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15화 (15/877)

그렇게 즐겁게 두 시간을 보낸 후, 능연의 레벨이 올랐다. 그러나 그것이 즐거움의 원천은 아니었고 어떤 식으로 게임을 하든, 말도 안 되는 플레이를 하든 적을 쳐부술 수 있었다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동지전과 일행에게 갑자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두어 시간 정도 더할 생각이었다.

플레이를 종료한 능연은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웨이보에 접속해 검색을 시작했다. 검색어를 이리저리 넣었더니 동영상이 나왔다.

‘꽃미남 의사 맨손 지혈’이라는 타이틀의 웨이보 페이지에 공유 수와 댓글 수가 제일 많았는데, 다 합치면 대략 3천 개 정도였다. 능연이 클릭해서 보니 처음 댓글은 비슷한 내용이었다. 의사 선생님, 나 무릎 까졌어요. 진찰해주세요, 같은.

묵묵히 아래로 내려가 보니, 뒤로 갈수록 진지한 댓글들이 늘어났다. 곧 긴 댓글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오랜 기간 일선에서 의사로 일하다 보니 경솔한 의사들을 가끔 만난다. 하지만 이 동영상이 조작이 아니라면 내가 본 중에 가장 경솔한 사건일 것이다. 수술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맨손 지혈을 한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가능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충분한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논리적 지식을 결합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아는 바로 이 기술을 쓸 수 있는 외과 의사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며, 감히 시도할 의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 혹시라도 잘못되면 전형적인 의료 사고가 되기 때문이다. 동영상 속의 젊은 의사는 자신이 어떤 리스크를 안고 사건을 벌였는지 모를 수도 있다. 내가 해당 병원의 책임자라면 바로 이 의사의 자격을 뺏고 엄격한 조사를 진행할 것이다.

능연은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서야 드디어 논문의 틀을 잡았다. 논문 쓰는 법을 겨우 몇 주 배운 본과생을 지도하겠다고 나서는 유명한 전문가가 있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능연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스태미너 포션을 한 병 사용했다. 그러자 포션이 6병에서 5병으로 줄었지만, 능연은 도전을 완성하는 것이 자신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이리라 믿었다.

곽종군은 능연이 내놓은 논문의 틀을 보고 매우 놀랐다. 그는 논문 도입부를 보고는 의아한 듯 능연을 바라봤다.

“어제, 밤새웠나?”

“네.”

“밤새웠다고 일에 영향 줘서는 안 된다.”

“문제없습니다.”

“젊음이 좋긴 좋군. 밤샐 기운 있으면 병원에서 당직 서면서 논문 쓰도록 해.”

능연의 태연한 모습에 곽종군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고는 만년필을 꺼내 다시 고개를 숙여 논문을 훑었다.

“주임님, 그럼 능 선생 듀티(Duty) 배정할까요?”

“그렇게 하지. 하룻밤 안 자도 상관없다니, 좀 굴려야겠어. 아, 오늘 밤 말고 내일부터 배정하게.”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웃는 얼굴로 묻는 주 선생의 말에 곽종군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의사란 밤에 당직을 서야 하는 직업이었고, 특히 대다수 응급 의학과 의사는 하나같이 밤낮이 뒤집혀서 바이오리듬이 깨진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밤을 새워도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녀석이 나타나다니.

“주임님이 널 얼마나 아끼시는지 좀 봐라. 이틀 연속은 못 견딜까 봐 배려해주시는 거 봤지? 내일 밤에 나와라.”

주 선생이 실실 웃으면서 하는 말에 능연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들은 야간 당직을 싫어해도 실습생은 개의치 않았다. 능연은 힘들다고 싫어할 이유가 더욱 없었다. 환자도 볼 수 있고 잘하면 수술도 할 수 있으니 초짜가 흥분할 만한 기회였다. 그들에게는 포상이나 마찬가지였다.

“틀은 잘 잡았군. 이것저것 잘 고려했어.”

논문 목차를 한 번 훑은 곽종군은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에 능연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곽 주임이 그에게 논문을 쓰도록 한 건 단순히 훈련 때문만이 아니라 말 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논문 목차에 일부러 맨손 지혈 전에 관찰했던 내용을 추가하여 독립된 파트로 구성했다.

- 수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포인트 판단

수술에서 어떻게 시야를 확보하는지는 중요한 문제였다. 5년은 외과를 배우고 10년은 ‘수술 시야 확보’를 배운다는 말도 있을 만큼 수술 시야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칼은 시야를 열기 위해서 쓰는 것이고 현미경은 시야를 뚜렷하게 하려고 사용한다. 어떨 때는 환자의 멀쩡한 신장을 떼기도 하는데 필요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시야를 확보할 수는 없었다.

특히 응급 의학과에서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도 처치는 해야 했다. 능연은 ‘수술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출혈 포인트 판단’이라는 챕터를 넣어 당위성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논문의 품격도 높였다.

“주임님이 누구 칭찬하는 것도 드문 일인데, 그 논문 나도 좀 보자.”

“아이쿠, 당연히 보여드려야죠. 자네 주치의 된 지가 몇 년인데, 그동안 논문을 몇 편이나 썼나?”

주 선생이 실실 웃으며 하는 말에 곽 주임은 눈을 가늘게 뜨며 혀를 찼다. 이제 한 진료과의 중견인 주치의라고, 게으름을 피울 수 있으면 어떻게든 피우는 주 선생에게 한소리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주 선생은 불굴의 정신인지, 아니면 이제 습관이 됐는지 아무렇지 않게 능연의 논문을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조낙의도 황급히 그쪽으로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고 논문을 읽었다.

“병원에 들어오기도 전에 논문을 쓰다니, 제법인데?”

조금 못난 축에 드는 주 선생보다 조낙의의 생김새가 하얀 가운에 더 어울렸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하얀 얼굴이었고, 반질반질한 피부에 마른 체형이라 귀여운 연하남 같은 이미지도 조금 있었다.

그는 평소에 동료 의사들과 늘 경쟁했고, 주치의로 진급한 다음에는 후배 의사들에게 각박하게 굴었다. 그리고 지금 능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위압감을 뿜어댔다.

“능연, 이 논문은 주임님이 집도한 수술을 케이스로 쓴 건데, 주임님 이름 올려야 하는 거 아니냐?”

“조 선생님 이름도 올리라는 말씀이신가요?”

조낙의가 트집을 잡는 모습에 능연이 그렇게 물었다. 그는 인간관계가 서툰 만큼 오히려 타인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들을 쉽게 알아차리는 경향이 있었다.

이미 응급 의학과 주임이 된 곽종군이야 시시한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 말고는 중요할 리 없고, 조낙의는 SCI라는 이름에 충분히 솔깃할 만했다.

“내 이름 이야기가 아니잖아. 주임님이 케이스 집도의니까······.”

능연이 대놓고 물을 줄 몰랐던 조낙의는 다급히 해명했다.

“아직 쓰지도 않은 논문 가지고 그런 거 따질 필요 없네. 조 선생, 자네도 아직 한창 때 아닌가? 다음 달쯤에 논문 목차라도 내놓지 그러나.”

“아, 주임님, 제가 요즘 당직이 많아가지고.”

“그건 좋은 일이지. 환자가 있으면 환자 보고, 없는 시간엔 병원에서 조용히 뭐라도 만들어내면 좋지.”

“우리 응급 의학과에 환자 없는 시간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조낙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표정이 되었다.

“빨리 처치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 시간이 생기겠지?”

“빨리 처치해도 환자는 몰려옵니다······.”

“그럼 응급센터보다 더 빨리 움직이면 되지! 군대에서도 적이 낸 사상자 수가 너무 많다고 투덜댈 건가? 아니면, 전우들이 부상병을 너무 많이 끌고 온다고 하려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곽종군의 태도에 아까부터 웅얼거리던 조낙의는 속으로 ‘주임님도 전쟁은 안 해 보셨잖아요.’라고 투덜거렸다. 물론, 그 말을 입에 올린다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니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군의관 출신임을 40년 넘게 자부해온 곽 주임이니 말이다.

“됐다. 정리하고 회진 준비나 해.”

곽종군은 말이 길어졌다는 생각에 그렇게 지시를 내렸다. 의국에 있던 의사들이 화들짝 몸을 일으켜 질서정연한 사냥 대열로 섰다. 곽종군이 문을 나서자 의사들은 알아서 주임이 맨 앞에, 부주임은 그 양옆, 주치의, 레지던트 순으로 따르는 방추체 모양으로 섰다. 능연과 다른 실습생들은 차트를 품에 안고 레지던트 뒤를 따랐다.

선임 의사가 후배 의사들을 고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친애하는 주임님은 언제나 싱글벙글했다. 언제나, 어느 병실에서나 그는 주인공이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병원은 시시각각 위계를 강조했다. 병원의 질서는 하얀 의사 가운처럼 언제나 정연했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는 입원 병동과 가까운 곳에 건물을 따로 썼다. 곽종군은 관찰 병실 1, 2 순서로 느긋하게 회진을 돌았고 레지던트의 보고를 들으면서 의견을 주거나 치료 방안을 내렸다. 그리고 때때로 환자의 거즈를 열고 상처 봉합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운화 병원 응급 의학과는 다시 내부적으로 내과와 외과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관찰 병실 병상은 꽉 차 있었고, 그런 상황이기에 의사들도 적극적으로 환자를 돌봤다.

“자네가 봉합했나?”

“네. 28세, 건축 현장에서 철근에 찔린 열상을 데브리망했습니다.”

곽종군이 환자의 허리에 두른 거즈를 열어서 상세를 살피다가 묻자, 능연은 내용을 외운 듯 30초 동안 환자 상태를 브리핑했다. 회진은 늘 그랬다. 주임과 진료팀을 담당하는 부주임이 환자를 직접 접하는 일은 드물었고,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환자의 전후 상태를 속속들이 알진 못했다. 자질구레한 일은 모두 레지던트와 연차가 낮은 주치의의 몫이었다.

능연 같은 실습생도 치료에 참여하게 되면 자잘한 일을 맡아야 했고, 회진 때도 상급 의사에게 설명해야 했다. 간단히 말해서, 연차가 낮은 의사의 시간을 희생해서 연차 높은 의사가 단순한 진료에 집중하는 시스템이었다. 외과의 경우 수술은 연차 높은 의사의 일이고, 수술 준비와 예후는 연차 낮은 의사의 일이었다. 물론, 의료 분규가 일어나면 연차 낮은 의사가 총받이를 했다.

곽종군 역시 차트를 직접 읽지 않고 실눈을 뜬 채 설명을 들으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이어서 손으로 환자의 척추뼈를 누르면서 느낌이 어떤지 물었다.

“느낌이 없어요.”

환자는 아직 젊은 막노동꾼이었고 처음으로 입원하다 보니 줄지어 선 의사를 보고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곽종군은 척추뼈 주변을 꾹꾹 누르면서 지금은 어떤지 물었다.

“느낌 없어요. 느낌 있어야 하는 거죠?”

환자는 곽종군의 표정을 살피면서 나지막이 물었다.

“아닙니다. 없는 게 좋아요. 이 부위를 다치고 국부 마취 후에 시리거나 눌린 느낌을 받는 환자들이 가끔 있어요. 그리고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간다거나 허리가 아프다거나. 그럼 생활이나 일을 할 때 영향이 생기죠.”

곽종군은 온화한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환자의 예후가 좋으면 그도 마음이 편한지라 특별히 길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곤 척추뼈를 다시 두어 번 누르면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물었다.

“아니요. 하나도 안 아파요.”

젊은이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곁에 있던 가족은 안심한 얼굴이 되었다.

“음, 상처 처리와 봉합이 아주 잘되었다는 뜻입니다. 회복도 빠르고. 잘됐습니다.”

“다행이네요. 선생님, 감사드려요. 정말 감사합니다.”

환자와 가족 모두 웃음 지었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그와 동시에 능연은 익숙한 시스템 알람을 들었다.

- 새로운 성과: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

- 성과 설명: 환자의 진심 어린 감사는 의사의 최대 포상

- 보상: 초급 보물 상자

데브리망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겨우 ‘진심 어린 감사’를 받았다는 사실에 능연은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모두 곽종군이 인정한 케이스에서만 감사 인사를 받았다.

어쩌면 환자들은 자신들이 가장 훌륭한 치료를 받았음을 곽종군 같은 주임 의사의 입을 통해서 얻은 정보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곁에서 누군가 분석해줘야만 진심으로 감사하거나.

생각에 너무 깊이 빠진 바람에 능연의 표정이 살짝 냉랭해지자, 다른 사람 눈엔 조금 거만하게 보였다.

“우리 능 선생이 확실히 봉합을 잘하긴 하죠.”

능연을 꽤 좋아하는 주 선생이 헛기침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선임 주치의인 주 선생이 하는 말에 곽종군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의 봉합이 괜찮긴 하지.”

“그러니까요. 우리 과에 꼭 필요한 인재입니다.”

주 선생이 미소 지으며 하는 말에 곽종군은 다른 사람들 앞이라 그저 ‘음’하고 가볍게 대꾸하고 다른 말은 덧붙이지 않았다. 병원엔 해마다 수많은 실습생이 다녀가는데, 가장 큰 문제는 그중에 얼마나 병원에 남느냐였다.

아무리 곽종군이 능연처럼 실력 있는 실습생을 병원에 잡아 두고 싶어 한다고 해도 확신 없이, 실습생뿐만 아니라 병원 사람 모두 보는 앞에서 자신의 뜻을 밝힐 리가 없었다.

전형적인 민감한 화제였다. 능연은 짧은 시간 안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슈 인물이 되었다. 특히 맨 뒤에 서 있는 실습생들은 더욱 복잡한 심경이었다. 요즘은 본과생이 병원에 남기도 상당히 힘든 때였으므로.

운화 병원을 봐도, 이론적으로 병원에 남는 조건을 박사급으로 올려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본과생 정원을 남겨두는 건, 표면적으로는 레벨 상관없이 인재를 모집하기 위함이라 포장해도 사실은 연줄로 들어오는 의사를 배치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곽 주임이 주임과 원무 위원의 신분으로 배경이 없는 능연을 어떻게든 병원에 남게 한다면, 그가 능연의 배경이 될 생각이라는 것을 다들 알아차릴 것이다.

능연은 아무 말 없이 대열의 맨 끝으로 돌아갔다. 지금 그는 환자를 담당할 자격이 없었다. 그의 손을 거친 환자는 다른 레지던트에게 배정되었으므로, 회진을 돌다가 그의 환자 차례가 되면 앞으로 나와 보고를 하고 보고를 마치면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상자 열어줘.”

상자에서 나오는 물건은 다른 사람이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능연은 아무 때나 시스템을 호출했다.

- 초급 보물 상자 오픈.

시스템에서 소리가 나면서 능연의 눈앞에서 바로 상자가 튀어나왔다. 자그마한 흰 상자의 자물쇠가 서서히 풀리면서 뚜껑이 열렸다. 그러자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스태미너 포션 하나가······.

응?

능연은 순간 걸음을 멈췄다.

“이번엔 포션이 아냐?”

책 하나가 빛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이번엔 스태미너 포션이 아닙니다.

시스템 음성은 보수를 받아가려고 억지로 대답하는 것처럼 딱딱했다.

“열어봐, 열어봐.”

튜링 테스트 이후, 능연은 시스템을 직설적으로 대했다. 어차피 감정도 없는 시스템한테 나긋나긋 대할 필요는 없으니까. 물론 시스템이 튜링 테스트를 속여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뭘 어쩔 수 있을까. 모르는 척할 수밖에.

시스템은 아무런 소리 없이 은빛을 반짝이며 책을 넘겼고, 작은 글자 한 줄이 페이지를 뚫고 튀어나왔다.

-단일 항목 스킬북, 사이드 기능 획득: 탕 봉합법(마스터급)

-소개: 1992년 중국 남통 대학 교수 탕금파가 제시한 Kessler 봉합법. 더블과 트리플 형식이 있다. 현존하던 봉합법의 제한에서 벗어나 제2구역 굴근건 난제를 해결하여 탕 봉합법이라 이름 붙여졌음.

-기능: 굴근건 봉합법은 손가락 굴근건 파열을 회복할 때 사용함.(마스터급)

회복율 85%에 달하며, 유착 확률을 낮춤.

“이건, 근건 봉합용 전문 기술인가. 특히 굴근건 봉합에 쓰는 기술이야.”

능연은 손을 들고 중간 부분을 바라보면서 지식이 머리를 가득 채운 느낌을 되새겼다.

-맞습니다.

시스템의 대답에 능연은 단일 항목 스킬북의 가치를 조용히 평가해보았다.

굴근건은 수부의 수많은 조직 중 하나지만, 손상된 경우 회복이 제일 어려웠다. 다시 말하면 굴근건 봉합은 수부외과의 수술 중 가장 어려운 수술이었다. 그러니 의사가 이런 기술 하나만 터득해도 기본적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었다.

“수부외과 서전이 되라는 건가.”

현재 기능 트리가 봉합 쪽에 집중되어 있는데 맨손 지혈 기술까지 더하면 수부외과에서 살아가기 충분했다. 큰 병원의 엘리트과일수록 다양한 기술을 얕게 가진 의사가 아니라 깊이 있는 하나의 기술을 가진 의사를 원했으니까.

굴근건 봉합, 이 단일 기술 하나만으로 능연은 운화 병원 수부외과에서 큰돈을 벌 수 있으며 마스터급 탕 봉합이 탕금파 수준에 못 미쳐도 운화에서 충분히 개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다른 건 모두 제쳐두고 매일 굴근건 파열 환자만 봐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이야기였다.

“능연, 자네 오늘은 주 선생 따라 응급실에 들어가게.”

한 바퀴 휘 돌아보며 빠르게 회진을 마친 곽종군이 그런 지시를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의 듀티는 미리 배정되었다. 실습생은 보통 관찰 병실, 처치실엔 들어갈 수 있어도 선임 의사 없이 응급실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처치실에서 끝도 없이 데브리망을 하는 것보다 응급실에 들어가는 게 훨씬 낫다고 판단한 능연은 재빨리 대답했다.

주 선생은 능연보다 더 기뻐하며 실실 웃었다.

“능 선생이 있으면 좋죠. 저도 편하고요.”

“욕심 좀 낼 순 없겠나?”

곽종군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저는 재능 부족인 것 같습니다. 전엔 몰랐는데, 능연을 보고 나니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불만이라는 듯 말하는 곽종군의 말에 주 선생은 나른한 말투로 변명했다. 그는 딱히 욕심이 없는 의사였고, 의학계의 탑이 되겠다는 그런 포부도 없었다. 하루하루 적당히 환경에 따라 움직이는 생활을 오래한 주 선생은 곽 주임 앞에서도 한두 마디 정도는 받아치곤 했다.

“자넨 경험이 풍부하니 능연을 잘 지도하고 단속하게. 심각하지 않은 출혈 케이스는 능연에게 넘겨도 좋고. 다만, 지난번 같은 단독 행동은 절대로 안 되네.”

곽종군은 그런 주 선생이 못마땅했지만, 심하게 나무랄 수도 없기에 그저 그렇게 당부했다.

“너무 능 선생한테 잘해 주시는 거 아닙니까? 이건 저더러 책임을 지라는 말씀인데요?”

말은 그렇게 해도 주 선생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곽종군의 당부가 없어도 병원 가득한 실습생 정도는 그가 잘 단속해왔다. 게으름을 잘 피우기는 해도 실습생, 훈련의, 레지던트에게 일 시키는 쪽으로는 마스터급이었다.

“의사는 원래 책임지는 직업이야. 가서 일 봐.”

곽종군의 말에 몰려 있던 의사들이 쫓겨난 승냥이 떼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능연은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주 선생과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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