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2화 (12/877)

침대 열 몇 개 회진 도는 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중간에 응급실에 들어오는 사람도 있었지만, 회진에 방해되지 않도록 곽 주임이 주치의 몇을 보내 문제를 해결했다.

한 바퀴 둘러본 다음 의사들은 제자리로 돌아갔고 곽종군은 병동을 떠나 응급실로 돌아가 이곳저곳을 살폈다. 능연도 그를 따라 이리저리 살폈다.

운화 병원 응급실엔 매일 환자 천여 명 가까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처치실에서 해결이 되고 일부만 다른 과로 트랜스 된다. 정말 응급한 환자가 얼마 없어 수월할 때는 하루에 위급 환자 한두 명이면 끝이었다.

물론, 그렇게 수월할 때는 별로 없고, 응급실은 언제나 혼란스러웠지만. 호흡기를 찬 쇼크 환자, 기절한 환자, 크게 화상 입은 환자 등등. 역시 호흡 곤란 환자가 가장 많고, 1급 중증과 2급 중증 사이에 있는 환자가 응급실 단골손님이었다.

“아아아아아악!”

간이침대에 누운 중년 남자가 갑자기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자 가족들은 당황해서 ‘선생님’, ‘선생님’ 하고 큰 소리로 의사를 불러댔다.

부주임 의사가 서둘러 다가가 고개를 숙이고 힐끔 본 다음 달려온 레지던트에게 심제세동기(AED)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곁에 있는 간호사는 따로 오더를 내리지 않아도 바로 정맥 통로를 열고 수혈 준비를 했고 다른 쪽에 있던 간호사는 응급 키트를 밀고 환자 심전도, 혈압, 산소 측정을 했다.

곽종군은 능연을 데리고 수 미터 밖에서 서서 약을 어떻게 쓸지 갑자기 물었다.

“그게······.”

응급 투약은 책에서밖에 본 적 없는 능연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어서 오더 내려야지.”

곽종군은 모의 훈련 혹은 현장 학습을 이끌고 있었다. 학교 기말고사 시험지 문제였다면 5점짜리 간단한 문제인데 매우 급한 현장 분위기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능연은 사방에서 전해지는 긴장된 기척을 느끼며 심호흡했다.

“에피네프린, 리도카인 정맥 주사. 그리고······ 포도당 주사액, 리도카인 인스틸레이션······.”

능연의 말이 끝나자마자 응급실 부주임이 에피네프린과 리도카인 투여 오더를 내렸다. 그리고 부주임이 직접 심폐소생술을 하며 주사를 놨다.

“5% 포도당, 250ml 리카인 인스틸레이션.”

긴장감 속에서 표준적인 응급 처치가 착착 진행되어 몇 분 만에 환자를 사망 직전에서 되살려냈다. 능연은 간호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의사의 오더에 귀를 기울였다. 긴장감은 없고 흥분만이 있었다.

5% 포도당, 250ml 리도카인, 표준 계량된 링거액, 그리고 표준 응급 절차. 흥분됐다. 무엇보다도, 환자가 즉각 깨어났다는 사실에 매우 짜릿했다.

다른 직업은 정확과 부정확 사이가 모호하고, 오랜 시간 지나 후속 변화를 겪고서야 옳고 그름이 판단된다. 물론 병원에도 모호한 기준은 있지만, 지극히 희박했다. 환자, 특히 중증 환자는 의사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결정을 피드백하기도 했다. 안정된 심전도에서 위태로운 부정맥, 높이 치솟은 혈압이 정상 수치가 되기까지, 그 모든 것이 1, 2초 단위로 일어나기도 했다.

아까 곽종군이 낸 문제처럼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지만, 시험에서 틀리면 점수가 깎이고, 실전에서 틀리면 생명이 깎인다는 차이가 있다.

“왜 리도카인을 쓰지?”

곽종군은 환자가 깨어난 것을 보고서야 질문을 이었다. 소란스러운 환경에서 능연은 의사와 간호사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환자를 관찰했다.

“리도카인은 강한 항부정맥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항균 활성 작용과 뇌를 보호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능연이 책에서 외웠던 내용을 되새기며 대답하자 곽종군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 응급 처치에서 리도카인을 쓴 건 항염증 반응이 있기 때문일세. 수술할 때 리도카인을 쓰면 효과적으로 입원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도 있지. 자네, 평소에 논문 좀 보나?”

“정말 가끔······.”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한 의대생이 논문 읽을 시간이 어디 있다고.

“오늘부터 매일 적어도 논문 두 편은 읽게.”

곽종군은 지도교수처럼 굴면서 퀘스트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네.”

응급 의학과의 응급실은 항상 닭장처럼 어수선했다. 곽종군은 능연을 끌고 닭장 밖을 맴도는 황야의 무법자처럼 굴었는데, 그저 관련 없는 사람인 듯 상황을 관찰하기만 했다. 곽종군에 붙어 있으려던 다른 젊은 의사들은 몇 분 만에 다른 쪽으로 끌려갔다.

그런 식으로 두 시간 정도 지나자 능연은 스태미너 포션을 먹어야 할까 말까 고민할 정도로 머리가 뒤죽박죽되었다.

“응급실! 준비하세요. 자동차 사고 환자, 5분 후 도착 예정입니다.”

스테이션에 있던 간호사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고함치는 소리에 다들 골치가 지끈거렸다.

“가세.”

곽종군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활개 치며 앞장섰고 능연은 몰려오던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느낌으로 재빨리 그의 뒤를 따랐다. 능연도 교통사고 환자를 받아 본 적이 있지만, 처치실에 들어온 환자와 응급실에 들어온 환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5분 뒤에 알게 되리라.

“잠시만요!”

간호사 두 명이 앞뒤에서 스트레처 카를 밀면서 달려갔다. 고참 주치의 조낙의는 곽종군에게 보고하며 잰걸음으로 뒤따랐다.

“자동차 사고 환자, 복부에 20cm 개방성 열상, 부분 탈장, 대망막 노출, 활동성 출혈입니다. 무균 드레싱으로 탈장된 장기를 보호했습니다.”

곽종군은 스트레처 카를 따라 움직였고, 능연이 그 뒤를 따랐다. 따라 들어가지 못한 가족 두 명이 망연자실해서 온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탈장이란 창자가 밖으로 빠졌다는 뜻이었다. 물론, 가벼운 증상이 아니었고 삼갑 병원 급이 아니면 처치 못 할 가능성이 커서 특별히 운화 병원으로 보내진 환자였다.

그러나 심각한 관점으로 보는 것도 거기까지였다. 운화 병원 응급실엔 매달 유사한 환자가 들어왔다. 다른 유형의 더 심각한 환자는 더 많았다. 곽종군은 보고를 들으면서 직접 살펴보고는 능연을 향해 설명하는 동시에 주치의 조낙의도 들으라는 듯 오더를 내렸다.

“좌측 3-12번 늑골 틀어짐, 심박 105, 중증 출혈, 수혈 준비해.”

그는 TV에서 보는 것처럼 긴박함 하나 없이 느긋하게 이야기했다. 환자의 상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지 않은 이유가 컸다. 병원 응급 의학과 의사는 언제나 바이탈 사인으로 이야기했다. 응급 등급 2급으로 분류되는 그런 환자는 아까 기절했던 위급 환자보다 다급한 정도가 낮은 레벨이었다. 그러므로 좀 더 느긋하게 고민하고 여유롭게 결정 내려도 됐다.

조낙의는 응급실에 근무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 경험이 풍부했고 곽종군의 스타일에 익숙했다. 그는 주임의 말을 안정적으로 풀어내면서 응급 검사 리스트에 신속하게 체크했다.

“정맥 혈액 정상적으로 검사하고, 콩팥 기능, 혈액형, 전해질, 수혈 전 테스트 항목 네 개, 응혈 기능······.”

그가 중얼거리면서 채운 검사표를 곽종군이 본 다음 고개를 끄덕이자 바로 검사표를 밖으로 내보냈다. 간호사도 이미 환자를 제대로 눕히고 호흡기를 단 다음 모니터링 장치를 연결해 바이탈 징후를 체크했다.

“제2정맥에 링거 500ml 주입하도록. 그리고 오메프라졸(omeprazole) 10ml, 생리식염수 10ml, 제1정맥 주사도.”

곽종군은 이번엔 능연에게 테스트 기회를 주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환자의 혈압, 심박, 호흡 등 바이탈 사인을 살핀 후 조낙의에게 지시했다.

“응급 처치를 계속하게. 내가 가족을 만나보겠네. 능연, 자넨 날 따라오고.”

“네.”

조낙의는 바빠서 고개도 못 든 채 대답했고, 곽종군은 능연을 데리고 나갔다.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실력 외에 가장 중요한 건 환자와 환자 가족과 소통을 잘하는 거라네. 지금 많이 이야기 해봐야 자네가 다 기억하지도 못할 테니, 그래, 우선 제일 먼저 확신과 침착함이 있어야 하네. 그리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말투도.”

평소라면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세세한 일은 곽종군이 직접 하지 않았다. 이미 과 주임인 만큼 엄청난 비상 상황이 아니면 출전할 필요가 없으니까. 물론, 응급 의학과 비상 상황에 따라 곽종군도 가끔 출전하기는 했다.

능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곽종군은 슬며시 웃어 보였다.

“나가서 자네가 직업 보호자와 이야기를 나눌 필요는 없고, 내가 하는 걸 보고 기억해두게.”

능연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응급실 밖에서 기다리던 가족은 마침 초조하게 고개를 빼고 안쪽을 들여다보던 참이었다. 곽종군은 문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로 응급실에서 지었던 흉악한 표정을 싹 지우고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뇌충덕 환자 가족이신가요?”

그는 그들이 아까 구급차에서 같이 내리는 걸 봤지만 그래도 확인 차 다시 물었다.

“네, 맞아요. 남편이에요.”

나이 많은 여인이 눈물을 닦으며 남편은 어떻게 됐는지 물었다.

“지금 응급 처치 중입니다. 제가 담당의고요. 몇 가지 질문드리겠습니다. 남편분께 간 질환이나 다른 만성 질환은 없습니까?”

환자의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덧붙였다.

“알콜성 지방간이 있어요. 저 사람, 공무원이거든요. 그래서 고지혈, 고혈압, 고혈당 문제가 좀 있어요.”

“그럼 전염병은요?”

“없어요. 해마다 건강검진도 해요.”

“B형 간염은요?”

“없어요.”

“다른 것도 없습니까? 이럴 때일수록 환자의 상황을 전면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없어요.”

여인의 확실한 대답에 곽종군은 종이에 체크하며 질문을 이어갔다.

“알레르기는요?”

“꽃가루 알레르기가 좀 있는데 심하지는 않아요.”

환자의 아내는 열심히 기억을 되살리며 대답했고, 능연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묵묵히 배운 것과 비교해 검증했다. 병력 청취 때 환자에게 하는 질문은 모두 고유 형식이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 묻고 어떤 순서로 묻는지 저마다의 방법이 있었다.

지금 눈앞의 환자처럼 공무원이라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했을 테고, 만성 질환이나 알레르기는 잘 알고 있을 테니 깊이 물을 필요 없었다. 다만, 본인이 감추기 쉬운 전염병 같은 게 문제였다. 그래서 곽종군도 여러 번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출혈 과다로 수혈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전에 수혈한 적 있습니까? 혹시 특이 혈액형이라던가.”

“A형이에요. 헌혈은 한 적 있는데······.”

곽종군은 약이나 술 마시는 문제를 몇 가지 더 물어보고 수혈 문제를 물은 다음 수혈 동의서와 인지 동의서, 응급 처치 동의서에 사인을 받고 수납하도록 한 다음 능연을 데리고 다시 응급실로 돌아갔다.

“동의서 사인은 반드시 받아야 하네. 자네를 보호하는 동시에 환자도 보호하는 일이니까, 알겠나?”

“네.”

“아까 환자와 나눈 대화를 듣고 무슨 생각이 들던가?”

“대화 리듬을 장악하는 것.”

능연은 곽종군이 환자 가족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느릿느릿 대답했다.

“좋아. 또?”

“단호한 태도······.”

“그렇다네. 아주 중요한 점이지. 환자가 이상한 상상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해. 공손하고 온화한 태도는 취하기도 어렵고, 환자에게도 불필요하지. 우리 응급 의학과에서 가장 큰 임무는 누가 뭐래도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네.”

곽종군은 거기까지 하고 말을 멈췄다. 다른 실습생이나 레지던트에게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능연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일도 설명해 주는 것이다. 응급 의학과의 임무는 복잡하고 실수도 잦았다. 그렇지만 환자의 응급 정도가 높다고 해서 실수가 용납되지는 않았다. 우선 그것부터 처리하지 못하면 오랜 시간 의사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곽 주임님.”

응급 베드 앞에서 정신없던 주치의가 곽종군을 보자마자 목소리를 두 톤 높였고 주치의의 다급함을 알아차린 곽종군이 서둘러 다가갔다.

“무슨 일인가?”

“출혈이 계속됩니다.”

주치의가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쥐어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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