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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 새로운 삶
바람이 분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귓가의 솜털을 간지럽히는 바람에 문득 의식이 돌아온다.
천천히 눈을 뜬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비춰오는 빛이 한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사각의 링과 같은 정사각형의 모양의 천장!
그 안에서 일순 각종 무늬들이 살아 숨쉬기라도 하듯 춤을 추고 있다.
‘여긴?’
아직도 뭔가 멍한 느낌이 남았다.
눈을 몇 번 깜빡여봤다.
그러자 서서히 돌아오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떡!
소스라치게 놀란 신경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봤다.
좁고 답답한 반지하방이다.
어딘가 무척 익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서히 떠오르는 기억의 편린들이 결국 불편한 진실이 되어 다가왔다.
‘여긴……. 우리 집이잖아?’
그제야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동시에 예민한 감각을 엄습해오는 퀴퀴한 곰팡이냄새와 음습한 습기!
그의 신경망에 온갖 기분 나쁘고 불쾌한 기운들이 잔뜩 감지되기 시작했다.
바퀴벌레, 쥐며느리, 진드기, 곰팡이, 개미, 모기, 파리, 습기, 한기…….
절로 미간이 찌푸려진다.
시원한 바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것은 축축한 습기로 가득 찬 반지하방이라 항상 켜놓고 살았던 선풍기 바람이었다.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가 바로 이거였구나. 마루3호로 살았던 첫 번째 삶으로 회귀한 거로군.’
서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불을 켰다.
형광등이 몇 번 깜빡거리더니 이내 환하게 빛을 냈다.
눈으로 직접 주변을 살피자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더럽게 좁고, 답답하고, 습하고, 불쾌했다.
그동안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살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낡은 중고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2016년 7월1일 오전 1시 5분.
시간과 날짜를 확인하자, 지금 자신의 나이가 딱 만 20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오늘이, 2016년 7월7일 대격변이 일어나기 일주일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대천사 미카엘이 자신을 아주 절묘한 시점으로 보내준 것이다.
‘마루3호 시절로 온 것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네.’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는 조용히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작은 거실과 부엌을 지나 반대편 방으로 다가갔다.
짐작한대로 고단한 삶에 지친 아버지와 어머니의 코고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대고 있었다.
살짝 문을 열어 안을 살폈다.
피로에 절어 정신없이 주무시고 계시는, 안쓰러운 부모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슴이 짠하게 아파왔다.
방이 딱 두 개뿐인 월세 반지하방!
그나마 이거라도 유지하기 위해, 두 분은 밤낮없이 일을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이미 아버지가 사기꾼들에게 속아 집안은 풍비박산 난 최악의 상태였다.
지그시 이를 악물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절로 나오는 한숨소리를 뒤로 하고 그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두 손을 가만히 들어올렸다.
그리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았다.
‘으음, 역시 예상대로 레벨은 완전히 리셋된 건가?’
일단 상태창부터 확인해보기로 했다.
‘상태창!’
상태창을 열자 전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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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서진
등급: 마스터(SS/봉인)
칭호: 대천사 미카엘의 축복을 받은 자(부활), 드레곤슬레이어(용언), 한계를 넘어서(F, 올스탯+1), 둠 레이더(F, 올스탯+1, 갈취), 마계척살자(F, 올스탯+1)
고유능력: 영혼의 아공간(EX), 뇌정(EX), 카오스(EX/봉인), 이지스(SS/봉인)
레벨: 0 / 00%
생명력 390/390 마나 338/338
스탯(80): 근력 10(+3), 민첩 10(+3), 체력 10(+3), 지력 10(+3), 마력 10(+3), 오러 10(+3), 영력 10(+3), 신성력 10(+3)
스킬: 위상배열 레이더(F), 매직미사일(F, 2개), 탐지(F, 20m), 감지(F, 20cm), 감정(F), 감별(F), 다탄두(F, X2), 탄두강화(F, 2배), 출력강화(F, 2배, 정수소모), 투시(F), 마나부스터(F, 30%), 쇼크웨이브(F), 색적(索敵, F), 관찰(F), 추적(F), 스나이핑(F), 방어막(F), 동화(F), 마법(F)/(+), 마나 마스터리(F), 오러 마스터리(F), 라이트닝토네이도(F), 뇌정 인챈트(F), 속성 인챈트(F), 사일로(Silo, F, X1), 위상변화(F), 토네이도소드(F), 마력탄(F)
장비: 팬텀소드, 미켈란소드, 미켈란아머, 미켈란의 목걸이, 마왕의 날개, 디바인홀리실드, 블루볼
소환수: 리치왕 사이먼(봉인),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봉인), 와이비, 신녀 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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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레벨은 0, 리셋 되어 있었다.
하지만 등급은 변하지 않았다.
SS급 마스터 그대로였다.
다만 옆에 봉인이 되어있다는 친절한 표시가 되어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었다.
생명력 390에 마나 338.
참 허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칭호를 확인하자 절로 눈이 확 뜨여졌다.
칭호 ‘대천사 미카엘의 축복을 받은 자’가 제일 먼저 보였다.
새롭게 추가된 이 칭호의 혜택은 무려 ‘부활’이다.
상세설명을 살펴보니 단 한 번에 한해 죽음에서 완전한 부활을 할 수 있는 얼토당토 않는 스킬이었다.
‘혹시 이게 대천사 미카엘의 선물인가?’
서진은 아리송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칭호를 확인했다.
‘드레곤슬레이어’도 역시 처음 보는 칭호였다.
칭호의 혜택은 무려 ‘용언’이었다.
혹시나 해서 고유능력을 확인해보니 ‘용언(EX)’이 보이지 않았다.
고유능력 ‘용언(EX)’을 칭호 ‘드래곤슬레이어’에 붙는 스킬 ‘용언’으로 대체한 것이다.
칭호 ‘한계를 넘어서’는 안타깝게도 F급으로 주저앉았다.
덕분에 SS급이 되면 붙게 되는 ‘올스탯+1000’ 혜택은 아쉽게도 ‘올스탯+1’로 바뀌어져 있었다.
다행인 것은 칭호 ‘한계를 넘어서’에 여전히 등급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칭호에 등급이 있다는 것은 칭호가 성장형이란 말이다.
앞으로 서진이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얼마든지 성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칭호는 ‘둠 레이더’와 ‘마계척살자’로 ‘파멸의 학살자(올스탯+250)’과‘마신척살자(올스탯+500, 갈취)’를 대체한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다른 존재의 능력을 뺏는 스킬 ‘갈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둘 다 성장형 칭호로 등급은 역시 F급!
각각 ‘올스탯+1’의 초라한 혜택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시선을 고유능력을 향해 내렸다.
서진의 소울메이트인 ‘영혼의 아공간(EX)과 뇌정(EX) 그리고 이지스(SS/봉인)가 보였다.
이 3개의 고유스킬을 보자 그는 왠지 안심이 됐다.
안타까운 것은 SS급의 고유스킬 이지스가 봉인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킬에 ‘매직미사일’이 있는 것으로 봐서 이지스 자체가 봉인된 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과 능력은 봉인된 것 같았다.
맨 끝에 고유스킬 ‘카오스(EX/봉인)’도 보였다.
역시 봉인되어 있는 상태였다.
‘거참 밸런스 되게 신경 쓰네.’
서진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스탯 칸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스탯 보정으로 보너스스탯이 무려 80개나 들어왔다.
기본스탯도 예전처럼 ‘5’가 아니라 ‘10’이었다.
거기에다 근력, 민첩, 체력, 지력, 마력 이렇게 다섯 개의 기본 스탯만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오러, 영력, 신성력이 함께하고 있었다.
스탯의 시작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모든 스탯에 붙는 칭호의 혜택이 ‘올스탯+3’에 불과하지만 레벨을 빠르게 올린다면 순식간에 불어날 것이 틀림없다.
시선을 내려 스킬을 확인했다.
비록 등급이 전부 F급으로 내려갔지만 모든 스킬이 전부 무사했다.
매직미사일의 소환개수가 2개, 탐지거리 20m, 감지거리 20cm, 다탄두 2배, 탄두강화 2배, 출력강화 2배, 마나부스터 효율 30% 추가, 사일로 한 개…….
서진은 조촐하다 못해 귀엽게 변한 스킬들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려야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시작부터 라이트닝토네이도, 위상변화, 토네이도소드, 마력탄과 같은 강력한 스킬을 쓸 수 있어서…….’
그는 지금 이 순간 긍정의 아이콘이 되기로 했다.
전과 비교해 봐도 확실히 시작이 좋았다.
무엇보다 서진은 SS급까지 한번 가봤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것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거기에다 그의 능력은 그저 일부가 봉인되어있을 뿐이다.
모르긴 해도 레벨을 올린다면 얼마든지 예전처럼, 아니 예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차분한 눈빛으로 장비 칸을 확인했다.
제일먼저 망자의 혼을 부르는 초혼검 ‘팬텀소드’가 보였다.
서진의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팬텀소드의 뒤를 잇는 것은 미켈란시리즈인 ‘미켈란소드’, ‘미켈란아머’, ‘미켈란의 목걸이’였다.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막강한 미켈란시리즈를 보자 그는 마음이 든든했다.
창공을 마음껏 날개해주는 ‘마왕의 날개’와 이리나의 팔찌로 변해있는 ‘디바인홀리실드’도 보였다.
꼭 필요한 것은 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블루볼’을 보자 잭팟이 터진 기분이었다.
서진은 즉시 ‘영혼의 아공간’을 열었다.
안에서 블루볼이 툭 떨어져 내렸다.
블루볼을 한손으로 잡고 아공간을 열어봤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00m X 100m X 100m인 블루볼 안의 아공간이 그의 눈앞에 활짝 펼쳐졌다.
“우와!”
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숨김없이 그려졌다.
거대한 블루볼의 아공간에 엄청난 양의 아이템과 아티펙트가 가득 차 있었다.
서진은 아공간 안을 빠르게 눈으로 한번 훑어보더니 묵직한 상자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안에서 황금빛이 솟구쳤다.
그의 눈에, 1kg짜리 골드바가 빽빽하게 쌓여 반짝이고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공간은 블루볼 딱 하나만 건졌다.
하지만 그 하나가 담고 있는 보물의 양은 어마어마했다.
마신전의 보물창고와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의 레어 등에서 중요한 보물은 이미 블루볼로 모두 옮겨 놓았던 것이 아주 주효했다.
서진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신의 소환수를 확인했다.
생각대로 사이먼, 와이비, 미켈란, 이리나, 이렇게 넷의 이름이 보였다.
역시 리치왕 사이먼과 에이션트드래곤 미켈란도 능력의 일정부분이 봉인돼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녀 이리나의 능력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이다.
이리나는 마스터급의 초인이긴 하지만 공격보다는 방어와 치유능력에 특화되어 있어서 능력을 봉인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와이번인 와이비도 대세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능력을 봉인당하지 않았다.
상태창을 모두 확인한 서진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궁리를 했다.
대격변이 앞으로 일주일 남았다.
아리아나를 만나러 당장 레무리아의 라인하르트 캐슬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예전처럼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아주 위험하다고 판단됐다.
대격변이 시작되기 전이라 아직 차원의 균열도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는 그도 인과율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잘 알고 있어 차원을 넘나드는 일만큼은 극도로 신중을 기해야 했다.
‘일단 집부터 정리하자. 도저히 이런 곳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살게 내버려둘 수가 없다.’
서진은 당장 이사부터 가기로 결정했다.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된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이사는 필수였다.
문제는 어디로 이사를 가느냐는 것이다.
‘가만 내가 그걸 왜 고민하고 있지? 사이먼을 시키면 되잖아. 사이먼 소환!’
그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바로 리치왕 사이먼을 소환했다.
스팟!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감싼 사이먼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마스터, 부르셨습니까?”
“사이먼, 반갑다.”
“저도 마스터를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검은 로브 사이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이먼의 새하얀 이빨이 무척이나 돋보였다.
“대천사 미카엘과 얘기했던 것 기억해?”
“물론입니다.”
“그럼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있겠네?”
“네, 그렇습니다.”
사이먼이 현재 상황이 어떤지 대충 짐작하고 있어서 얘기가 빨라질 것 같았다.
“처음으로 회귀하고 보니……. 집안이 아주 엉망이다.”
“그래 보이는군요.”
사이먼이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대답했다.
“전에 서초구 우면동에 대저택을 지었던 것 기억하지?”
“네, 마스터.”
“전세도 괜찮으니까 당장 그리로 가서 나와 부모님이 살만한 집을 구해놓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집값은 이걸로 해결하도록 해!”
골드바가 가득한 상자를 서진이 발로 툭 차자 사이먼은 허공에 손을 휘저어 단번에 자신의 아공간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럼 지금 바로 가서 집을 구해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해!”
사이먼은 서진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을 써서 서초구 우면동으로 날아갔다.
오밤중에 무엇을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이먼의 능력이라면 어떻게든 쓸 만 한 집을 하나는 구해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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