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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레이더-225화 (22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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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大尾)

“고마워요. 오빠!”

“아니야. 날 믿고 따라와 줘서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워!”

“흐흑!”

서진의 정이 가득담긴 목소리에, 제니는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감동에 젖어, 비 맞은 새처럼 떠는 그녀의 몸을 그는 말없이 꼭 안아주었다.

“크흠!”

애정이 넘치는 키스와 터치로 서로 장난을 치던 두 사람은 사이먼의 헛기침에 ‘동작 그만!’ 상태가 됐다.

“사이먼, 뭐야?”

“마스터! 아직 어디로 가야할지 목적지를 말씀해주지 않으셨습니다.”

생각해보니 사이먼의 말이 맞다.

그는 사이먼에게 어디로 가자고 얘기한 적이 없었다.

“흐음, 어디로 갈까?”

그때, 제니가 툭 끼어들었다.

“당연히 헤븐 가디언즈 본사로 가야죠.”

서진은 제니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아무래도 대천사 미카엘이 제니에게 모든 얘기를 다해준 것 같지 않았다.

“제니, 대천사 미카엘이 뭐라고 했는지 말해봐!”

“시간여행으로 인해 분리된 곡률과 왜곡된 시공간의 역장을 모으고 통합할 거라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

“과거로 회귀한다는 뜻 아니에요?”

제니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좀 설명하기 복잡하네.”

“제가 좀 빌려드릴까요?”

“응? 무슨 소리야?”

“혹시 돈이 없어서 그러는 거 아니에요?”

“돈이 없다니?”

“돈 없어서 헤븐 가디언즈 본사 건물을 임대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요?”

“뭐라고? 푸하하하! 내말을 그렇게 받아들였구나.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나중에 차차 설명해줄게.”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서진은 자신을 걱정해주는 제니가 너무 귀엽고 기특했다.

그는 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잡아당겨 입술에 뽀뽀를 했다.

쪽!

제니는 서진과 입맞춤을 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녀는 금세 달아올라 서진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절대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사이먼,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여의도로 가보자.”

“네, 마스터.”

사이먼은 차의 핸들을 돌려 여의도로 향했다.

부우웅!

그때 서진의 머릿속으로 사이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스터, 헤븐 가디언즈 본사 건물을 통째로 매입하려는 생각이십니까?]

[당장 건물 전체를 매입하는 것은 좀 그렇고……. 일단 헤븐 가디언즈 이름으로 사무실 하나만 임대하자.]

[혹시 레무리아 라인하르트 캐슬의 아리아나 부성주님 때문에 그러십니까?]

[맞아. 제니처럼 아리아나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나를 만나러 헤븐 가디언즈 본사로 올 거야.]

[만약 아리아나님이 이미 그곳으로 오셨다면 헤븐 가디언즈 본사가 아예 없어서 크게 당황하실 수도 있겠네요.]

[아마도……. 그렇겠지?]

사이먼은 그제야 서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승용차는 여의대로를 타고 들어와 의사당대로를 지나자마자 도로 한쪽에 멈춰 섰다.

차문 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헤븐 가디언즈 본사로 사용했던 빌딩이었다.

전에는 능력자들로 북적대던 곳이, 이제는 정장을 입은 샐러리맨들로 가득한 모습을 보자 서진은 격세지감이 일었다.

“마스터, 저기 좀 보십시오.”

“오빠, 저기 좀 보세요.”

“어디?”

“빌딩 입구입니다.”

“빌딩 입구요.”

사이먼과 제니가 동시에 하는 말에 서진은 빌딩 입구를 향해 눈을 돌렸다.

“어?”

그때, 서진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빌딩 입구에, 아주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던 것이다.

털컹!

어느새 사이먼이 운전석에서 나와 차의 뒷문을 열어줬다.

서진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도 잊은 채,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 빌딩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서진의 입가에서 시작한 미소가 얼굴 전체로 진하게 퍼져갔다.

“아리아나!”

그렇다.

빌딩 입구에 보인 실루엣, 아니 오연히 서 있는 미녀는 바로 아리아나이다.

그저 평범한 하얀색 튜닉 하나만 걸치고 있을 뿐인데…….

그녀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여신처럼 자체발광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내들이 그녀의 미모에 홀려 넋을 잃고 쳐다봤다.

그런 사내들이 만들어낸 둥근 원형의 인파의 무리가 계속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러다가 9시 뉴스시간에 오늘의 ‘화제의 인물’로 소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서진!”

녹색의 맑은 두 눈이 서진의 눈과 마주치는 순간 싱그럽게 빛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쫄깃해지는, 살 떨리게 아름다운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져나갔다.

한 폭의 미인도를 보는 것 같은 매혹적인 자태가 그를 향해 허물어졌다.

압도적인 질량감이 곡선의 아름다움을 풀풀 풍겨대며 출렁거렸다.

그와 함께 치명적인 매력이 폭발적으로 발산하며 그를 향해 커져갔다.

“아리아나!”

“서진!”

둘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상대방의 몸을 격렬하게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아리아나의 몸이 가슴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느껴졌다.

서진은 그녀의 몸을 으스러져라 꽉 끌어안았다.

“보고 싶었어.”

“저도요. 서진이 너무 보고 싶었어요.”

단 한마디 말에 서로의 뜨거운 마음을 확인하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입술을 찾았다.

지옥 불처럼 뜨겁고 죽음처럼 치명적인 연인의 키스가 여의도, 대로 한복판에서 시작됐다.

아리아나의 미모에 홀려있던 수많은 사내들이 서진이 일으킨 테러(?)에 당해 분노를 일으켰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진은 아리아나의 입술을 마음껏 탐하며 만천하에 소유권행사를 했다.

하지만 끝을 모르던 두 남녀의 애정행각은 또 한명의 미녀에 의해 중단됐다.

“아리아나 언니!”

“제니! 너도 왔구나.”

제니가 아리아나의 이름을 부르자 아리아나는 분홍빛 단꿈에서 퍼뜩 깨어났다.

의도적으로 보이는 제니의 방해에 서진은 입맛을 다시며 옆으로 밀려났다.

아리아나는 제니를 안으며 크게 반가워했다.

“반갑다. 제니!”

“반가워요. 전 언니가 꼭 올 줄 알고 있었어요.”

아리아나와 제니가 대천사 미카엘을 만나 무슨 얘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이미 두 여자는 뭔가 서진이 모르는 사전교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일단 차에 타시죠?”

“사이먼! 반가워요.”

“아리아나님, 반갑습니다.”

“그래요. 우리 차에 타서 얘기해요.”

사이먼의 말에 아리아나와 제니는 차로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 걸어가던 서진은 사방에서 쏘아지는 낯선 살의에 놀라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걸어가야 했다.

텅!

사이먼이 차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어디로 갈까요?”

“집으로 가자.”

“네, 마스터.”

일단 우면동 집으로 가기로 했다.

부우웅!

차가 출발하자 서진은 아리아나의 몸을 끌어당겼다.

“아리아나!”

“아! 서진!”

두 사람은 제니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아리아나! 그런데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는 거야?”

“대천사 미카엘이 저를 하나로 만들어줬어요.”

“그럼 과거의 아리아나와 미래의 아리아나가 하나가 된 거야?”

“네, 정확히 말하면 과거의 아리아나에 미래의 아리아나의 기억과 영혼의 무게가 더해진 거예요.”

“오오오!”

서진은 절로 감탄이 터져 나왔다.

제니의 경우는 서진이 구출해줬던 시대의 기억만 넘어왔다고 했다.

하지만 아리아나의 경우는 과거와 미래의 아리아나가 하나가 되어 이 세계로 넘어왔다.

당연히 영혼의 무게와 능력이 크게 다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격변이 시작되면 서진과 제니는 누구보다도 빠르게 레벨업을 하고 성장할 것이다.

“언니! 일단 우리 서열부터 정해요.”

“서열?”

“네, 제가 먼저 오빠를 찾았으니 첫 번째 부인은 저에요.”

“흥, 그렇게 따지면 당연히 내가 먼저지. 난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차원이동을 했으니까.”

서진은 아리아나의 말에 크게 놀랐다.

“진짜?”

“네, 오늘이 사흘째였어요.”

“아!”

사흘이나 자신을 기다렸다는 말에 서진은 감격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아리아나의 옆에서 놀란 것은 비단 서진만이 아니었다.

제니는 아리아나의 말에 입까지 딱 벌린 채 경악해마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꾀에 자신이 넘어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제니가 뭐라고 변명을 시도하려는 찰나, 서진이 두 사람의 서열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아리아나가 첫째, 제니가 둘째로 하자. 대신 더 이상은 안 만들도록 할게.”

“정말요?”

“진짜요?”

아리아나와 제니는 서진의 말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제니는 자신이 아리아나에게 조금 밀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서열을 정하자고 한 것도, 사실은 의도적으로 서진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다.

“오빠, 그럼 연서는요?”

제니가 연서를 언급하자 아리아나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제니와 아리아나 모두 이미 서진의 첫사랑이 연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미 연서는 만나봤어. 날 전혀 못 알아보더군.”

“아!”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서진의 안색이 살짝 굳어지자 아리아나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제니도 그의 등 뒤에서 그의 몸을 꼭 안아주었다.

“연서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왔어.”

“괜찮겠어요?”

아리아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묻자 서진은 오히려 그녀를 꼭 안아줬다.

“물론이지. 이제 더 이상 억지로 인연을 만들지는 않을 거야. 나에겐 이제 아리아나와 제니뿐이야. 우리 앞으로 조용히 행복하게 잘 살아보자!”

“대격변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어요. 호드와의 전쟁 때문이라도 조용히 살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그럼 또 한 번 싹 쓸어버리지 뭐…….”

서진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아리아나는 가만히 웃기만 했다.

제니는 서진의 품에 안긴 아리아나까지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생각난 것처럼 서진에게 물었다.

“오빠, 그럼 부모님은 만나보셨어요?”

“물론이지. 이미 서초구 우면동에 집까지 마련해서 모셔왔어.”

“잘하셨어요. 앞으로 오빠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잘 모실게요.”

“제니가? 잘 할 수 있을까?”

“물론이죠. 전 마음먹으면 뭐든지 잘해요.”

“하하하! 그래 고마워. 앞으로 너만 믿을게.”

“그러세요. 히히!”

제니의 귀여운 말에 서진은 아리아나를 옆으로 슬쩍 밀어내고 제니까지 품에 안았다.

경국지색의 미녀 둘을 양팔로 껴안고 있자 먹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좌 제니 우 아리아나!

서진은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행복했다.

행복은 무엇인가?

남보다 잘 되는 것이, 입신양명하는 것이, 행복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모님께 효도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오순도순 재밌게 살아가는 것이 아마 행복이 아닐까싶다.

비록 또 다시 대격변의 파도를 넘어야하겠지만, 어려울 때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면 그것도 웃으면서 견딜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서진은 자신의 품안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리아나와 제니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반포대로를 달리는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수많은 인파의 물결이 흘러가고 있었다.

오늘도 저들은 가족을 위해, 식구들을 위해 피땀 흘려 열심히 일을 할 것이다.

이마의 땀을 훔치며 미소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망막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주먹을 꼭 쥐었다.

가족의 행복을 파괴하려는 존재!

그것들이 나타난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들은 볼 수 있을 것이다.

파멸의 습격자!

‘둠 레이더’의 재림을 말이다.

삼천리금수강산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대미(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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