한 초상화를 본적이 있었다.

그는 지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마신 탈론과 지온 그리고 팔마왕이 나타나다니……. 그런데 이들이 왜 서진의 말을 듣고 있는 거지? 서진이 미래로 가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아니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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