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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19화 (219/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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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장 - 대천사 미카엘

‘그런데……. 지금까지 왜 그것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갖지 않았지? 혹시 창조주나 아카식레코드의 의도적인 교란이나 간섭이 있었나?’

찬찬히 생각을 해보니 여기저기에 의식의 구멍이 뚫린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도 등급이 마스터급에 오르고 격이 상승해서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싶었다.

서진은 고개를 좌우로 강하게 흔들었다.

지금 와서 굳이 그런 것을 생각해봐야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차라리 이번기회에, 과거와 미래의 아리아나가 만나는 장면을 자신의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아마 잘하면, 감춰져있던 우주의 비밀 한 조각을 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똑똑똑!

“네, 들어오세요.”

털컹!

소회의실의 문이 활짝 열렸다.

눈이 묻어날 것 같은 새하얀 원피스의 여인, 아리아나!

그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의 자태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그녀의 옆에는 연신 놀란 눈빛으로 아리아나와 서진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는 사연정 비서도 보였다.

그의 시선이 아리아나에서 벗어나 사연정 비서를 향했다.

“사연정 비서! 수고했어요. 그만 나가보세요.”

“네, 마스터.”

사연정은 머릿속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의문을 간신히 누르며 소회의실 문을 닫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서진!”

“아리아나!”

목소리에 참을 수 없는 반가움을 담아, 아리아나는 서진의 이름을 불렀다.

서진도 환한 미소와 반가운 음성으로 그녀의 부름에 화답했다.

시나브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가 소회의실의 공기를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둘은 서로의 눈을 쳐다보았다.

서로의 생각을 알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상대를 향한 아련한 눈빛만큼은 동일해 보였다.

눈앞에 운명을 건 사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그가 전해주고 있는 애틋한 호의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서진의 신색을 살피던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더니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아! 성공했군요?”

“응, 덕분에.”

서진은 이상하게도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세월을 타지 않은 아리아나의 변함없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마도 그 원인인 것 같았다.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귀에 박하사탕처럼 시원하게 박혀왔다.

아리아나는 순간 울컥했다.

그녀의 눈에 습기가 차올라 촉촉한 습막을 이루어갔다.

또각 또각 또각!

아리아나는 서진을 향해 똑바로 걸어왔다.

그도 반사적으로 그녀를 향해 앞으로 한발 걸어 나갔다.

시공간을 초월한 운명의 상대가 서로를 향해 격하게 몸을 부딪쳐왔다.

“아리아나!”

“서진!”

비 맞은 새처럼 마구 떨어대는 아리아나!

그녀의 가녀린, 아니 이기적인 몸을 그는 부서져라 세차게 안아주었다.

아리아나는 두 손으로 서진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온몸으로 서진을 느끼며 흐느끼는 그녀의 기쁨의 울음소리가 묘하게도 방안의 분위기를 달구어갔다.

똑똑똑!

그때, 밖에서 누군가 다가와 노크를 했다.

서진은 굳이 보지 않아도 이미 누군지 짐작이 갔다.

-아리아나?

-네, 저에요.

-안으로 들어와! 아리아나가 만나야 할 사람이 왔어.

털컹!

서진의 메시지마법을 받은 미래에서 온 아리아나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인기척을 느낀 과거, 아니 현재의 아리아나가 서진의 품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미래와 현재의 아리아나가 서로를 쳐다보는 순간, 그들은 동시에 감탄성을 터트렸다.

“아!”

“오오!”

서진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두 아리아나를 쳐다봤다.

눈이 시리게 하얀 원피스를 입은 현재의 아리아나!

남태평양의 바다처럼 푸른 원피스를 입은 미래에서 온 아리아나!

두 명의 아리아나를 동시에 눈에 담자 서진의 눈은 마치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느꼈다.

정말 눈이 호강을 하고 있었다.

‘내 평생에 이런 경국지색의 미녀를 동시에 둘이나 보게 되다니……. 정말 가문의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서진은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두 명의 아리아나를 보며 감탄해마지 않았다.

지잉!

그때였다.

갑자기 묘한 공명이 느껴지며 온몸을 강한 위화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서진은 놀라서 급히 뇌정을 운용했다.

그의 몸에서 노란 서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뭔가 대형사고가 터졌다.’

그는 직감적으로 뭔가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워하던 현재와 미래의 아리아나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멈춰서있었다.

그것은 마치 영화를 보다가 리모컨으로 ‘잠시 멈춤’ 버튼을 눌렀을 때에 일어나는 현상과도 같았다.

“시간이 멈췄다.”

그는 굳이 위상배열 레이더를 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패시브스킬인 감지로 인해, 이미 헤븐 가디언즈 본사 건물 안의 수백 명의 직원들이 꼼짝도 하지 않고 서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한 것은 그 대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서진은 천장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고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흐음, 놀랍군. 내가 여기 있는 것은 어떻게 알았지?”

서진은 듣기만 해도 귀가 다 시원해지는 청량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봤다.

그의 입이 절로 떡 벌어졌다.

눈앞에 나타난 존재는 무려 천사였던 것이다.

“혹시 당신은 처, 천사이십니까?”

“맞아. 난 대천사 미카엘이다.”

대천사 미카엘은 서진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으며 36쌍이나 되는 날개를 활짝 폈다.

서진은 그 앞도적인 존재감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대천사 미카엘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격이 다르다.’

SS급 마스터인 자신은 물론, SSS급이라 말할 수 있는 마신 탈론과 지온 그리고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과도 감히 비교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대천사 미카엘은 그런 비교불가의 초월적인 존재였다.

만약 스스로 천사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서진은 그를 신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난 신이 아니야. 창조주의 뜻을 전하는 자에 불과하다.”

그의 생각을 읽었던 것일까?

서진은 환하게 웃고 있는 대천사 미카엘이 어쩐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두려워하지 말거라! 난 널 해치러온 것이 아니야.”

“네에.”

일단 대답은 했지만 여전히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가 한손을 휘젓기만 해도 자신은 당장 개미처럼 박살이 날 것만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뇌정을 운용하고 있어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서진은 용기를 내어 대천사 미카엘에게 물었다.

“혹시 저에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그렇다. 너와 할 얘기가 있어 찾아왔다.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하자.”

“네.”

서진은 까라면 까는 심정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아니 감히 거부할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아!”

서진의 입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자신의 몸이 우주의 한가운데로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의 머리위로 찬란한 은하수가 보였다.

발 아래로 수많은 은하가 흘러가고 있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마치 푸른 보석과도 같은 지구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언제 이동했지? 전혀 낌새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데 이런 대단한 존재가 왜 나를 찾아왔지?’

서진은 단 한수에 대천사 미카엘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이런 어마어마한 초월자가 왜 자신에게 왔을지 궁금했다.

“널 찾아온 이유는 더 이상 난잡하게 얽히고설킨 시간역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역설이요?”

“그래. 타임 패러독스라는 말은 알고 있지?”

“네.”

“바로 그 이유다.”

서진은 대천사 미카엘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럼 혹시 저를 다시 미래로 보내려고 오신 건가요?”

“아니. 넌 내말의 뜻을 크게 오해하고 있어. 난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려고 온 거야.”

“시간여행을 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뜻이군요.”

“맞아.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선물한 자유의지가 마신과 마왕으로 인해 크게 왜곡됐다. 이미 허용된 기준치를 한참이나 넘겼어.”

대천사 미카엘의 말에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누구보다 과거와 미래로 많이 넘나든 것이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제가 죽어야 하는 건가요?”

“아니. 그렇지 않아. 네가 비록 많은 생명을 죽이긴 했지만 인과율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럼 무슨일로?”

“난 너에게 기회를 주고 동시에 도움을 받고 싶어서 찾아왔어.”

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당신은 감히 저따위는 발끝도 못 쫓아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계신 초월자이십니다. 그런데 제 도움이 필요하다니요?”

“넌 너와 네 소환수의 능력을 상당히 과소평가하고 있구나.”

대천사 미카엘은 서진을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난 지금부터 시간여행으로 인해 분리된 곡률과 왜곡된 시공간의 역장을 모으고 통합할 예정이다. 이일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인과율이 필요하다. 너와 네 소환수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와 인과율은 충분히 내가 하려는 일에 부담을 줄 정도가 된다. 난 사전에 그 부담을 줄이거나 없애러 널 찾은 것이다.”

100% 완전하게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대충 대천사 미카엘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습니까? 그리고 제가 도와드린다면 전 무엇을 얻게 되는 겁니까?”

“하하하! 이제야 네가 내말을 알아들었구나.”

서진의 당돌한 물음에 대천사 미카엘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너와 네 소환수들이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하고 반대만 하지 않는다면 이미 큰 도움이 된다. 거기에다 적극적인 지지를 한다면 아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짜 그 정도만으로 도움이 되는 겁니까?”

“그렇다. 너도 이미 조금은 짐작을 하고 있겠지만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사실은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크고 위대하지.”

선문답 같은 말에 그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도와드리지요. 하지만 대천사 미카엘께서 일을 끝내시면 제게 뭐가 남게 되는 겁니까? 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 빈손으로 시작해야하는 겁니까?”

“시간여행으로 인해 분리된 곡률과 왜곡된 시공간의 역장을 모두 모으고 통합하게 되면 당연히 처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네가 언급했던 대로 빈손이 되는 것이지. 하지만!”

“…….”

대천사 미카엘은 개구진 미소를 지며 일단 여기서 한번 말을 끊었다.

살짝 초조해진 서진이 미동도 하지 않고 눈을 말똥거리자 대천사 미카엘이 못이기는 척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너를 빈털터리로 만드는 짓 따윈 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레벨은 0으로 리셋되겠지만 네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고유능력, 칭호와 스킬, 장비와 소환수의 일부는 남겨둘 생각이다.”

“그런…….”

서진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재력과 고유능력, 칭호와 스킬, 장비와 소환수의 일부는 남겨두다니…….

도대체 뭘 남기고 뭘 거둬갈 생각이란 말인가?

그는 머리가 혼돈 속에 빠져 말문이 콱 막혔다.

“설마 제 소환수들을 몽땅 거둬 가시지는 않겠죠?”

서진은 마신 탈론과 지온,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 보다 그동안 정이 들었던 사이먼과 와이비를 빼앗길까봐 걱정이 됐다.

“그렇지 않다. 다른 것은 몰라도 네 소환수들 만큼은 반드시 모두 불러서 그들의 의견을 하나씩 들어봐야만 한다.”

“아!”

참 다행이었다.

그들의 의견을 들어본다고 했으니 최소한 그들과 작별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가 적극적으로 날 도와준다면 이외에도 너의 몇 가지 소원은 들어줄 용의가 있다.”

“부모님이 살아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당연하지.”

대천사 미카엘의 말에 서진의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또 없느냐?”

“있습니다. 하지만 좀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그래 알았다. 그럼 먼저 네 소환수들을 불러서 얘기를 나눠보자꾸나.”

“네.”

대천사 미카엘은 서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즉시 한손을 치켜들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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