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3화 (3/877)

오리엔테이션과 견학이 끝난 뒤, 흥분으로 시끌시끌한 실습생들은 운화 병원의 의술 연습실에 들어섰다. 각 과 교수는 모두 퇴근했고, 오직 의교과(醫敎科: 중국 병원 내 의사 인사 관리와 수련교육을 담당하는 부서) 주임인 뇌북사가 실습생 견학을 위해 남아 있었다.

운화 병원은 운화시의 일류 병원인 만큼, 뇌북사는 해마다 많은 실습생을 맞이하고 보냈다. 물론, 나중에 의사가 되어 다시 돌아오는 실습생도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대다수는 나중에 조그마한 동네 병원에서 근무할 것입니다. 좁아터진 병원에서 환자에게 고작 주사랑 수액을 놓아주며 연명하다가, 어느 날 충수염 환자가 오면 그날을 생일잔치라고 생각하겠죠.”

뇌북사는 입을 열자마자 눈앞에 있는 혈기 왕성한 실습생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삼갑 병원(三甲醫院: 소속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병원)에 일손이 달릴까요? 네, 당연하죠! 우리 운화 병원 같은 종합 병원에 일손이 달릴까요? 물론이죠, 그것도 심각하게. 꿈에서도 사람을 채용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세 글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갔다. 뇌북사의 다음 한마디는 모든 실습생에게 겁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병원 일에 익숙한 전문가, 달리 말하자면 ‘성숙한 의사’를 찾고 있습니다. 물론······.”

그는 주위를 돌아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운화 병원에는 예비 의사 훈련 시스템이 있고, 또 실제로 수많은 명의를 배출해냈습니다. 그러나!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끈기를 겸비한 의사만이 훈련을 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국내 모든 대형 병원도 다 우리와 같은 생각이라고 제가 장담하죠. 그렇다면 여러분은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끈기를 겸비한 의사입니까?”

뇌북사는 말을 멈추고 강단에 서서 실습생을 내려다보았다.

“······운화 병원에 남느냐 마느냐, 모든 것은 여러분께서 일 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발랄하던 의대생들은 금세 풀이 죽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콕 집어서 말로 들으니 어린 마음으로는 견디기 힘들었다.

그러나 능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동네 진료소를 운영하는 집안 출신이다 보니, 뇌북사가 말한 ‘좁아터진 병원’의 실태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진료소나 소규모 병원은 사소한 병만 진찰 치료할 수 있었다. 집안 식구 정도는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도, 지루함과 상대적 박탈감은 어쩔 수 없었다. 그토록 길고 고된 의대 생활을 보낸 뒤 조그마한 방에서 혈압 측정과 감기 진찰을 반복하는 것은 억울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능연 또한 그런 생활을 싫어하는 의대생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을 듣고도 남들과 달리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인생이 풀릴 것이란 기대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운화 병원에도 흔히 말하는 ‘직행열차’라는 것이 있습니다.”

자신의 으름장이 효과를 보이자, 뇌북사의 얼굴에서 엄숙함이 조금 사라지고 웃음기가 번졌다. 그는 위엄 있던 목소리를 살짝 풀었다.

“실습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분은 저희 의교과에서 우선으로 채용할 예정입니다. 아! 물론, 다른 병원을 지원하실 때도 실습 성적은 꼭 제출하셔야 합니다.”

실습생들이 긴장을 늦추자 뇌북사는 웃었다.

“의교과는 여러분이 운화 병원에서 1년 동안 실습하는 모든 모습을 지켜볼 것입니다. 최선을 다해 자신의 실력을 키우세요. 지금 여러분이 계신 이 연습실은 예비 의사의 테크닉 연습을 돕기 위해 몇 억을 들여 만든 곳입니다.”

뇌북사는 옆에 서 있는 젊은 의사를 소개하기 위해 뒤로 한 발짝 물러섰다.

“강구량 교수님이십니다. 운화 병원 수부외과의 유명 집도의이시죠. 지금부터 교수님이 여러분께 봉합술을 설명해주실 겁니다.”

강구량은 올해 35세로 의사 인생의 ‘절정기’에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벌써 내로라하는 수부외과 집도의라니.

강구량 입장에서 이 강연은 뇌북사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하여 하는 수 없이 쉬는 셈 치고 일을 맡기로 한 터였다. 그는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마친 뒤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외과 의사가 터득해야 하는 스킬은 정말 많습니다. 봉합은 기본 중 기본이죠. 학교에서도 꾸준히 연습해왔을 것이라 믿습니다.”

강구량은 미소를 지었다.

“수부외과에서 신참이 집도하고 싶다면, 우선 이 연습실의 퀘스트를 통과해야 합니다.”

강구량이 뇌북사를 한 번 흘낏 보더니 말을 이었다.

“임무는 어렵지 않습니다. 실험용 쥐의 꼬리 혈관을 10번 문합하는 것이니까요.”

그가 강단 옆 벽면을 가린 커튼을 열자 유리 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실험실이 나타났다. 십여 제곱미터 정도 되는 공간의 정중앙에 수술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실험용 쥐 두 마리가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술대에서 20~30cm 떨어진 위쪽에 쌍안 현미경이 설치되어 있었다.

강단 뒤에 있는 프로젝터 스크린이 지걱 소리를 내며 내려왔다. 프로젝터가 켜지자, 하얀 실험용 쥐의 꼬리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수부외과 실습생과 의사 모두 틈만 나면 연습실에 와서 실력을 갈고닦습니다. 연습하기 전에 항상 실험에 목숨을 바치는 동물에게 감사를 표하세요. 덕분에 수많은 환자가 완치될 수 있는 거니까요.”

강구량은 짧은 침묵 뒤에 다시 입을 열었다.

“인간의 손에서 가장 가는 혈관은 지름이 0.3mm밖에 안 됩니다. 실험용 쥐 꼬리의 혈관은 0.5mm 정도로 일반인의 중지에 있는 혈관 굵기와 비슷합니다. 그러니 ‘연습실’이라는 도장을 깨지 못한다면, 수부외과 수술대 근처에 다가가는 것조차 상상하지 마세요. 뇌북사 주임님께서 방금 ‘직행열차’를 언급하셨는데, 우리 수부외과의 ‘열차’는 바로 실험용 쥐의 절단된 꼬리를 재접합하는 것입니다. 1년 이내에 10번 성공하시면, 수부외과에서 두 팔 벌려 환영하겠습니다.”

그의 얼굴에서 잠시 미소가 보이더니 금방 다시 사라졌다.

“저랑 함께할 분을 찾아볼까요? 같이 하면서 봉합도 해보고.”

앉아 있던 실습생들이 눈을 밝히며 우르르 손을 들었다.

수술을 진행하기에 실습생들이 아는 것은 너무나도 적었다. 하지만 봉합쯤이야, 이는 의대생이라면 필수로 연습해야 하는 스킬이었다.

졸업 후 의사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틈만 나면 봉합과 매듭 연습을 했다. 학교 정문에서 바나나와 자몽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보면 그 학교의 의대생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반복 연습하다 보니, 실습생이 된 지금 다들 어느 정도 자신의 실력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다들 손 내리셔도 돼요. 여긴 학교가 아니라 병원입니다.”

강구량이 고개를 비스듬히 들고 실습생들을 훑어보다 엄청난 외모를 자랑하는 능연을 발견했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능연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저기에 있는 실습생 나와 볼까요? 반대편에 앉아서 제가 하는 동작을 따라하면 됩니다.”

곧이어 강구량은 유리 실험실의 문을 열어 능연에게 옷 갈아입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수술 준비를 마치는 데에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넓은 연습실.

뇌북사는 당근과 채찍의 법칙을 따르며 실습생을 위로했다.

“실습의 시작 단계는 관찰 위주로 진행하시는 게 좋습니다. 선배들의 방법을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연습하셔야 합니다. 물론, 도중에 지치지 않도록 적당히 휴식을 취하세요. 오늘 못 해보신 분들은 나중에 질리도록 연습실에 오실 테니 아쉬워 말고 연습실 분위기를 파악하시기 바랍니다.”

왕장용은 뇌북사가 나긋나긋하게 변한 것을 보더니 하얀 장갑을 낀 손을 번쩍 들었다.

“뇌 주임님! 실례지만, 지금 보여주실 꼬리 재접합술의 난이도와 어려운 포인트를 알고 싶습니다.”

“난이도라······.”

뇌북사는 곰곰이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군요. 원상태의 혈관과 비교했을 때 복구 혈관에서 95% 이상의 혈액과 산소공급이 이루어져야 꼬리 재접합술을 성공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우리 운화 병원 수부외과에 실습하러 오는 의대생과 다른 병원에서 연수받으러 오는 백여 명의 의사 중에서 재접합을 성공한 사람은 지금까지 열 손가락에 꼽힙니다.”

그 말에 연습실이 술렁거렸다.

운화 병원에 와서 연수받을 정도의 의사라면, 아무리 못해도 수술 경험이 전무한 의대생보다는 실력이 좋을 텐데. 실습생 모두 경외심을 갖고 꼬리가 곧 절단될 실험용 쥐를 바라보았다.

몇 분 후.

강구량과 능연은 수술대에 마주 보고 앉았다. 2인용 쌍안 현미경의 대물렌즈는 쥐 꼬리에 고정되어 있었다. 강구량과 능연은 현미경 상단 양쪽에 하나씩 달린 접안렌즈에 눈을 갖다 대었다.

강구량이 수술대에 붙어 있는 마이크를 켰다.

“평상시에 연습할 때는 쥐 꼬리를 60에서 80토막으로 절단하는데, 오늘은 특별 케이스니까 좀 적게 자릅시다.”

그가 메스를 들어 올렸다.

“너무 귀여워요! 꼬리 절단 안 하면 안 돼요?”

한 여학생이 좌석에 숨어 큰 소리로 말했다. 아무리 학생의 장난이라도 강구량은 진지하게 답변해주었다.

“실험용 동물은 이름 없는 영웅입니다. 실험동물 상대로 의사가 기술을 연마해 인류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것이죠. 앞으로 모든 실험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며 능력껏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연습할 때는 무조건 세심······. 학생, 지금 뭐 하는 거죠?”

강구량이 말하는 동안, 능연은 마취된 실험용 쥐의 꼬리를 몇십 토막으로 나누었다.

“적게 자르라고 말씀하셔서 42토막으로 절단했습니다. 너무 적나요?”

능연의 메스에서 차가운 은빛이 번쩍했다.

자리에 앉아 있던 실습생들은 그가 부러웠는지 모두 눈을 반짝였다. 방금 쥐가 귀엽다고 소리친 여학생도 그 장면을 보더니 직접 절단해보고 싶어져 손이 근질근질했다.

“이미 절단한 걸 어쩌겠습니까. 이제부터라도 제 지시를 따르세요.”

끊어진 꼬리를 재접합하는 과정이 시작되었다.

“제가 여러분께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강구량은 왼손에 포셉을, 오른손에는 니들홀더를 들었다.

“지금 우리는 마이크로서저리(microsurgery, 현미경수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수술에서 사용되는 도구는 아마 처음 보셨을 텐데, 모두 작고 정교합니다. 우리가 곧 사용할 봉합사도 인간 머리카락 굶기의 십 분의 일······, 참, 학생, 이름이?”

“능연입니다.”

“말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군.”

수술 중의 강구량은 확실히 이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그냥 그렇습니다.”

“곧 변할 거다. 외과 의사들은 수술하면서 수다 떠는 걸 무척 좋아하거든.”

“네.”

“자네는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나?”

강구량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또 물었다.

“지루해서요.”

실습생들이 조용히 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내 질문이 지루하다는 건가?”

강구량이 살짝 당황해 물었다.

“외과 수술을 하다 보면 지루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맞아.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지루해지지. 수부외과 수술은 보통 한 번에 10시간, 아니, 20시간이 넘어. 네가 말을 하지 않아도 옆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걸게 될 거야.”

강구량은 능연의 말에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고 생각했지만 더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실습생이 보기에, 강구량의 손과 입은 따로 놀았다. 접합 과정을 설명하는 입과 도구를 든 손은 서로 다른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다년간의 경험으로 다져진 손놀림 아닐까. 능연은 그 빠릿빠릿한 동작 속에 숨겨져 있는 디테일을 뇌에 입력했다.

꼬리 재접합 수술의 정수는 혈관 문합술이었다. 단절된 혈관을 막힘이나 누혈이 없도록 문합하려면 가느다란 혈관 단면을 6~8 바늘로 연결해야 했다. 또한, 문합 과정에서 혈관 주변에 빈틈이 생기거나 안에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했다.

외과 의사의 실력은 바로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서 드러났다. 보통 2~3년의 훈련을 받은 수부외과 의사면 절단된 꼬리를 어떻게든 연결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술 후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 합병증이 의심될 정도의 둔통이 있는지 등 수술 예후를 좌우하는 것은 실험용 쥐의 컨디션도 있지만, 집도의의 스킬에 더 달려 있었다.

봉합이 힘들다고 하지만, 잘하는 것은 더 힘들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봉합법이 뭔지 알아보겠나?”

강구량은 과정 설명이 지루했는지, 갑자기 능연에게 질문을 던졌다.

“단순 단속 봉합법입니다.”

능연의 답변은 간결했다.

“잘할 수 있겠어?”

강구량은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이어 말했다.

“손에 익었겠지. 가장 쉽고 흔하게 쓰이는 봉합법이니까. 결절 봉합이라고도 하는 거 알지? 한 코마다 매듭짓는 봉합법이다 보니 학창시절 때 가장 많이 연습했어. 요즘 의대생들은 주로 뭘 연습하지?”

“비슷합니다.”

능연은 필요한 말만 하며 강구량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지금 머릿속에 방대한 양의 정보가 흘러넘치는 중이라 대화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래? 그럼 이제 네가 해봐.”

바쁜 사람이 시간 내서 수고스럽게 시범 보여주고 있는데, 말 상대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니야!

그는 능연이 익숙해질 때까지 봉합을 몇 번 더 보여주려 했지만, 그럴 생각이 깡그리 사라졌다.

“네.”

갑작스러운 요구에 당혹스러웠지만, 능연은 두말없이 니들홀더를 들었다.

수술 내내 접미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강구량이었지만, 지금은 자기도 모르게 능연을 힐끗 보았다.

고수는 고수를 단번에 알아보는 법이다.

마이크로서저리 집도의라면 최소한 니들홀더를 들 때 손을 떨면 안 된다. 지름 0.5mm 혈관에 8코를 봉합해야 하니, 머리카락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봉합침을 사용해야 했다. 일반인이 니들홀더를 들면 봉합침 끝머리가 덜덜 떨리는데, 그 떨림은 현미경 아래에서 거의 펄럭이는 수준으로 확대됐다.

전문 훈련을 받아본 적 없는 의사도 마찬가지여서 마이크로서저리용 니들홀더를 들면 보는 사람이 멀미가 날 정도로 벌벌 떨었다. 사소하더라도 그만큼 오랜 시간의 연마가 필요한 기술이었다.

일부 의사는 마이크로서저리 봉합을 연습하기 위해 근육통도 불사했다.

그런데 이 정도 난이도의 기술을 의대생이 한다는 것은······.

강구량은 결국 또 입을 열었다.

“운화 대학 의대에서 요즘 마이크로서저리도 연습시키나?”

“아니요. 집에서 진료소를 운영합니다.”

능연은 미리 준비한 거짓말을 하며 현미경 아래에 있는 실험용 쥐 꼬리의 혈관을 찔렀다. 강구량은 황급히 시선을 현미경으로 돌리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몇십 배로 확대된 혈관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혈관이 조금의 떨림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혈관이 봉합사나 봉합침에 조금도 딸려가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이건 기본기가 아닌 하나의 경지였다.

어떤 사람은 이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비눗방울을 이용했다. 물 위에 뜬 비눗방울을 봉합하고 매듭짓는 훈련법인데, 원래 떠 있던 자리에서 이동시키지 않는 것이 궁극적 목표였다.

절단된 손가락을 봉합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봉합 실력으로 수술하면 손가락의 회복 속도와 기능성 모두 확연하게 개선될 것이었다.

강구량이 놀라는 사이, 하나의 꼬리 절단면이 완벽하게 문합되었다. 시간을 재지 않았어도 능연이 자신보다 빠르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는 마음을 추스르고 재빨리 봉합된 부분을 살펴보았다. 바깥에 노출된 매듭이 군더더기 없이 모두 일정한 형태로 나와 있어 보기 좋은 예술작품 같았다. 교과서적이다 못해 새로운 기준을 세운 봉합과 매듭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완벽에 가깝다 보니, 어떠한 트집도 잡을 수 없었다.

‘동네 진료소라고?’

강구량이 고개를 들어 능연을 한 번 째려보았다.

이런 수준의 봉합 실력을 키우려면 진료소를 찾아오는 환자 수로는 턱없이 부족할 텐데?

이 분야에 밝은 사람은 수술 하나로 집도의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기에, 외과의사는 수술대에서 그 누구의 눈도 속일 수 없었다. 혈관 문합술은 큰 수술의 그저 작은 절차에 불과하지만, 수부외과에서는 핵심적인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수부외과 의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수술이 바로 손가락 접합수술과 손바닥 봉합이었다.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를 따진다면, 여전히 혈관 문합술이 가장 어려웠다.

강구량이 운화 병원에서 홀로 진행한 수술은 몇백 번이 넘었고, 지켜본 수술도 백 번은 훌쩍 넘었다. 지금까지 봐온 것 중에 가장 세심히 계획된 봉합을 꼽자면······, 능연이 방금 보여준 봉합이 그중 하나였다.

강구량은 오래도록 능연을 응시했다.

깔끔하고 진한 눈썹, 칼날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 전형적인 미남이란 이런 얼굴이겠지. 얼굴만 보면 갓 졸업한 대학생이 맞는데.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이 어린 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이런 능력을 터득했단 말인가.

아무리 간단해 보이는 외과 기술이라도 극단의 경지에 오르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기술적 측면에서 본다면 혈관 문합술은 확실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가장 기본적인 단순 단속 봉합법을 사용하면 되는데,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단순’한지 알 수 있지 않나. 사람 한 명 붙잡고 수업 한 번 열심히 듣게 만든 다음 조금만 연습시키면 금방 사용할 수 있는 봉합이니 말이다.

아무리 현미경 아래에 있다 해도 기술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그 특수 상황에 습관이 되면 문제없이 봉합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정말 ‘터득’하려면 상상도 못 할 양의 연습이 필요했다. 강구량이 지금까지 연습한 매듭을 전부 합치면 거대한 창문을 가릴 수 있는 커튼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나일론으로 스웨터를 뜨는 것도 힘든 작업일 텐데, 만약 나일론으로 커튼 크기의 스웨터를 만든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할까. 게다가 봉합과 매듭은 뜨개질이나 바느질보다 훨씬 느린 작업인데.

그만큼 연습해도 수부외과 수술의 자격은 바로 주어지지 않는다. 강구량은 수백 번의 손접합 수술 끝에 지금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사실 매일 손접합 수술을 했다는 것도 기적과 가까웠다. 기계설비가 많은 곳에 손 절단 사고가 잘 일어나기에 사립 외과 병원은 보통 대형 공업 도시에 몰려 있었다. 운화시에 숲을 이룰 정도로 많은 공장은 경제적 가치를 끊임없이 창출해내는 동시에 여러 종류의 공업사고도 지속해서 일으켰다.

손가락과 손바닥이 날카로운 기계에 절단되면, 그 즉시 근처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운화 병원 초창기에는 수부외과가 없었지만, 공업기지의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공업사고가 더욱 빈번해지자 병원은 수부외과를 개설해야만 했다.

35세의 강구량은 운화시의 공장 발전과 함께 성장한 수부외과 의사였다. 그의 손을 거친 환자는 모두 예전처럼 정밀 기계를 조작할 수 있었다. 이 모두 그의 뛰어난 외과적 스킬 때문이었다. 자기 자신도 이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봉합술을 가질 수 있던 것은 단순 재능뿐만이 아니었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은 것을 희생하며 바친 무수한 노력과 좋은 멘토의 지도가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그는 양심을 걸고 말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연습과 수술을 부끄럽지 않을 만큼 했다고.

재능과 노력. 눈앞에 있는 능연이라는 실습생에게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력을 설명하기에는 여전히 무언가 부족했다. 충분한 수술 경험이 없는 의대생이 과연 어떻게 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강 교수님, 다 끝냈습니다.”

능연은 기구를 제자리에 두고 어색하게 손목을 풀었다.

사실, 능연도 지금 꽤 놀란 상태였다. 스타터 패키지로 얻은 ‘마스터급 병렬 봉합법’이 예상외의 효과를 발휘했다.

바나나로 연습했을 때는 시스템이 선물한 봉합 스킬이 멋지다는 생각만 들었지, 자신의 실력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상승시켜줬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재접합 수술을 해보니 시스템이 나눈 ‘급수’에 대해서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강구량의 봉합 실력은 수부외과에서 알아주는 최상급이었다. 심지어 봉합에 특화된 수부외과다 보니, 이곳에서 일인자가 되면 운화 병원 봉합 분야의 일인자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스템에서 얻은 봉합 지식으로 판단해보자면, ‘마스터급 병렬 봉합법’은 확실히 강구량의 수준보다 훨씬 더 높았다.

‘마스터급 병렬 봉합법’이 준 것은 정말 마스터의 기술이었다.

“잘했네.”

강구량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을 도중에 끊었다.

“감사합니다.”

능연은 태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맞아. 나 진짜 잘했어.

“예전에 어느 병원에서 실습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강구량은 실험실 밖에 수백 쌍의 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물어봤다.

유일하게 말이 되는 가설이었다. 방학 때 병원에서 인턴 하는 의대생이 종종 있었다. 물론 맡겨지는 일은 환자 대신 약을 받아주거나 잡다한 심부름을 하는 등 의료와 관련 없는 사무적인 게 대부분이겠지만.

하지만 하늘의 총애로 엄청난 재능을 갖고 태어난 뒤 근면하고 성실하게 연습했다면, 몇십 번의 수술에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경험 정리를 잘했다면, 이 정도의 기술을 터득할 수 있지 않을까.

능연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집안 식구들이 운영하는 진료소에서 일 도운 경험밖에 없습니다.”

강구량은 순간 그 ‘동네 진료소’라는 곳이 존경스러웠다.

“진료소 이름이 뭐지?”

그의 뇌리에 명의들의 개인 병원과 고급 진료소 이름이 떠올랐다. 상경병원, 화박 개인 진료소 등등.

“하구 진료소라고 합니다.”

강구량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연습실.

깜짝 놀란 뇌북사는 쩍 벌린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운화 병원 수부외과의 봉합술은 최고로 꼽혔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다른 과 의사는 수부외과에서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아예 주어지지 않는다. 실습생 같은 초짜라면 더더욱 불가능했고.

오랜 연습에도 실험용 쥐 꼬리 접합을 한 번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실습생도 다수였다. 자신의 실력을 직시한 학생은 내과를 선택하는 반면, 자신의 평범함을 받아들이지 않는 실습생은 민폐를 끼치는 의사가 되어 사회를 망치곤 했다.

의교과에서 10여 년을 보내면서 능연 같은 학생은 처음 봤다.

“하, 하구 진료소?”

뇌북사는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멋진 고수를 배출한 진료소니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렇게 봉합술 시범은 조금 갑작스럽게 종료됐다.

줄곧 엄한 표정이었던 뇌북사는 실험실에서 걸어 나오는 능연을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능연 학생, 스킬이 놀랍더군요! 이제 곧 로테이션이 시작될 텐데, 혹시 가고 싶은 진료과가 있나요.”

능연에게 선택권을 주겠다는 말이었다.

나머지 실습생들은 부러워서 능연을 바라봤지만, 반박할 수도 없었다. 뇌북사와 강구량이 강연 시작부터 강조했지 않았나. 꼬리 재접합에 성공하는 것은 ‘직행열차’에 탑승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만약 자신이 능연이라면, 운화 병원의 엘리트 진료과인 수부외과를 선택하지 않을까?

강구량이 미소를 지으며 능연을 바라보았다.

병원의 신고식이 얼마나 혹독한지는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실습생은 중세시대 문하생처럼 스승의 구박을 받고, 의학 석박사 학위를 딴 사람조차 계약직으로만 채용되었다. 하지만 병원이 아무리 신입을 홀대하더라도, 고급 기술을 갖춘 인재에 대한 갈망은 남다르게 높았다.

기술이 좋은 의사는 어느 병원에 가도 환영받기 마련이었다. 그런 존재는 병원에 명성을 가져와 주며 수술 횟수가 늘어 수입까지 늘려주었다. 병원에 있는 다른 의사들은 상대적으로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환자에게 신경을 더 많이 쓸 수 있었다.

기술 좋은 의사를 높이 평가해 좋은 대우를 주려는 것은 의료 분야 종사자의 습성 같은 것이었다. 뇌 주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능연은 사전조사를 충분히 해둔 터라, 로테이션에는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외과 의사가 되고 싶은 실습생에게 최고의 시나리오란 내과에서 기초적인 것을 배워둔 뒤, 나중에 외과에 배정받는 것이었다. 내과에서 기초를 잘 다져 놓으면 외과 기술을 배울 때 큰 도움이 되기에, 4~5개월 혹은 반년 정도 열심히 일하다 보면 수술방에서 더 쉽게 메스를 들 수 있었다.

영업 기술에 ‘문틈에 발 끼워 넣기’라는 기술이 있듯이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실습생 자격으로 수술에 참여해 잡일 보조를 실수 없이 잘하면,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게 서드 어시스턴트(third assistant, 제3보조의)가 될 수 있고, 그렇게 또 실수 없이 잘해내면 세컨드 어시스턴트(second assistant, 제2보조의)가 되어, 마지막에는 메스를 손에 잡아볼 수 있는 실습생의 최고 명예인 퍼스트 어시스턴트(first asssistant, 제1보조의)가 될 수 있다.

이 정도까지 해낸 실습생은 운화 병원에서 계약을 갱신해주지 않아도, 조금은 배짱을 부리며 다른 병원에 지원할 수 있었다. 능연은 빠르게 두뇌 회전하며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이때, 뇌리에 몇 줄의 글이 나타났다.

- 스타터 퀘스트: 환자 치료

- 퀘스트 내용: 환자 10명의 상처 봉합

- 퀘스트 보상: 불연속 수직 매트리스 봉합법(전문가급)

- 제한 시간: 10일

퀘스트?

나에게는 정신질환이 없어. 이 퀘스트는 환각이 아닌 현실이야. 그리고 지금 나는 10일 안에 이 임무를 완수해야 해!

불연속 수직 매트리스 봉합법(interrupted vertical mattress suture)은 장력 봉합의 한 종류로 사용 빈도가 높은 유용한 기술이었다.

임무 완수를 위해 손을 쓸 수 있는 진료과를 선택해야겠군.

운화 병원에 널려 있는 것이 환자지만, 실습생은 절대로 그 어떤 치료도 해줄 수 없었다. 수부외과도 마찬가지였다. 능연의 봉합 기술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그를 수술에 참여시키는 모험을 할 리 없었다.

수술실은 독립적인 폐쇄 공간이다 보니, 그 안에서 어떤 예외든 발생할 수 있었다. 아무리 생각 없는 진료과 담당 주임이라도 그를 몇 개월 동안 관찰 평가한 뒤에야 한 번 정도의 봉합 기회를 줄 것이다. 게다가 수술에 참여해보고 싶은 사람은 자신뿐만이 아닐 터. 이곳에서 일을 먼저 시작한 젊은 의사들도 지금쯤 모두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럼, 자신에게 상처 봉합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유일한 과는 아마······.

“응급 의학과 가도 될까요?”

능연의 답에 모두가 놀랐다.

뇌북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능연 학생, 이제 막 실습 생활 시작했으니 병원의 전체적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네요. 응급 의학과는 정말 바쁜 곳입니다. 거기에 있는 의사 모두 학생을 가르칠 시간이······.”

능연은 의사의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임무를 먼저 완수하고 싶었다.

“교수님들이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관찰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는 잠시 침묵한 뒤 말을 이었다.

“응급 의학과를 먼저 거치고 다른 과를 가보고 싶습니다.”

뇌 주임은 사람 많은 곳에서 자신이 먼저 건넨 제안을 도로 거둘 수 없었다. 게다가 만약 응급 의학과의 여러 단점을 나열한다면, 조금 있다가 그 과에 배정받을 학생은 또 어쩔 것인가.

능연이 포기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응급 의학과에 그렇게 가고 싶으시다면 그러도록 하세요. 그럼 이쪽은 결정됐고, 나머지 분들은 일단 조로 먼저 나눕시다.”

의교과 직원이 연습실에 들어와 실습생 이름을 부르며 카드를 나누어주었다. 서로 다른 학교에서 모인 몇백 명이나 되는 의대생을 십여 개의 진료과로 나누는 작업은 분명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더군다나 로테이션하는 순서까지 계산해야 하니, 그들의 업무량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돌발 상황 때문에 예정된 순서를 급하게 바꾸느라, 능연은 카드를 마지막에 받았다.

강구량은 이미 연습실을 빠져나간 상태였다. 뇌북사도 실습생에게 몇 마디 하고는 금방 연습실에서 나갔다. 연습실에 남은 실습생들은 실험실에 들어가 보겠다고 시끌시끌하게 제비뽑기를 했다.

같은 룸메이트로서 진만호는 능연의 선택을 안타까워했다.

“차라리 수부외과를 선택하지 그래. 강 교수님께 좋은 인상 남긴 것 같던데, 정말 좋은 스승이 되어 줄 수도 있잖아.”

“네놈이 고른 그 시뻘건 청진기만 보아도 네 판단이 의심스럽다.”

왕장용은 진만호의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쑥 끼어들었다.

“너희 다 어디로 배정받았어?”

선택의 이유를 알려줄 수 없다 보니 능연은 화제를 돌렸다.

“지금 가기에는 조금 이르지 않나 싶은 흉부외과.”

진만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약간 남은 듯했다.

“나는 진단검사의학과. 하는 수 없지 뭐, 언젠가는 가야 하니까.”

왕장용은 해탈한 사람처럼 말했다.

기숙사 방에 같이 살던 세 사람 중 한 명은 자의로, 나머지 두 명은 임의로 서로 다른 과에 배정되었다.

“이제부터 우리 셋이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되겠네.”

왕장용은 불현듯 한숨을 내쉬며 빠르게 스쳐 지나간 세월을 머릿속에서 되돌아보았다.

“당연히 다르지! 우리가 수술할 때 넌 똥을 만져야 하니까.”

진만호는 망설임 없이 감성에 젖은 왕장용을 현실로 다시 끌어왔다.

능연은 응급실 앞에 서 있었다.

그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병실의 초조함과 소란스러움이었다. 각종 사고로 실려 온 정신없는 환자, 뒤죽박죽인 정보로 혼란스러워하는 가족, 엉뚱한 곳에 놓인 기계, 쉴 틈 없이 움직이는 간호사와 의사.

경험 없는 실습생들은 응급실 안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 서 있었다.

“이곳이 바로 응급 의학과입니다. 병은 밤낮 구분해서 오지 않습니다. 그만큼 병원의 응급의학과도 밤낮이 없죠.”

응급실 주변에서 거의 유일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처지인 뇌북사가 복도에서 느긋하게 걸어 들어왔다.

“어? 뇌 주임님?”

실습생들은 황급히 인사를 한 뒤 부러운 듯 능연을 바라보았다. 뇌북사가 여기까지 온 것은 분명 능연 때문이리라.

어제 실습생들끼리 연습실에서 꼬리 접합을 시도했지만, 단 한 명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른 실습생이 연이어 실패할수록 능연의 출중함이 더 확실해졌다.

뇌북사처럼 많은 실습생을 봐온 사람에게도 능연은 매우 특별한 실습생이었다. 수부외과 우수 의사의 쥐 꼬리 접합은 운화 병원 실습생들에게 반드시 보여주는 전통적인 코너였다. 실습생의 미숙함을 밝히는 데 의대생들이 가장 익숙하고 잘 아는 ‘봉합술’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었다. ‘가장 자신 있는 것으로 철저히 굴복시키기’를 병원보다 잘하는 곳이 또 있을까.

실습생들이 지금까지 그나마 ‘터득’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봉합밖에 없었다. 그걸 잘 알고 있기에 병원측은 꼬리 재접합으로 실습생들의 기를 죽이는 것이다.

고리타분하지 않으면서도 효과 만점인 이 코너는 그동안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이 실습생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았다. 물론, 능연이 나타나기 전까지 말이다.

그러니 뇌 주임은 능연의 ‘어리석은’ 선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침부터 응급실 앞에 온 것이다. 병원마다 실습생은 잡초처럼 많았다. 하지만 우수한 인재는 어느 병원이든 부족했다.

밤새 뒤숭숭한 마음을 정리한 뇌북사는 자신에게 인사하는 실습생들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능연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처음 본 응급실은 어떤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는 짤막하게 답했다. 지금 시스템 때문에 정신없으니 의교과 주임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뇌 주임은 능연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는 고집 센 타입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봉합을 이렇게 잘하는 실습생이라면 흙도 꿰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뇌 주임은 평소와 달리 인내심을 가지고 능연에게 말했다.

“응급 의료과의 곽 주임에게는 이미 학생을 소개해 뒀습니다. 그래도 특별 대우는 기대하지 마세요. 너무 바빠서 다들 실습생을 싫어하거든요. 나머지 학생은······, 다리랑 팔 좀 빨리 움직이고 말 좀 예쁘게 하면 다 잘 넘어가 줄 겁니다.”

우리를 잊지 않으셨군요! 나머지 실습생은 감동으로 눈물이 흐를 지경이었다. 그나저나, 과 담당 주임에게 소개가 됐는데 특별 대우가 없을 리가?

뇌 주임이 떠나자 실습생은 다시 흥분 상태로 돌아왔고, 여전히 능연을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해했다.

“실습생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간호사가 허둥지둥 입구에 달려와 인원수를 센 뒤 바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이라는 먹이 사슬에서 실습생은 간병인보다도 등급이 낮았으므로 얌전하게 졸졸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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