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주임 곽종군은 응급실에 도착해서 차를 진하게 우린 다음 첫 잔을 따라버리고 자리 잡고 앉아 느긋하게 두 번 우린 차를 마셨다. 그런 다음 뒷짐을 지고 주임실을 나서서 병실부터 회진했다.
부주임 의사 세 명과 주치의 여섯 명이 곽종군 뒤를 따랐다. 그들은 암사자를 거느리고 사냥에 나선 초원 위의 수사자처럼 날카로운 화살 모양으로 줄을 섰다. 당직 레지던트들은 초원의 승냥이가 사자 이빨에 낀 부스러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조용히 자신이 담당하는 침대 앞에 서 있었다.
실습생들은 자유로운 대머리독수리처럼 정해진 자리 없이, 환자들에게 주목받지도 못한 채 사자와 승냥이가 남긴 것들을 조용히 기다렸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에는 곽종군 말고도 주임 의사가 둘 있었는데 그와 함께 회진을 돌지는 않았다. 둘 다 주임이지만, 곽종군은 행정 직권이 있으므로 영지를 소유한 영주나 마찬가지였고 다른 주임 둘은 고위 직급만 얻었을 뿐, 떠돌이 수사자나 마찬가지라서 더 많이 노력해야 지금처럼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매일 아침 7시는 병원의 위계를 드러내는 시간이었다. 능연은 가운을 입고 30위안짜리 화전옥을 가방에 넣은 다음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 묵묵히 주변 상황을 관찰했다. 사냥 기술을 익혔다지만, 영지 안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기술이었다.
“능 선생!”
곽종군이 갑자기 그를 부르면서 손짓했다.
“자네 환자지? 설명해 보게.”
12번 침대 앞에서 환자의 차트를 보던 곽종군은 성큼성큼 다가간 능연에게 차트를 건넸다.
당직 룰을 따르면, 그 환자 담당인 주치의 주 선생에게 물어야 할 질문이었다. 지난밤 능연이 봉합 수술 50개를 해낸 쾌거를 이뤘다는 걸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러나 과 주임은 영지의 영주였고,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룰이었다. 건강해 보이는 환자의 신장을 자르려고 해도 다른 의사는 이견을 낼 수 없었다. 물론, 환자와 환자 가족은 수술을 거부할 수 있지만, 의료 환경상 과 주임의 권위는 상당히 높았다.
“여성, 19세. 다른 건강 문제는 없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팔꿈치가 찢어져 데브리망을 했습니다.”
능연은 환자 상태를 떠올리며 차트를 넘겼다. 그는 거의 차트를 읽는 수준으로 첫 번째 회진 보고를 끝냈다.
“왜 0호 실을 썼나?”
당사자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곽종군이 물었다. 응급실에서 자주 쓰는 4호 봉합사보다 0호 봉합사는 훨씬 가늘었다. 4호 봉합사는 미국 표준으로 2-0으로 표기하는데 직경 0.3mm이고, 0호 봉합사는 USP 표준으로 4-0, 직경은 겨우 0.15mm로 딱 4번 봉합사의 절반이었다.
두 실의 직경은 두 배 차이가 나고 절단면은 네 배가 차이 났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항장력, 그러니까 늘어나는 힘을 저항하는 힘도 많이 약했다. 다시 말하면, 비교적 굵은 2호, 4호, 7호에 비해서 0호 봉합사로 꿰맨 상처가 더 잘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능연은 질문을 받고 잠시 멍해졌다. 병상의 소녀와 가족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젊은 의사를 바라봤다.
“저는 0호 봉합사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능연이 재빨리 대답했지만, 그 대답은 너무 간결했고 질문에 대한 것도 아니었다. 실습생, 레지던트가 회진 때 곤란한 질문을 받는 건 병원에서는 일상다반사였는데 일반적으로 두어 마디 정도 대답하기 마련이었다. 곤란한 질문이긴 해도 모처럼의 기회니 말이다.
“어째서 일반 봉합사를 쓰지 않았나? 0호를 썼다가 상처가 벌어지면 어쩌려고.”
“벌어지면······ 다시 꿰매면 되니까요.”
능연은 바보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리에 어두운 사람은 아니라서 상사가 난처해질 일은 하지······ 않는 건 아니고, 상사가 난처해질 일을 매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능연은 멋진 얼굴로 착해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순간, 곽종군은 능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매일 회진 돈 지도 벌써 몇십 년, 이렇게 영리한 젊은 의사는 처음이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를 따라 회진 도는 주임 의사, 부주임 의사, 주치의와 레지던트도 한참 동안 할 말을 잃었다. 결국 사람 좋은 주 의사가 몰래 한숨을 내쉰 다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환자의 상처가 심각한 것이 아니라서 0호로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허락했습니다.”
“감쌀 것 없어, 자네 잘못도 있으니까. 능 선생이 생각 없이 0호 봉합사를 썼으면 자네가 지적했어야지.”
“선생님, 딸 아이 팔에 문제가 생겼나요?”
곽종군이 환자 가족을 앞에 두고 하는 말에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던 가족들도 당황했고 침대 곁에 서 있던 엄마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움직이지 말고 세심히 주의해야 합니다. 봉합사의 항장력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상처가 벌어지면 잘 붙기 힘들거든요.”
곽종군은 회의 때와 달리 부드러운 얼굴로 환자를 대했다. 그는 환자의 상태가 가벼운 증상이라고 해서 다르게 대하지는 않았다. 가족들은 초조한 듯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0호 봉합사도 항장력이 충분합니다. 움직이지 말아야 하는 것, 세심하게 주의해야 하는 건 어차피 같고요. 0호 봉합사를 썼다고 해서 더 걱정할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제야 곽종군 질문의 핵심을 정확히 알게 된 능연이 냉큼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는 훈계하는 말투로 4호 봉합사를 썼으면 더 안전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환자는 이제 겨우 19살이고 상처 면적도 비교적 컸습니다. 그런데 별로 깊지는 않았고요. 굵은 실을 쓰면 앞으로 생활에 영향을 줄 만큼 흉터가 크게 집니다.”
0호니, 4호니, 알 수 없는 말뿐이었지만 환자로서는 능연의 말에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했다. 병상에 누운 통통한 소녀는 의아함을 거두고 감사하는 눈빛으로 능연을 바라봤다. 그러나 군의관 출신인 곽종군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흉터 걱정도 좋지. 그러나 흉터가 생기는 원인도 많다는 걸 알아야 하네. 환자 체질, 상처 상태 등등. 그런 각도에서 보면 0호 봉합사를 선택한 건 잘못된 선택이네.”
그러자 병상 위의 소녀가 정말로 긴장한 듯 다급하게 능연을 쳐다봤다.
“봉합사 말고도, 상처 양측 조직을 신중하게 이어붙이고 피부를 매끄럽게 붙인다, 이 항목도 해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능연은 눈을 치켜들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봉합 장력의 분포는 피하 조직 진피층 하부에 집중해야 한다. 진피층 상부와 피부 표면엔 장력이 없어야 한다. 이 항목도 달성했습니다. 저는 반흔 조직은 많이 생기지 않으리라 판단했고, 그래서 봉합사의 굵기를 우선 고려했습니다.”
곽종군과 그의 등 뒤에 서 있는 의사들은 처음엔 무시하는 표정으로 능연을 봤었다. 그들 눈엔 능연이 작은 문제를 고려하느라 더 큰 문제를 놓친 것으로 보였다. 뭐가 중요한지 아닌지 모르는 젊은 의사를 그동안 얼마나 많이 봐왔으니까.
그러나 능연의 말을 끝까지 들은 다음, 다들 매우 놀랐다. 복잡한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런 것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약 바를 시간 되지 않았나? 지금 합시다.”
곽종군은 적당한 이유를 찾아 간호사에게 환자 팔 위의 거즈를 떼어내라고 지시했다. 의사들은 모두 허리를 구부리고 소녀의 팔 위의 상처를 유심히 살폈다. 곽종군은 더욱 진지하게 관찰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든 곽종군은 다른 레지던트와 실습생들도 다 불러왔다.
“능연, 무슨 생각을 하면서 봉합했는지 말해 봐.”
능연은 원래 겁이 없었고, 마스터급 단속 봉합술을 얻은 후라 더욱 숙달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일반 데브리망은 단속 봉합술을 씁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봉합 중에 바늘이 들어가는 각도와 깊이를 가장 먼저 고려했습니다. 매듭 부분이 봉합 후에 융기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러면 흉터가 생기기 전에 완충 작용을 해주리라 생각했습니다.”
열 몇 명의 레지던트 그리고 그보다 많은 실습생이 침상 하나를 둘러싸니 설 자리가 모자랐고, 아예 의자를 밟고 올라가 환자를 내려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제야 의사의 솜씨가 훌륭했음을 깨달은 가족들은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내주었다. 능연은 크진 않지만 명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상처가 가장 두꺼운 쪽은 바늘을 살짝 넣고, 얇은 쪽에는 깊숙이 넣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그 외에도 환자의 피부가 파인 부분이 있어서 매듭을 너무 세게 묶지 않았습니다. 자칫하면 상처 주변 혈액 순환이 나빠져서 빨리 아물지 않을 수도 있어서요. 나중에 실밥 뽑을 때 조심하면 최대한 흉터가 남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음, 훌륭하군.”
곽종권이 먼저 손뼉을 쳤고, 뒤이어 병실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잘 들었나?”
“예.”
“잘 들었습니다.”
곽종군이 젊은 의사들을 바라보자 레지던트와 실습생들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들었다니 됐군.”
곽종군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자기 매서운 말투로 하지만 절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모두 깜짝 놀라 입을 벌렸다.
“흉터를 가리는 방법은 많네. 긴 팔로 가린다거나 문신으로 덮는 방법도 있지. 의사로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치료일세!”
“전 긴 팔 싫어요. 문신은 더 싫고요.”
“능 선생의 생각은 일리 있어. 하지만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지. 수준 안 되는 사람은 딴생각 말고 일단 상처를 잘 꿰매고 볼 일이네. 알겠나?”
“알겠습니다.”
소녀가 다급히 고개를 저었지만, 곽종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을 했다. 젊은 의사들은 아까보다 풀 죽은 투로 대답했다. 다른 사람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걸 순순히 인정할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그 상대가 초짜 실습생이라면 더욱더.
곽종군은 군대 출신이었다. 그는 목소리를 높여 다들 밥도 못 먹었냐고 고함쳤다.
“알겠습니다!”
젊은 의사들은 목소리를 높였지만 대답이 들쑥날쑥했다. 병원은 군대가 아닌 만큼, 곽종군도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통과한 셈 치겠네. 약 발라 드리게.”
주 선생이 쿡 치자 능연은 냉큼 대답했다.
“예.”
“그럼 흉터 안 남는 거죠?”
회진 온 의사들이 나가려고 하자 소녀가 다급하게 물었다.
“조금은 남겠지. 아예 안 남는 건 불가능해.”
한참 걸음을 옮긴 곽종군이 일부러 고개를 돌려 그렇게 대답하자 소녀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능연을 향해 달콤하게 미소를 지었다.
“능 선생님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살짝 고개를 끄덕여주고 약을 새로 바를 준비를 하던 능연의 눈앞에 하얀 보물 상자가 나타났다.
- 새로운 성과: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
- 성과 설명: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는 의사의 최대 포상
- 보상: 초급 보물 상자
초급 보물 상자에서 스태미너 포션을 하나 더 얻어, 총 6병을 모았다. 초급 보물 상자를 이미 6번 얻고, 스태미너 포션을 7개나 얻은 플레이어 능연은 이제 초급 보물 상자에는 그다지 연연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막 실습을 시작한 의대생 능연은 ‘진심 어린 감사’에 기분이 좋아졌다.
간호사가 게으름을 피우며 약 바르는 일을 실습생인 자신에게 넘겨도 능연은 부드럽게 대처했다.
19살인 어린 소녀는 꽃미남 의사와 몇 분간 실랑이하는 동안 얼굴이 다 붉어졌다.
“약 다 발랐다. 앞으로 며칠 동안 상처에 물이 닿지 않게 주의하고 제때 실밥을 뽑으면 흉터가 옅어질 거야.”
능연은 침묵을 금으로 여기는 나이 든 의사와는 달리 착실히 조언을 남겼다. 자신의 걱정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가족들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는 능연이 실밥도 뽑아 주는지 물었다.
“실밥은 아무 데서나 뽑아도 돼. 동네 병원에서 해도 되거든.”
“선생님이 해주시면 안 돼요?”
“그래도 되지만 그때 내가 당직이란 보장이 없어.”
능연의 말에 소녀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출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
“실밥 뽑는 시간이 늦으면 안 돼. 실밥을 제때 뽑아야만 흉터가 덜 남아. 조금 일찍 뽑는 건 상관없지만, 늦으면 안 돼. 알겠니?”
소녀가 멍하니 있자 곁에 있던 가족들이 냉큼 알겠다고 꼭 시간을 지키겠다고 대답했다. 그제야 능연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꽤 의사 같은 모양새였다. 소녀는 제 팔을 감싼 채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